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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신혼여행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강경한 비혼 주의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짝이 없더라도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야지~'라고 한 번쯤 다들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그때마다 일관된 대답을 했다. "난 무조건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갈 거야."라고... 한 번도 유럽을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꿈에서나 가볼법한 그런 환상 같은 곳이었다. 학생일 때는 시간은 많으나 돈이 없어 못 갔고 취업 후에는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어서 못 갔던.... 가고자 열망했으나 갈 수 없었던 그런 미지의 세계 같은... 그런 나에게 유럽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혼여행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 신혼여행으로는 하와이 나부랭이 말고 유럽을 가야지!!라고 굳게 결심했었고 오빠 또한 한 번도 유럽에 가보지 못해 그런 나의 의견에 동의를 해주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방콕 여행을 취소시킨 망할 놈의 코로나가 2020년 5월 이태원 사건으로 우리를 한 번 더 힘들게 하더니 2021년 11월 6일이 될 때까지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굴레로 고통받게 했고,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가야지라는 나의 꿈을 와장창 깨트려 버렸다.
오빠는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갈 수 없다며 신혼여행을 미루자고 했으나 망할 경상대병원 방침 상 신혼여행 휴가는 당해 연도 안까지 소진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를 갈 수 있을 때까지 미룰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2월 말에 신혼여행을 가야만 했고 오빠는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졌으니 괌이라도 가자고 했으나 병원에서 일하는 나는 눈치가 보여 괌조차도 갈 수가 없어 오빠와의 여러 차례 실랑이 끝에 결국에 제주도로 결정했다.
결국 제주도라는 슬픈 결정 후 좋은 마음으로 2021년의 마지막을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 후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데,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다 제주도로 몰려 항공과 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렸다.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비싸게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신혼여행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최대한 싸게 가는 방법을 찾다 생각난 게 배편이었다.
때마침 신혼부부 대상으로 여수-제주 여객선 1등실을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도록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오빠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 덕에 우리는 차량 선적 + 1등실 사용 왕복 여객선을 50만 원가량에 예약할 수 있었다. 가성비충이라 가성비가 안 맞으면 고통받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긴 했지만 매번 제주도를 비행기를 통해서만 가다가 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니 신선하기도 하고 뭔가 설레었다. 그리고 차량 선적이 가능하니 제주도에서 차박을 해보자는 오빠의 제안에 오!! 좋은 아이디어야!!라고 생각했다.(과연......)
결국 제주도라는 슬픈 결정 후 좋은 마음으로 2021년의 마지막을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 후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데,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다 제주도로 몰려 항공과 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렸다.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비싸게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신혼여행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최대한 싸게 가는 방법을 찾다 생각난 게 배편이었다.
때마침 신혼부부 대상으로 여수-제주 여객선 1등실을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도록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오빠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 덕에 우리는 차량 선적 + 1등실 사용 왕복 여객선을 50만 원가량에 예약할 수 있었다. 가성비충이라 가성비가 안 맞으면 고통받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긴 했지만 매번 제주도를 비행기를 통해서만 가다가 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니 신선하기도 하고 뭔가 설레었다. 그리고 차량 선적이 가능하니 제주도에서 차박을 해보자는 오빠의 제안에 오!! 좋은 아이디어야!!라고 생각했다.(과연......)
여수항에서 출발하는 골드스텔라호는 12월 27일 새벽 1시에 출발하여 1월 1일 16시에 돌아왔다. 나는 결혼 후 바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한 설움을 견뎌내며 12월 26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26일 아침부터 여수로 가서 여수 여행을 한 뒤 밤에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것이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이미 가본 곳이라 할 것도 없는 데다가.... 12월의 추운 날씨 탓에 놀고자 하는 의지를 몽땅 꺾어버렸다. 여수에 일찍 가봤자 할 것도 없고 추위에 덜덜 떨고 피곤하기만 할 것이라고 변명을 하며 집에서 뭉그적 거렸고 오후가 돼서야 짐을 싸기 시작하여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집에서 출발했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21시가 되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하필 우리가 신혼여행을 갈때쯤 오미크론 도른놈이 터지면서 하루에 확진자가 많게는 8000명까지 나와 단계적 일상 회복 진행 중에 다시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음식점 영업시간이 21시로 제한되었다.... 하...) 음식을 포장 주문해서 배 안에서 먹기로 하고 여수에서 선어회를 포장했다.
