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등 올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01년 작품이다. 다수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한탕을
계획하는 케이퍼 무비, 즉 강탈 장르에 속하는 영화로, 치밀한 완성도와 다채로운 촬영 테크닉을 통해
케이퍼 무비 장르를 설명할 때 대표작으로 언급된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대니 오션은 곧바로 옛 동료인 러스티를 찾아간다. 그리고 테리 베네딕트라는
인물이 소유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세곳의 금고를 동시에 터는 거대한 계획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테리의 라이벌인 루벤을 찾아가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하고 작전에 필요한 인원을 모은다.
폭파 전문가 배쉬어, 컴퓨터 전문가 리빙스턴, 소매치기의 달인 라이너스, 서커스단 출신의 중국인
옌, 사기 전문가 사울 등 총 11명이 1억5천만달러의 현금을 강탈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거사일은 권투시합 개최로 현금이 가장 많이 모이는 토요일 밤. 경계가 삼엄한 만큼 일행들은 실제
금고와 똑같은 세트를 만들어 예행연습에 들어가는 한편, 테리의 카지노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이 과정에서 러스티는 대니의 전처인 테스가 테리의 새 연인이라는 사실과, 대니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이 계획을 꾸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작전은 계속 진행되고 사울은 유럽의 부유한 무기상으로 위장한 채 테리에게 접근해 중요한
물건을 금고에 맡아달라고 한다. 그 물건은 보석을 위장한 폭탄. 현금 카트에 몸을 숨겨 금고에
잠입한 옌은 그 폭탄을 금고 문에 설치한다. 한편 카지노 단속반원으로 위장해 테리에게 접근한
라이너스는 그에게서 ID카드를 빼내고, 배쉬어가 ‘핀치’라는 전자기파 폭탄으로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정전시킨 틈을 타 라이너스와 대니는 적외선 방호벽을 해체하고 금고 문을 폭파한다.
뒤늦게 CCTV 화면을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테리는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이 다녀간 이후 돈이
감쪽같이 사라진 모습을 본 뒤, CCTV는 가짜 세트에서 찍힌 화면이고 돈은 경찰로 위장한 도둑들이
훔쳐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테리는 최근에 테스 근처를 맴돌던 대니를 의심하지만 증거가 없고,
가석방 법규 위반이라는 혐의만 씌워 감옥으로 돌려보낸다.
이 모습을 CCTV로 지켜보던 테스는 “돈만 찾을 수 있다면 테스를 포기할 수 있다”는 테리의 말에
그를 떠나고, 감옥으로 붙잡혀가는 대니에게 달려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작전에 성공한 나머지
일행들은 카지노 앞 분수대에서 헤어지고,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만기 출소한 대니에게 러스티와
테스가 마중 나온다.
작품해설
1. 원작과 영화
<오션스 일레븐>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출처 : 씨네21
〈오션스 일레븐〉은 루이스 마일스톤이 연출한 1960년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 원작에도 프랭크 시내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당대 인기스타들이 총출동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었던 이들 스타 군단을 ‘랫 팩’(Rat Pack)이라 불렀다.
랫 팩은 ‘친구들’을 가리키는 뉴욕 등지의 속어로, 1950년대 중반 험프리 보가트를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나 그가 사망한 뒤에도 196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배우들을 아우르며 사교그룹으로서의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원작 〈오션스 일레븐〉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못했다. 이유는 영화의
기획부터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션스 일레븐〉은 주로 라스베이거스 샌즈 호텔에서 촬영되었는데, 프랭크 시내트라를 비롯한
다수의 랫 팩 출연자들이 이 호텔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를 호텔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셈이다. 따라서 연출자도 당시로서는 은퇴 직전이었던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을 프랭크 시내트라가
직접 선임했다.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원작에서 대니 오션(프랭크 시내트라)이라는 주인공 이름과
대략의 얼개만 가져왔을 뿐 전체 개작에 가까운 리메이크로 방향을 잡았다. 먼저 원작의 11명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82공수사단 동료들이라는 설정으로, 강탈 계획도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된다.
원작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다섯개의 카지노를 터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 정전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두편 모두 같다.
