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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大唐) 계빈국(罽賓國) 삼장 반야(般若) 한역
3. 염사품(厭捨品)
이 때 지광 장자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 받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공손히 합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매우 깊고 묘한 은혜 갚는 법을 듣고 마음속이 뛸듯하여 아직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으니,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감로(甘露)를 만난 듯 합니다.
제가 이제 네 가지 은혜를 갚고자 하여 불(佛)·법(法)·승(僧)에 나아가서 집을 나와 도를 닦으며,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보리(菩提)를 증득하길 희망합니다.
부처님은 큰 자비로 어느 땐가 비사리(毘舍離) 성에서 무구칭(無垢稱)을 위하여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하시길, ‘그대 무구칭이여, 청정한 마음으로 선한 업의 뿌리를 삼고 선하지 못한 마음으로 악한 업의 뿌리를 삼으니,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세계가 청정하고 마음이 더러운 것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세계가 더러움에 뒤섞여 있는 것이다.
내 불법에서는 마음으로 주인을 삼나니 일체 모든 법이 마음으로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다.
네가 이제 집에 있어도 큰 복덕이 있어 여러 보배와 영락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남녀 권속이 안온하고 쾌락하며, 바른 소견을 성취하고 3보를 비방하지 않으며, 효도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공양하며, 큰 자비로 의지가 지없는 이에게 보시하며, 개미같이 작은 벌레라도 오히려 해를 끼치지 아니하고, 인욕(忍辱)으로 옷을 삼고, 자비로 집을 삼으며, 덕 있는 이를 존경하고, 교만한 마음이 없어서 일체를 어여삐 여기기를 갓난아기 같이 하며, 재물과 이익을 탐하지 아니하고 항상 희사(喜捨)1)를 닦으며, 3보를 공양하되 싫증내지 아니하고, 법을 위하여 몸을 버리되 아낌없이 하였도다. 이와 같이 백의(白衣)가 비록 출가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이 구족한 것이다.
네가 오는 세상에서는 만행(萬行)이 원만하므로 3계를 뛰어넘어 큰 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네가 닦은 마음이 바로 참 사문이며, 또한 바라문이며, 이것이 참 비구며, 이것이 참 출가이니라. 이런 사람은 곧 집에 있어도 출가한 것이라고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세존께서 언젠가 가란타(迦蘭陀) 죽림원(竹林園)에서 악성(惡性)의 여섯 무리의 비구를 위하여 교계(敎誡)의 법을 말씀하실 적에, ‘너희들 비구는 자세히 들어라. 불법의 바다에 드는 데는 믿음이 근본이 되며, 생사(生死)의 강을 건너는 데는 계(戒)가 배가되는 것이니, 만일 사람이 출가하여 금계(禁戒)를 수호하지 않고 세간의 즐거움을 즐겨 탐하여 부처님의 계보(戒寶)를 상하게 하며, 혹 바른 소견을 잃고 삿된 소견의 숲에 들어 한량없는 사람을 끌어다가 크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뜨린다면, 이러한 비구는 출가했다 하지 못하며 사문도 아니요 바라문도 아니어서 모습은 사문 같지만 마음은 항상 집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문은 멀리 떠나는 행[遠離行]이 없는 것이다.
멀리 떠나는 행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몸이 멀리 떠난 것이요, 둘째는 마음이 멀리 떠난 것이다.
몸이 멀리 떠났다는 것은 사람이 출가하면 몸이 텅 비어 한가한 데 처하여 욕경(欲境)에 물들지 않는 것을 말하며, 출가한 이가 청정한 마음을 닦아 욕경에 물들지 않는 것을 마음이 멀리 떠났다고 하는 것이니, 몸은 비록 출가하였지만 마음은 욕경을 탐하면 이러한 사람은 멀리 떠났다고 하지 못하는것이다.
만일 정결하게 믿는 사내나 계집이 몸은 속가에 있어도 위없는 마음을 내어 큰 자비로 일체를 이롭게 한다면, 이런 수행자는 참으로 멀리 떠났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이에 여섯 무리의 악성 비구는 이 법의 소리를 듣고 유순인(柔順忍)2)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희들은 비록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는 하지만 각자 의심을 품어 뜻을 결정치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능히 세간의 모든 의심을 끊으신 분이며, 일체 법에 자재함을 얻으신 분이며, 진실 된 말씀을 하시는 분이며, 앞뒤가 어긋나게 말하지 않는 분이며, 이 도를 아시는 분이며, 이 도를 여시는 분이시니,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저희들 무리와 미래세의 일체 유정을 위하여 방편을 버리시고 진실한 법을 말씀하시어 영원히 의심과 후회를 여의어 불도에 들도록 하소서.
이제 이 모임 가운데는 두 가지 보살이 있으니, 첫째는 출가한 보살이고, 둘째는 집에 있는 보살이다.
이 두 보살은 일체 유정을 잘 이롭게 할 수 있어서 쉼이 없지만, 제 생각에 출가한 보살은 집에 있으면서 보살의 행을 닦는 것에 미치지 못할 듯합니다. 왜냐 하면 옛적에 금륜전륜성왕이 있었는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세간의 덧없고, 괴롭고, 빈 것을 싫어하여 떠나서 윤왕의 지위를 침이나 콧물 버리듯 버리고 청정히 출가하여 불도에 들었습니다.
이 때 후궁과 부인과 채녀(采女) 8만 4천이 왕이 출가하는 것을 보고 각기 사랑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치며 울부짖어 통곡하고, 크게 번뇌에 핍박당하여 이별을 섭섭히 여기는 것이 지옥의 괴로움과 같았습니다.
금륜성왕이 처음 위(位)를 받을 때 감동시켰던 보녀(寶女)와 왕의 천 명의 아들과 대신과 권속이 함께 이별을 슬퍼하여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4천하에 가득하였으며, 이 모든 권속들이 각기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 왕은 복과 지혜가 한량없고 끝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우리를 버려 놓고 출가하는지 슬프고 괴롭다. 세계가 공허하도다. 이제부터는 의지할 데도 없고 믿을 데도 없다’
만일 정결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불·법·승에 귀의하여 보리의 마음을 내서 부모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에 들면, 부모는 어여삐 여겨 생각하는 정이 깊이서 이별을 슬퍼함이 천지를 감동시켰습니다.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고기가 땅에서 구르는 것처럼 사랑하지만 헤어져야하는 괴로움도 또한 이와 같나니, 저 윤왕의 권속들의 마음에는 ‘출가한 보살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데, 어찌 부모와 처자를 번뇌로 해롭게 하여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큰 고뇌를 받게 하는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출가한 보살이 자비로운 마음도 없고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보살이 큰 자비를 갖추어 중생을 어여삐 여기며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한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지광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네가 큰 자비로 나에게 출가와 재가(在家) 둘 중에서 낫고 못함을 말해달라고 부탁하였지만, 네가 이제 물은 출가한 보살이 재가 보살만 못하다고 한 것은 옳은 뜻이 아니다.
