冶隱先生詩12編外摠16首 作者 : 冶隱 吉 再
飜譯 : 淸溪 趙冕熙 - 出典 : <冶隱先生言行拾遺>
(一) 述志 - 자신의 의지를 읊음.
臨溪茅屋獨閑居。月白風淸興有餘。茅=띠모, 띠로이은집
外客不來山鳥語。移床竹塢臥看書。塢=둑오, 마을
시내를 앞 둔 초가에 한가로이 사니
흰 달 맑은 바람 흥취도 넉넉하여라.
손님 오지 않고 산새들 지저귀는데
대밭에 침상 놓고 누워서 책을 읽네.
(二) 泮宮偶吟 -개성의 성균관에서 우연히 읊음
龍首正東傾短墻。水芹田畔有垂楊。芹=미나리근
身雖從衆無奇特。志則夷齊餓首陽。
용수산의 정동쪽 기울고 낮은 담장과
물미나리 밭 언덕에는 버드나무 섰네.
사람들 가운데 내몸이 특이한 것 없으나
의지만은 수양산 백이숙제를 본받으려네.
*용수산龍首山 : 개성에 있는 산 이름
(三) 足夢中聯句 -깊이 잠든 꿈속[足夢中?]에서 지은 연구
古今僚友身新變。天地江山是故人。
太極眞君應許我。仁心不老自靑春。
고금의 동료들 신분은 새로 바뀌었으나
천지와 강산만은 옛친구 그대로 있다네.
태극진군은 응당히 나에게 허락하여 주겠지
참[仁]을 추구하는 마음은 늙지 않고 청춘이라고.
*낱말
1.족몽足夢 : 사전에는 찾을 수 없고 시의 제목으로 쓴 용례用例는 심의沈義의 <대관재난고大觀齋亂稿>에 ‘족몽접시足夢蝶詩’라는 제목이 있고, 이황李滉의 <퇴계집退溪集>에 ‘족몽중작足夢中作’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음.
2.태극진군太極眞君 : 태극은 천궁天宮의 뜻이 있으니 진군은 하느님, 곧 조물주의 뜻으로 쓴 것임.
(四) 閑居 - 한가로이 살면서
盥手淸泉冷。臨身茂樹高。盥=대야관. 양치질할다
冠童來問字。聊可與逍遙。
차갑고 맑은 샘물에 양치질한 뒤에
높은 나무 그늘에 몸을 맡기었는데
어른이나 어린이들 글 배우러 오니
그들과 그런대로 재미있게 살아가네.
(五) 偶吟 - 우연히 읊음
竹色春秋堅節義。溪流日夜洗貪婪。婪=탐할람(남)
心源瑩靜無塵態。從此方知道味甘。
대나무 빛깔은 세월가도[春秋 : 중의법] 절의를 굳히고
시내물은 밤낮으로 탐욕을 씻어 가네.
마음 속은 깨끗하여 속된 티끌이 없으니
이로부터 도의 진미가 아름다움을 알려네.
又 -또 한수
五更殘月窓前白。十里松風枕上淸。
富貴多勞貧賤苦。隱居滋味與誰評。
새벽에 넘어가려는 달 창 앞에 희게 비치고
십리 뻗은 소나무 바람, 잠 자리 맑게 하네.
부귀는 노력이 많이 들고, 빈천은 괴로운데
숨어 사는 재미는 누구와 함께 따져볼거나.
(六) 無題 -제목을 달지 않음
曾讀前書笑古今。愧隨流俗共浮沈。沉=가라앉을침,
終期直道扶元氣。肯爲虛名役片心。
默坐野禽啼晝景。閉門官柳長春陰。
人間事了須先退。不待霜毛漸滿簪. 簪= 비녀잠
일찍이 옛 글 읽어, 고금 알기를 좋아하고
세속 따라 부침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였네. 愧= 부끄러워할괴
바른 도리로 근본되는 기운을 붙들려 하였지
어찌 헛된 명예를 위해 마음을 쓰려고 했겠나?
