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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준화를 통한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 입시지옥과 학벌사회를 넘어 -
1. 머리말
교육열과 교육 모순에 비례하여 교육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사들의 의해 시작된 교육개혁 요구는 이제 대학교수들,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교사, 교수, 학생, 학부모의 교육개혁 요구와 교육부의 개혁안은 서로 엇나간 경우가 많았다. 특히 1995년 5.31 교육대개혁 이후 정부의 교육개혁은 신자유주의에 경도되어 교육의 공공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중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 지역균형 발전’을 교육정책의 기치로 내걸었으나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총체적 모순이라고 부를 만큼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비단 교육학자가 아니더라도 그 모순의 결절점은 대학입시제도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역대 정부가 대학입시제도 개선 정책에 골몰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방법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대학본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시험제도를 도입했으나, 일부에 그쳤던 학원 및 과외의 폭이 더욱 확대되었고, 공교육의 공동화를 저지하기 위해 고교내신제도를 도입했으나 사교육을 완화시키기는커녕 내신과외를 새롭게 등장시켰다. 대학입시의 본질은 강고한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무한경쟁에 있다. 모든 대학이 강고한 서열체제 속에 있는 한 학생은 한 단계라도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입학하려 하기 때문에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까지 입시개혁은 대학서열체제를 그대로 둔 채 경쟁의 방법만 바꾸려 했기 때문에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일렬로 된 대학서열체제에서 한 단계라도 위 서열의 대학에 모든 학생들이 입학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무한경쟁이 없어지겠는가? 대학서열체제의 해소가 대학입시제도로 표현되는 교육의 총체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매개고리이다.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한다는 것은 모든 대학의 서열을 없애고 평준화하자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이다. 모든 대학이 평준화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여러 대학들은 다양하게 특성화되고 서로 경쟁할 수 있을 때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다. 우리가 ‘대학서열체제’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 대학입시제도를 통해 신입생의 수준과 질(이는 수능점수로 표현된다)에 의해 서울대, 연고대, 수도권 소재 대학, 지방 국립대학, 지방 사립대학, 전문대학 순으로 대학의 서열이 고착된 것을 말한다.
이 대학서열체제 속에서는 학생들은 단 한번의 대학입시로 인생의 등급이 매겨진다. 이 때문에 중등학교는 오직 대학입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입시위주 교육은 중등교육의 황폐화로 나타난다. 대학입시의 관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학할 때의 서열에 따른 졸업장을 보장받는다. 대학에서 학과공부를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좋은 대학에 취직만 되면 열심히 연구하지 않더라도 행세할 수 있다. 대학서열체제 하에서는 대학 간에 진정한 경쟁이 일어나기 힘들며, 교육의 경쟁력 또한 올라갈 수 없다. 대학서열체제는 비단 교육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주의는 국민들의 가슴 속에 빗나간 우월감과 절망적인 열등감을 재생산하고 있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동원한 점수따기 경쟁은 계급재생산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서열화로 인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서민들의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명문 대학의 동문패거리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모순이 일정한 한도에 이르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모순의 폭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엽적인 해결방안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글에서는 대학서열체제가 입시지옥, 교육경쟁력 약화, 사회적 불의의 주범이라는 진단 하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개혁안으로서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제시하고 그 실현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1)
여기서 실현가능성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하나의 체계(system)로서 작동가능한가(feasible)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의 문제는 이 체계를 현재의 사회세력 간의 힘관계 속에서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realizable) 하는 문제이다.
2.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구축
1) 몇 가지 원칙들
-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방안은 대학교육의 공교육화를 통한 교육의 공공성 강화의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져 대학교육은 이미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2002년 인문계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이 87%에 이를 정도로 대중교육으로 전화했다. 대학을 기본적으로 대중교육으로 자리매김하고 학문연구기관으로서, 사회비판의 진지로서, 민중의 지적계발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는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과 질이 좌우하고 있으며 대학입시제도가 이를 매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입시제도가 개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서열체제 하에서 어떠한 대학입시제도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문제는 다시 대학서열체제 그 자체의 문제이다. 대학서열체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신입생 선발제도를 포함한 대학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이고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개혁안에는 중등교육과 대학 그리고 대학원의 일관된 편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 개혁안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가 국립대학제도의 개혁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이러한 고려 때문이다. 현재 국립대학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각 지역에 균형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지방 국립대학들 간에 교육여건의 차이도 크지 않다. 이에 비해 사립대학과 국립대학 간, 그리고 사립대학들 간에는 불균형이 심할 뿐 아니라 사립대학들 중에는 부실대학이 적지 않다. 따라서 국립대학의 개혁을 통해 사립대학을 추동하는 방향에서 개혁안이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열체제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 문제를 특별하게 고려할 필요도 있다.
- 현재의 교육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대립관계 속에서 실현 가능한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세력의 동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노무현 정부는 중등교육의 공교육화, 대학의 경쟁력 강화, 지역 균형발전 등을 교육정책의 목표로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방향에 역행하는 교육개방과 교육시장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WTO 교육개방양허계획안’,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부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해 시민운동에서는 ‘대학평준화운동’을 중요한 의제로 삼아 대치하고 있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한국교육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이기 때문에 정책 대안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 ‘학벌없는 사회’, 전교조, 문화연대 등 교육개혁운동에서 이제 ‘대학평준화’가 교육개혁의 핵심의제로 상정되어 있고 이 의제를 통한 개혁운동이 상승곡선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대학평준화의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이 글은 ‘대학평준화’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2)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의 핵심요소들
가. 학부제도
1)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기존의 국립대학들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구성한다.
