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지(常山誌)에 실렸던 은행정(이곡)에 관한 시(詩)
훌륭한 경개(景槪)는 옛날 진천을 다시 봐야 하겠는데 높이 솟은 정자는 군과 성이 연(連) 했도다. 몇 백년이나 버려 두었던 유한한 이 땅이 하루 아침에 별천지가 되었구나 아름답게 단청을 하였으니 사방이 훤한데 강산이 지금부터 생색을 하게 되었으니 선인(仙人)이 너울너울 날라와서 여기 앉아 있는 듯.
■ 탁트인 은행나무 가로수길…
무자년이 산너머로 지고 기축년 새해가 온누리를 밝힌지 며칠 지나지 않아 차를 몰고 이월로 10분쯤 달려 이곡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찾아 들어간 곳은 이월면 은행정 마을이다. 은행정은 진입로부터 탁트인 은행나무 가로수가 1km가량 늘어서 있고, 산쪽을 바라보면 나즈막한 산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서오라는 듯 손짓을 보내주는 옥녀봉. 등산로가 마치 시골 뒷산길처럼 아늑하고 정이 넘쳐 한적한 산행을 재촉한다. 기자가 이곡마을을 찾은 날은 한 겨울임에도 포근한 날씨에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여건이었다. 바닥은 낙옆과 갈비(마른 솔잎)가 푹신하게 깔려있어 마치 융단길을 걷는 것 같다. 옥녀봉에선 맑은 날이면 음성 꽃동네와 안성까지도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고 한다. 이곡마을 뒤 산기슭엔 150년의 수령은 족히 넘겼을 아름드리 참나무가 곳곳에 우뚝솟아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보천리(牛步千里)의 길을 걸으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은행정 사람들이야기
■ 마을현황과 자랑
본지 21호(12월 30일자)에 소개된 월촌마을(옛 월촌면)과 이곳 이곡마을(옛 이곡면)이 합쳐져 1913년에 이월면(梨月面)이 되었다.
이곡마을은 은행정(銀杏亭)이라 고도 불린다. 옛날 큰 은행나무 근처에 아담한 정자를 세워 은행정이라하기도 하고 은향정이라고도 불렀다. 이 곳에서 글도 읽고 시도 읊던 유서깊은 향촌마을이라고 전했다. 이 마을은 옛날 이곡면(梨谷面) 소재지로서 뒷 산세가 수려할 뿐 아니라 시가지가 관통되어 동남으로 누각이 즐비하고 시가지에 상품이 풍성하며 주위 경관이 아름다웠다고도 한다. 마을 입구에서 장군봉이 5.2km, 무제봉이 7.5km, 장수굴이 1.4km, 옥녀봉은 3.2km로 등산로가 발달해 있고, 특히 마을중앙지대에 큰 은행나무가 서 있었으며 그 옆에 십동육간(十棟 六間)이나 되는 큰 정자가 있어 4개 대문이 나 있었다 하며 은행나무 그늘에 가리워진 정자라 하여 그 이름을 은행정(銀杏亭)이라 불렀다 한다.
53가구 130여명이 사는 이곡마을은 젊은 세대에서 노인층까지 여느 시골마을에서처럼 고령화된 모습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있어서 이곳 출신 출향인들의 고향 사랑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면 연락을 받은 출향인들이 발벗고 나서는데 으레 마을잔치가 펼쳐지곤 한다.
다른 마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흐뭇한 장면들이 이곳에서는 펼쳐지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주요 출향인으로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했던 이병호씨와 변호사출신의 이광복씨 등이 있다. 출향인들과 함께 마을 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청년회 회원들과 부녀회 회원들이다.
마을 길흉사를 떠맡아 모든 일을 추진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는 모임이 청년회라면 부녀회원들의 노고 또한 그에 못지 않다. 마을 일에 감초처럼 나서 팔을 걷어부치는 부녀회원들은 은행정마을의 자랑이다.
■ 꿈이 있는 마을의 숙원..
은행정뿐만 아니라 이곡리 마을전체의 숙원은 마을 중앙(옛 은행나무가 있던자리)에 주민편의를 위한 다목적광장과 체육시설 건립과 은행정(銀杏亭)을 되살려 재현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수년전 마을에서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복개공사가 마무리 되어 시원하게 소방도로가 뚫리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큰 숙원사업이라고 전했다.
이곡 마을뒤 산기슭에 우뚝솟아 있는 아름드리 참나무숲은 장관을 이루고 산자락에서 흘러드는 맑은 물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하다. 물맑고 인심좋은 이곳 주민들은 그들의 단합을 과시라도 하듯 지금껏 마을의 공동시설을 만드는데 있어서 모두 자체적인 힘으로 해결해왔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정자와 경로당, 친환경 유기농 퇴비사 시설이 그렇다. 이것이 주민들이 갖는 가장 큰 자부심의 원천이다.
또한 정순용 부녀회장은 작고한 서석순 할머니의 애향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서씨 할머니는 살아실제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사셨지만 마을 사람들을 늘 자신의 아들, 딸처럼 대해 주셨어요. 뭐 하나라도 동네사람들과 나누려고 노력했던 그분의 이웃사랑은 세상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가 없고 이렇게 더불어 살아 가는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은행정에 전해준 분입니다”며 이곡 주민들은 서석순 할머니의 애향심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9월 9일이면 노인정에 모여 제사를 지내며 할머니의 뜻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망을 안고 시작한 2009년에는 뚜벅뚜벅 우직한 소걸음으로 걸으며(牛步千里) 동고동락하고 있는 이곡마을사람들 가정에 희망의 ‘싹’이 트고, 바야흐로 이곡마을 발전에 탄탄한 힘이 깃들길 기대해 본다.
/우/리/동/네/이/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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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이장 이병무 |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고령의 나이임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마을 이장일을 맡아오며 이곡마을 발전의 주춧돌이 되어준 이병무 이장은 임기를 마치며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마을 주민들의 격려와 도움 덕택에 힘낼 수 있었다. 바램이 있다면 마을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 해결로 더 발전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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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이장 이병화 |
주민화합에 힘써 마을발전 이룰터… 2008년까지 새마을지도자 이월면 총무직을 맡아오다가 충북 도지사표창까지 받으며 올해 이곡마을이장으로 새출발하는 이병화 이장은 “치우침 없이 正道를 걸으면서 마을이 가진 장점이나 여건을 살려 주민화합에 힘써 마을발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마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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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복 노인회장 |
이웃을 향한 가족같은 마음으로…
늘 마을에 대한 자랑으로 뿌듯해하는 신순복 노인회장은 “지금처럼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어르신들의 불편해소를 따뜻한 손길로 해결해주는 젊은 사람들이 있기에 더 따뜻하고 이웃을 향한 나눔의 빛이 우리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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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용 부녀회장 |
마을발전기금 조성에 주력할터…
이곡마을에서 오리농장(6000수)을 경영하고 있는 정순용부녀회장은 “10년전 부녀회장직 경험을 살려 마을 발전기금조성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말하며 “도종마을의 메주사업장 같은 시설설치로 마을발전기금조성을 위한 주민들의 단합되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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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복 새마을지도자 |
마을버스편 개선해야…
마을정비와 주민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병복 새마을 지도자는 “이곡은 이월면 소재지임에도 마을에 들어오는 버스중 이월방면버스가 없고 다시 진천으로 나가는 버스편 밖에 없어 주민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네어르신들의 이러한 불편이 해소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