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아침 일찍 버스에 몸을 실은 24명의 게산 식구들은 따끈따끈한 팥시루떡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지리산으로 출발.
기흥휴게소까지 택시로 쫒아오신 임정현 전임대표님의 열정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환영을 했지요.
이영숙 공동대표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이동국 산행대장님의 코스설명을 듣고 대부분 샘들 공자 만나러 꿈나라로 직행.
지리산둘레길 남원센터에 들러서 상주하는 숲해설가로부터 둘레길에 대한 얘기와 정보를 얻고 막간을 이용하여
하천변과 고목이 된 참빗살나무에 대한 해설 및 푼지나무의 전략까지 듣고 맛난 어탕으로 점심을 먹고나서
5일장이 열리는 인월장에 잠깐 들렀는데 장에 약재로 나온 나뭇가지들과 뿌리들을 보고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가슴 한구석 아련함을 느끼기도 했어요.ㅠㅠ
어탕이 입맛에 맞지 않으셨나 몇몇 샘은 호떡으로 위대함을 입증하시기도 하였죠.ㅎㅎ
오후 산행은 인월에서 매동마을까지의 코스로 간간히 내리는 눈이 운치를 더했죠.
남부수종인 비목, 노각나무, 굴피나무, 개서어나무, 초피나무, 나도밤나무 등의 수종을 비롯해서 대패집나무,
고광나무, 딱총나무, 쇠물푸레나무, 덜꿩나무, 광대싸리, 고추나무, 피나무, 고로쇠나무, 호두나무 등의 많은 나무들을 만났는데
처음 만나는 나도밤나무와 대패집나무에게서는 야릇한 흥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수피를 자랑하고 있는 노각나무들 중에는 중간토막이 잘려나간 나무들이 여럿 보였는데 정말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되니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숲해설가의 손짓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1000년이 넘어 고목이 된 서어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고개에서 차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뒤에 하산길에는
호두나무와 나무 중에 가장 큰 잎을 갖고 있는 두릅나무들이 많았고 길 주변에는 고사리밭이 펼쳐져 있었고 길가엔 꽃다지,
큰개불알꽃(봄까치꽃), 광대나물, 말냉이, 벼룩이자리 등이 햇빛을 받으며 소꿉놀이 하고 있었고, 길마가지나무의 노란 향기에
흠뻑 취하여 잠시 길을 이탈하기도 하였지요. 공할머니 민박집을 빙 둘러 가는 길가 람천변에 오동나무는 아직도 작년 열매껍질을
아쉬운듯 제법 많이 달고 있었고 갈색털이 북실북실한 꽃눈들은 터질듯이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공할머니 민박집에서 많은 나물과 반찬들을 안주삼아 저녁식사와 반주를 하고나서 즐거운(?) 회의시간을 가졌지요.
아침 어둑어둑한 새벽 6시에 일어나 홀로 람천까지 산책을 가서 어슴프레한 물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왜가리 떼와 원앙 떼를
만났고 알락할미새도 연신 꼬리를 흔들며 아침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랑턱멧새의 청아한 울음소리에 한동안 서서 그 소리에
내 마음도 청아하게 치환하였답니다. 논과 사과밭에서는 개똥지빠귀의 먹이사냥도 바빴고 부들이 부풀린 씨앗을 다 날리지 않은
곳으로 꿩 두마리가 꿩꿩하며 날아갑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배낭에 챙기고 귤 한박스 분배하고나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한 힘찬 발걸음. GO! GO!
2일 째 코스는 매동마을에서 금계까지 여정이었는데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여 옷을 입었다 벗었다 번거로웠지요.
길마가지나무, 뜰보리수, 별꽃도 보고 개구리알(북방산개구리알이었나요?)도 보고, 사방오리나무, 오리나무, 개서어나무,
은사시나무, 호랑버들, 병꽃나무, 덜꿩나무, 산초나무, 개옻나무, 붉나무, 명자순, 개암나무, 자귀나무, 산딸나무, 콩배나무,
야광나무, 고광나무, 고로쇠나무, 곰의말채, 헛개나무, 골담초, 마삭줄 등의 많은 수종들을 보면서 멀리 눈쌓인 풍경도 보고
솔잎을 가르고 온 솔바람 소리도 들어보고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겨울눈들의 수줍은 모습을 보면서 알차고 풍성한 산행을 하였으며
점심을 먹은 곳 연못에 빠알간 우렁이 알을 보기도 하고 산속의 저수지 안으로 드리운 버드나무의 줄기에서 맹아지들이 자라나는
끈질긴 생명력도 보았고 반송처럼 분지를 많이 만들은 소나무(만지송)도 보았고 400년된 소나무 당산도 만났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최치원선생이 조성한 최초의 인공숲인 상림을 찾았습니다.