왜 그런가 하면, 출가한 보살은 재가 보살보다 수승함이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왜냐 하면 출가한 보살은 바른 지혜의 힘으로 자세하게 집에서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잘못을 관찰하나니, 이른바 세간의 모든 집 가운데 재물을 쌓아놓아도 만족한 줄 알지 못하는 것이 마치 큰 바다가 일체 크고 작은 강물을 받아들여도 일찍이 만족하지 않았던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향산(香山)의 남쪽 설산(雪山)의 북쪽에 아뇩지(阿辱池)가 있어 네 큰 용왕이 각각 한 모퉁이에 살고 있는데, 동남쪽 용왕은 흰 코끼리 머리요, 서남쪽 용왕은 큰 소의 머리요, 서북쪽 용왕은 사자 머리요, 동북쪽 용왕은 큰 말 머리를 하고 있다.
각각 네 모퉁이에서 큰 강물이 솟아나오니, 첫째는 긍가하(殑伽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흰 코끼리가 따라 나오고, 둘째는 신도하(信渡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물소가 따라 나오며, 셋째는 박추하(溥芻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사자가 따라 나오고, 넷째는 사타하(私陀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큰 말이 따라 나온다.
이와 같은 큰 강의 하나 하나에 각기 5백의 중간 강이 있고, 중간 강에 각기 셀 수 없는 작은 강이 있으니, 이 대ㆍ중ㆍ소의 일체 여러 물이 모두 큰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 큰 바다는 일찍이 만족할 줄 모르니, 세간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일체의 거처하는 집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보배를 사방에서 모아다 모두 집 안에 들일지라도 일찍이 만족할 줄 몰라서 많이 구하여 쌓고 모으다가 갖가지 죄만 짓고 속절없이 갑자기 옛집을 버리게 된다. 이 때 집 주인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아 한량없는 겁을 지내도록 끝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집을 만드는 것은 곧 5온(蘊)의 몸이요, 그 집 주인은 바로 너의 본디 알음알이[本識] 이다.
어떤 지혜 있는 이가 집 만들기를 즐길 것이냐. 오직 보리의 안락한 보배 궁전만이 있어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프고 괴로운 번뇌를 떠났으니, 만일 예리한 근기로 청정하고 믿음이 깊은 선남자들이 부모와 처자와 권속을 제도해서 함이 없는 감로의 집에 들어가게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3보에 귀의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야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보살보다 수승하여
숫자나 말로 견줄 수 없으니
집에 있으면 감옥같이 핍박 받아
해탈을 구하려 해도 매우 어렵네.
출가하면 한가[閑曠]함이 허공과 같아
자재롭고 함이 없어 속박을 여의지만
잘 살펴보소, 집에 있으면 과실이 많아
모든 죄업을 끝없이 짓나니
생계를 꾸미고 욕심을 내지만 항상 부족하여
마치 큰 바다를 채우기 어려운 것과 같으니
아뇩달지(阿辱達池)의 용왕 등이
네 모퉁이에서 큰 강물을 쏟아내어
대·중·소의 강에 있는 물이
낮밤으로 흘러 쉼이 없지만
저 큰 바다는 아직도 가득 차지 않았으니
탐내는 집들도 또한 이와 같다네.
집에 있으면 모든 악업을 일으켜
씻고 참회해도 없애버리지 못하는데
부질없이 위험하고 무른 몸만 사랑할 줄 알고
목숨이 아침 이슬처럼 스러짐을 깨닫지 못하다가
염마사자(焰魔使者)가 서로 재촉하면
처자나 집이 따라 올리 없으니
깊고 어둡고 긴 밤중에
홀로 죽음의 문으로 나아가 업에 따라 받는다네.
모든 부처님이 출현하여 자비를 일으켜
중생으로 하여금 세간을 싫어하게 하시고자
‘네가 이제 얻기 어려운 몸을 얻었으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으름 피우지 말아야 한다.’
살고 있는 집이란 몹시 싫어할만 하고
공적(空寂)이란 보배 집은 생각하기 어려우나
길이 병들고 괴롭고 근심하고 번뇌함을 여의므로
모든 지혜 있는 이는 잘 관찰한다네.
지금 청정하게 믿는 선남선녀가
부모와 권속을 제도하려고
감로의 성에 들어가게 하려면
출가하여 묘한 도를 닦기를 바라고 구해서
점차 수행하여 정각을 이루면
곧 위없는 법륜을 굴릴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세간의 집 보기를 석화(石火)3)와 같이 여겨 깊이 염증을 내니, 왜냐 하면 보잘 것 없는 불이 일체의 모든 풀과 나무 등을 태울 수 있는 것처럼, 세간의 집도 또한 이와 같아서 탐내는 마음으로 구하고 찾아 사방으로 내달리다가, 만약 얻은 것이 있다하더라도 수용하기에 부족하여 아무 때나 쫓아 구해서 싫증냄이 없으며, 만약 얻은 것이 없다면 마음에 뜨거운 고뇌가 생겨 낮과 밤으로 쫓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간의 일체 집은 한량없는 번뇌의 불을 내어 탐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항상 만족함을 알지 못하니, 세간의 재물과 보배는 풀과 나무 같고 탐하는 마음은 세간의 집과 같은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일체의 모든 부처님이 삼계를 화택(火宅)이라 말씀하신 것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이러한 것을 관찰해서 세간을 싫증내어 떠났으므로 참 출가라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세간의 집을 관찰하니
마치 인간의 보잘 것 없는 불이
일체의 풀과 나무를 점차 태우는 것처럼
세간 집도 또한 이러함을 알아야만하네.
중생이 가진 모든 재물과 보배는
서로 구하여도 항상 부족하여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항상 마음에 있어
늙고 병들고 죽는 불이 한 때도 멸함이 없으니
이런 인연으로 모든 세존께서
3계를 화택이라고 말씀하셨네.
만일 3계의 괴로움을 뛰어넘고자 한다면
응당 범행(梵行)을 닦아 사문이 되어야 하니
삼매의 신통으로 눈앞에 나타나게 하여
나와 남이 모두 이로워 다 원만하다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하기를 즐거워하여 마땅히 집을 관찰하기를 마치 저 깊은 산 돌굴 속에 있는 큰 보배 곳집 같이 하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오직 외아들을 두었으나 집은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으며 남녀 종들과 코끼리와 말이 수 없이 많으나 그 아비가 갑자기 중한 병을 얻어, 이름난 의사와 좋은 약으로도 능히 치료하지 못하여 그가 스스로 죽음이 장차 오래지 않음을 알고, 곧 아들을 불러 말하였다.