- 대학서열체제의 핵심적인 축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간판 서열이다. 이 서열은 서울대-수도권대-지방 국립대-지방 사립대 순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축은 서울대- 비서울대, 수도권대-지방대의 서열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 국립대학의 위상을 현재의 서울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 2002년 현재 4년제 국공립 대학은 전국에 총 26개로 입학정원은 68,358명이며 교육대학을 합치면 73,000여명이다.2)
이 중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지방의 국립대학들은 대학의 규모나 교수 수, 학생 수에서 대체로 균질적이어서 격차가 크지 않다. 개혁안의 핵심은 이들 국립대학을 통합하여 대학개혁의 견인차로 삼는 것이다.
-대학서열체제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를 통합네트워크에 포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서울대폐지론’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은 현재 서울대 졸업장의 특권을 폐지하는 것일 뿐 서울대는 통합네트워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서울대학교는 학부생을 모집하지 않는 대신 학부를 통합 국립대학 학생들에 개방한다.
- 서울대학교는 대학서열체제의 꼭대기에 위치하기 때문에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위해서는 서울대 문제가 핵심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서울대 폐지론이나 서울대 독립법인화안 등은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서열체제의 모순으로 인해 서울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커지자 서울대 내부에서도 지역균형 선발제 등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러한 처방은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지역균형’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대에 집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서울대 학부 개방안은 2001년 4월 20일 장회익 교수 등 서울대 교수 20명이 공개적으로 제기한 안이다. 서울대 교수 20인이 제안한 ‘대학간 협력을 통한 학사과정 개방화 방안’은 “첫째로 연합 국립대학으로 하여금 세계 정상급의 연구 및 대학원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며, 둘째로 학사과정 교육에 관한 한 한시적으로(10년 시행 후 재검토) 서울대학교 명칭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내지 않으면서도 국내 최우수 교육기관 수준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정상화 특별법’을 제정하여 교육예산을 확보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 각 국립대학은 학부와 대학원을 두되 학부생 중의 일부를 일정기간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한다.
3) 지역의 국립대학들은 현재의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학구별로 통합하고 몇 개의 캠퍼스로 조직한다.
- 학구는 서울, 경기, 대전충남, 충북, 강원, 전북,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 울산경남, 제주의 11개 학구로 묶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인구와 생활권을 고려한 것이다.
- 현재 지방의 국립대학은 각 도별로 거점대학과 중소규모의 대학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 격차가 있고 분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3)
- 지방의 각 도시에 산재해 있는 국립대학들을 학구별로 통합하여 내적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학구별 통합은 현재의 학과들의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한다.
- 전체적인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조직은 각 학구별 대학과 학구 내의 도시 및 지구별 캠퍼스로 구성된다. 예컨대 경남대학 진주(혹은 제3) 캠퍼스, 경북대학 대구(혹은 제1)캠퍼스, 전남대학 순천(제2)캠퍼스와 같은 식이다.
4) 학부과정 4년으로 하되 1기과정(2년)과 2기과정(2년)으로 구분하여 운영한다.
- 1기과정은 인문/사회계열, 자연계열 두 계열로 나누고 각 계열에서는 교양과목과 전공기초과목을 개설한다. 기초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폭넓은 교양을 위해서도 교양과정을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사회의식을 높일 필요가 절실하다).
- 1기과정 2년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국립대학 일반학사학위’를 수여한다.
- 1기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전공을 선택하여 2기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다.
- 2기과정은 전공학과들로 편성한다. 전공학과에는 인문학부, 사회과학부, 자연과학부, 공학부, 농학부, 해양학부, 가정학부 등의 학부를 두고 완전한 학부제로 운영한다. 지금도 일부 대학이 학부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학부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폐해가 크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학과제도를 사실상 그대로 둔 채 학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제가 제대로 시행되면 학생들은 각자의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복수전공, 부전공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이러한 장점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들은 거의 학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부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공학과로 고착된 학교 교수들의 제 몫 챙기기 내지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부과정에서는 학과 자체를 없애 완전한 학부제로 운영하고 학과는 대학원에만 설치해야 한다.
- 학부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전공(복수전공, 부전공 포함)이 포함된 ‘국립대학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일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5) 법대, 사범대, 경영대, 의대(치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 전문직을 위한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이 과정들을 전문대학원에 설치한다.
- 현재 대학입시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은 법대, 의대 등 전문직종에 진출할 수 있는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사이의 격차이다. 이로 인한 대학입시에서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이들 학부를 폐지하고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 현재의 교육대학들과 교원대학은 학부를 폐지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며, 지역별 인구비율에 따라 입학정원을 조정한다.
나. 대학원 제도의 개편
1) 대학원은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으로 구분한다. 학문을 위한 일반대학원은
대학별 특성화를 유도한다.
- 학문을 계속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일반대학원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분야의 학과들과 공학, 농학, 가정학 등 응용학문 분야의 여러 학과들을 둔다.
- 서울대학교를 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하여 최고 수준의 일반대학원으로 육성한다.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개편하는 문제는 서울대의 자체 발전계획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되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성과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교수들이 학벌 기득권에 안주하려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울대가 학부 정원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서울대 개혁에 대한 사회의 압력이 거세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 정원을 감축해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더라도, 서울대는 좀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대학서열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대학서열체제 혁파를 위해서는 서울대에서 학부를 완전히 없애 서울대를 대학원대학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대학원교육과 학부교육의 연계성을 고려해 학부를 개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각 학구의 국립대학은 자연스럽게 분야별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구 내에 분산되어 있는 동일 전공의 교수들이 한 대학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나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거나, 교수교환제도를 통해 대학들을 학문분야별로 특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반대학원에는 석사과정(2년)과 박사과정(2년)을 두며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할 때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출신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는 사립대학을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편입하기 위한 하나의 유인책이 될 것이다.
