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이 천야오예 9단에게 발목을 잡혀 왔던 신진서 9단(오른쪽)이 삼성화재배 16강 맞대결에서 165수 만의 불계승으로 빚 하나를 갚았다.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
한국 3명, 중국 5명 8강행… 한중전 3승3패
삼성화재배를 통해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신진서 9단이 천적을 넘었다. 삼성화재배 첫 우승을 노리고 있는 박정환 9단은 난적을 뿌리쳤다.
31일 대전시 삼성화재 유성캠퍼스 특설대회장에서 열린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에 한국기사 6명이 출전해 3명이 승리했다. 한ㆍ중 2파전으로 형성된 가운데 중국은 5명이 8강에 올랐다.

▲ 박정환 9단(오른쪽)이 100수 부근에서 확실히 우세를 잡기 시작해 181수 만에 셰얼하오 9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국내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천야오예 9단을 꺾었다. 개시 4시간 5분께 상대가 자기 시계를 멈추면서 165수 만에 불계승했다. "불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원하는 포석은 짜여지지 않았지만 실리가 많아서 상대 스타일을 감안할 때 괜찮았다"는 국후 감상을 전했다.
신진서는 천야오예를 상대로 2승7패로 뒤져 있었고 세계대회 결승과 준결승에서도 각각 한 차례씩 패하는 등 갚을 빚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대국 중에서도 부담감이 엄청 많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승부에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2012년 입단해 현재 톱랭커에 자리해 있는 신진서 9단은 메이저 우승이 절실하다.

▲ 신민준 9단(오른쪽)이 리친청 9단과의 첫 대결을 208수 만에 불계승했다. 상대의 느슨함을 찔러 중반 초입부터 리드를 잡은 후 그대로 골인했다.
2위 박정환 9단은 1승2패에서 맞이한 셰얼하오 9단과 네 번째 대결을 제압했다. 잠깐씩 접전을 벌인 장면은 있었지만 불리했던 장면은 없었다.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은 세 차례의 4강(2010ㆍ2012ㆍ2014년)이 최고 성적이다. 4위 신민준 9단은 2년 연속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첫 대결을 벌인 리친청 9단을 완파했다.
그러나 5위 김지석 9단은 양딩신 9단에게 3패째를 당하면서 8강행이 좌절됐다. 13위 강동윤 9단도 탕웨이싱 9단과 역전, 재역전 끝에 석패했다. 대회 최고령(66세) 16강을 이뤘던 서봉수 9단은 2017년 대회 우승자인 중국랭킹 2위 구쯔하오 9단에게 막혔다.

중국은 자국기사 간의 16강전에서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커제 9단이 21위 타오신란 7단에게 시간패했다. 패색이 짙은 형세에서 시계를 눌렀으나 늦었다. 랴오위안허 8단은 황윈쑹 7단을 꺾었다. 타오신란과 랴오위안허는 삼성화재배 첫 8강.
이번 대회에 총 10명이 출전한 한국기사들은 32강전에서도, 16강전에서 전원 중국기사와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중전 스코어는 32강전에서 6승4패, 16강전에서 3승3패를 기록했다. 한국 3명, 중국 4명의 8강 구도는 전기 대회와 같다.

▲ 한국랭킹 1ㆍ2위가 등장한 두 판의 방송대국은 서로 끝난 시간이 달랐지만 네 명의 기사가 동시에 자리를 떴다.
다시 추첨으로 정한 8강전 대진은 신진서-랴오위안허(3:0), 박정환-탕웨이싱(8:7), 신민준-구쯔하오(1:2), 양딩신-타오신란으로 형성됐다(괄호 안은 상대전적). 8강전은 9월 1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제한시간은 2시간, 초읽기는 1분 5회.
1996년 창설 이래 24번째 시즌인 2019 삼성화재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4강패자 5000만원, 8강패자 2500만원, 16강패자 1250만원, 32강패자 500만원이다. 그동안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9회, 일본 2회. 2015년부터는 4년 연속으로 중국기사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 김지석 9단(오른쪽)이 상대전적 2패를 당해 왔던 양딩신 9단을 맞아 중앙 경영에 실패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172수 불계패).

▲ 연이틀 최장시간 대국을 벌인 강동윤 9단(왼쪽)이 탕웨이싱 9단과 역전, 재역전을 주고 받은 접전 끝에 석패했다.

▲ 난적을 넘어 첫 메이저 우승을 향해 한 발 더 옮긴 신진서 9단.

▲ 박정환 9단은 LG배 우승 경력의 중국기사 2명을 꺾었다.

▲ 2년 연속 8강으로 올라선 신민준 9단. 세계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LG배 4강. 한국랭킹 4위에 자리해 있다.

▲ 김지석 9단을 떨어뜨린 양딩신 9단. 올해 LG배 우승자이기도 하다.

▲ '유성불패' 소리를 들어왔던 삼성화재배의 강자 탕웨이싱 9단.

▲ 타오신란 7단에게 시간패한 커제 9단. 부동의 중국 1위이고 디펜딩 챔피언이다. 시간패한 시점에서의 AI 승률은 한 자릿수였다.

▲ 커제 9단을 잡은 중국 21위 타오신란 7단. 삼성화재배 첫 8강을 이뤘다.

▲ 랴오위안허 8단은 5번째 출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 삼성화재배 최고령 16강 진출로 화제를 일으켰던 서봉수 9단이 강호 구쯔하오 9단에게 113수 만에 불계패했다.

▲ 2017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구쯔하오 9단. 중국랭킹 2위에 올라 있다.

▲ 휴대폰으로 복기를 나누는 입단동기 신진서 9단과 신민준 9단.

▲ 승자의 여유를 즐기를 박정환 9단.

▲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이 가장 힘든 상대이다. 아직 많아서 이제부터 좀 더 집중하고 컨디션 관리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신진서 9단)

▲ 8강에서 붙는 선수끼리 악수 포즈를 취했다. 탕웨이싱 9단은 추첨 결과 박정환 9단의 상대로 결정되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 추첨장이 웃음바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