새벽 1시 출항이었으나 배가 일찍 들어와 12시부터 배 안에 들어갈 수 있었고 처음으로 큰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가는 거라 낯섬과 설렘이 공존하는 상태로 배에 올라탔다.
밤 12시라는 매우 늦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가는 배에 탑승했다.
골드스텔라호는 엄청나게 컸다. 저렇게 크고 무거운 배가 물에 뜨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배 안의 내부는 더더욱 신기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식당뿐만 아니라 오락실, 편의점, 안마의자가 있는 휴식공간까지!! 그리고 우리가 7시간 넘게 묵을 방도 있어 하나의 호텔을 배 안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촌스럽게 우와~ 우와~거리면서 구경했고 그중 제일 궁금했던 1등실로 향했다. 우리는 늙은이들답게 러브하우스 BGM을 흥얼거리며 문을 열었다. 안의 광경은 작은 호텔 객실을 통째로 옮겨온 듯했다. 화장실이 없는게 좀 아쉬웠지만(특등실에는 있다고 합니다.ㅎㅎ) 침대며 테이블이며 세면대며 작은 냉장고까지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진실의 광대.jpg
신기함도 잠시! 컨디션 최상으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얼른 포장해온 선어를 먹고 잠을 자야 했다. 그래서 얼른 먹고 잠에 들기 위해 급하게 테이블을 세팅했다. 회는 역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여수의 선어회는 역시나 맛있었다. 그리고 회에 절대적으로 빠질 수 없는 소주까지! 오빠는 긴 연휴의 시작이라 그런지 아니면 맛있는 회 때문인 건지 광대가 저 하늘까지 승천해서 행복함을 마구마구 표현했다. 맛있는 회와 소주가 들어가 조금 취한 우리는 배 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조금 줄여 배 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성인병 돼지 파티 후 건강 걱정하는 척하는 중.jpg
술에 취해 흥겨운 발걸음으로 배 안을 어슬렁 거렸다. 작은 오락실 안에 코인노래방이 있어서 오빠 1곡 나 1곡 열창도 하고 안마의자에서 안마도 받았다. 배 안을 더 즐기고 싶었지만 내일을 위해 객실로 돌아와 몸을 뉘웠다. 얼마나 잤을까 출렁거림에 잠시 눈을 뜨고 아직도 망망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때 혹시 가라앉는 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가도 다시금 잠에 들었다. 걱정도 잠시... 제주행 골드스텔라호는 무사히 제주항에 도착했다.
오전 7시. 선적했던 차를 타고 배에서 내렸을 때 하얀 제주가 눈앞에 펼쳐졌다. 낭만적이라기보단... 하... 얼마나 추울까? 라는 걱정이 앞 선 느낌이랄까... 출렁거리는 배안에서 선잠을 자서 그런지 엄청난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게 결정된 우리의 신혼여행의 첫 일정은 모텔 대실!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들어가 4시간을 내리 잠만 잔 덕에 비로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체력으로 올라왔다. 20대였다면 7시부터 깨알같이 여행을 시작했을텐데... 아, 세월이 야속해ㅠ.
오전 7시. 선적했던 차를 타고 배에서 내렸을 때 하얀 제주가 눈앞에 펼쳐졌다. 낭만적이라기보단... 하... 얼마나 추울까?라는 걱정이 앞선 느낌이랄까... 출렁거리는 배 안에서 선잠을 자서 그런지 엄청난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게 결정된 우리의 신혼여행의 첫 일정은 모텔 대실!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들어가 4시간을 내리 잠만 잔 덕에 비로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체력으로 올라왔다. 20대였다면 7시부터 깨알같이 여행을 시작했을 텐데... 아, 세월이 야속해ㅠ.
