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0시 21분 날아온 카톡에 얼른 답장을 보냈습니다. <곤충 조류 탐사 1차 시범 프로그램> 제발 10명안에 들기를~
모든 생물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조사하는데는 서툴고 관심이 없어요. 분명히 모니터링에는 도움이 안될 것을 알면서도, '우와 재미있겠다! 이게 웬 행운!' 하며 염치없이 기다렸어요~
세연이의 금요일 방과후 요리수업 끝나자마자 학교가방 멘 채로 노을공원으로 출발합니다.
이번 탐사가 더 기대되는 건 자생식물 전문가 신상재 선생님과 함께라서 입니다. 선생님은 샛강에 2021년부터 드나드셨다고 해요. 샛숲에서 사람들에게 숲해설도 해주시는데, 지식의 깊이가 다르지요. 무엇보다도 저절로 느껴지는 깊은 인품이 멋진 분입니다. 금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하셔서 제가 신이 났습니다. 그간 얘기를 많이 나누어보지는 않았으나 세연이 보시면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자생식물을 보여주시고 거기에 깃든 곤충들을 보여주시곤 했어요.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리시는 분이 아니라서 늘 저 혼자 흠모하고 있던 차입니다.
좀 일찍 도착하니 신상재 선생님께서 에코교실 앞에서 방향을 못 잡고 망설이고 계셨어요. 바로 앞에 다 와서도 보이지 않는 노고시모 컨테이너입니다. 다행히 만나서 같이 갔지요. 제가 7월에 처음왔을 때 느꼈던 당혹감을 똑같이 느끼셨을거예요.
세연이가 아이스크림도 꺼내먹고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개굴도사 장이권교수님과 연구원님들이 등장합니다. 유투브에서 보다가 실물을 보니 똑같아요.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 과학선생님같은 말투도 똑같았습니다.
흐른님도 등장! 근데 뭘 주세요. 세연이만 보면 뭐가 흐른님 손에서 나와요. 봉지에 한가득 공원에서 채취한 목이버섯이네요. 나무에서 바로 딴거라 나무껍질이 붙어있어요! 신기하다~그런데 이렇게나 많다고요? 50개는 넘는 것 같은데..버섯이 자랄만한 곳에다가 슥슥 손으로 문질러서 퍼뜨리신다나요. 이렇게 기르고 거두는 정성과 손길이 참 고맙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귀찮아서 못해요.. 특히나 먹는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귀한 식재료를 받으면 당황합니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음식은 잡채뿐인데..
또 생각났다는 듯 꺼내주신 것은 귀여운 나무 숟가락입니다. 세연이는 좋겠다! 이렇게 귀여운데 이걸 사용할 수가 있나요..균형감과 색깔도 참 좋네요. 공예품 대접해야지 생활용품으로 쓸 수는 없어요. 안써서 미안해요 흐른님.. 그래도 쓸 수가 없어요~그냥 눈으로 감상하렵니다~가끔 만지고요^^
남사면, 점이지대, 나무자람터, 북사면 등 동선을 정하고 출발합니다. 해가 넘어가고 곤충이 참 많이 보여요. 별도 많고 밤풍경도 다리 건너에 보입니다. 엄청나게 큰 박각시나방 애벌레와 박각시나방 성체, 넓적배사마귀 성체와 알집, 귀여운 청개구리도 보았지요. 신상재 선생님께서 곤충에도 해박하셔서 같이 있으면 재미있어요. 탐사 진행이 너무 느려서 걱정입니다만 어쨌든 사면탐방은 마치고 나무자람터로 올라갑니다.
밤 8시 30분에 나무자람터에 가니까 캄캄합니다. 저 멀리 곤충을 유인하는 등이 곤충을 엄청나게 불러놓았어요. 나방과 사마귀와 각종 노린재가 달라붙어있는데 저와 세연이 신상재 선생님은 조금 보다가 흐른님을 따라갔지요. 벌집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흐른님이 심어놓으신 자생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신상재 선생님이 깜짝 놀라시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흐른님도 이걸 알아보아주는 이가 왔다는 것에 기쁘셨는지 곳곳에 심은 것들을 쭉 둘러서 보여주셨어요. 신상재 선생님은 이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예쁜지 멋있는지 다 아시기 때문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동하고 계셨어요. 저도 이런거에 감동하고 싶은데.. 눈앞에 보물이 있어도 못보는 가련한 신세입니다~ 흐른님이 버섯 키우시는 곳과 전통방식 벌통도 보았어요. 낮에 보면 더 예쁠 꽃과 나무, 나비와 벌들을 생각하면 밤이라는 게 좀 아쉽습니다.
내려가면서 신상재 선생님께 여기가 왜 생겼고 어떤 분들이고 무슨 일을 하시는지 이야기를 했어요. 신상재 선생님도 샛강과 노을공원의 접점을 아시는지라 관심있게 들어주셨어요. 이야기하다보니 컨테이너사무실까지 내려왔고 밤 10시인데 김성란 박사님과 강덕희 활동가님이 아직도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신상재 선생님과 흐른님께서 서로 너무 좋아서 한참 이야기 나누셨다는 말씀을 드리니 김성란 박사님께서 "아니, 흐른님을 그렇게 행복하게 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책 받으세요~" 하시는데 방금까지 이야기했던 그 책 두 권이에요! 신상재 선생님도 책이 손에서 떨어지지를 않는 분이니 분명 감동하며 읽고 계실 겁니다^^
1번 개미 김성민님과 또 다른 개미님도 같이 5명이서 9707을 타고 당산역에서 헤어졌어요. 긴 하루인데 정말 금방 갔습니다. 곤충은 여전히 잘 모르지만 밤중에 노을공원을 돌아다닌 건 참 재미있었어요. 혹시 신상재 선생님이 또 오신다고 할까요? 저희의 다음 개미활동 때 같이 가보시자 하면 오실지도 모르지요. 노고시모 다음까페 이야기는 해드렸는데 설마 개미가 되시려나요?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서로를 통해서 행복해하셔서 저도 참 행복했어요!
9월 8일 일요일에 모녀 개미는 또 갈거에요. 그 때는 나무 심어야지요! 나무 심을 사전 준비 하시느라 정말 바쁘신 것 같던데. 진짜 나무를 심어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