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여행-포브지카계곡(Phobjikha Valley)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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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목두루미 겨울서식지 포브지카계곡을 걷다
라왈라고개까지 오르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20분도 채 못 걸려 강테이(Gangtey)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입구에서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쵸르텐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강테이마을은 강테이사원(Gangtey Goemba)과 이웃하고 있는 마을로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강테이마을 입구에서 포브지카계곡(Phobjikha Valley) 트레킹을 시작한다.
2시간 정도 걸리는 포브지카계곡 트레킹은 특히 겨울철 해외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내려가는데,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산 아래로 넓은 밭이 형성돼 있다.
넓은 밭과 띄엄띄엄 자리한 농촌가옥들이 서양의 농촌풍경을 보는 것 같다.
좁은 계단형태의 다랑논으로 이뤄진 부탄의 일반적인 농경지와 달리 이곳은 완만한 경사지와 넓은 밭이 풍요로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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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민들은 넓은 밭과 초지에서 감자, 고구마를 재배하고 소를 키우며 살아간다.
비탈진 경사지를 내려와 밭 가운데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길을 걷다보면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소와 마주치고, 길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는 소의 무리를 만나기도 한다.
초지에서 마른 풀을 뜯고 있는 소떼의 풍경도 목격한다. 뒤돌아보면 푸른 숲 위 언덕에 강테이마을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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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는 마을입구나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 마니차가 있는데,
이 마을에도 길가 하얀 건물 안에 마니차가 설치돼 있다.
물을 끌어들여 물레방아를 돌리듯 마니차를 돌린다.
사람들이 돌리지 않아도 마니차가 계속 돌아가면서 경전의 말씀이 주변에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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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부탄 스님 두 분을 만났다. 근처 절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이다.
젊은 스님 두 분은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들을 밝고 스스럼없이 대해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로 응수한다.
한국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한국어란다.
스님들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면서 도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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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가옥이나 밭의 경계를 알리는 담은 돌담이거나 나무로 이뤄져 있다.
부탄 어느 곳을 가나 쓰레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게를 제외하고는 비닐이나 스티로폴, 종이 같은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길가에 볼 수 있는 것은 소똥이나 나무 조각 정도다.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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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운데 서 있는 쵸르텐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는 길은 그윽하고 한가하다.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이룬 숲은 정갈하고 청신하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은 우리나라 잣방울만큼이나 크다.
주변의 산은 모두 짙푸른 숲으로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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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아래로는 포브지카계곡(Phobjikha Valley)이 넓게 펼쳐진다.
해발 3,000m 높이에 있는 포브지카 계곡은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s) 서쪽 사면에 있는 빙하가 만든 U자형 계곡이다.
계곡은 산으로 둘러싸여 넓은 분지를 이루고, 넓은 분지에는 습지와 초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 가운데로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사행천(蛇行川)이 흘러간다. 이곳은 람사르협약 등록습지로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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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막처럼 지어진 전망대에 서니 포브지카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넓은 계곡은 가운데가 하천과 습지이고, 그 다음이 초지, 농경지 형태로 이뤄져 있다.
산자락에는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넓은 초지와 농경지를 가진 이곳 주민들은 부탄의 어느 지역보다도 소득수준이 높다.
원두막에는 룽다가 휘날리고, 바로 앞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마니달도 세워져있다.
포브지카(Phobjikha)는 말 그대로 무릉도원이다.
사방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넓은 초원과 사행천,
그리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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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이곳의 전설을 들려준다. 어느 날 돼지와 뱀이 포브지카계곡 상류에서 출발하여
하류에 있는 감자를 누가 더 빨리 찾느냐 내기를 했단다.
속도가 빠른 돼지가 먼저 도착하여 감자를 찾느라고 주둥이로 땅을 뒤집고 다녔고,
그 뒤로 돼지가 뒤집어놓은 땅에서 감자가 잘 자랐다는 얘기다. 그리고 뱀이 구불구불 내려온 길은 사행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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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던 가이드가 갑자기 하늘을 보라고 한다. 검은목두루미가 날아간다. 천혜의 풍광을 지닌 이곳 포브지카 계곡에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조류 가운데 하나인 아름다운 검은목두루미(Black Naked Cranes)들이 찾아온다.
매년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티베트고원에서 살던 검은목두루미들이 혹독한 겨울추위를 피해 이곳으로 날아온다.
포브지카계곡에서 한겨울을 보낸 검은목두루미는 날씨가 따뜻해진 3월에 돌아간다.
검은목두루미는 몸길이 139cm, 몸무게 5.5kg에 달하는 고산지대 유일한 두루미다.
검은목두루미는 티베트고원에서 떼지어오면서 포브지카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강테이사원을
한 바퀴 돌고는 이곳 습지로 내려온다고 한다. 봄에 티베트로 떠나갈 때도 강테이사원을 돌고나서
하늘 높이 날아간단다. 검은목두루미들도 불심(佛心)이 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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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지카의 너른 분지를 바라보며 걷고 있으니 어느새 내 마음이 소박하고 평온해진다.