2) 전문직업을 위한 전문대학원은 학구별로 인구비율에 따라 입학정원을 조정한다.
- 전문대학원은 2-3년 과정으로 하고 법학대학원(3년), 행정대학원(2년), 외무통역대학원(2년), 교육대학원(2년), 경영대학원(2년), 의학대학원(3년), 치의학대학원(3년), 한의학대학원(3년), 수의학대학원(3년), 약학대학원(3년) 등을 둔다.
- 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소정의 시험을 거쳐 각 전문직종의 자격증을 부여한다. 고급공무원임용제도(고시제도)를 개혁해 전문대학원 졸업자에게만 공무원임용자격을 부여한다. 각종 고시를 통한 고급인력채용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절실하다.
- 전문대학원은 ‘지역군형인재등용제도’와 연계해 학구별로 인구비율에 따라 입학정원을 조정한다.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 각 학구별로 교육대학원을 두어 각 학구 내의 중등학교와 초등학교 교원을 양성한다. 현재의 사범대학 및 교육대학체제와 교사임용제도는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 고육책에 불과한 교원임용고사에 의한 교사임용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중등학교와 초등학교의 교사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교육대학원 졸업생(석사) 중에서 선발함으로써 교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다. 대학입학제도
- 대학서열체제가 재생산되는 핵심고리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이다. 대학입시제도의 혁명적 조치가 선행하지 않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모든 대학입시 개선안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것은 현재의 무한 입시경쟁이 입시방법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별 본고사제도에서 수능시험제도, 내신성적제도 등으로 아무리 입시방법을 바꾸더라도 서울대, 연고대, 수도권 대학, 지방대학 등으로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조건에서는 모든 학생이 한 등급이라도 올라가려는 무한경쟁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대학서열체제 자체를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대학서열체제 자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 입시경쟁으로 나타나는 현행의 대학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 사립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의 입시를 평준화하자는 대학평준화안(김경근, <대학서열깨기>, 1999)이 제시되어 있지만, 이 안은 국립대와 사립대, 사립대학들 간의 심각한 불균등성으로 인해 현실화되기에 어려움이 크다. 이에 비해 국립대학들은 상대적으로 평준화되어 있으므로 지방 국립대학들을 서울대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국가의 지원이 따른다면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를 통한 대학입시 평준화는 의외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작동하면 당장에는 대학서열체제의 정점인 서울대 입학정원 4천여명이 국립대학 입학정원 7만여명으로 확대되어 경쟁이 현저히 완화될 것이다. 또한 법대, 의대 등에 입학하려는 경쟁은 대학입학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 지금은 서울대 입학정원인 4천등 안에 들려고 하고 나아가 법대나 의대 입학정원인 100 등 내지 200등 안에 들려고 무한경쟁을 벌이지만,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실시되면 이제 전국에서 7만등 안에만 들면 되기 때문에 경쟁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학부 신입생 선발 방법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 학부입학제도
1) 대학입학자격은 현행수능시험을 폐지하고(현행 수능시험을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대체), 고교내신 성적과 계열별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총 입학정원 계열별로 부여한다.
- 현행 수학능력시험은 모든 수험생들을 점수로 일렬로 세움으로써 무한 입시경쟁을 야기하고 대학서열체제를 고착화시키는 핵심적인 매개고리이다.
2) 대학입학자격시험의 종류는 인문/사회계, 자연계 두 계열로만 나눈다.
- 학생들의 신중한 전공 선택을 위해서 그리고 모집단위를 확대함으로써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계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3) 신입생 선발의 단위는 대학별.학과별이 아니라 전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총 정원으로 한다.
- 2002년 현재 4년제 국립대학의 총 정원은 교육대학을 포함하여 73,000명이며, 사립대를 합치면 약 32만 명이다. 현재, 국립대학 전체와 일정한 수준을 갖춘 사립대학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편입되면 총 정원은 약 20만 명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4) 학생들은 내신성적 또는 계열별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입학 총 정원 수 안에 들면 국립대학에 입학한다.
- 학생들의 성적은 당락만 중요하며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대학입시에서와 같은 무한경쟁은 획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현재는 수능시험에서 1등부터 꼴찌까지 1열로 줄을 세워 대학서열별로 진학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든 학생이 무한입시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개혁안에 의한 대학입학에서는 자격시험에 당락이 걸려있는 일부의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5) 중도탈락자를 고려하여 계열별 입학정원은 졸업정원의 150%(약 30만 명)로 한다.
-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학사관리를 하면 중도 탈락자가 발생할 것이고, 학부 2기 진입과정에서 전공분야별 불균형이 생길 것이므로 입학정원을 졸업정원보다 많게 할 필요가 있다.
6)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은 지망 계열을 지원하고, 이 중 각 계열 대학입학정원의 70%(고교내신성적 상위 약 21만 명)를 고등학교 내신성적으로 선발한다.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 원칙적으로 대학입학자격을 고등학교 내신성적에 의해 부여한다. 이렇게 될 때 중등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다.
7) 계열별 입학정원 중 30%는 별도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해 입학자격을 부여한다.
- 원칙적으로 모든 신입생을 내신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중등교육 내실화와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등학교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 학생,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 특수목적고 등 특수 고등학교의 존재 등을 고려할 때 일정 비율은 대학입학자격시험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
- 대학입학자격시험에는 고등학교 졸업(졸업예정자)의 학력을 가진 모든 사람이 응시할 수 있다. 다만, 대학입학자격시험 응시횟수를 3회로 제한한다.