‘나에게 있는 일체 재물과 보배를 너에게 맡기니, 부지런히 수호하여 줄게하거나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렇게 부탁하고서 곧 목숨을 마쳤다.
이 때 그 장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명령을 순종치 않고 방자하게 놀아, 이미 가업을 손상하여 재물이 손실되고 종들이 도망가서 의지할 데가 없게 되니, 그의 늙은 어머니가 마음속으로 근심하고 고뇌하여 드디어 중한 병을 얻어 곧 죽게 되었고, 그 아들은 빈궁하여 의지할 바가 없어 드디어 산으로 들어가 나무를 줍고 과실을 따서 팔아 스스로 공급하다가 눈을 만나 돌굴 속에 들어가 임시로 쉬게 되었다.
그러나 이 굴속에는 옛 국왕이 7보를 감춘 곳으로 아는 이가 없어서 수백천 년을 지내도록 사람의 발자취가 끊어졌었는데, 이때 저 가난한 사람이 업의 인연으로 우연히 굴속에 들어와 한량없는 금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뻐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고는, ‘곧 나누어서 약간의 금으로는 집을 짓고, 또 약간의 금으로는 아내를 얻으며, 이와 같이 종과 코끼리와 말 등 하고자 함에 따라 모두 그 뜻대로 하리라’ 하고 이런 계획을 세웠으나, 이 때 여러 도적이 있어 달아나는 사슴을 쫓아 굴 앞에 이르렀다가 이 가난한 사람이 금을 분배하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사슴은 놓아두고 사람을 죽이고 금을 취하였다.
어리석은 범부도 또한 이와 같아서 깊이 세간의 즐거움에 집착하여 속세를 떠나기를 즐기지 않나니, 깊은 산 돌굴은 세간의 집과 같고 금과 보배를 감춘 것은 선근(善根)과 같으며 염마사자는 곧 이 때의 도적 떼이다.
업에 따라 보를 받아 3악도(惡道)에 떨어져 부모와 3보의 이름조차 듣지 못하여 선근을 상실하니, 이런 인연으로 응당 싫어하고 떠나서 위없는 큰 보리의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닦아 묘각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집에 있기를 즐기는 모든 보살은
집 보기를 보배 더미 같이 여기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한 아들을 두었고
집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넉넉하며
남녀 종과 코끼리와 말과
일체 필요한 것이 풍부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그 뒤 장자의 몸에 병이 있었지만
온 세상 어진 의원이 모두 대책이 없어
죽음에 이르러 모든 친족에게 당부하길
집 재물을 아들에게 맡겨 주노니
효도하여 봉양하는 마음을 두도록 가르쳐서
부지런히 제사 지내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이 때 그 아들이 아버지 명을 어기고
방종하고 어리석어 게으름이 많아
늙은 어머니가 근심을 품어 병든 몸인데
또 악한 아들로 인하여 마침내 죽게 되었네.
권속이 떠나므로 의탁할 바 없어서
나무를 주워 파는 것으로 일을 삼았으니
산 속에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
돌굴에 들어가 잠시 쉬었네.
굴속엔 옛날에 묘한 보배를 감추었지만
이미 오래 지났으므로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나무하는 사람이 진짜 금이 있는 곳집을 만나
마음이 뛸듯해 드문 일이라는 생각을 내고
이윽고 진짜 금인 보배를 나누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쓰니
혹 집과 혹 처재(妻財)와
종과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갖고자 했네.
미래를 헤아려 남겨둠이 없더니
도적 떼가 사슴을 쫓아 그 앞에 다다름에
이것이 원수를 만나는 때라
마침내 그를 죽이고 금을 가져갔다네.
어리석은 중생이 또한 이와 같으니
돌굴은 세간의 집과 같고
진짜 금을 감춘 것은 선근에 비유되며
염마사자는 겁탈하는 도적과 같네.
이런 인연으로 모든 불자가
일찍 출가하여 선품(善品)을 닦나니
뜬 거품 같은 목숨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계인(戒忍)인 바라밀을 닦는다네.
마땅히 7보 보리수에 나아가
금강의 자리에서 여여(如如)함을 증득하고
항상 머물러서 없어지지 않는 생각하기 어려운 의론을
정법의 바퀴를 굴려 군품(群品)을 교화한다네.
“또 다시 선남자여, 세간에 있는 일체 집은 독이 섞인 맛난 음식과 같다.
비유컨대 장자가 외아들을 두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롭고 예리한 근기로 가루라(迦樓羅) 비밀관문(秘密觀門)을 통달하여 능히 독약을 분별하고 선교방편과 방편이 있었으므로 부모가 은혜롭고 어여삐 여기어 사랑스럽게 생각함이 비할 데 없었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은 일이 있어서 시장에 갔다가 미쳐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고, 부모는 모든 친속들과 함께 즐거이 잔치를 벌여 맛난 음식을 베풀었는데, 원수 삼는 집이 있어 은밀히 독약을 음식에 넣었으나 알아차린 이가 없었으므로, 부모는 음식에 독약이 섞여 있는 것을 알지 못하여 어른과 어린이로 하여금 독이 섞인 음식을 먹게 하였다.
그 뒤에 아들이 돌아오니 부모는 기뻐하며 남겨 두었던 음식을 그에게 주었으나, 아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가루라 비밀관문을 염(念)하여 바로 음식 속에 독약이 섞여 있음을 알았다.
그 아들이 비록 부모가 독을 먹은 줄 알았으나 독약을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왜냐 하면 만일 독약을 먹은 줄 알게 되면 다시 고민을 더하여서 독기가 빠르게 퍼져나가 반드시 사람을 죽도록 만들기 때문이었다.
곧 방편을 베풀어 부모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직 이 음식을 먹지 않고 잠시 시장에 갔다 와서 먹겠습니다. 왜냐 하면 제가 먼저 값진 보배구슬을 사서 궤 속에 남겨두고 잠그는 것을 잊었습니다.’
이에 부모는 보배구슬이란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아들이 가는 대로 맡겨두었다.
아들은 드디어 가장 용한 의원의 집으로 달려가서 아가타(阿伽陀)4)라는 독을 풀어주는 묘약을 구하여, 얻은 약을 가지고 빨리 달려 집에 돌아와 젖과 타락과 사탕 세 가지 맛을 합쳐 달여서, 아가타를 섞어 약을 만든 뒤에 부모님께 여쭈었다.