묵묵히 앉아 들새가 대낮에 울부짖음을 듣고
문을 닫고 큰길에서 봄에 자라는 버들을 보네.
인간세상의 일 끝나면 반드시 먼저 물러나야지.
흰 머리털이 머리꽂이에 가득하기 전에 말일세.
(七) 謝監司南龜庵送酒 -감사 남귀암이 보내준 술에 감사하며
五湖仙藥到柴荊。顚倒開緘手自傾。
病骨勝酣回壯骨。衰情得醉返風情。酣
家貧野蔌盛三豆。市遠村醪奠一甁。蔌 醪
欲謝却嫌無謝地。但將蠅手祝遐齡。蠅
오호의 신선 먹던술이 가난한 집에 오니
황급히 받아 편지 읽고 술동이 기울였네.
병든 몸은 술 힘을 빌어 씩씩한 기운 찾고
쇠약한 감정은 술에 취하자 호탕하게 됐네.
집이 가난하니 제사상에 야채만 세 그릇이고
시장이 멀어 제사에도 막걸리 한 병뿐이었지.
사양하려 하나 돌려 보낼 지위도 못 되기에
다만 작은 손 모아 오래 사시기 기원한다오.
*감상
1. 첫째 문제점 : 이 시의 첫 구 ‘五湖仙藥到柴荊’의 오호는 중국 호남성 장강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동정호를 비롯하여 큰 호수 다섯을 말하는데 경상감사에게 술을 받고 오호선약이라고 한 것은 오호의 위치가 현재는 중국의 중부이지만 당시로 볼 때는 양자강 남쪽을 전부 남부로 보기 때문에 우리 경상도에 비유하여 쓴 듯하고, 또 한 가지는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모사 범려范?가 오나라를 통일한 뒤에 오호에 배를 타고 신선이 되어 갔다고 하므로 귀암선생을 범려에 비유하여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음. 술을 약에 비유한 일은 흔히 술을 약주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알 만함.
2.둘째 문제점 : 3연聯의 속?자는 본문에 소蔬로 되었으나 평측이 안 맞기 때문에 의문을 달아 놓은 자로 여기서는 아주 고쳤음.
3.셋째 문제점 : 당시 경상감사 귀암 남재선생이 술과 함께 다음의 시를 보내었다고 하였으므로 첫연의 바깥 구 ‘顚倒開緘手自傾’에서 개함을 술 동이 뚜껑을 열었다고 해도 좋겠으나 시를 보내었을 때는 편지도 함께 보내었을 것이므로 편지 ‘봉투를 뜯다’로 풀이 했음. 그리고 당시 귀암선생이 보냈다는 시의 원문도 <귀정유고龜亭遺稿>에서 찾아 아래에 올렸음.
*다음은 귀암龜庵 남재南在 선생이 보낸 시
寄冶隱 -야은에게 보냄
掛冠有高士。避世吉先生。
寂寞平時事。流傳千古名。
烏山入簾碧。鳳氷繞階淸。
霜露春秋節。悠然不盡情。
벼슬을 버린 고아한 선비 있으니
현실을 피해 숨은 길재 선생일세.
평상시에 한일이야 알려지지 않겠지만
그 이름 천고에 영원히 흘러 내려가리.
금오산은 주렴 안에 들어와 더 푸르고
봉계의 얼음물은 뜰을 돌며 맑아지리.
서릿발 업신여기는 춘추 대의의 절의
오래오래 끝나지 않는 정으로 남으리.
*괘관掛冠 : 관직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이른다.
(八) 與杏村李? -행촌 이암에게 드림
鳥則山飛魚則水。各隨其性世間斜。
如何園裏東風蝶。纔向紅花又白花。
새는 산에서 날고 고기는 물에 살아
각각 그 본성으로 세상속에 살아가지.
