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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4, 2, 13(화) 10:20
●집합장소: 경강선 이천역
●설봉산(394m)
●참석자(6명): 설송 김철, 달마 박종성, 요산 송창기, 공행 양종주, 운산 최종헌, 후묵
● 코스:설봉공원입구~하마비~호암약수터 갈림길~설봉산성~성화봉~연자봉~서희봉~설봉산/희망봉(394m)~부학봉~부학루~도드람산 갈림길~청운봉~백운봉~오백년송~화두재~이섭봉(318.5m)~ 설봉호- 설봉공원 입구-음식점
7.4km, 03:18:32(휴식시간 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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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산, 설봉호를 탐방하고 이천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왕에게 바치는 쌀이 나고 도자기 고장에다 요즈음은 SK하이닉스로 유명한 이천이 이런 멋진 산과 호수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을 오늘에야 알게되었다. 자유당 시절 주먹 이정재, 유지광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봉우리면 봉우리, 표시할만한 곳은 모두 작명을 해 두고 조망점과 목데크 쉼터, 등로 곳곳에 간단하고 머리에 쏙 들어오는 명언등 배치가 좋다. 무엇보다도 육산으로 마음이 푸근하다. 북쪽에서 오를때는 옆구리를, 남쪽으로 하산할때는 능선같지 않은 능선이라 누구나 부담이 없다.
내려서면 호수가 그림같다. 곳곳에 조형물이 품위있고 아기자기하다. 데크 난간에 달아놓은 한두단어 글귀 역시 연인, 친구, 가족과 같이 걸으며 입속에서 용의 여의주처럼 놀이개로 삼고 싶을 정도다. 디자이너가 너무 멋지게 호수와 산을 잘 다듬어 작품으로 만들어놓았다.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름 역시 멀리 히말라야 설산을 연상하도록 해 놓아 좋았다.
한가지 서프라이즈!!! 천안에 사는 4744 바둑 최고수(당점 500) 오장엽(7반)친구를 등반중 극적으로 조우했다. 쿠팡에 일이 있어 이천을 방문했다 정상 아래 있는 '삼형제바위'까지 오를려고 오고 있는 중이란다. 2시 이천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점심에 합류할 수 없다며 운산이 내놓은 찐밤 두어개 들고 설봉산 정상에서 헤어져야만 했다.
산행후 막걸리에 간단한 돼지갈비, 산채정식도 산행맛을 배가해주었다. 2016년 9월 개통된 경강선을 자주 타볼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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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현이 따뜻한 태국에서 3개월 겨울을 나고 귀국한다고 해서 2월 산행일자를 20일(화)로 잡았는데 그날 귀국이란다. 예년과 달리 차례를 정리해 설 명절 이후로 귀국일을 미룬 것. 요산 대장은 그러면 담현도 참석을 못할뿐더러 자신이 할 일도 있어 한주 당긴 13일을 제안한다.
요산은 지난 수요일(7일) 이천 설봉산(394m) 트레킹을 위해 답사를 마치고 사진, 개념도 등을 상세하게 단톡방에 올려놓았다. 이의를 다는 회원은 아무도 없다. 정상석에는 해발 394m, 다음과 네이버 지도에는 393.1m로 되어있다.
열심히 사진과 개념도를 보며 익히는데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봉호 입구 오른쪽에서 시작 반시계방향으로 말발굽형 원점회귀 산행코스다.
10:20분까지 경강선을 타고 종착역에서 세 번째인 이천역에 집합하란다. 그러면 북한이나 다름없는 교동도에 거주하는 운산회장은 집에서 6시에 나서야한단다. 어부인 운전 도움으로 강화버스터미널까지 와야했다. 필자는 한번 환승, 1시간5분 소요로 나온다.
요산대장은 잔설이 있을거라며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하고 바람이 풍속 4m라며 방풍복을 준비하란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푹하다. 생각보다 일찍 분당선 지하철을 탔다.
이매역에서 환승했는데 첫칸 맞은편에 송대장이 앉아있는게 보인다. 운산은 출구전략을 위해 뒤차로, 설송은 복잡하다며 판교에서 환승해야하는거 맞냐고 전화를 걸어온다.
요산과 함께 이천역에 도착하니 10시가 채 안되었다. 최근 보송회, 반창회 등 모임에서 꼴찌 도착을 만회하느라 서두른 덕택이다.
밖을 나가보았더니 버스, 택시들이 바쁘다. 조형물과 이 고장 특산품인 도자기 형태의 역사(驛舍)를 이름과 함께 스마트폰에 잡아넣고 들어왔다.
