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의 기재요건
법률상담을 하면서 금전대차관계에 대해 가장 많이 보는 서류는 당사자 간에 작성된 차용증이다. 제목을 차용증이라고 기재한 것도 아니고 현금보관증이라고 기재한 것도 있다. 그러고는 이것으로 되느냐고 물어본다.
우리 민법상 계약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해 그 형식이나 요건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계약서를 꼭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간에 말로 약속한 것도 계약이다. 그리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원칙에 의해 한 번 체결된 계약은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법률보다는 관행이나 판례에 의존하기 때문에 계약서에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를 적는 경우가 많고 계약서가 길고 두껍다. 반면에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고 대개 법률에 분쟁해결원칙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계약서에 많은 사항을 적을 필요가 없다. 우리 법은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고, 민법 기타 법률에 분쟁해결원칙이 정해져 있어서 계약서에는 꼭 필요한 사항만 적어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 경우 민법 등 법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등한 계약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계약서의 기재요건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통상적으로 작성하는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도 법적 효력이 있음은 물론이고, 구두로 약속한 것도 그 의사가 확정적인 것이라면 효력이 있다. 그러나 계약서 작성 시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몇 가지 팁을 제안해 본다.
첫째, 계약서에 당사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외에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경우에는 소송이 발생했을 때 송달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당사자가 주소를 변경했을 때 법원의 보정명령에 기해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보아 주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실제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공시송달을 통하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둘째, 법률효과를 분명하게 정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즉, 약속한 사항을 어겼을 때 어떤 벌을 가할 것인가, 예들 든다면 약속 위반 시 벌칙으로 내야 할 금액을 미리 정해 놓는다든지, 아니면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광장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겠다고 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셋째, 중요한 계약인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와 상담을 통하여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비전문가가 제공하는 양식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내용 작성을 의뢰하고 설명을 요구하여 계약 위반 시 어떤 상황이 될지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용어해설>
• 금전대차(金錢貸借) : 당사자 한쪽이 돈을 상대편에게 빌려줄 것을 약정하고 상대편은 일정한 기일에 그 돈을 갚을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
• 기명날인(記名捺印) : 자기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음.
• 보정명령(補正命令) : 재판 절차 등에서 당사자의 절차 행위에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고치라고 하는 재판장 등의 명령을 말한다.
• 공시송달(公示送達) : 민사소송법에서, 당사자의 주거불명 등의 사유로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그 서류를 인터넷(주로 대법원 홈페이지)에 일정 기간 동안 게시함으로써 송달한 것과 똑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송달 방법.
법률사무소 해운대 / 변호사 김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