- 각 계열별 고교 내신성적으로 선발된 학생들(70%)과 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자들(30%)이 대학입학 자격을 갖는다.
8) 대학입학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먼저 1,2,3지망으로 대학(캠퍼스)을 지원해 대학을 배정받고, 정원이 초과되어 대학을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추첨을 통해 배정받는다.
-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에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기존의 대학서열로 인해 몇몇 대학에 학생들이 집중됨으로써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순으로 대학을 배정한다면 입시 과열경쟁을 해소할 수 없다. 현행 고등학교 입학과 같이 추점의 방식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 서울대학교가 학부생을 모집하지 않고 각 국립대학이 대체로 교육여건이 균질화되어 있으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학구에 진학할 것이므로 추첨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는 소수에 국한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나중에 보듯이 입학한 학생의 학적만 추첨에 의해 배정되고 학점 이수는 원하는 대학(캠퍼스)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9) 학부 2기과정의 각 학부(인문학부, 사회과학부, 자연과학부, 공학부, 농학부, 해양학부, 가정학부 등)는 학부 1기과정 이수자 중에서 무시험 서류전형으로 진입생을 선발한다.
- 서류전형은 학부 1기과정 학점 이수 과목과 성적을 토대로 한다.
학부 2기과정의 각 학부 진입생은 50%의 범위 내에서 다른 캠퍼스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발 한다. 이는 대학입학 과정에서 추첨에 의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통합네트워크의 개방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 대학원입학제도
1) 전문대학원은 학부과정 이수자 중에서 학부과정 성적(50% 반영)과 별도의 선발시험점수(50%)를 근거로 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 우리 개혁안에서는 전문대학원 입학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선발 경쟁을 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므로 선발시험제도가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부과정 성적을 중요하게 반영해야 한다.
- 전문대학원은 지역균형인재등용제도의 취지에 따라 동일 학구의 학부 출신에게 우선권(80%)을 부여한다.
2) 일반대학원은 학부과정(1기과정 및 2기과정)의 성적으로 중심으로 한 서류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 일반대학원 입시에서 다소간의 경쟁이 있겠지만, 대학원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이 국지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학부성적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므로 학부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에서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학부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원 입시에 학부에서의 학업성취(성적)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 대학원의 각 학과는 신입생 선발에서 다른 대학(캠퍼스)출신 학생에게 50% 범위 내에서 우선권을 부여한다.
3) 대학원의 특성화를 위해 위의 원칙 하에서 각 대학원의 전공학과에 최대한 자율적인 신입생 선발권을 부여한다.
- 대학원 과정에서는 캠퍼스 간에 자연스런 경쟁이 일어나 특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입생 선발에서도 교육단위에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라.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운영
1) 대학 학적과 관계없이 모든 졸업생에게 동일한 ‘국립대학 학위’를 수여해, 졸업장이 아니라 성적표가 사회적 평가의 기준이 되도록 한다..
- 이를 통해 대학졸업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학벌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은 입학과 졸업한 대학(캠퍼스)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이수과목과 성적)에 따라 사회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성적표에는 재학연한, 이수과목(수준별), 성적(상대평가), 담당교수(학점실명제) 등이 기재되어야 하고, 대학 성적표가 대학원 진학, 취업 등에서 유일한 평가기준이 되므로 학생들은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내의 어떤 대학(캠퍼스)에서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학생들이 다른 학구의 대학이나 캠퍼스에서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 학생들이 학적을 두는 대학(캠퍼스)과 학점을 이수하는 대학(캠퍼스)을 구분한다.
- 모든 국립대 학생들은 통합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만큼 원하는 대학(캠퍼스)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가 개방되어야 한다.
- 각 캠퍼스는 50%의 범위 내에서 다른 대학(캠퍼스)의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을 우선적으로 개방한다.
- 특정 대학의 특정 강의에 학생들이 집중될 경우에는 수강인원을 제한하고 수학 연한과 성적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상대평가를 도입해 학생들의 집중을 막고 적정한 수강생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3) 서울대학교는 학부과정 강의를 개설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학생들에게 개방한다.
- 서울대학교가 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하면 장차 여기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대 학부강의 수강 희망자가 많을 것이다. 서울대는 학부 2기 과정(전공과정)을 중심으로 강의를 개설하고 통합네트워크 학생들에게 개방한다.
- 특정 강의에 학생들이 집중 될 경우 학생들의 수학 연한과 성적을 기준으로 해 수강인원을 적정한 수준에서 제한한다. 이 경우 상대평가제를 통해 수강생의 집중을 완화한다.
4) 대학평준화로 인한 학생들 사이의 실력 차이에서 오는 교육의 수월성 문제는 동일한 교과목에 대해 수준별로 복수 강의를 편성함으로써 해소한다.
- 특히 수학, 어학 같은 기초도구 과목과 자연과학분야의 과목은 고급, 중급 등 수준별로 편성하고, 성적표에 이수과목의 수준이 나타나게 한다.
5)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대학의 엄격한 학사관리가 필수적이다.
-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기본적인 취지는 대학입학의 문을 열되,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자는 것이다.
-교수는 강의계획서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강의평가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성적 평가는 상대평가제를 원칙으로 하고 특수한 교과목에서는 통과-낙제제도를 도입한다.
-학생들의 다음 학기 수강신청 우선순위는 직전 학기의 수학 연한과 성적을 기준으로 정한다.
- 학부 1기와 2기에 각각 유급제도를 도입하여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유급시킨다. 2회 연속 유급할 경우에는 탈락시키고 총 재학연한을 제한한다.
-전공별 졸업시험제도를 도입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학사학위를 표준화한다.