‘오직 바라건대 부모님께서는 이 감로를 드십시오. 이것은 저 설산(雪山)의 아가타약 입니다. 왜냐 하면 아까는 잘못 독약을 자시었습니다. 제가 잠시 나갔던 것은 본래 부모님과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죽지 않는 묘한 약을 구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부모와 모든 사람들은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고, 곧 묘약을 먹어 모든 독기를 토하자마자 바로 죽지 않음을 얻어서 다시 수명을 연장하였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과거에 부모가 생사에 잠겼고 현재에도 부모가 능히 벗어나 여의지 못하여 미래의 생사를 가히 끊기 어려우며, 현재의 번뇌를 조복해 없애기 어려우니, 이런 인연으로 부모와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한 몸같이 여기는 큰 자비심을 일으켜 큰 보리를 구하려고 출가하여 도에 드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집에서 맛난 음식에 독약을 섞어 넣은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세간에 있는 모든 집은
독이 섞인 맛난 음식이라 하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외아들을 두었는데
총명하고 예리한 지혜와 재주가 많아
가루라 비밀문을 잘하여
독약을 분별하는 공교한 방편을 알았는데
아들이 일이 있어 시장에 가서
잠시 물건을 바꾸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네.
부모는 잔치하려 모든 친족을 모으고
온갖 맛난 음식을 다 갖추었는데
한 악한 사람이 독약을 가져와
은밀히 음식에 넣었다네.
아들은 집에 있지 않았으므로
부모는 그를 위해 일부를 남기고
온 가족이 독약 섞인 음식을 잘못 먹었는데
아들이 관문(觀門)을 염해 독이 있음을 알고
곧 달려서 의원의 처소에 이르니
죽지 않는 가타(伽陀) 약을 구하여
세 가지 맛을 섞어 달여 약을 만들어
곧 친족에게 속히 먹도록 여쭈었네.
이렇듯 먹은 감로와 같은 약은
잡독을 없애 안락하게 하는 것이니
일체의 신심 있는 선남자가
출가해 도 닦음도 이와 같아서
부모와 중생을 제도키 위한 것이네.
먹은 모든 번뇌의 독약은
미친 마음으로 뒤바뀌어 모든 죄를 지어서
길이 생사의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잠기나니
사랑을 끊고 친족을 이별하고 불도에 들어
조어장부(調御丈夫) 큰 의왕을 가까이 해서
무루(無漏)를 닦아 아가타를 구하여
부모가 3계 택(宅)에 환생하는 것을
법약을 먹게 하여 3장(障)을 끊고
곧 위 업는 보리과를 증득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없어지지 않아
능히 중생을 제도해 귀의시켜서
마침내 큰 열반과
부처님 보리의 대원경지(大圓鏡智)에 처하게 함이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항상 세간의 일체 집을 큰바람이 잠시도 머물지 않는 것과 같이 본다.
왜냐 하면 선남자여, 집에 있는 이의 마음은 항상 망령된 생각을 일으켜 외경(外境)에 집착하고, 능히 참[眞]을 깨닫지 못하여 무명(無明)에 취해서 뒤바뀌어 경계[境]에 닿아도 또한 항상 머무르지 않으며, 악한 생각이 쉽게 일어나고 선한 마음은 내기 어려운 것이다.
망령된 생각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번뇌가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선과 악의 업을 지으며, 선과 악의 업에 의해서 5취(趣)5)의 과보를 감득하니, 이와 같이 생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오직 바른 소견은 뒤바뀐 마음이
아니어서 모든 선한 업을 짓고 세 가지 선근과 믿음 등으로 인하여 무루법의 종자를 늘여 키우고 능히 무루(無漏)삼매의 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인의 도를 증득하여 서로 이어가니, 만일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고 정관(正觀)을 닦으면 일체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는 것이다.”
이 때 지광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정관을 닦는데 한량없는 문이 있으니, 어떠한 관(觀)을 닦아야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응당 무상정관(無相正觀)을 익혀야 한다. 무상관이란 것은 능히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되 오직 실성(實性)을 보고 10상(相)을 보지 않는 것이니, 일체 모든 법의 체(體)는 본디 텅 비어 적막한 것이어서 봄도 없고 앎도 없으므로 이것을 정관이라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불자(佛子)가 편안히 바른 생각에 머물러서 이와 같이 관찰하여 긴 시간 동안 닦는다면, 모양도 없고 함도 없어서 망령된 생각의 사나운 바람이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하여 성지(聖智)가 나타나 보이고 이치를 증득함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현성(賢聖)이라 하고, 이것을 보살이라 하며, 이것을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일체 보살이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어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까닭에 네 은혜[四恩]를 갚으며, 네 덕[四德]을 성취하며, 출가하여 닦고 배워서 망상의 마음을 쉬고, 한량없는 겁을 지나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이를 보기를
폭풍이 잠시도 쉬지 않는 것 같고
또한 물 속의 달을 허망하게 집착해
실체가 있다고 분별하고 헤아린다고 보니
물 속엔 본래 달그림자가 없는데
물이 맑음으로 인해서 달이 보이나니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겨나 다 거짓인데
어리석은 이는 허망하게 헤아려 나[我]라고 여기네.
이런 인연을 쫓는 법은 참된 법이 아니거늘
망령된 생각으로 분별하여 있다고 여기니
만일 능히 두 가지 집착을 끊어 없애면
곧 위없는 큰 보리를 얻을 것이네.
범부 유정(有情)의 망령된 생각은
검은 바람이 생사의 숲에 불어 생각 생각이 일어나
네 전도귀(顚倒鬼)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다섯 가지 무간인(無間因)을 짓도록 한다네.
세 가지 불선(不善)한 근(根)이 속박으로 나타나
생사에 윤회하여 서로 이어지니
사람이 경을 듣고 깊이 믿어 안다면
바른 소견으로 뒤바뀐 마음을 없앨 수 있으며
생각 생각에 보리 종자를 내고
큰 지혜 신통으로 삼매를 일으켜서
만약 깊고 묘한 관을 닦아 익힐 수 있다면
혹(惑)ㆍ업(業)ㆍ고(苦)의 과보가 일어나지 않는다네.
오직 실상(實相)을 관하여 진성(眞性)이 여여하다면
능(能)과 소(所)가 모두 없어 모든 견(見)을 떠나니
남녀의 성상(性相)이 원래 빈 것인데
허망하게 집착하므로 두 가지 모양이 생기네.
여래께서는 길이 망령된 생각의 인(因)을 끊으셨나니
진성(眞性)은 본래 남녀라는 모양이 없어서
보리 묘과를 증득하면 모두 한가진데
허망하게 계교해서 범부가 다른 모양을 낸다네.
32상(相)이 본래 모양이 아니니
상(相)과 상 아닌 것을 분명하게 알면 실상이 되네.