피로를 회복한 후 제주의 공식 첫 일정은 해장 겸 식사였다. 술을 먹지 않고 해장국을 먹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오빠의 고집으로 전날 선어와 소주를 마신 덕에 당당하게 우진해장국으로 갈 수 있었다.ㅋㅋ 우진해장국은 고사리를 극혐하는 나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던 음식이라 웨이팅을 감수하고라도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역시나 우진해장국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309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대기가 100팀 정도가 남아있었다. 추운 밖에서 웨이팅 중에 갑자기 오빠가 큰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주웠다! 그것은 바로!! 286번 번호표!!!! 엄청난 득템 덕에 30분 정도 빠르게 우진해장국과 조우할 수 있었다. 웨이팅 하는 가게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역시는 역시나였다... 크으 최고! 부른 배를 문지르며 가게를 나왔는데 문득 309번 번호표가 남아있는 것을 깨닫고는 혹시 아직 309번이 안 들어갔다면 이 번호표를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가 울렸다. "309번! 입장하세요!". 내 번호표가 사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로 옆에 있던 커플에게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이거 가지실래요? " 라고 뜬금 표를 내밀었고 처음에는 여자가 먼 소리지? 하는 얼굴로 보더니 "진짜요?"라고 하며 재빠르게 번호표를 낚아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ㅋㅋㅋㅋㅋㅋㅋ 나랑 오빠는 민망함 반 신남 반으로 깔깔거리며 재빠르게 차로 뛰어갔다.ㅋㅋㅋㅋ 착한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ㅋㅋ 그 커플도 좋으면서 어이없었을 거야...ㅋㅋㅋ
MBTI가 ESFP인 고로 파워P인 나의 첫날 여행 계획은 귤밭에서 귤따기 체험! 핫한 포토스팟에서 사진 찍기! 등이 있었는데... 하... 12월의 제주는 너무너무너무 추웠다. 파워P이면 계획 변경 아무것도 아니쥬? 선택권이 없었다. 무조건 답은 카페였다. 공항 근처에 빽다방을 크게 지어놨는데 오션뷰에다가 여러 빵을 맛볼 수 있었다. 내 취향대로 선택했다면 갬성카페가 답이지만 같이온 빵돌이 오빠를 생각해 빽다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제주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추운데다가 바람까지 미친듯이 불어서 패딩을 잠깐 벗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는데 드는 생각은 아..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없겠구나, 또 한가지 차박을 하겠다는 생각은 미친 짓이였구나...였다.
빽다방은 바로 바다 앞에 위치해서 뷰가 좋았으나 명당자리는 역시나 만석이었다. 우리는 제일 구석탱이에 자리를 잡고 빵과 커피를 골랐다. 3PM쯤 갔는데 유명한 빵은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나는 딸기잼이 붙어있는 스콘처럼 생긴 빵을 골랐는데 백종원은 신메뉴 개발보다는 기존 음식을 가성비 좋게 만들어 파는데 큰 재주가 있는 사람 같았다. 스콘의 맛은 꽤 맛있었고 크기는 큰데 가격은 저렴했다. 거기다가 쨈을 함께 동봉한 센스... 뚱뚱이는 뚱뚱이답게 초코빵이랑 생크림 빵을 골라놓고는 내가 고른 게 더 맛있다며 내 눈치를 보면서 내 빵을 다 뺏어먹었다....ㅋㅋ 뚱뚱이가 내 빵을 뺏어 먹어도 나는 별로 개의치가 않았다... 왜냐... 제주도 빽다방까지 와서 창가가 아닌 구석에 앉아야 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난 어떻게든 명당자리로 신분 상승을 위해 눈치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뚱뚱이가 내 빵을 다 뺏어 먹어도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창가 자리는 아니지만 창가와 가까운 자리가 나서 재빠르게 자리를 옮겨 한 단계 더 가까워졌고...
