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겨니와 참갈겨니는 많이 닮았다. 구분이 되는 점은 수컷들인데 참갈겨니 수컷은 자라면서 몸에 붉은 색을 띤다. 시골에서는 흔히 참갈겨니라 하지 않고 그냥 참피리라 불렀다.
피리종류들은 생긴 것도 다르지만 저마다 사는 곳이 달랐다. 얕고 여울이 진 곳엔 주로 피라미들이 많이 살아 대낚시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에 비해 갈겨니와 참갈겨니는 물이 조금 깊은 곳에 주로 보였는데 그중에서 참갈겨니는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곳에 모여 살았다. 갈겨니와 참갈겨니들은 겨울이면 한번씩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곳에 떼로 모여지내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아도 집에서 피리종류는 식용으로 잘 쓰지 않고 닭모이 정도로 던져주었기 때문에 잘 잡지 않았다. 어릴때는 그랬다.
태풍이 쓸고간 후 여름날,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보기위해 경주 산내로 향했다. 운전하다 중간중간 멈춰 급류가 형성된 곳을 구경하며 경주 산내에 이르렀다. 경주 산내 국민건강연수워 앞 하천 다리아래에서도 급류가 형성되어 하얀 물거픔이 사방으로 뛰었다. 이 광경을 한참 바라보니 물보라속을 피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물은 깊었지만 들채를 들고 물거품속으로 들어갔다. 물살이 강한 곳엔 자칫 급류에 휩싸일 것 같아 주변부에서 뜰채질을 해봤다. 근데 생각대로 피리들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조금 깊은 곳으로 들어갔더니 이내 몸이 휘청하며 중심을 잃어 물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니 떠내려갈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생각하다 이내 깊은 곳으로 뜰채를 집어넣고 몰이를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났을 시점 갑자기 뜰채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얼마나 큰놈이길래 이런 느낌을 주지? 하며 뜰채를 들어올리니 불그스럼한 물고기가 보였다. 들체를 바깥으로 들고 나오자 거대한 참갈겨니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 여태껏보지 못한 사이즈였다.
물통에 집어 넣고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 오는 도중 혹시 죽지나 않을까 염려하면서 급하게 차를 몰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수족관에 물통째 부우니 수족관이 작게 느껴질 정도의 참갈겨니였다.
배쪽에 길게 펼쳐진 지느러미가 압권인 이놈은 아마 참갈겨니가 자랄 수 있을 만큼 자란 놈으로 보였다. 이놈 옆에서 헤험치는 5년된 갈겨니들은 마치 새끼들처럼 여겨졌다. 이놈이 먹이를 먹을때면 그 큰몸을 아주 유연하게 흔들며 먹이를 삼겼다. 다른 갈겨니들은 먹이를 삼킨 후 수족관 외곽으로 빠졌다 다 먹은 후 다시 먹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먹이를 삼키곤 하는데 이놈은 그의 제자리에서 큰입으로 먹이를 하나씩 먹어댔다.
한동안 수족관에 꽃이 핀양 수족관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빛깔의 참갈겨니가 유영하는 폼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