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신도시인가 해운대신시가지인가?
1990년대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해운대 지역이 신도시인지, 신시가지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 30년이 지나면서 일부지역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필요하고, 도시재생 차원의 투자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한 세대가 지나면서 거기에 사는 인적 구성도 변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고향처럼 생각하는 애향심의 발로로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거주하시는 분들도 있겠다.
그러면 신도시의 개념은 뭘까? 신도시는 ‘새롭게 건설되는 도시형 정주공간’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시는 자연발생적인 인간 정주공간의 형성이 아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종합적 이용과 개발, 특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립된 도시계획(master plan)하에 건설되는 것을 말한다.
여러 학자들의 논의와 세계 각국의 신도시 형성에 비추어 볼 때 신도시는 의도적으로 새롭게 건설되는 도시형의 인간 정주공간이며, 국가의 사회·경제 및 국토정책의 일환으로 도시계획으로 건설되어 해당 도시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일자리를 충족하는 자족성을 지닌 정주공간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의 신도시 유형을 보면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시설을 충분히 갖춘 자족적 신도시를 이상적 신도시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도시(母都市) 주변의 위성도시, 교외지역에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한 베드 타운 (Bed Town), 기존도시 내부에 건설되는 신시가지 등 다양한 비자족형 정주공간도 신도시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근대적 의미의 신도시는 영국에서 출발하였다. 영국은 1946년 세계 최초로 신도시법(New Town Act)을 제정하였다. 영국의 경우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과밀화되고 노후화된 정주공간에 대한 대안으로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 졌다. 1946년부터 현재까지 3차에 걸쳐 신도시가 조성되었다. 반면 미국은 민간 차원의 신도시개발이 보편화 되어 있다. 영국은 런던주변 그린벨트 외곽지역에,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신도시가 집중 개발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1960~1970년대 경제개발시기 서울의 무허가주택의 철거 이전, 공해공장 이전, 행정기능 분산을 위해 성남, 반월, 과천이 개발되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수도권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와 2000년대 들어서 동탄, 파주, 정관신도시가 개발 조성되었다. 해운대지역도 이즈음 개발된 것이다. 기존 해운대 구시가지 인근에 논밭과 몇 개의 자연마을 지역이 지금의 아파트로 둘러싸인 신시가지가 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영국처럼 신도시법이 아닌 택지개발촉진법으로 진행되어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자족적 신도시라고 설명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자족적 도시는 도시 자치적으로 스스로의 독자적인 산업기반시설을 지내고 있는가(자족도), 토지를 얼마나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는가(토지이용의 다양성), 정치·행정적으로 얼마나 자치적인 능력과 임파워먼트가 주어져 있는가(자치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해운대신도시는 위의 3가지 모두를 충족하고 있는가?
처음에 해운대지역은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택지개발 위주로 주택공급 목적으로 신시가지 개념으로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해운대신도시 인근에 양산 고리 원자력단지, 울산 산업단지가 도로망으로 연결되어 동남산업배후지를 갖추고 있으며 지방자치제 실시로 자치구인 해운대구 출범과 성장, 신도시 내에서 근린주구 개념의 생활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신도시 개념으로 발전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배문호 / 도시계획학 박사. LH-University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