그렇게 자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창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혹여나 방금 막 들어온 운수 좋은 사람들한테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그 가족에게 혹시 나가실 건가요?라고 물어봐 그 자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때만큼은 명당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돌아버려서 부끄러움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창가 자리에 앉게 되니 크으..... 뭔가 신분 상승의 드라마를 쓴 기분이었다.ㅋㅋㅋ
그렇게 힘들게 차지한 자리였지만 창에 붙은 먼지와 물때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뷰가 아니었다. 분명 내 것이 아니었을 때는 엄청 좋아 보였던 것이 막상 내 것이 되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며 아무 말을 해댔다.ㅋㅋㅋ 그래도 창가에 앉으니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어 행복했고 나는 쓸데없을 때만 야망이 넘치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그렇게 행복한 물멍 시간을 가진 후 숙소 체크인을 위해 일어나려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역시나 창가자리를 탐내고 있던 다른 여자분이 나한테 혹시 나가실건가요? 라고 채 다 물어보기도 전에 갑자기 어떤 외국인이 그 앞을 끼어들어 영어를 쏼라쏼라대는 것이다. 대충 내용은 저기 서 있는 남자가 더 먼저 기다리고 있었으니 여기는 우리가 앉아야 겠다는 내용같았는데... 갑자기 그 외국인이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쏼라쏼라 거린 것에 대해 첫번째 불쾌감, 그리고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로 해야지 왜 영어로 쏼라쏼라 거리는걸까에 대한 두번째 불쾌감이 들어 똥씹은 표정과 함께 그냥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첫 번째 숙소는 더제이드 호텔로 동문시장 근처에 위치했다. 갬성충인 나는 제주스럽고 갬성 넘치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숙소는 위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충인 오빠의 강력한 의견에 따라 더제이드로 예약했다. 숙소에 오기 전까지 밥 먹고 카페 간 것 밖에 없었고 게다가 오전에는 모텔 대실 해서 4시간이나 자 놓고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누울 장소만 보이면 누워야 하는 본능 탓에 방에 들어오자마자 또 잠을 때렸다. (오빠만 잠.. 난 안 잠.. ) 하... 뭐 했다고... 세월이 야속해~
첫 번째 숙소는 더제이드 호텔로 동문시장 근처에 위치했다. 갬성충인 나는 제주스럽고 갬성 넘치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숙소는 위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충인 오빠의 강력한 의견에 따라 더제이드로 예약했다. 숙소에 오기 전까지 밥 먹고 카페 간 것 밖에 없었고 게다가 오전에는 모텔 대실 해서 4시간이나 자 놓고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누울 장소만 보이면 누워야 하는 본능 탓에 방에 들어오자마자 또 잠을 때렸다. (오빠만 잠.. 난 안 잠.. ) 하... 뭐 했다고... 세월이 야속해~
제주도 여행을 할 때마다 숙소를 바닷가 근처 한적한 동네의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아니면 중문이나 서귀포 쪽의 리조트를 잡았었는데 이번에 제주시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제주시 맛집 탐방 및 동문시장 때문이었다. 제주시의 많은 맛집 중 우리가 고른 곳은 호근동이라는 돔베 고기 맛집이었다. 돔베 고기란? 갓 삶은 흑돼지고기를 나무 도마에 얹어 덩어리째 썰어 먹는 제주도 지역 음식이다. 술을 먹을 예정이라 호근동까지 택시를 탈까 하다가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창원과 달리 너무 천천히 가서 오빠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ㅋㅋ 다행히 호근동에는 웨이팅이 없어 우리는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돔베 고기 소자를 시켰는데 고기가 정말 야들야들하니 부드럽고 맛있었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어 뚱뚱이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해 뚱뚱이가 별로라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추가로 더 주문을 하지 않고 가게를 나와 2차를 고민했다.
