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38코스(남해 바래길 5코스)-2
지렁이 모양으로 600m 정도 길쭉하게 뻗어있는 추도에는 가운데로 산책로가 놓여있고,
중간 중간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정자,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다. 이곳을 사람들은 추도공원이라 부른다.
과거 사철쑥이 많이 자라 사철쑥 추(萩) 자를 써서 추도(萩島)라고 불렀다는데, 지금은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추도와 구도 사이에는 고막껍질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작은 섬이 운치를 더해주고 주변에는 죽방렴도 보인다.
추도는 작은 섬이지만 숲이 울창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산책하기에 그지없이 좋다.
마을주민들의 산책로이면서 바래길을 걷는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사각정자에서 해변으로 내려오니 작은 포구가 기다리고 있다. 포구 안쪽에는 당저2리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추도 해변 길가에는 해산물을 조각한 대리석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거제와 남해도 해안 일대에서는 특산물인 문어, 미역, 해삼 등 수산물을 모아 배에 싣고 서해안과 한강을 거쳐 조정에 바치곤 했다.
그때 곡물, 해산물을 실어 나르던 이동 수단은 바람을 이용하던 돛단배라, 종종 큰 바람을 만나 침몰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
백성들은 조공이 조정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면서 제를 올리곤 했다.
창선면에도 그 제를 올리던 당집이 있었고, 당집이 있는 산 아래 마을이라 하여 당저(堂底)라 했고 이 마을이 곧 지금의 당저1리다.
당저마을 아래 해변에는 창선도의 각종 조세와 특산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는데,
창고가 있던 마을이라 해서 해창(海倉)마을이라 불렀다. 해창마을은 지금의 당저2리를 가리킨다.
마을주민들은 지금도 해창마을이라 부른다. 마을 표지석에도 당저2리 마을(해창)이라 표기되어 있다.
당저포구 안쪽 방파제를 건너 당저2리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마을 옆 논에서는 뿌리 활착을 마친 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마을을 지나 남해도에서 창선도를 거쳐 삼천포대교로 이러지는 3번 국도를 만난다.
당저2리 입구에서 창선대교까지 1.5km는 3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이곳을 지나는 3번 국도는 차량통행도 많아 걷는데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족해협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도로의 불편함을 상쇄시켜준다.
도로 바로 아래에는 논들이 자리하고 있고, 농경지 밑은 지족해협을 이룬 바다다.
창선도와 남해 본섬 사이에 좁게 형성된 바다를 지족해협이라 한다.
지족해협은 시속 13~15km의 거센 물살이 지나는 좁은 물목을 이루고 있다.
예로부터 이곳 주민들은 지족해협의 빠른 물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았다.
죽방렴은 갯벌에 10m 높이의 참나무로 만든 말뚝을 V자형으로 벌려 세우고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세워서
물살에 떠내려 오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도구이다.
밀물 때 물고기가 죽방렴 안으로 들어오면 썰물이 되어도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안에 갇혀있는 물고기를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
대나무 발을 이용한 죽방렴(竹防廉)은 썰물 때 물이 완전히 빠지는 해변에 돌을 쌓아 만든 석방렴(石防廉)과 대비가 된다.
현재 지족해협에는 23개의 죽방렴이 남아있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명승 제71호로 지정되어 있다.
죽방렴은 하나하나 모두 주인이 있다.
“거래가 자주 되지는 않지만 죽방렴 하나의 가격이 1억 원 이상입니다.”
아침에 적량마을로 가던 택시에서 택시기사가 들려준 말이다.
지족해협 죽방렴에서는 주로 멸치가 잡힌다. 물살 빠른 바다에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물로 잡은 멸치에 비해 상처없이 싱싱한 상태로 건져 올리기 때문에 지족해협 죽방렴 멸치는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죽방렴 멸치가 일반멸치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선도와 남해 본섬 사이에 길이 438m에 이르는 창선교는 놓여있다. 창선교를 걸으며 지족해협을 바라본다.
창선교 양쪽으로 지족해협과 어울린 남해 본섬, 창선도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지족해협에 설치된 죽방렴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나무로 만들었던 기둥은 철골로 바뀌고,
대나무 그물은 망사그물로 바뀐 죽방렴도 있다. 죽방렴 앞을 작은 어선이 하얀 물살을 내며 지나간다.
창선교를 건너면 남해군 삼동면소재지인 지족리인데, 여기에서 바래길 5코스가 끝난다.
창선도를 걷는 바래길 3개 코스를 마치고 이제 남해 본섬으로 들어선 것이다.
지족리에는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 등 멸치를 이용한 요리를 하는 식당이 많다.
식당에 들어가 멸치회무침과 멸치쌈밥에다 늦은 점심을 먹는다.
나는 남해에 올 때면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을 주로 먹는 편인데, 언제 먹어도 맛있다.
멸치요리에 막걸리 한 잔 걸치니 몇 시간 동안 걸었던 피로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 같다.
(2021. 5. 23)
*여행쪽지
-군사용 말을 사육했다고 알려진 창선도 적량마을에서 시작하여 지족해협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지족해협의 전통적 고기잡이도구인 죽방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코스 : 적량마을→장포항→보현사→부윤마을→추섬공원→창선교→삼동하나로마트
-거리, 소요시간 : 12km, 4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적량마을(경남 남해군 창선면 흥선로 1212)
-남해 바래길 5코스 종점인 삼동면소재지에는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을 맛있게 하는 식당이 많다.
단골식당(055-867-4673), 우리식당(055-867-0074)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