원작과 리메이크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대목은 이후의 전개로, 원작에서는 작전
수행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캐릭터도 있고, 심지어 결말에서는 누구도 돈을 손에 쥐지 못한다.
이것은 범죄자를 미화하면 안 된다는 1940~50년대 할리우드 검열 규약의 영향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노골적으로 원작을 인용하는 것도 최대한 자제했는데, 이를테면 러스티 역의
브래드 피트가 처음 등장하는 할리우드 장면에서도 맞은편 건물의 거대한 프랭크 시내트라 벽화가
잡히지 않도록 화면을 연출했다. 기껏해야 원작에서 조이 비숍과 아킴 타미로프가 트럼프 카드로
집을 만드는 장면이 옌 역할의 샤오보 퀸을 통해 재현되고, 원작의 출연진 중 조연이었던 헨리 실바와
앤지 디킨슨이 카메오로 출연한 정도였다.
2. 캐스팅
출처 : 네이버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앙상블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은 영화다. 앙상블 캐스팅은 단독주연급
배우들이 거의 동등한 분량으로 다수 출연하는 것을 가리키며 올스타 캐스팅이라고도 한다. 애초
대니 오션 역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스케줄 문제로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조지 클루니의 표적〉에서 인연을 맺었던 조지 클루니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게 끊임없이
제안을 보냈고, 두 사람은 결국 ‘섹션 에이트’라는 영화사를 공동으로 설립하면서 조지 클루니가
대니 오션 역을 맡게 되었다. 〈오션스 일레븐〉은 섹션 에이트의 창립작품이었다.
줄리아 로버츠를 섭외한 것도 조지 클루니였다. 그는 〈오션스 일레븐〉의 대본에 20달러를 넣어
그녀에게 보냈는데, 동봉한 메모에는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요즘 영화 한편에 스무 장씩
받는다며?” 이것은 줄리아 로버츠의 개런티였던 2천만달러를 빗댄 농담으로(영어로 2천만은
'20million'), 당시 최고 출연료를 경신한 그녀의 뉴스가 한창 언론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나머지 배역들에도 수많은 배우들이 거론되었다. 런던 억양을 구사하는 폭파 전문가 배쉬어 역에는
이완 맥그리거도 물망에 올랐으며(돈 치들이 맡은 배쉬어의 어색한 영국식 억양은 개봉 이후 혹평을
받기도 했다), 애초 소매치기 라이너스 역은 마크 월버그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다. 운전과 운반 등의
자잘한 임무를 수행하는 쌍둥이 말로이 형제 역에는 실제 형제인 오언 윌슨과 루크 윌슨도 후보에
올랐다. 카지노 딜러 출신으로 내부 첩자 역할을 수행하는 프랭크 카톤 역에는 대니 글로버가
유력했으며, 앤디 가르시아로 낙점된 테리 베네딕트 역에도 워런 비티, 마이클 더글러스, 레이프
파인즈 등 쟁쟁한 이름이 호명되었다.
3. 영화적 기법
출처 : 네이버영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2000년 한해에만 〈트래픽〉과 〈에린 브로코비치〉 두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마약 문제(〈트래픽〉)와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에린 브로코비치〉) 등 두편
모두에서 묵직한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었던 그는 〈오션스 일레븐〉에서 마치 반작용처럼 ‘1930년대
할리우드 고전 로맨틱 영화의 고상함’을 추구하려 했다.