제주도에서 돌하르방이랑 마주치면 당연히 사진 찍는 게 국룰 아님?
내가 제주시에서 가고 싶었던 맛집은 미친 부엌이라는 이자카야였는데 9시 영업제한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 배달이었다. 왠지 배달의민족에 있을 것 같아 찾아봤는데 마침 미친 부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달 시켜 숙소에서 먹기로 하고 미친 부엌의 대표 메뉴인 크림 짬뽕과 고등어 김초밥 2pcs 를 주문했다. 그리고 동문시장 근처 숙소를 잡았으니 동문시장을 빼놓을 수 없었다. 동문시장에서 야시장이 열렸는데 푸드트럭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먹을 만한 것이 없나 기웃기웃거리다가 줄이 길기도 했고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 딱새우회만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더제이드 호텔의 탑층에는 루프탑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있어 동문시장에서 구매한 딱새우회를 들고 올라갔다. 루프탑의 야외 공간은 생각보다 분위기가 있어 그곳에서 맛있는 안주와 술을 마시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12월이잖아요.. 이 날씨에 밖에서 먹으면 달달 떨다가 소주 다 흘리잖아요.... 아쉬운 마음으로 실내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안락했다. 그곳에서는 여러 술을 무인으로 팔았는데 역시 제주도에 왔으니 한라산 아닙니까? 당연한 손놀림으로 한라산을 꺼내었다. 딱새우회와 한라산 소주를 먹고 있으니 곧 미친 부엌에서 배달시킨 음식이 도착했다.
미친 부엌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크림짬뽕. 미친 부엌에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는데 음....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었다. 좀 더 고추기름 팍팍 넣고 매콤하면 더 맛있었을 텐데 국물이 밍밍해서 실망스러웠으나....
그 실망감을 잠재워준 친구가 있었으니..... 고등어 김초밥이었다. 사진으로 봐도 고등어 실한 거 보이시나요??ㅠㅠ 저 초밥을 입안에 가득 넣고 씹자마자 머리에서 상투스가 울렸다.ㅠㅠ 정말 오랜만에 울린 상투스..ㅠㅠ 여태껏 먹어본 고등어회는 쫄깃쫄깃 떡 같은 느낌이었는데 고등어를 어떻게 괴롭힌 건지 너무너무 부드러웠다. 저작기능을 1회 할 때마다 행복함이 입안에 퍼지는데... 뚱뚱이 오빠 또한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지 눈을 감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천천히 턱을 움직이고 있었다..ㅋㅋㅋㅋ 저게 2pcs에 8000원이라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는데... 하 돈 하나도 안 아까운 맛.ㅠ 다음에 제주도 가면 미친 부엌 꼭 간다!!!
첫째 날 저녁은 숙소에서의 만찬으로 끝이 났고 한라산을 마셔 술에 취한 우리는 빨리 잠에 들었다. 9시 영업제한만 없었으면 여기저기 더 쏘다녔을 텐데.... 망할 오미크론.....ㅠ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제일 기대한 소희픽은 하멜 치즈케이크다. 치즈케이크가 엄청 부드럽고 맛있는데 하루에 한정수량만 팔아 오픈 전부터 웨이팅을 해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오픈 시간이 11시지만 그보다 더 일찍 와서 줄을 서야 안정권이며 열심히 줄을 섰는데 내 앞에서 다 팔리면 사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 웨이팅을 하지 않고 사는 방법은 미리 예약을 하면 되나 전화나 온라인 예약은 불가능하며 현장 예약만 가능했다. 예약을 해도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가 없고 짧게는 5일 뒤, 길게는 7일 뒤에 받을 수 있었다. 고로 짧은 제주도 여행으로는 예약해서 받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다... 제주도에 웨이팅이 심한 치즈케이크가 있다?? 아직 인생 치즈케이크를 찾지 못했기에 어떻게 해서든 꼭 먹어보고 말겠다는 욕망이 속에서 드글드글 끓기 시작했다. 그래서 웨이팅이라면 질색하는 오빠를 졸라 웨이팅을 감행하기로 했다.