만일 사람이 출가하여 범행을 닦아
마음을 고요하게 거두어서 텅 비어 한가한 곳에 처하면
이것이 보살의 진정(眞淨)한 마음이니
오래지 않아 보리의 과보를 증득하리라.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밤낮으로 항상 세간의 집을 관찰하기를 일체의 모든 번뇌가 생기는 곳이라 하니,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집을 지어 들어가 사는데 모든 보물로 스스로 장엄히 하였으므로, 이 집을 짓고서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이 집은 나의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오직 나의 집만이 가장 좋은 것이 되어 다른 사람의 집이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집착하므로 번뇌가 생기게 되고, 번뇌로 말미암는 까닭에 나와 나의 것이라는 집착이 근본이 되어 8만 4천의 헛된 수고의 문(門)이 서로 다투어 일어나서 집 안에 충만한 것이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범부는 깊이 5욕(欲)에 집착하여 처자와 권속과 남녀종들을 모두 다 구족해 있으니, 이런 인연으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통하고 고뇌하고, 원망하고 미워하지만 합쳐 모이고, 은애(恩愛)하지만 이별하고, 가난하고 궁핍하며 모든 쇠함에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하며,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듯 하여, 대대로 서로 이어져 항상 끊어지지 않으니, 이러한 모든 괴로움은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번뇌가 근본이 되어 일체의 재물과 보배를 추구하다 얻는 것이니, 만일 전생의 인연이 없으면 추구할 수 없을 것이요, 설령 추구한다 해도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까닭으로 일체 번뇌는 추구함이 근본이 되나니, 만일 추구함을 없앤다면 한량없는 번뇌가 모두 다 끊어져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몸은 모든 괴로움이 의지하는 곳이므로, 모든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싫어하여 여읠 것이다. 이러므로 과거 세상 가섭(迦葉) 여래께서 모든 날짐승과 길짐승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몸이 괴로움의 뿌리가 되고
다른 괴로움이 가지와 잎이 되니
만일 괴로움의 뿌리를 끊을 수 있다면
모든 괴로움을 다 여읜다네.
너희들이 선세의 업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는 마음 없어
가히 사랑스럽지 못한 것을 감득하여
잡스런 부류의 괴로운 몸을 받았으나
만일 크고 무거운 마음을 일으켜
한 생각으로 참회를 구하면
불이 산천을 태우듯이
모든 죄가 다 소멸한다네.
이 몸은 괴롭고 청정치 못하며
나도 없고 늘 머물지도 않는 것이니
너희들은 모두가 응당
깊이 싫어하고 여의려는 마음 낼지어다.
이 때 한량없는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이 게송을 들은 뒤에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성껏 참회하여 바로 악도(惡道)를 버리고 제 4천(天)에 태어나,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을 받들어 뵈옵고 물러나지 않는 법을 듣고서 구경열반에 들었다.
선남자여, 이런 인연으로 이제 이 괴로운 몸은 집과 같고 일체 번뇌는 곧 집주인과 같으니, 이런 까닭에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들이 보리의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에 들면 반드시 일체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항상 관찰하기를
집은 모든 번뇌가 생기는 곳이니,
어느 사람이 집을 지어
갖가지 진귀한 보배로 장식하고
스스로 생각하길 웅장하고 고와서 비할 데 없으므로
딴 사람 주지 않고 오직 내 것이라 하네.
공교하게 닦은 바가 가장 수승하고 미묘해서
세간의 집이 미칠 수 없다고 하니
이렇게 분별하므로 집착이 생겨
나와 나의 것으로 근본을 삼아
8만 4천 모든 번뇌가
집에 충만하여 재앙이 되네.
세 간 일체 모든 남녀가
6친(親)과 권속이 다 원만하므로
이런 인연으로 모든 괴로움이 생기나니
이른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근심과 슬픔과 고뇌가 항상 따라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잠시도 떠나지 않고
모든 괴로움의 인연으로 탐욕이 생기지만
만일 추구(追求)함을 끊는다면 모든 괴로움이 다한다네.
이 몸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되므로
부지런히 닦아 싫증내어 떠나서 보리로 나갈지니,
3계의 몸과 마음은 집과 같고
번뇌가 집주인이 되어 거기에 살지만
너희들은 보리의 마음을 내어
범부를 여의고 3계를 벗어나야 한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항상 집에 있는 이를 관찰하기를 이렇게 한다. 큰 나라에 한 장자가 있어 큰 부호로서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는데, 많은 겁 동안 부자의 인연이 서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고 모든 선행(善行)을 닦아 이름을 멀리까지 드날렸다.
이 큰 장자가 가지고 있는 재물과 보배를 넷으로 나누어 일분의 재보는 항상 이자[息利]를 구하여 가업을 늘리고, 일분의 재보는 날마다 쓰는 데 공급하여 충당하고, 일분의 재보는 가족이 없어 외로운 이에게 보시하여 복을 닦고, 일분의 재보는 종친과 오가는 나그네를 구제하였다.
이와 같이 넷으로 나눈 것이 일찍이 끊어짐이 없어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이어 대대로 가업을 삼았다.
그 뒤에 한 아들을 두었는데 어리석고 악행을 일삼으며, 깊이 5욕(欲)에 집착하여 방자하고 게을러서 부모의 가르침을 어기고 네 업[四業]에 의하지 않아 모든 집에 7층의 다락[樓觀]을 짓는데, 보통의 법제보다 배나 더하여 뭇 보배로 장엄하게 꾸며서 유리로 땅을 만들고 보배 창문이 엇갈려 비치며 용머리와 고기 모양이 갖추어지지 않는 것이 없고, 미묘한 음악이 밤낮으로 끊어지지 않아 5욕락(欲樂)을 받음이 도리천(忉利天)과 같으므로 귀신이 미워하고 인간과 하늘이 멀리 떠났다.
이에 이웃집에서 갑자기 불이 일어나 맹렬한 불꽃이 치열하게 타올라 바람을 따라 길게 늘어져 창고와 모든 누대(樓臺)를 태웠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이 이 맹렬한 불을 보고 크게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 급히 처자와 종과 권속에게 명하여 겹집으로 들어오게 해서 누각의 문을 닫으니, 어리석음 때문에 한시에 함께 죽었다.
집에 있는 범부도 또한 이와 같으니, 세간 어리석은 사람은 장자의 아들과 같고 모든 부처님 여래는 장자와 같아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악업을 지으므로 3악도(惡道)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이 보기를 마치 장자의 아들이 부모를 따르지 않고 불에 타서 처자와 함께 죽는 것과 같이 여기니, 선남자들이여, 응당 사람과 하늘 세계의 즐거움을 떠나서 청정한 행을 닦아 보리를 증득해야 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설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것 관찰하기를
장자가 어리석은 아들을 낳은 것 같이 여기나니
그 집이 부자로서 모든 재보가 있어
오래도록 서로 이어 빠짐이 없었으므로
선세의 가업을 자손에게 전하여
일체의 재산을 넷으로 나누어
항상 수승한 행을 닦아 허물이 없어서
이름이 모든 국토에 두루 가득하였네.
