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시총서]「시향만리」(2011,제7호)고희림 시-'강'외2편
강
고 희 림
너에게 가면 문자가 가난해진다
반대가 자유이다 너에게 가면
한 개도 없는 전화 번호에
도시가 필요없다
기다리지 않아도 너에게 가면, 되었다.
된다. 너는 한 개의 강으로 누워
너는 무당 꽃 같은 내 곁에서 잠들고
준비한 한 필의 무명 천 같은 손길로
일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한 접시의 박나물처럼 남기지 않을
짧은 순간을 오래 내게 대접하는 너는
바로 하나의 희귀한 미련이며
하나의 속속한 정
우리는 비로소 한 개의 존재가 되어
가난한 마음을 버린다고 말하지 않지만 너는
모두 아시고
연서1
고 희 림
4월과 5월, 사월과 오월, 死월과 悟월
피로 얼룩진 지리한 달이군요
어제 동성로에서는
‘오월, 일어서는 사람’이란 마당극이
극단 ‘신명’의 이름으로
꽃잎처럼 흐드러졌다지요
당분간 직접 눈으로 듣는 일보다
객관적 거리를 두는 일이
세상이 숨긴 역사의 혼들을 불러들이는데
더욱 소양이 될까 합니다
대신 당신이 그토록 집전한 장례식 이야기
답장으로나마 전해들었으면 합니다
잠들었더라도
이별 저별 뭇별로 다니는 조문객처럼
뒤척일 그댈 생각하면
..................................
좀 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다시 갑신년, 마지막통일호기차를기다리며
고 희 림
슬프고 둥근 거울을 닮은 석양에 비추어
사뭇 각시모양을 낸 할마씨들이
나물 판 지전과 우렁각시처럼 남은 나물봇짐에서
기차삯으로 육백원 떼어 주시고
다시 서지도 않을 혀짤박이 소릴 내는 기차를
첫사랑처럼 끌여 들였다
<약력>
▲1960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봉초, 정화여중, 효성여고, 숙명여대 정외과 졸업,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과 재학
▲2009년, 대구문학상 수상.
▲1999년,『 작가세계』로 등단.
▲2003년, 시집 『 평화의 속도』 펴냄
▲현재, 남부도서관 맟 대구교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