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시 / 산유화 -김소월

<다시 읽고 싶은시> 산유화 김소월(金素月)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출전: 진달래꽃(1924) / 김소월(金素月 1902~1934): 본명은 김정식(金廷湜) 평안북도 정주 곽산 출생. 오산 중학 시절 스승인 김억(金億)의 추천으로「창조」5호에 <낭인의 봄> 등 5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전통적인 정감과 한(恨)의 가락을 서정시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였음. 시집으로 「진달래 꽃」「소월 시초(素月詩抄)」등이 있다.   산을 말하면서 꽃을 보여주고 꽃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새의 노래를 들려주는 시의 제목 ‘산유화’ 그 자체로 일품입니다. 시 전체(全文)를 옆으로 눕혀서 보면 어여쁜 산(山)이 됩니다. 가운데 봉우리가 높고 골짜기마다 꽃이 피는 산. 그런데 화자는 ‘저만치’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혼자인 것은 산에 피는 꽃만이 아니고 사람의 가슴에도 고독이 찾아옵니다. 화자와 꽃의 거리 ‘저만치’ 사람과 자연의 거리가 느껴집니다. 새가 없다면 참으로 심심하겠지요? 꽃이 좋아서 산에서 산다고 노래합니다. 시의 향기를 느껴보시지요. 읽다가 보면 꽃은 님이 되고 독자는 새가 되어 혼자라는 생각이 달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나와 님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이름도 없는 꽃, 멀리 떨어져서 아름다운 꽃, 사람이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는 그 정한(情恨)의 가락은 맑고 깊게 가슴을 파고 들지요. 가수 조수미가 새처럼 세계를 무대로 불렀던 가곡 ‘산유화’ 드라마이거나 향토 맛집이거나 낭송이거나 저만치 혼자서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도시화된 생활 속에서 소외와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 자연이 그리운 문명 속 오늘입니다. 시 ‘산유화’는 그 이름과 문학을 싣고 마음으로 흘러서 꽃나무 가지에 앉고 시냇물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려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꽃 피네 꽃이 피네 다가갈 수 없는 꽃이여 임이여 산유화여! 멋있는 남자와 여자 그대로 산(山) 저 만치, 갈 봄 여름 순환하면서 나무의 고독한 사랑은 목숨보다 길겠지요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존재와 소멸 형태와 의미, 서정과 가락 간결한 시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은 명작인 까닭입니다. -오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