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중산층에 관한 이상한 관념!”
―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도 중산층입니다”
수업시간에 현실의 예를 들다가 “여러분 저는 중산층에 들어갈까요?”라고 학생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대다수 학생들이 머뭇거렸지만, 한 학생이 “아뇨!”라고 말하자, 몇 몇 학생이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답변이 약간은 충격적이었지만, 일전에 아내와 농담을 하면서 “뉴스를 보니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중산층에도 못 낀다”라고 아내가 말한 적이 있어서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만일 국립대 대학교수인 내가 중산층에도 못 낀다면 과연 제주에서 중산층에 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학생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였을까? 아내는 또 왜 그렇게 생각하였을까?
그 이유를 답하기 이전에 중산층의 정의를 보자.
인터넷 사전에는 중산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위 정의의 기준을 보면 중산층이란
1) 상류층과 하류층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
2) 의식주가 안정적이며, 여유있는 사람들 (여유 있는이란 매우 주관적인 관점이다),
3) 소득이 평균(중위소득, 50%)의 75~200% 가진 집단을 말한다. 올해, 즉 2024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월 소득 167~446만원 정도라고 한다.
위의 개념정리의 기준으로보면 한국국민의 70% 이상이 중산층이고 나도 분명 중산층이며,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 계층에 속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왜 아내나 학생들은 나를 두고 “중산층에 속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였을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 ‘보유 자산이 7억정도’라는 정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평균 아파트 가격이 그 정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보유한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평균 집값이 얼마이건 그냥 자신이 살만한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은 제외하여야 한다. 소득과 최소한의 여유있는 삶이 그 기준이 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는 최상위 계층이 아니면 도시사람들은 거의가 자기 집을 잘 가지지 않는다. ‘월세의 80%’정도를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돌려주는 ‘알로까시옹(allocation)’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집이 있으면, 오히려 세금(재산세)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나도 유학시절 초기에는 50%, 귀국 시에는 거의 80%의 월세를 ‘알로까시옹 제도’를 통해 돌려 받은 기억이 있다.
그냥 자기 집이 있으며 그만이지, 그 집이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상위층, 중산층, 하위층으로 나누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렇다면 프랑스인들의 80%가 중산층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대다수의 국민들이 분명 중산층에 속하는 자신을 두고, 중산층에 들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일종의 ‘세뇌’일 것이다. 로크가 말한 ‘시장의 우상’을 통한 세뇌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국민들을 기죽이는 이러한 막연한 ‘관념’이나 ‘허상’을 퍼뜨리는 것일까? 제법 살만한 국민들도 ‘나는 하층민이다’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국민이, 80% 정도의 사람들이 “나는 한국에서 중산층에도 못낀다”라고 생각하게 될 때 덕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내가 “우리는 중산층에도 못낀다”라고 말한 이유는 ‘뉴스’때문이었다. 왜 뉴스에서는 이렇게 중산층의 개념을 왜곡하거나, 그 기준을 턱없이 높게 잡아 사람들을 기죽이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분명할 것이다. 만일 그 이유도 모른다면 공부를 조금은 해야할 것이다. 무지하게 되면 결국 세뇌를 당하게 되고, 세뇌를 당하게 되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비하하고 기만하게 되고, 결국은 한 번 뿐인 인생을 부정적이고 어둡게 살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살아갈 수 있는 집 한칸을 가지고 있고, 당신이 의식주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대한민국의 중산층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엉터리 뉴스에 기죽지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오늘 하루 즐거운 인생을 보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