따뜻한 커피생각이 나서 요산과 편의점 StoryWay에 들어가 다방커피를 한캔씩 꺼냈다.
자그마한 젊은 점원보고 경강선이 언제 생겼냐고 물으니 아르바이트 한지가 한달밖에 되지않아 모르겠단다.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뒤차로 운산과 설송이 개찰구를 빠져나온다. 지난 1월 5~21일 20명중 청일점으로 꽃밭속에서 뉴질랜드 여행을 하고 온 운산이다. 역시 편의점으로 안내해 커피 한캔씩 권했다.
여학생에게 말을 이어갔다. 아르바이트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K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생. 노인들이 계속 늘어나 좋은 과 같다. 아르바이트 하면 얼마를 받느냐고 물으니 오후 2시까지 7시간 7만원이란다. 첫달 월급을 한번 받았단다. 청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곳으로 이사와 다음역인 부발역에서 거주. 성실해보였다.
다시 편의점 밖으로 나와 배낭이 있는 벤치로 왔다. 달마가 제시간인 10시27분에 왔는데 공행은 깜박하고 세종대왕역까지 갔단다. 공짜니까 많이 탈수록 더 좋은게 아닌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얼굴이 마스크 밖으로 젊고 곱상하다. 하루 몇시간 일하느냐고 물으니 아르바이트학생과 달리 8시간을 한단다. 회사 정년퇴직후 이 일을 잡았단다. 얼마 받느냐고 하니까 말해주지 않는다. 경기도 광주에서 산다고... 말투가 우리와 비슷해 충청도냐고 변죽을 울리니 인근이란다. 그래서 내 고향이 익산이라고 했더니 역시 또 인근이란다. 전주... 너무 익숙한 말투...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설송은 공행이 한번은 화장실에 앉아있으며 늦었을때의 일화를 뒤땅으로 꺼냈다. 공행이 부랴부랴 개찰구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러 멈춰세웠다. 미안해서 헐레벌떡 달려나가던거였다. 10:51
요산은 예정시각에서 30분 넘게 늦어 버스는 한참 기다려야 해 포기하겠단다. 앞뒤로 두 택시에 3명씩 탔다. 설봉공원 입구까지 2.8km, 4분 소요, 요금 5,700원. 가깝고 적은 액수다.
왼쪽에 표지석과 기념탑이 서있고 깨끗한 빌딩이 보인다. 오른쪽이 들머리다. 톡방에서 보았던 개념도 실물앞에서 요산이 탐방로를 보며 안내를 해준다. 설봉호수뒤 능선따라 정상을 오르고 한바퀴돌아 원점회귀한단다.
고관대작이라도 말을 내려 오라는 하마비(下馬碑)가 서 있다. 설봉서원이 중턱에 있어 이 서원에 오려면 그렇게 하라는 표지석이란다.
설송이 무겁다며 박카스를 하나씩 돌린다. 온기가 아직 남아있다. 배낭이 가벼워졌단다. 순한 흙산이다. 나무들도 키는 컸지만 낙엽이 지는 것들이라 봄 햇살에 포근해보인다.
5분여밖에 올라가지않았는데 전망이 남쪽으로 트이며 호수가 나타난다. 이름도 멋진 설봉산(雪峰山, 393.1m) 품에 동쪽으로 안겨있는 설봉호(雪峰湖)다. 바로 등로가에는 묘가 몇기 모여있다. 이는 명당이 아니고 뭐랴?
이 낮은 산에 빗물이 얼마나 흘러내린다고 이렇게 큰 호수가 있을까? 항아리형이라 비가 내리면 옴팡 흘러내릴 것 같지만 너무 낮다. 눈설(雪)자를 넣어 높게보이게 이름붙여진것일까?
답사를 했던 요산은 마구 달아난다. 흙길이라 걱정을 많이 했던 설송이 제일 만족스럴 것 같다. 탐방객들이 오르내린다. 이렇게 좋은 산과 호수, 탐방로가 있는데 왜 이천은 쌀, 주먹 이정재, 유지광등의 얘기만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명품 자연이 어디 있겠는가?
야자수마대도 깔아놓아 더욱더 푹신푹신하다. 양지끝이라 질퍽이지도 않는다. 약수터와 운동시설이 있는 지붕이 아래 보인다.