이를 위해 감독은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찍고 싶어 했으나, 그렇게 하면 8천만달러가량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워너 브러더스쪽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오션스 일레븐〉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리듬과 완급
조절이었다. 그리고 무려 11명의 주요 배역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영화인 까닭에 그 리듬을 인물별로
안배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따라서 〈오션스 일레븐〉은 편집의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형태의 장면전환 기법들이
등장한다. 다음 장면의 컷이 화면을 밀고 들어오면서 바뀌는 와이프(wipe) 효과, 두 화면을 나란히
보여주는 분할화면, 스크린 가운데를 중심으로 화면이 접혀서 사라지는 효과 등이 대니 일행들의
작전 준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폭넓게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작전이 종료된 뒤에 테스의 주머니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휴대전화가 울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제야 대니가 몰래 휴대전화를 넣어놓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테스의 회상 장면에서는
고전적인 장면전환 방식인 디졸브(화면이 흐려졌다가 장면이 바뀌면서 또렷해지는 효과)를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작전 준비 과정에서 카지노 바깥에 세워둔 일행들의 차에 매달린 정체불명의
풍선 더미로 카메라가 줌인으로 다가간 직후, 카지노의 CCTV를 가리기 위해 풍선 배달부로 위장한
일당의 모습이 줌아웃으로 드러나는 식의 창의적인 장면전환 기법도 쓰였다.
이에 관하여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환’이다. 하나의 신에서 다른
신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그 방식이 얼마나 창의적인가는
나중의 문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장면전환이 리듬을 만들어낸다면, 완급 조절은 주로 촬영을 통해 이루어졌다. 소더버그 감독이 직접
촬영감독 역할까지 수행했던 이 작품에는 장면전환만큼이나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동원되었다.
대니와 러스티가 루벤을 만나 테리 베네딕트라는 이름으로 그를 도발하는 장면에서는 세 사람의
반응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긴 호흡의 롱테이크 화면을 쓰는가 하면, 말로이 형제의 유치한 농담을
견디다 못한 라이너스의 조바심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시간의 경과를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움직이지 않고 컷을 나누는 점프컷 효과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니가 라이너스를 처음 만나는 지하철 장면에서 라이너스는 마주 선 신사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치는데, 이 장면에서는 그의 손이 재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스킵 프레임 기법이
쓰였다. 스킵 프레임은 슬로모션으로 촬영한 뒤 그만큼 늘어난 프레임들을 중간중간 덜어내는
기법이다. 그러면 화면의 움직임은 정속도처럼 보이지만 대신 프레임들이 줄어든 만큼 인물들의
움직임이 뚝뚝 끊어져 보인다.
이처럼 다채로운 촬영기법들을 구사하던 카메라는 작전 시작 이후부터 일관되게 낮은 구도의
화면으로 바뀌는데 이는 배경을 넓게 보여주면서 과장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그들이 한탕에 성공하는 과정을 판타지처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순수한 재미로 가득 차 있다”는 〈피플〉의 평가처럼 이 모든 기법들은 고스란히
매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러한 연출에 대해 〈빌리지 보이스〉의 평론가 짐 호버먼은 “마치 재즈 같고, 아무 고민도 없이
무사태평인 영화다”라고 논평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2000년대 이후 최고의 강탈
장면으로 〈오션스 일레븐〉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았다.
주요 등장인물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 11인의 리더. 전처 테스를 되찾기 위해 카지노 강탈을 계획한다.
러스티 라이언(브래드 피트) : 현장 상황을 관리하는 행동대장.
라이너스 캘드웰(맷 데이먼) : 날렵한 손을 가진 소매치기. 금고실 ID 카드를 빼내야 한다.
배쉬어 타르(돈 치들) : 폭파전문가.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정전시키는 것이 임무.
리빙스톤 델(에디 제미슨) : 컴퓨터 전문가. 카지노 CCTV 해킹 임무를 맡는다.
프랭크 캐톤(버니 맥) : 카지노 딜러 출신. 내부 첩자로 활약한다.
사울 블룸(칼 라이너) : 사기 전문. 유럽의 거부로 위장해 테리에게 접근한다.
옌(샤오보 퀸) : 서커스 단원 출신. 날렵하고 유연한 몸을 가진 잠입 전문가.
버질 말로이(케이시 애플렉), 터크 말로이(스콧 칸) : 운전, 운반 등 잡일을 처리하는 쌍둥이.
루벤 티쉬코프(엘리엇 굴드) : 물주. 테리에 대한 원한으로 오션 일행에 자금을 댄다.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 라스베이거스에 3개의 카지노를 소유한 인물. 대니의 타깃.
테스 오션(줄리아 로버츠) : 박물관 큐레이터. 대니의 전처이자 현재 테리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