금은과 진귀한 보배가 끝이 없어
나고 드는 이자가 다른 나라까지 두루한대
자비로 기꺼이 베푸는 마음에 게으름이 없어서
외롭고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길 항상 끊이지 않았네.
장자가 맨 뒤에 한 아들을 두었는데
어리석고 효도하지 않으며 지혜가 없지만
나이가 들고 근력이 쇠하여
집안의 재물을 안팎으로 모두 아들에게 맡겼네.
아들이 아버지 명을 어기고 게을러서
네 업(業)을 잇지 않아 가업을 없애며
7층 보배 다락을 짓되
비단과 유리로 창문을 만들고
노래하고 풍류를 쉬지 않으며
항상 불선(不善)을 마음에 본받아
5욕락을 받음이 천궁과 같으므로
일체 용과 신이 모두 멀리 떠났네.
이웃집에 갑자기 화재가 일어나
맹렬한 불꽃이 바람을 따라와 끄기 어려워서
창고의 보배와 처자와
층층의 누각과 집이 모두 타버렸네.
악을 쌓아 재앙을 불러 몸을 태우고
처자와 권속이 함께 죽었으니
3세의 모든 부처님은 장자와 같고
일체의 범부는 이 어리석은 아들이라네.
바른 도를 닦지 않고 삿된 마음을 일으키면
목숨을 마치고 나쁜 갈래에 떨어져
긴 겁에 홀로 불타는 괴로움을 받나니
이와 같이 돌고 돌아 다할 기약이 없다네.
집에 있는 불자여, 너희는 마땅히 알라.
세간의 즐거움을 탐하지 말고 부지런히 닦아 증득하여
세간을 싫어해서 집을 나와 범행(梵行)을 닦을지니
숲 속이 고요하여 모든 인연을 떠났으므로
네 은혜를 갚기 위해 수승한 덕을 닦아
마땅히 3계의 법왕이 되어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하고
청하지 않은 벗이 되어 항상 법을 설하고
길이 애욕의 흐름을 끊고 피안으로 뛰어넘어
청정한 열반의 성(城)에 머무를 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세간의 일체의 집을 보기를 큰 꿈과 같이 여긴다.
비유하면 장자가 한 딸아이를 두었는데 나이 열다섯이 되니 단정하여 수승하고 미묘하였다.
이 때 부모는 3층 누각에 살면서 그 사랑하는 딸을 데리고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받았으며, 밤중에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자게 되었는데, 한 보배 침상에서 함께 편안히 잤다.
이에 딸아이가 꿈을 꾸었는데, 부모께서 남편을 맞아주어 여러 해를 지내다가 드디어 한 아들을 낳으니, 단정하고 수승하며 미묘하고 총명하여 지혜 있는 상이어서 날로 점점 사랑으로 자라나 스스로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높은 다락에 처하였다가 떨어져 땅에 이르기 전에 주린 범이 받아서 먹는 것을 보았다.
이 때 딸아이는 갑절이나 다시 놀라고 두려워서 소리를 내어 울부짖다가 곧 꿈에서 깨었다.
이 때 부모가 그 딸에게 물었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놀랐느냐?’
그러나 딸은 부끄러워서 기꺼이 말하려하지 않았다.
그 어머니가 은근히 그 까닭을 물으니, 딸은 어머니를 위하여 가만히 위와 같이 꿈 꾼 일을 말하였다.
선남자여, 세간 생사의 함이 있는[有爲] 집은 길이 윤회에 처하여 참된 깨달음을 얻지 못하니, 네가 분별하는 자리는 항상 꿈속에 처한 것이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3계(界)의 집은 마치 저 계집아이가 꿈속에 처한 것과 같으며, 허망한 분별도 또한 이와 같고, 염마귀사(琰魔鬼使)6)가 갑자기 이르는 것은 저 주린 범이 허공에서 어린 아이를 받아먹은 것과 같은 것이다.
일체 중생이 덧없이 늙고 병들고 죽고 괴로움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 어느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을 사랑해 즐거워하겠는가.
이러한 인연으로 생사의 긴 밤 꿈속을 관찰하고,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세간을 싫어해 떠나서, 마땅히 여래의 변하지 않는 미묘한 과보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불자는 지성으로 위없는 도를 구하여
집 보기를 꿈 속 같이 여겨야만 하니
비유컨대 부귀한 큰 장자가
미묘하고 단정한 한 딸아이를 두었는데
그 부모를 따라 높은 다락에 올라가
구경하고 놀면서 매우 즐거워하다가
딸이 다락에서 이런 꿈을 꾸었으니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그 뒤에 남편 집에서 한 아들을 낳아
그 어미가 사랑하고 어여삐 여겼으나
아들이 누대에 올라가 희락을 탐하다가
위험한 곳에서 범의 입으로 떨어지므로
마침내 소리치며 꿈에서 깨어나
비로소 꿈속의 생각이지 본래 참이 아님이 알았네.
무명(無明)의 암장(闇障)은 긴 밤과 같고
정각을 이루지 못함은 꿈속과 같아서
생사의 세간은 진실하지 못하나니
망상된 분별이 또한 이와 같은데
오직 네 지혜가 크게 둥글고 밝아서
어둠을 깨뜨리므로 진묘각(眞妙覺)이라 칭하나니
덧없는 생각마다 주린 범과 같으며
함이 있는 헛되고 거짓됨은 오래 머무르기 어렵네.
자던 새가 아침에는 각기 헤어져 날듯이
수명이 다하면 이별함도 또한 이와 같고
가고 옴에 업에 머물러 모든 과보를 받아
부모의 은정(恩情)을 서로 알지 못하네.
애달프다 범부 나고 죽는 몸은
3도(塗)에 돌고 돌아 길이 괴로움을 받나니
선과 악의 업에 따라 감득함을 안다면
응당 참회하여 소멸시켜야 하리라.
일체 사람과 하늘의 미묘한 즐거움의 과보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견(正見)으로 소인(所因)을 삼으니
응당 견고한 보리 마음을 내어
정진(精進)의 갑옷을 입고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하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집을 보기를 마치 빈마구(牝馬口) 바다에서 맹렬한 불꽃을 내어 네 개의 큰 강[瀆]을 삼키면 백천 시내의 모든 물줄기가 타서 마르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이 보느니라.
비유하면 옛적에 라타국(羅陀國)에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묘득피안(妙得彼岸) 이었다.
그런데 이 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서 항상 이롭게 함을 생각하였으니, 어떤 상인(商人)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채취하려고 이 보살을 데리고 함께 배에 태워 보주(寶洲)에 도달하였는데, 험난한 데를 건넜지만 장애되는 것 없이 저 언덕에 이르렀다.
나중에 보살이 나이 들어 점차 노쇠해져 이미 백세가 지났으므로 일어나고 앉는데 채찍을 붙잡아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었는데, 어떤 한 상주(商主)가 보살의 처소에 와서 예배하고 공경하며 보살에게 여쭈었다.