6) 대학 공교육 체제의 원칙 아래,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무상교육으로 전환한다.
- 대학의 공교육화를 위해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가재정을 고려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편입된 사립대학들도 물론 국립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등록금이 조정되어야 한다.
7) 교수임용제도를 개선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속한 대학 교수들의 상호교환제도를 확충한다.
- 교수 채용 시, 사립대 이사장이나 총장 및 해당학과 교수들의 연고주의 및 이해관계에 따른 교수채용비리 등을 개선하기 위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차원에서 학문분야별 교수채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신임교수를 채용해 각 대학에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국립대 통합네트워크가 시행될 경우 새로 생길 수 있는 대학원 학벌주의와 연고주의를 막기 위해 신임교수 채용시 동일 대학원 출신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 각 대학들의 특성화를 위해 교수교환제도를 대폭 확대한다.
8) 국립대학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신입생 통합선발을 제외한 모든 학사를 각 대학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자칫 중앙집권적 대학운영으로 오해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신입생의 선발에만 관여하고 각 대학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대학간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를 위해서는 단위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대학평의회 같은 의사 결정기구를 설치해야 하며, 이를 구성하는 교수회, 학생회, 직원협의회 같은 대학자치기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9) 대학에 학사관리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사립대학이 교육의 공공성 실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 사립대학의 온갖 비리와 부실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입학생 선발을 제외한 모든 학사관리의 자율성을 각 대학에 보장한다.
마. 부대적 제도개혁
1). 지역균형 인재등용제도와 고시제도 개혁
-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고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가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균형 인재등용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 정부는 여성할당제와 같이 한시적으로 각종 공무원 채용에서 대학출신별 지역할당제를 도입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 여기에는 법관, 검사, 행정사무관, 외교관, 하급행정공무원 등 모든 공무원 채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 공무원 채용 지역할당제는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를 정착시켜 무한 대학입시 경쟁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 또한 정부의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의 경우에도 지역 균형 등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 현행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기술고시 등 각종 고시제도는 대학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고급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각종 고시의 지원 자격을 전문대학원 졸업자로 한정하고 전문대학원 학생을 대학에서의 학문성취도를 통해 선발하면 대학교육이 정상화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2). 사립학교 제도의 개혁
- 현행의 입시제도가 국립과 사립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사립대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립대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보완적 조치가 필요하다.
가) 대학의 공교육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원칙에 따라 사립대학을 국립대로 전환하거나 편입을 유도한다.
- 국립대학 학구별로 대학진학 희망 학생 비례로 국립대학 입학정원의 상한과 하한을 정하고, 그에 맞추어 일정한 기반시설과 수준이 되는 사립대학을 국립대학으로 편입한다.7)
- 일정한 기반시설과 수준에 미달하는 대학은 전문대학으로 유도한다.
나) 사립대학의 국립으로의 전환이나 편입은 강제적인 조치가 아니라 국립대학 네트워크에 대한 국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할 것이다.8)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기반이 우수한 몇몇 사립대학은 국립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사립대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도록 대학원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렇게 되면 사립대학과 국립대학네트워크 사이에 바람직한 학문적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 사립학교법의 악법 조항을 개정하여 사립대학이 교육의 공공성 실현에 참여하도록 한다.
- 현재 사립대학들은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교육의 공공성은 뒷전이고 재단 관계자들의 영리추구의 수단이 되고 있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부실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엄연히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 마치 사적 소유물인 것처럼 취급되고 있으며, 대학부지의 매입이나 건물의 신축 등을 통해 온갖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
- 사립학교법은 사립대학의 이러한 비리와 부실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조속히 개정되어야 하며, 돈벌이를 위해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대학교육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라) 수도권의 경우 사립대학의 국립으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신설 국립대학을 설립한다.
- 수도권에는 현재 국립대학(공립대학 포함)이 적은 데다가 서울대학교 학부를 폐지할 경우 불균형은 더욱 심할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에는 과도기적으로 역차별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으나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사립대학의 국립화를 적극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신설 국립대학을 설립한다.
3) 조세제도의 개혁
- 대학교육의 공교육으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수준의 대학교육을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할 때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규모는 입학정원 30만 명 기준으로 약 7조 원이다. 현재 정부 교육 예산의 약 30%를 증액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혀 충격을 주지 않고 교육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
- 2003년 현재 교육비 지출액은 GDP의 13%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입학정원 기준으로 32만 명(전문대를 포함하면 약 60만 명)의 대학교육비를 어떤 식으로든 감당하고 있다. 이중 정부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뿐이다.
- 궁극적으로 무상교육을 해야겠지만, 대학 등록금 정책을 통해 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몇단계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학부모에게 추가 부담을 거의 주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등록금 수준을 현재의 국립대 등록금과 사립대 등록금의 평균 정도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가 추가재정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등록금을 현재의 국립대 수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약 2조 8000만 원 정도의 추가재정이 필요한데, 이 규모는 현재 교육재정의 약 10% 수준이다. 이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재정지원을 늘려간다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로, 영국처럼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부과하되 전액을 정부가 대여해주고, 학생이 졸업해 일정한 소득을 갖게 되었을 때 조세형태로 상환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 교육재정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이 개혁안이 실시될 때 절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를 교육세로 환수함으로써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사교육비의 규모는 공교육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과도하다.
- 부유세(민주노동당 안) 등과 같은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완벽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세제도 개혁이 따라주어야 하지만, 조세제도 개혁 없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3.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기대효과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다음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효과가 나타나 교육의 공공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다.
1) 입시위주의 교육이 지양됨으로써 중등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다.