내 영혼이 거대하고 신비한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듯하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바람소리뿐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하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된다.
부탄스님들과도 오랜 친구처럼 포즈를 취하고 껄껄껄 웃기도 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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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언덕에 작은 쵸르텐 한 기가 포브지카 분지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이 쵸르텐은 작고 소박한 탑이지만 마을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제 마을이 가까워졌다. 우리를 태우고 갈 승합차와 스님들을 태울 승용차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맑은 영혼으로 만난 부탄의 스님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우리의 모습을 언덕 위의 쵸르텐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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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이용해 우리가 걸었던 길 건너편 산비탈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했다.
지대가 높은 리조트에서 바라보니 블랙마운틴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 앞으로 포브지카계곡의 넓은 분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분지 뒤로 조금 전 걸었던 산자락이 정답게 다가온다.
숙소에 들어가니 장작난로가 놓여있다. 방문 앞 복도에 난로에 들어갈 장작과 불을 붙이는데 사용할 톱밥이 준비돼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니 방 기온이 따뜻해진다. 벽난로를 옆에 두고 창문을 통하여 밖을 바라본다.
포근한 별장에 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리조트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가이드와 함께 아랫마을로 내려갔다.
동네가게에 들어가니 조그마한 공간에 과자, 음료를 비롯한 간단한 옷가지까지 여러 생필품들이 소박하게 진열돼 있다.
한쪽에는 5~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나무탁자와 의자도 놓여있다. 우리나라의 엣 마을 점방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여기에서 부탄에서 생산되는 술을 마셨다. 과자나 다른 음료들은 인도・태국 등 주변국에서 수입을 해오는데,
술은 자국에서 생산한단다. 부탄에서는 자신들이 마실 위스키와 와인, 맥주를 생산한다.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와 맑은 물로 만든 술이라서 맛이 좋다.
부탄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생산되는 술 말고도 가정마다 아라(Ara)라고 하는 전통주를 빚어서 마신다.
아라는 정종처럼 따뜻하게 데워서 마실 수도 있고 계란을 풀어서 먹기도 한다.
술이 취해서 행패를 부리거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경찰서로 연행되어
하룻밤을 재우고 술이 깬 그 이튿날 내보내주니,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이 거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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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에서 타닥타닥 화톳불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든다.
이튿날 눈을 떠보니 날씨가 화창하다. 어제 구름에 뒤덮였던 산봉우리들이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그림을 그려놓았다. 블랙마운틴과 포브지카계곡의 넓은 초지,
산자락에 둥지를 튼 마을들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그림이 된다.
오늘 첫 방문지는 두루미센터(Crane Center)다. 두루미센터는 티베트에서 살던 검은목두루미(Black Naked Cranes)가
겨울을 보내기위해 머무는 포브지카계곡 습지를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
두루미센터에서 검은목두루미의 이동모습과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화를 관람했다.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니 몇 십 마리의 두루미들이 습지에 앉아 먹이를 찾고 있다.
두루미센터 밖에는 몇 년 전, 개에게 날개를 물려 날지 못해 이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두루미 한 마리가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해마다 겨울이면 다른 두루미 몇 마리가 이 날지 못하는 친구 두루미를 찾아온다고 한다.
두루미의 우정이 눈물겹다. 포브지카의 겨울철새 검은목두루미를 보호하고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부탄정부에서
두루미센터를 만들었다. 센터 근처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도 있고, 평화로운 마을도 있다.
멀지않은 언덕 위에 강테이사원과 강테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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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테이사원을 가기위해 너른 분지를 지나 울창한 숲길로 들어선다.
짙푸른 숲 가운데로 난 산길을 따라 언덕위로 올라서니 강테이사원(Gangtey Goemba)이 웅장하게 서있다.
강테이곰바는 강테이마을과 포브지카마을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주는 사원이다.
높은 언덕위에 있는 강테이사원은 포브지카지역 어느 곳에서나 바라볼 수 있다.
사원은 바깥으로 사방을 낮은 건물이 회랑처럼 둘러싸고 있고 중앙에 높은 법당이 있다.
중앙에 있는 법당건물은 300년 전에 창건되었고, 건물 밖으로 4면에 마니차가 있어 법륜을 돌리며
한 바퀴 돌고나서 법당 안으로 들어가 예불을 드린다.
강테이곰바는 예불공간으로서의 법당뿐만 아니라 수행하는 선원, 스님들을 양성하는 승가대학 기능까지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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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지카(Phobjikha)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강테이사원에서는 매년 11월
검은목두루미가 이동하는 때에 맞춰 축제를 연다.
축제는 성스러운 가면무용과 전통 민요와 민속춤을 추며 마을주민과 스님들이 함께 어울려 3일간 진행된다.
강테이 곰바 옆에는 강테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언덕위에 있는 강테이 곰바에서는 포브지카계곡을 이루고 있는 분지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넓은 습지와 초지, 큼직한 밭, 그리고 산비탈에 기대고 있는 민가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풍요롭고 넉넉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