둘째 날 아침이 되었다. 전날 밤부터 하멜에 가야 하는 이유와 그로 인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 언제이며 늦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오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를 했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화장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니 벌써 10시가 되었다. 최소한 10시 30분에는 도착해야 먹을 수 있을 텐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차에 탄 후 내비게이션에 30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그때부터 치즈케이크를 먹지 못할까 봐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침도 포기하고 사러 가는데 몇 분 차이로 놓치면 너무 슬플 거 같아 그때부터 오빠를 마구 쪼아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 마음은 더욱더 조급해졌고 먹고자하는 욕망은 더더욱 커졌다. 그렇게 하멜에 도착을 했다. 하멜은 관광지가 아닌 제주시민들이 사는 주택가 한가운데 있었는데 위치를 힘들게 찾을 필요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줄 때문에 KTX를 타고 지나쳐도 알 수가 있을 정도였다... 차에 내리자마자 혹여나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날까 봐 헐레벌떡 뛰어가서 줄을 섰다.
10시 40분쯤 되니 가게 문을 열었는지 줄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줄이 줄어들고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웨이팅 때문에 내 몫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내 뒤로도 엄청나게 불어난 줄을 보고 저렇게 줄이 긴데 설마 내가 못 먹겠어...라고 안심하다가도 또다시 못 먹으면 어떠케ㅠㅠㅠ 하고 떨려왔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하고자 하면 하는 사람이지 않는가.. 그렇게 나는 하멜 치즈몽 한박스를 GET했다. 꺄아!!!
치즈몽을 차에서 먹을까 했는데... 힘들게 구한 이 케이크를 차 안에서 먹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먹기로 하고 따뜻한 커피를 테이크아웃한 후 그나마 제일 가까운 바다인 삼양 검은 모래해변으로 향했다.
삼양해변에 도착했을 때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 탓에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니라 조금 실망했지만 바다는 언제나 옳았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너무 추워서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먹는 나의 낭만적인 환상이 와장창 깨지고 몸을 달달 떨며 힘겹게 먹어야 했다.
하지만 치즈몽은 너무 맛있었다. 여태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 단연 최고였다. 엄청 부드러워 입안 가득 물면 그대로 스르륵 없어졌다.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인이 웨이팅 하는 가게는 역시나 틀릴 수가 없었다. 인생 치즈케이크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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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의 점심 식사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곰막식당으로 갔다. 곰막식당의 대표 메뉴는 성게국수 였는데 인터넷에서 국수 위에 가득 올려진 성게 사진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이 식당을 선택하게 되었다. 식당의 내부는 넓고 테이블도 많았지만 맛집답게 웨이팅이 있었다. 20분 정도의 웨이팅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고민 끝에 성게국수, 전복죽, 회국수 이렇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곰막식당은 평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맛있다는 사람은 존맛탱이라 했는데 별로라는 사람들은 '성게가 가득 올려진 비주얼만 보면 존맛처럼 보이나 생각보다 너무 맛이 없었다.'라며 혹평을 했다. 그래서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나온 음식들을 먹었는데!! 웨이팅이 있는 가게는 이유가 이따!!!!! 시킨 메뉴 전부다 성공적이었다. 특히 성게국수!! 성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성게국수를 입안에 넣자마자 입안 가득 바다향이 퍼졌다. 성게가 비릴까 봐 걱정했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롭고 맛있는 맛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전복죽도 내장을 가득 넣어 꾸덕꾸덕 진하고 맛있었고... 회국수가 진짜 가성비 내렸다. 회국수치고는 저렴한 12000원의 가격이었는데 회가 엄청 크고 두툼해서 입안 가득 회가 씹혔다. 곰막식당에서 제주스러운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