- 국립대학 네트워크가 실현되면 입시경쟁은 무한 입시경쟁에서 자격시험의 당락 주변에 있는 학생들로 경쟁이 제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등학교에서는 입시위주 교육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 자연스럽게 중등교육이 정상화되고 교사들은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 중등학교의 수준별 교육도 큰 저항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의 수월성도 제고될 것이다.
- 현재의 특수목적고가 또 다른 대학입시 준비기관을 벗어나 특수목적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영재 교육도 별다른 사회적 저항 없이 가능해질 것이다.
-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로 학벌주의가 타파되면, 실업고등학교가 정상화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2) 서열에 의한 대학평가가 교육 내용과 질에 의한 평가로 대체될 것이므로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현저히 강화될 것이다.
-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는 입학할 당시의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 서울대를 입학하면 대체로 졸업하게 되고 서울대 졸업장이면 많은 것들이 보장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문 대학의 졸업장을 따기 위해 진학한다.
- 이른바 명문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어차피 졸업하게 되어 있으므로 열심히 공부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반면, 하위권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실망감과 열패감으로 더욱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
- 상위권 대학 학생들 중에는 학과 공부는 제쳐두고 고시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지방대학이나 하위권 대학 학생들은 대학졸업장으로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준비 등 취업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로 인해 대학의 강의는 황폐화되었다.
- 명문대학 교수들은 적당히 가르쳐도 우수한 학생들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 하위권대학에는 교수들은 열심히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우수한’ 학생을 배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강의 의욕을 잃을 뿐 아니라, 연구를 보조할 우수한 대학원생을 확보하기 힘들어 연구의욕을 상실하기 일쑤이다.9)
-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서열체제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유학을 떠나 대학원 교육이 공동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대학입시에서의 무한 경쟁이 완화되는 대신에 대학 입학 후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 간에 경쟁이 형성될 것이므로 대학교육 경쟁력이 현저히 제고될 것이다.
- 대학의 졸업장이 아닌 대학에서의 학업성취가 중요한 사회적 평가기준이 될 것이므로 대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 대학입시 평준화는 대학의 평준화와는 다르다. 거꾸로 대학입시의 평준화는 진정한 의미의 대학의 경쟁을 촉진시켜 자연스럽게 다양한 대학의 다양한 학과들이 특성화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 대학입시 경쟁이 완화됨으로써 대학원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대학원의 전공이 세분화되어 있는 데다가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학부에서의 학업성취를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3)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학벌주의가 타파되고 능력에 의해 평가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 고교 평준화로 고등학교 학벌이 중요하지 않게 되자 대학의 학벌이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열등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는 어떤 학과를 나오더라도 같은 대학이면 동문들을 끌어들이는 학벌주의의 폐단은 극에 다다랐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대학을 평준화하는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을 조장함으로써 각 분야별로 능력에 따른 차별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 대학졸업장 자체가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학벌로써 사람을 평가하는 관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 대학원의 경우는 분야가 세분화되고 숫자가 적어질 것이므로 설혹 동문조직이 잔존하더라도 현재의 명문대 동문 학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4) 교육인구로 인한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고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일차적으로 정치경제적 집중에 의한 것이지만 대학교육체제가 강화시킨 측면이 크다. 대학서열체제의 상위권 대학들이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수도권에 대학 설립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교육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 실패로 끝난 미봉책에 불과하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핵심 축이 지방에 소재하는 거점 국립대학들이 될 것이므로 지방 출신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거의 사라질 것이다.
- 오히려 서울에 국립대학의 숫자가 적으므로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당분간은 서울 학생이 대학진학을 위해 지방으로 분산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5) 사교육비가 대폭 축소됨으로써 교육기회의 형평성이 제고될 것이다.
-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은 대학입시를 둘러싼 사교육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하면 2000년 대학등록금 포함한 공교육비는 33.5조원인데 사교육비는 37조원이었다.
- 뿐만 아니라 소득의 차이에 따라 사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이는 다시 대학입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교육기회의 불평등현상이 확대되었다.
-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수능시험이 폐지되고 고등학교 내신 성적에 의한 선발로 대체될 것이므로 사교육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 또한 모든 수험생들을 일렬로 세우는 무한입시경쟁이 자격시험 당락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현저히 줄어들어 사교육의 필요성이 극히 제한될 것이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총입학 정원 안에 드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따로 입시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자격시험 당락선 근처에 있는 소수들만 경쟁을 벌일 것이다.
6) 노동시장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는 대학교육이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본연의 기능으로 정상화될 것이다.
- 대학평준화가 이루어져 대학의 서열이 없어지면 학문이나 전문직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 대학이 학벌이 아니라 학문을 위한 장으로 전화되면, 노동시장으로의 진출에 유리한 전문대학의 수준도 올라가고 교육도 정상화될 것이다.
7)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 무상의 국립대학을 다수에게 개방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기회의 폭을 넓히고 계층이동의 기회를 확대할 것이다.
- 국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강자의 논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정당성이 제고되고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8) 외국의 교육시장 개방압력을 견뎌낼 수 있고 정체성 있는 교육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 현재의 대학제도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와 밀려드는 개방압력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는 고등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교육이 국가부문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서비스 개방 대상 목록에서 배제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개방화 흐름을 저지하거나, 개방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대학의 공공성에 입각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전문대학원 제도를 통해 국내 대학제도의 틀 안에서 전문인력의 양성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개방압력에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4. 실현가능성과 실천 방안
- 우리의 개혁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최종적인 기구는 공교육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정부)이다. 우리의 개혁안인 부분적인 개혁안이 아니라 전면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국가는 충돌하는 여러 사회세력들의 힘관계 속에 있다. 따라서 개혁안의 실천을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세력들의 힘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개혁안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세력을 형성시켜야 한다.