‘제가 바다에 들어가 모든 진귀한 보배를 구하여 영원히 빈궁함을 여의고 큰 부귀를 얻고자 하므로, 이제 보살에게 저와 함께 가시기를 청하나이다.’
이 때 보살이 상주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노쇠하고 근력이 미약하여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겠노라.’
상수가 다시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대사(大士)께서는 자비를 버리지 마시고 저의 청을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저의 배 안에 다만 스스로 편안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저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때 보살이 상인의 청을 받아들여 큰배를 타고 큰 바다에 들어가 동남의 모퉁이를 향하여 보배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때마침 북풍을 만나 남쪽 바다로 밀려 떨어졌는데 맹렬한 바람이 빠르고 빨라 낮과 밤으로 그치지 않았으나 7일이 지나서 큰 바다의 물을 보니 금빛으로 변하여 마치 금을 녹여 놓은 것 같았다.
이 때 여러 상인들이 보살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물이 금빛으로 변하여 이와 같은 모양이 있는 것입니까?’
보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제 이미 황금(黃金)이 있는 큰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자마(紫磨) 황금이 큰 바다에 충만하여 금과 보배가 서로 비쳐서 이 같은 모양이 있는 것이니, 바른 길을 뛰어 넘어 이 바다 가운데로 떨어져서 각자가 부지런히 구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고, 북방으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 날을 지나고 큰 바다의 물을 보니 흰 빛으로 변하여 마치 옥 같고 눈[雪]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우리가 이제 이미 진주(眞珠)가 있는 큰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흰 옥과 진주가 바다에 충만하여 구슬이 물에 비쳐 이 같은 모양이 있는 것이니, 너희는 마땅히 힘을 다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고, 북방으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푸른빛으로 변하여 마치 푸른 유리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너희들이 이미 푸른 파리(玻瓈)의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푸른 파리보배가 큰 바다에 충만하여 파리의 빚이 서로 비쳐서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며칠이 지나니 큰 바닷물이 붉은 빛으로 변하여 마치 피가 내보이는 것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너희들은 이미 붉은 파리의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붉은 파리보배가 큰 바다에 충만하여 보배의 빛이 붉고 빨간 것이 서로 비치어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물이 검은 빛으로 변하여 마치 먹물과 같은데, 멀리서 사나운 불이 폭발하여 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마치 큰불이 마른 대숲을 태우는 것 같아 치열한 불꽃이 몹시 무서웠으니, 이런 모양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이었다.
또 큰불이 봉우리 같이 남쪽에서 일어나 높이가 백 길이 넘었으며, 불꽃의 기세가 공중에 날아다니며 합쳐졌다 흩어졌다 하여 빛이 번개 치듯 흐르는 것을 보았으니, 이런 모양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이므로 우리들의 목숨은 실로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이에 보살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제 몹시 무서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우리들은 이미 빈마구 바다에 들어갔었는데, 네 큰 바다와 사천하(四天下)의 크고 작은 모든 물줄기가 북구(北口)의 바다로 들어가 모두 태워 없어졌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모든 중생들의 업(業)이 늘어나는 힘으로 말미암아 저절로 하늘의 불이 바다의 물을 태워버릴 수 있으니, 만일 이 하늘의 불이 바다의 물을 태우지 않는다면 하룻밤 사이에 일체 육지가 변하여 큰 바다를 이루어, 있던 중생들이 모두 빠져죽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저희들이 큰 검은 바람을 만나 이처럼 빈마구 바다에 표류하고 있으니, 저와 모든 사람들의 남은 목숨이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 배에 있던 천여 사람이 동시에 소리 내어 슬피 부르짖으며 울면서, 혹은 스스로 털을 뽑고, 혹은 스스로 몸을 던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에 들어 왔다가 이 험난한 상황을 만났으니, 슬프고 괴롭도다. 어떤 방편으로 이 어려움을 면할까?’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성으로 목숨 바쳐 귀의하니, 혹 자비스런 어머니를 부르기도 하며, 혹 자애스런 아버지를 부르기도 하며, 혹 범천을 부르기도 하며, 혹 마혜수라천왕(摩醯首羅天王)을 부르기도 하며, 혹 대력나라연천(大力那羅延天)을 부르기도 하며, 혹 득안(得岸) 보살께 목숨 바쳐 귀의하기도 하면서, 대사께 공경히 예를 올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건대 보살께서는 저희들의 무리를 제도하소서.’
이 때 보살이 이 여러 사람들의 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에서 최상의 대장부는
비록 죽음의 문에 들어가도 두려워하지 않나니
네가 만일 지혜를 잃을까 근심된다면
응당 한마음으로 방편을 베풀지어다.
만일 선교방편과 방편문을 얻는다면
8난(難)7)을 여의고 피안으로 넘어가니
그러므로 안심하고 두려워하지 말고서
응당 부처님을 간절히 염할지어다.
이에 보살이 이 게송을 말하고서 나서, 여러 가지 이름난 향을 피우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하며 이런 서원을 발하였다.
‘시방 모든 부처님께 귀의하며, 시방 모든 부처님과 모든 큰 보살마하살의 무리와 4향(向) 4과(果)인 일체 현성(賢聖)께 귀의하나니, 천안(天眼)이 있으신 분이며, 천이(天耳)가 있으신 분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분이며, 모든 것에 자재하신 분이시여, 제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자비심을 움직여서 몸과 목숨을 버려 모든 고난을 제도하려 하나이다.
그러나 이제 저의 몸에 한 선근(善根)이 있으니, 여래의 허망하게 말하지 않는 계[不妄語戒]를 받아 지녀 한량없이 태어나는 가운데도 일찍이 빠뜨리거나 범함이 없었습니다.
만일 제가 평생에 망령된 말을 한 적이 있다면 이제 이 사나운 바람을 더욱 더하여 늘어나 치성하게 하시고, 이와 같은 계를 지닌 덕이 허망하지 않다면 원컨대 이 선(善)을 일체에게 돌려 베푸시어 제가 중생과 더불어 마땅히 불도를 이루게 하시며, 만일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다면 원컨대 이 사나운 바람이 때에 맞추어 쉬어서 뜻한 대로 불어오고 생각에 따라 이르게 하십시오.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바로 저의 몸이어서 저와 더불어 평등하여 차별이 없습니다.’
이 큰 보살이 이와 같이 한 몸으로 여기는 큰 자비로 거리낌이 없는 원을일으키고 나니, 한 생각할 찰나를 지나서 사나운 바람이 곧 그치고 문득 순풍을 얻어 모든 어려움을 벗어나고,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러 여러 진귀한 보배들을 얻었다.
