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Haeundae]
16년간 한국 근무한 고무라 일본 공보영사
지난 5월 5일 오후 5시, 오륙도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달맞이언덕의 해월대라는 빌라에서 고무라 데츠오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공보영사의 고별 특강이 있었다. 고무라 영사는 16년 동안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다음 주 일본으로 돌아간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친구들과 함께한 고무라 영사를 위해 부산한일친선협회(회장 박홍규)가 송별회 자리를 마련하고 ‘한일 민간교류’를 주제로 한 특강을 부탁한 것이다.
고무라 영사는 일본 아키타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에 들어갔다. 2004년부터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2014년 9월부터는 주부산일본총영사관으로 옮겨 주로 공보업무를 맡아왔다. 공보업무는 총영사관 관할의 부산을 비롯해 울산과 경남북, 제주 지역 한국 국민들에게 일본문화를 알리고 일본 홍보활동을 담당하는 일이다.
고무라 영사는 5년 9개월간 부산에 근무하면서 한일 민간단체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양국민의 우호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다도(茶道)와 꽃꽂이, 일본가요 같은 다양한 일본문화를 지역에 알리고 양국간 문화교류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고무라 영사의 자녀들이 다니는 민락동 일본인 학교의 학부모 회장도 맡아 일본 주재원들과 자녀들의 부산 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무라 데츠오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공보영사가 고별 특강을 하고 있다.
모임 장소를 제공한 사단법인 부산문화예술사랑 남영자 이사장(왼쪽)
그는 이날 특강에서 어려서부터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고 대학에서 국제교류 동아리에서 한국과 중국의 유학생을 만나면서 한국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서울의 모 대학에 유학을 하면서 한국문화와 함께 한국어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민간교류에 있어서는 상대의 마음을 배려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부산한일친선협회가 부산의 많은 한일민간단체의 맏형으로서 각 단체를 주도해 주길 부탁했다.
이날 모임 장소를 제공한 사단법인 부산문화예술사랑 남영자 이사장은 31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와 결혼한 뒤 지난한 노력 끝에 부와 명예를 일구었다고 하는데, 이런 남 이사장의 성공 뒤에는 일본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78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차 수시로 부산과 오사카를 왕래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산 지역에서 매달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식사봉사도 하는 등 각종 봉사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남 이사장은 귀임하는 고무라 영사에게 일본에 가서도 한국에 대한 고무라 영사의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또한 한때 부유한 외국인들의 임시 숙소로 활용되던 자신의 빌라를 일본인들과의 친선교류의 장으로 흔쾌히 내놓겠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인학교 학생들이 홈스테이하는 장소로 사용되도록 한일친선협회가 주선해 주기를 부탁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