달마가 지난 2월1일 백운호수 갔다 벤즈가 살짝 스치는 것을 보았는데 문지르면 되겠던데 밤바를 갈겠다는 것을 보고 자동차보험이 너무 새는 것 같다고 한다. 후속 얘기로 설송은 술취한 친구가 딸 역시 벤즈를 슬쩍 스쳤는데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문제가 있다고 돈으로 해결하자며 300만원을 얘기하는데 과한 것 같아 100만원으로 끝냈단다. 딸로부터 코미션(?)은 한푼도 못받았다고...
오장엽 친구 조우
30분도 채 되지 않아 벤치가 나와 쉬어가자며 앉았다. 비스켓 소(小)봉지 하나씩 돌리는데 한 산행객이 요산을 보며 “창기 아니야?” 하는 것이다. 천안에 사는 오장엽 친구. 예전에 이수역 당구모임에 자주 참석하다 멀어 중단한 47회 당구 최고수(500). 필자도 슬쩍 지나치면서 낯이 익었다싶었지만 여기서 동기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일이 있어 쿠팡에 들렀다가 삼형제바위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려고 한단다. 다들 깜짝 방가방가~~~. 우리는 한바퀴 돌고 식사를 하려고 한다며 합류를 종용하는데 2시에는 이천을 떠나야 한다며 안된단다. 같이 걸었다.
바위가 나오는데 달마가 스틱을 양손에 쳐든다. 깃대바위.
설봉산성이 나온다. 일부 복원을 해 놓았다. 백제때 거란다. 3국이 맞대고 있던 곳이라 서로 요충지였던 모양이다. 안내판에서 인증샷을 만들고 전진했다. 애인 옆구리끼고 가는것처럼 정말 편안하다. 22만 이천시민들에게 정말 보물같은 산이고 호수다.
봉화대가 있었던 성화봉이다. 전국체전시 채화를 한적이 있어 성화봉. 칼바위가 옆에 보초를 서고 있다.
조금 오르니 사직단도 있다. 향교가 있어 만든것인가? 광화문 사직단은 경복궁이 옆에 있지 않은가?
명문 구절이 하나 서 있다. “오늘도 자신이 만든 고치속에 갇혀 굳은 의식으로 불만의 풍선껌이나 불어대고 있는 그대여!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살아가실건가요?” (이와순 ’청춘불패‘)
나한테 하는 소리같아 쏙 들어온다. 그런데 조금 있으면 또 새까맣게 까먹고 불만의 풍선껌을 불어대겠지!!!
공원입구에서 1,570m, 정상까지 490m. 높은줄 모르고 룰루랄라 온 것이다.
어디나 깔딱은 있는 법. 목계단으로 깔딱을 누그려뜨린다. 이번에는 연자봉(硏子峰). 설봉산도 높이와 고장에 맞지않지만 연자봉은 더더욱 그렇다. 제비연(燕)자도 아니고 무슨뜻으로 쓰였는지 이해가지 않는다. 내장산 연자봉은 바로 제비봉.
다시 한번 급한 목계단을 올라치니 설봉산정상. 희망봉이라고 부른다. 이천시민들은 작명하나 잘한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설봉호와 이천 고층아파트와 빌딩들이 남동쪽으로 소나무 사이로 들어온다.
운산회장이 삶은 밤을 돌린다. 오고수가 이제 삼형제바위로 직행하겠단다. 단체인증샷 한컷. 중도에 잠깐 말을 튼 멋진 중년 여성등산객에게 부탁했다. 고품 색깔과 테에 포인트를 준 벙거지 모자, 색을 맞춘 등산 자켓, 스틱과 등산화가 설봉산을 트레킹하기에는 넘친다. 이천에 살면서 수시로 찾아와 걷는다는 여인이다. 여러 컷을 가로세로로 찍어주면서 사진 확인해보라는데 안보아도 잘 찍었을 것이다.
얼굴이 봄꽃처럼 핀 장엽 친구가 숏컷으로 먼저 내려가겠다며 밤 두어알 쥐고 달아난다. 경희대 기계과를 나온 47회 당구 최고수로 운산과 미원중기를 몇 년 같이 다녔다. 은행 다니던 기전여고 출신 2년 연상의 여인을 은행까지 따라다니다 골인한 인물. 한때 변산 모항 호랑가시나무카페를 지어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는 장엽친구를 보내고 밤을 좀 더 깠다. 공행의 계란은 조금 가서 먹기로 했다. 바로 아래에도 넓은 목데크전망대겸쉼터를 해 놓았다. 많은 이천 시민들이 올라와 쉰다는 뜻일 것이다.
첫댓글 생생한 후기 재밌게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