이 때 보살이 상인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이 진귀한 보배는 만나기 어렵고 얻기 어려운 것인데 너희들이 선세에 널리 보시를 행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진귀하고 미묘한 보배를 만났지만, 옛날에 보시를 닦을 때 마음에 인색하고 아낌이 있어서 이런 인연으로 이 사나운 바람을 만난 것이다.
너희 모든 상인들은 얻은바 보배에 반드시 한량이 있음을 알아서, 많이 취하고 탐하는 마음으로 방종하여 뒤에 큰 재난을 부름이 없도록 하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모든 보배 가운데 목숨 보배가 으뜸이 되니, 만일 그 목숨을 보존한다면 이것이 바로 값으로는 따질 수 없는 보배인 것이다.’
상인들은 보살의 가르침을 입어 만족함을 아는 마음을 내어 감히 많이 취하지 못했다.
이 때 뭇 사람들이 재난을 면하고 큰 보배를 얻어서 빈궁함을 멀리 여의고 저 언덕에 이르렀다.
모든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과 착한 벗과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니 저 상인이 보살을 만난 것과 같고, 영원히 생사를 떠나 저 언덕에 이르니 상주가 큰 부귀를 얻은 것과 같으며, 세간에 있는 함[爲]이 있는 집은 빈마구 바다가 능히 모든 물줄기를 태우는 것과 같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실하고 자세하게 집에 있는 이의 과실을 관찰하니, 너희 선남자는 세간의 모든 5욕락(欲樂)에 물들지 말아서 3계의 나고 죽는 고통과 재난을 여의고, 맑고 시원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큰 성(城)에 들어가야 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을 보기를
빈마구 바다가 뭇 흐름을 태우는 것같이 여기나니
비유컨대 옛날 라타국에
득안이란 보살이 있었는데
큰 복과 지혜, 교묘한 방편을 갖춰
반연함이 없는 자비로 유정을 거두었네.
이 보살을 배에 태우고
상인이 보배를 얻으려 저 언덕을 넘고자 했지만
그러나 이 대사 나이가 늙어
이타(利他)를 즐기지 않고 선정을 좋아했네.
한 상주(商主)가 보살에게 청하여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구하려고
원컨대 대사는 제 청을 받으셔서
제가 풍부하여 결핍됨이 없게 하소서.
이에 보살이 큰 자비를 움직여
청을 받고 곧바로 배에 탔다네.
그 때 큰 돛을 달고 순풍을 만나
곧 동남쪽 보배 있는 곳으로 나아갔지만
갑자기 폭풍이 배에 불어와
남쪽 바다로 밀려가 갈 곳을 몰랐네.
7일을 지나고 큰 바닷물이
모두 변하여 황금빛이 되니
자마황금이 바다에 가득 차
보배 빛으로 진짜 금빚을 나타낸 것이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흰 빛이 되어 옥과 눈 같으니
진주 보배 바다 속에 충만하여
바다의 물이 흰 빛을 이루었네.
또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감청(紺靑) 빛 유리와 같으니
푸른 파리구슬이 바다에 충만하여
물이 감청빛이 된 것이네.
또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모두 변하여 붉고 빨간 색이 되니
붉은 파리구슬이 바다에 충만하므로
물빛이 변해 저와 같은 것이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검은 색이 되어 먹물과 같았는데
이것은 하늘 불에 타버려
바닷물이 모두 먹물 색이 된 것이네.
이 바다의 이름은 빈마구인데
4해와 뭇 흐름을 삼켜버려서
일체의 배들이 만일 지나가면
있던 사람들은 여기에 이르러 모두 다 죽는다네.
산더미 같은 하늘 불 치솟아
폭발하는 소리 우레와 같으니
모든 사람이 멀리서 보고 놀라
부르짖어 가슴 치며 대사께 아뢰었네.
보살은 이에 자비심을 일으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호의 손길을 드리우니
폭풍은 곧 그치고 순풍이 일어나
험난함을 건너 보배 있는 곳에 이르러
각각 보배를 얻어 저 언덕에 도달해
길이 빈궁함을 여의고 안락함을 얻었네.
출가한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을 상주(商主)처럼 가까이하여
영원히 화택(火宅)을 떠나 참된 깨달음으로 나아감이
상인이 본래의 처소로 돌아옴과 같나니
세간에 있는 모든 집은
저 빈마구 바다와 같다네.
출가해 항상 집에 있음을 싫어하여
세간에 물들지 않고 5욕을 떠나
텅 비어 한적한 곳에 머물기를 즐겨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매우 깊은 참되고 미묘한 이치를 잘 통달한다네.
혹 인간 취락(聚落) 가운데 처하여도
나비가 꽃을 취하듯 손상할 것이 없어서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항상 남을 이롭게 하고
세간의 즐거움과 이름남을 탐하지 않네.
입으로 항상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더럽고 악한 말 끊어 버리며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고 선한 업을 닦아
나와 남으로 하여금 항상 진상(眞常)8)에 들게 한다네.
이 때 지광과 모든 장자 1만 명이 함께 똑같은 말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드무신 선서(善逝)시여,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미묘함의 첫 번째이고, 착하고 공교한 방편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시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저희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세간의 집은 감옥과 같아 일체의 악업이 집으로부터 생기며, 출가한 사람은 실로 한량없고 끝없는 수승한 이익이 있나니, 이로부터 저희들이 출가하여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항상 법락(法樂)을 받음을 깊이 즐기겠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너희들이 마음을 내어 출가하기를 좋아하니,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하루 낮 하루 밤만 출가하여 도를 닦는다 하여도, 2백만 겁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좋은 곳에 태어나 수승하고 미묘한 즐거움을 받으며, 선지식을 만나 영원히 물러나지 않고 모든 부처님 만나서 보리의 기(記)를 받고, 금강좌(金剛座)에 앉아 정각의 도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출가한 이는 계를 지니는 것이 가장 어려우니, 능히 계를 지닐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참된 출가이다.”
이 때 모든 장자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계를 지녀 범행을 닦을 것이니, 원하옵건대 저희를 빨리 생사의 고해(苦海)에서 벗어나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를 빨리 상락보궁(常樂寶宮)에 들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가 널리 일체 중생을 제도하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가 빨리 무생(無生)의 지혜를 증득하게 하소서.”
이 때 세존께서 미륵(彌勒)보살과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장자를 그대들에게 맡기노니 출가하기를 권하여 청정한 계를 받아 간직하게 할지어다.”
이 때 9천 사람이 미륵 앞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 부처님의 계를 받아 지녔으며, 7천 사람이 함께 문수 앞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 부처님의 금계를 받았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이미 출가함을 얻어 법인(法忍)을 성취하여 여래의 비밀경계(秘密境界)에 들어가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고, 한량없는 사람들은 보리심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이르렀으며, 수없이 많은 사람과 하늘들은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