- 우리의 개혁안에 대해서,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 공동화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들, 대학서열체제로 연구와 강의 의욕을 잃고 있는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학의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압도적인 국민들이 환영할 것이다.
- 그러나 현재의 대학서열체제에서 이익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의 사회적 저항이 예상된다. 여기에는 서울대 교수와 동문들, 부실 사립대학의 이사장들, 학원관계자 등 입시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포함된다.
1) 이해 당사자들의 분석
가. 고등학생
- 입시지옥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고등학생들과 중학생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우리의 개혁안을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마찬가지일 것이다.
- 현재의 상황에서 이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잠재적 동조세력이 될 것이다.
나. 학부모
- 학부모 중 일부 상류층은 우리의 개혁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상류층은 거액의 과외비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의 대학서열체제 하에서 상위권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켜 자신들의 계층적 지위를 세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특권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지위와 특권을 뒷받침하는 모교의 명성이 사라지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이들 소수를 제외한 압도적인 다수의 학부모들은 우리의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다수의 학부모는 자녀들이 청년기에 대학입시로 인해 좌절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며, 사교육비 지출의 획기적 감소 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학부모들은 다만 지금까지 교육정책에서 개별적인 수준에서 수동적인 적응자로서 행동해 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대학제도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해 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개혁안이 실현 가능하다고 인식되면 우리 개혁안에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 학부모들을 개혁운동의 주체로 내세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 교사
- 중등학교 교사들은 입시지옥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중등학교가 완결된 교육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거의 전적으로 대학입시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의 개혁안은 무한경쟁의 대학입시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중등교육의 자율성을 제고하여 교사들은 인간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 교육 주체 중에서 교사들은 가장 잘 조직되어 있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파시즘적 교육통제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수세적으로 저항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대중조직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전교조는 이제 과거의 수세적인 저항운동에서 공세적인 개혁운동에 주체로 나서야 할 때이다.
마. 대학교수
- 서울대학교 교수들: 서울대학교는 대학원 대학으로 거듭남으로써 더욱 위상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와 한국교육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서울대학교 교수들은 우리의 개혁안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10)
다만 현재 대학서열체제가 주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는 있다.
- 지방 국립대학 교수들: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상당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방 국립대학의 교수들은 이를 적극 환영할 것이다. 현재의 지방 대학 교수들은 훌륭한 교육여건과 교수들의 자질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지 못하여 강의와 연구의 의욕을 잃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립대학 네트워크에서 교수들은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교육할 기회를 가질 뿐 아니라 연구에 조력을 받음으로써 연구와 강의의 의욕이 올라갈 것이다. 나아가 각 국립대학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런 특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국립대학 교수들의 교환제도를 통해 특성화된 국립대학에 협력할 수 있는 교수들이 모여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방 국립대학 교수들은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중요한 수혜자인 만큼 이 개혁안의 실현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상위권 사립대학 교수들: 상위권 사립대학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상위권 사립대학은 자율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서울대학교의 존재로 인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수능 점수에 의한 입학생 모집을 계속하고 있다. 기부금 입학정도를 주장할 뿐,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다음으로 누리던 기득권을 일단 국립대학 네트워크에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학부가 없어진 만큼 만년 2,3위의 자리에서 벗어나 실력을 통해 가장 좋은 명문대학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없지도 않다. 교수들이 국립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을 원한다면 국립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다.
- 중하위권 사립대학 교수들: 중하위권 사립대학은 국립으로의 전환의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다. 사학재단은 저항을 크게 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립대학으로의 전환 시에 고용승계만 확실히 보장된다면 교수들이 굳이 저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바. 대학생
- 이른바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개혁안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다.
- 그러나 중하위권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우리의 개혁안이 학벌사회를 타파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것이다.
- 특히 지방 국립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자신들의 모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므로 크게 환영할 것이다. 이들은 개혁안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주체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 사립대학 재단
- 사립대학 재단은 우리의 개혁안에 중요한 저항세력이 될 것이다. 견실한 사립대학 재단은 현재의 명문대학으로서의 명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개혁안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 지방에 산재한 부실 사립대학 재단은 존립의 기반을 거의 잃을 것이다.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는 간판 사회를 실력사회로 바꿀 것이므로 단순히 대학졸업장을 받기 위해 진학하는 학생들을 줄여 이러한 부실 대학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국회 문공위원회에는 사립대학 이사장들이 포진하여 사립학교법 개악을 주도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다. 이들이 현재의 대학서열체제 재생산과 부실 사립대학 양산의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이다. 이들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아. 사설학원
- 사설학원은 이러한 개혁안에 가장 큰 저항세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저항은 명분을 갖기 어려우므로 돌파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 사설학원의 교사들을 공식 교육의 보조교사로 채용함으로써 사설학원 자본으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
- 요컨대 대학개혁의 이해 당사자 대립구도는 특권층 학부모와 명문대 동문조직, 사립대학 재단, 사설학원 등 소수의 기득권층을 한편으로 하고, 압도적 다수의 학생, 학부모, 교사, 교수들 사이의 대립구도라고 할 수 있다. 세력관계로 볼 때는 다수를 불행하게 만드는 현행 대학서열체제는 존립할 수 없다. 그것이 존립하는 것은 지배의 문제이다. 이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산된 힘을 모으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자. 교육학 권력
- 교육학 권력이란 교육부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교육관료와 그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교육학 교수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교육학 권력은 교육권력을 장악하여 우리 교육의 모순을 확대재생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교육과정과 시험을 양산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또다시 다른 제도를 연구하고 시행해오는 과정에서 교육관료들은 교육학자들과 공모해 이른바 ‘교육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재원과 이권을 주물러왔다. 이들이 국가가 관리하는 수학능력시험을 놓지 않으려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 교육학 권력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교육부는 잘못된 교육행정체제를 통해,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지휘, 통제하는 기능을 해왔고, 그 권한을 5급 교육행정시험에 합격하여 교육관료나 교육부 사무관이 된 뒤, 연수를 명목으로 미국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서는 교육학자로 변신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교육부 중심의 교육학 권력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교육개발원, 교육과정평가원, 직업능력개발원 등 방대한 규모의 연구기관들을 거느리며, 각종 정책연구 프로젝트를 교육학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교육학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주하는 각종 정책연구들이 교육학자들의 돈잔치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이 교육학 권력의 핵심에는 서울대 사범대학 학벌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은 교육학 권력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자체가 그들의 해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완강히 개혁안을 거부하며 저항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거부논리가 교육학 권력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는 점을 적절하게 대응하며 대중들에게 폭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실천방안
- 우리의 개혁안은 부분적 개혁안이 아니라 전면적인 개혁안이다. 따라서 기술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에 의한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 지역균형발전과 대학경쟁력강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의지만 있다면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에 당장이라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권력기반이 취약하고 그 반대세력이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에 현실로 옮기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기득권층의 저항과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당장 위로부터의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을 통해 변화의 힘을 형성해야 한다.