동산 안에 봄바람 타고 날아온 나비는
뭣때문에 붉은 꽃과 흰 꽃만 찾아갈까? 纔=겨우재
(九) 次朴貞齋宜中韻 - 정재박의중의 시에 차운함
朝別不朝峴。諸君何所之。
丹忱由耿耿。哀怨結絲絲。
夜色歸雲濕。漏聲旅夢?。
莫論忠烈士。義出死生期。
아침에 불조현에서 이별했는데
그대들은 지금 어디로 가 있나?
잊지 못하는 순수한 그 마음으로,
슬프고 원통함이 실처럼 이었지.
밤의 어둠에 돌아 가는 구름도 젖고
물시계소리에 나그네의 꿈도 드디네.
충렬을 가진 선비를 논평하지 말라
의리는, 죽고 사는 일을 초월한다네.
*박의중朴宜中 : 고려 말기의 문신(?~?). 자는 자허(子虛). 호는 정재(貞齋). 우왕 때에 밀직제학으로 명나라와 교섭을 벌여 철령위를 철폐하였으며, 공양왕 때에 한양 천도를 반대하여 음양설의 허황함을 역설하였다. 조선 왕조에 들어와서 《고려사》를 편찬하였다. 저서에 《정재집》이 있다.
*부조현不朝峴의 고사 : 고려(高麗)가 멸망하고 조선조(朝鮮朝) 태조(太祖)가 개국(1932년 7월)하자 고려의 유신(儒臣) 신규(申珪), 신혼(申琿), 신우(申瑀), 조의선(曺義先), 임선미(林先味), 이경(李瓊), 맹호성(孟好誠), 고천상(高天祥), 서중보(徐中輔), 성사제(成思齊), 박문수(朴文壽), 민안부(閔安富), 김충한(金忠漢), 이의(李倚) 등 72인의 충신들이 개성 동남방의 부조현(不朝峴)에서 조복(朝服)을 벗어 걸어 놓고 헌 갓으로 바꿔 쓰고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두문동(杜門洞)으로 새 왕조인 조선을 섬기지 않고 들어 갔다.
그 뒤 그들은 다시는 이 세상에 나오지 않고 여생을 보냈는데 후세의 사람들이 그들을 ˝두문동 72현˝이라고 부르며 칭송하고 있다. 야은도 여기에 속한 듯
(十) 贈洪可臣 - 홍가신에게 줌
人間悲白髮。閉戶落寒梅。
京友斷書札。山禽猶往來。
인간 세상에 백발 되는 것을 슬퍼하며
문을 닫고 있자니 찬 매화가 떨어졌네.
서울 친구와는 편지도 끊어졌지만
산새만은 그래도 오고 또 간다네.
(十一) 感懷 -느낌
滄海千千頃。長城萬萬重。
信舟來去地。一夢侍天容。
창해 바다는 수천 이랑으로 넓고
장성 성담은 수만 겹으로 길다네.
배에 몸을 맡기고 오가는 동안에
한결 같이 꿈속엔 임금을 모셨네.
(十二) 次圃隱朴松隱畫像韻
포은 정몽주가 쓴 송은 박재의 초상화 시에 차운함
鳳目虎眉十尺身。淡紅半白兩相眞。
畫圖省識先生面。不死精神影裏人。
봉새 눈에 범의 눈썹, 열 자 되는 키에
담홍의 얼굴, 반백 머리는 실제와 같네.
그림에 알 수 있는건 선생의 얼굴이나
불사의 정신은 그림 속의 숨어 있다네.
*原韻, 圃隱 - 송은의 화상에 대한 포은선생의 최초 원운
畵出長髥十尺身。看來尤得兩容眞。
莫言公道無形跡。死後猶存不死人。
그림으로 그린 긴 수염, 열자나 되는 키는
볼수록 그림속의 얼굴이 실재와 더욱 같네.
공이 구한 도가 나타나지 않았다 말하지 말게
공이 죽은 뒤에도 그림과 함께 남아 있을 테니.
松隱先生 和韻
-포은선생의 원운을 보고 당사자인 송은선생이 화답한 운
看來誰道?中身。影裏難分兩貌眞。
氣質蒼蒼流面目。能傳後世視今人。
보고 있자니 누가 그림 속의 사람이라 하겠나
그림과 내 몸 두 얼굴이 분간하기 어려운 것을.