함양의 중앙을 흐르는 위천수의 홍수피해를 막고자 둑을 쌓고 숲을 조성하여 오늘까지 이어오는 숲으로 여름에는 연꽃이 가을에는
단풍과 석산이 아름다운 상림에서 고목이 된 느티나무/개서어나무/버드나무, 감태나무, 복자기, 개오동, 나도밤나무, 명자순,
사람주나무 등을 보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주나무의 수피가 귀신닮아 귀면목을 하고 있고 수피에서 가루분이 묻어나는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큰한 대구뽈찜에 얼얼한 혀를 고구마 튀김으로 달래며 식사 후에 생강계피차 한잔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모두가 녹다운.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함께해서 즐겁고 잼있고 알찬 산행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즐겁게 산행을 하면서 신참들은 나무를 알아가는 덤을 추가하여 더욱 행복합니다.
이영숙 공동대표님과 이동국 산행팀장님, 신참들을 위하여 맨토가 되어주신 정충래 선생님, 최태영 선생님,
백종만 선생님, 신원임 선생님 그리고 좋은 사진을 제공하여주신 카페지기 박선배 선생님, 정덕현샘과 양동식샘
비롯하여 같이 동행한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7기 정필범 배상
카페에 올라오지 않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오동나무의 터질듯한 꽃눈 위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람천의 갯버들
물이 떨어져도 돌지 않는 물레방아
우렁이 알
가장 큰 잎을 자랑하는 두릅나무의 지저깨비
물속에 잠긴 줄기에서 맹아지가 자라는 버드나무의 생명력
반송처럼 분지를 많이한 소나무(만지송)
상림의 사랑나무
나도밤나무의 연리
상림길 산책
첫댓글 글을 읽으며 둘레길을 다시 고스란히 다녀온 느낌입니다.
참으로 많은 나무들과의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그야말로 어슬렁 다녀왔네요.ㅎㅎ
선생님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았어요.
차분하게 글을 잘 쓰시네요.
조용히 글 읽으니, 그곳에 함께간것같아요~~~
같이 못해 아쉬웠지만 함께 간것 같이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역시나, 필범샘의 산행후기는 감동입니다.
같은 길을 다녀왔건만, 저는 안타깝게도 많은 나무들 보지 못하고 땅바닥만 보고 왔네요.
많은 나무들 머리속에 어떻게 각인시키느냐가 문제이지요.
열심히 정진하자고요.
정선생님!
마음 준비 없이 어찌쓰냐고
하시던 샘께서 생생한 기행문과
사진까지 곁드려주시니 더할나위없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잎으로 게산에 많은 기대가 됩니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정선생님
눈에만 볼수 있었던 새와 식물들이
있었지요
앞으로 여행지에 대하여
종종 이런글을 볼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게산에 참여하게된 것이 큰 행운이었고 두번의 산행을 하면서 나무수업 뿐만 아니라 인생수업도 하며 좋은 풍광과 기운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밤나무의 연리지가 인상적이네요.
잼있는 글 감사합니다.
수피가 얇은 나무가 연리가 잘된다고 배웠는데 나도밤나무도 그런가 봅니다.
잼있게 보셨다니 고맙습니다.
지나온 길을 되집어보게 하네요~ 좋은 글과 수고에 감사합니다~
한샘의 열정을 되살리는데 보탬이되면 저도 보람이 됩니다.
회장님의 갑작스런 강압에 굴복하셨던 것 같은데,
혹시 처음부터 몰래 메모하고 준비하셨던 게 아닌가 싶네요.
다시 지리산 계곡에 있는 듯 깔끔하고 유려한 글입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권총무님 추천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제가 말솜씨는 없지만 글솜씨는 조금 있나봅니다.
게산 식구들과 동행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3.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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