-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은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결합으로 가능할 것이다.
가. 국민 대중의 여론을 환기하고 ‘대학평준화’ 담론을 확대시켜야 한다.
- 2003. 4월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문화연대, “교육공공성 강화와 공교육 개편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
- 2003. 9월 23일- WTO 교육개방저지와 공교육개편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준) “대학서열화 철폐, 대학공공성쟁취를 위한 전국 대학토론회”
- 현안 교육투쟁 과제를 통해 대중을 결합시켜야 한다.
1. WTO 교육개방 저지투쟁 - 현재의 조건에서 교육개방양허계획안을 저지해야 한다. 개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공교육의 붕괴와 교육의 상품화일 뿐이다.
2.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저지 투쟁 - 국운법은 기본적으로 국립대학을 사유화하고 기업식 이윤추구의 논리로 내모는 악법이다.
3.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 - 이 법률안은 기업에 대학을 종속시킬 위험성을 크게 안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는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을 기업에 종속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나. 교육개혁운동 주체의 정립
- 전교조, 학부모회, 학생회, 교수노조, 학벌없는 사회 등 시민운동 단체, 노동조합
-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중등교육의 개혁 노력들은 입시경쟁의 벽을 뚫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교사들은 대학서열체제가 강요하는 입시위주 교육이 중등교육 개혁에서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학개혁 요구로까지 나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전교조 운동의 수세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등교육의 개혁을 위해서도 교사들은 이제 우리나라 전체 교육체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공세적인 운동으로 나서야 한다.
- 학부모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학부모는 과중한 공교육비(약 50%)와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음에서 불구하고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에서 소외되어 왔다. 오히려 언론에서는 치맛바람, 과열과외를 조장하는 주범인양 몰아치고 교육당국에서도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교육개혁의 걸림돌인 것처럼 개탄하기도 한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돈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의식은 잘못된 입시제도의 피해자들의 자구책으로 나온 것이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잘못된 입시제도와 교육이 학부모를 이기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지 그 역이 아니다. 학부모 단체는 ‘학부모 헌장’과 같은 자책에서 벗어나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권리를 공세적으로 주장해야 할 것이다.
- 대학생들은 대학개혁운동을 학생운동의 주요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부실대학에서 학생들은 재단 비리에 대한 투쟁을 벌여왔으며,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생들은 매년 학기초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을 조직해 왔다. 이러한 투쟁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대학체제 속에서 나타나는 모순에 대한 수세적 투쟁의 성격을 띤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자신에 속한 대학 내에서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수세적 투쟁에서 벗어나 ‘대학교육의 공교육화’라는 원칙 하에서 전면적인 대학개혁운동을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 운동은 그 중요한 매개고리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지방 국립대학 학생들이 연대하여 선두에 나설 필요가 있다.
- 대학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특히 지방 국립대학 교수들은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의 중요한 수혜자인 만큼 이 개혁안의 실현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교수노조는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중요 의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 교사, 학부모, 학생,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이 높아지고 교육개혁의 의제가 정치운동의 수준으로까지 진전될 때 우리의 개혁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정권 차원의 결단을 촉구할 수 있다.
- 2003. 10월 11일 ‘WTO 교육개방저지와 공교육개편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결성이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5. 맺음말
교육모순은 이제 거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우리 개혁안의 핵심 구상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한다. 교육문제에 대해 조금 심각하게 고민해 본 사람들은 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착화된 ‘대학서열체제’라는 현실의 벽이 두껍다. 이 벽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앉고 만다.
피해의식이나 열등의식, 숙명이나 체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이다. 모순은 무르익었고 모순의 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다. 누가 하든 어디서든 시작해야 한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서울에서 시작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 지방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의 교사들과 학부모들, 지방 국립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시작하여 교육개혁 운동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교육모순의 심각성과 관심의 편재성으로 인해 교육개혁운동은 다른 사회운동 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다. 가령 환경문제는 그 모순이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미침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닫는 경우가 적은데다가 그 영향이 우회로를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수가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교육모순은 어느 누구의 예외도 없이 직접적인 관심사이다. 교사, 교수,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국민은 학부모가 아닌가? 이들의 보편적인 관심사를 엮어내는 것, 이것이 교육개혁운동이다.
교육개혁운동은 정권차원의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교육혁명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