나의 기질이 얼굴 모습에 뚜렷이 흘러나오니
뒷 세상에서 오늘의 나를 능히 볼 수 있겠네.
卞春亭 季良 次韻 -춘정 변계량선생의 차운
豐厚形容德潤身。看看優得出天眞。豊
眉長過目髥垂膝。兩對難分影外人。
넉넉한 얼굴 모습, 덕을 쌓아 이뤄진 윤기인 듯
보면 볼수록 타고 난 천진함이 나타나 있다네.
눈썹은 눈을 덮고 수염은 무릎까지 내렸으니
서로 대어 보아도 사람과 그림 분간키 어렵네.
김부식 시
俗客不到處, 登臨懿思淸. 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
속객부도처, 등림의사청. 산형추경호, 강색야유명.
白鳥高飛盡, 孤帆獨去輕. 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속세의 객이 오지 않는 곳 누대에 오르니 정신이 맑아라.
산 모습은 가을이라 더욱 좋고 강 빛은 한밤에 도리어 밝군.
흰 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론 돛배는 홀로 둥실 떠간다.
부끄럽네. 달팽이 뿔 위에서 일생을 공명 찾아 바쁜 내 자신이.
이규보는 박연에 쓰다(題朴淵)라는 시는
龍娘感笛嫁先生, 百載同歡便適情.
용낭감적가선생, 백재동환변적정.
猶勝臨?新寡婦, 失身都爲聽琴聲.
유승임공신과부, 失身都爲聽琴聲.
용의 딸이 피리에 홀려 박 선생에게 시집가
백년고락 같이 했다는 말이 인정에 맞는군.
임공 과부 탁문군보다야 낫고말고.
거문고 소리에 몸을 버렸다니 원.
황진이의 朴淵瀑布 (박연폭포)
一派長川噴壑壟 (일파장천분학롱)
한 줄기 긴 물줄기가 바위에서 뿜어나와
龍湫白刃水叢叢 (용추백인수총총)
폭포수 백 길 넘어 물소리 우렁차다
飛泉倒瀉疑銀漢 (비천도사의은한)
나는 듯 거꾸로 솟아 은하수 같고
怒瀑橫垂宛白虹 (노폭횡수완백홍)
성난 폭포 가로 드리우니 흰 무지개 연하다
雹亂霆馳彌洞府 (박난정치미동부)
어지러운 물방울이 골짜기에 가득하니
珠?玉碎徹晴空 (주용옥쇄철청공)
구슬 방아에 부서진 옥 허공에 치솟는다
遊人莫道廬山勝 (유인막도려산승)
나그네여, 여산을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 (수식천마관해동)
천마산야말로 해동에서 으뜸인 것을.
황진이가 새긴 글.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박연폭포(朴淵瀑布)라는 시는>
絶壁開嵌竇 長川掛半天 절벽개감두 장천괘반천
跳珠噴玉幾千年 爽氣白如煙 도주분옥기천년 상기백여연
豈學燃犀容 惟期駐鶴仙 기학연서용 유기주학선
淋衣暑汗似流泉 到此欲裝綿 임의서한사류천 도차욕장면
절벽에는 굴이 뚫렸고 긴 내가 하늘에 걸렸네.
구슬같이 뿜고 튀는 물방울 몇 천 년인가
상쾌한 기운 연기처럼 하얀데
어찌 물 속을 들여다보려고 애쓰리요.
오직 학의 신선이 머물기를 기약하리.
젖은 옷 더운 땀 흐르는 샘 같더니
여기 오니 무명옷을 껴입고 싶어지네.
망국지탄과 인생 무상함을 노래한 冶隱 吉再(야은 길재)시
五百年 都邑地(도읍지)를 匹馬(필마)로 돌아드니
山川은 依舊(의구)하되 人傑(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太平烟月(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 (吉再 1353∼1419 (고려 공민왕 2∼조선 세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