전시에 관하여: 어제, 12월 22일에 아르코 미술관에서 관람한 더블 네거티브 : 화이트 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 라는 이름의 전시는 미디어가 장악한 세계에서의 미술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시였다. 이제는 반 고흐, 피카소, 심지어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그림마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세계에서 미술과 전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할까? 미술과 미디어 기술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까? 이 전시는 이런 물음에 대한 훌륭한 답이 되어주었다.
느낀점: 와우... 내가 어제 관람한 두 전시중 더 충격적이고 재미있었던 전시는 더블 네거티브 전시였다. 옵세션 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전시환경이었다. 스마트폰, 헤드폰, 엄청나게 큰 텔레비젼 화면, 스마트폰 스크린샷을 그린 벽화... 현대 미술 박물관에 온 느낌이었다. 이 전시도 여러명의 사람이 참여한 전시로,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그 중 특별히 기억남는 것은 <크리스토퍼의 돌> 벽화 작품과 <이건 결국 반사와 난반사의 문제>라는 비디오 작품이었다. 특히 <이건 결국 반사와 난반사의 문제> 작품은 긴 여운을 남겼다. 몇 달 전, 언니와 밥을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하던 중에 언니가 4차원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3차원은 4차원의 입장으로 봤을 때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정지된 공간의 연속일 것이라고, 미래와 현재, 과거라는 건 낱낱히 분해된 공간으로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뭔가 지속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그저 착각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은 이러한 3차원과 4차원간의 관계를 2차원과 3차원 사이에 대입시킨 작품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모니터, 혹은 모니터 뒤에 있는 존재로, 자기보다 한 차원 높은 공간의 우리에게 말을 건다. (모니터의 자막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이 시간, 이 공간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야기가 끝나면,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는 자막이 나오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이 작품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가 들어온 부분을 기억하지. 거기가 너의 출구니까 잘 보고 있다가 그 때가 오면 가.' 하고 모니터가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자막을 본 후로 긴장감에 차서 이 영상을 보다 내가 들어온 그 장면에 다시 돌아왔을 때, 조금 소름끼쳐하면서 도망쳐나왔다. 언니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