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崔致遠)
자(字)는 고운(孤雲). 12세에 당(唐)나라에 들어가 희종(僖宗) 건부(乾符) 1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고변종사(高駢從事)가 되고, 뒤에 본국으로 돌아와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다. 만년에 가야산(伽倻山)에 들어가 세상을 마치다. 시호(諡號)는 문창후(文昌侯), 문묘(文廟)에 배향 (配享)하다. 저서로 『계원필경(桂苑筆耕)』이 세상에 유행하다.
가을밤 빗소리에
秋夜雨中
가을바람에는 피로운 시뿐이던가
세상 길에는 친한 벗이 드물구나.
한밤 창밖에 보슬비 내리나니
등불 앞의 마음은 그저 아득하여라.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1)知音(지음)一음(音)을 앎. 또 거문고 소리를 앎. 전(轉)하여 자기의 마음을 아는 친한 벗. 열자(列子)에 나오는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벗 종자기 (鐘子期)는 그 타는 소리를 듣고 백아의 심중을 잘 알았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기가 타는 거문고 소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거문고를 타 무슨 소용이 있으며' 하여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2) 三更(상경)-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눌 가운데 세째의 경(更), 곧 자정(子正) 전후.
32
임경대
臨鏡臺
안개 속의 낮은 산들 질편히 흐르는 물
거울 속의 집들이 푸른 봉을 마주했다.
어디서 온 배 한 척이 바람 받아 가는데
언뜻 보인 외로운 새는 아득히 자취 없다.
烟巒族族水溶溶 鏡裏人家對碧峰 연만족족수용용 경리인가대벽봉
何處孤帆飽風去 瞥然飛鳥杳無蹤 하처고범포풍거 별연비조묘무종
1)族族(족족)一많이 모인 모양, 2)溶溶(용용) 물이 도도(滔滔)히 흐르는 모양.
3)飽風(포풍)-바람을 많이 받음. 4)瞥然(별연)-언뜻 보는 모양.
금천사 주인에게
贈金川寺主人
흰 구름 시냇가에 처음으로 절을 지어
삼십년 동안 여기 내리 머무네.
문앞 한 가닥 길을 웃으며 가리키면서
이 산을 내려만 가면 천 갈래 길이 있네.
白雲溪畔創仁祠 三十年來此住持 백운계반창인사 삼십년래차주지
笑指門前一條路 纔離山下有千岐 소지문전일조로 재리산하유천기
1) 仁祠(인사)-절의 이칭(異稱), 2) 住持(주지)-한 절을 주관하는 중. 3) 纔(재)一겨우 4)岐(기)-갈림길.
우강 역정에서
芋江驛亭
강가에 말 세우고 오는 배를 기다리는데
질펀한 연기물결은 만고의 시름이다.
지금이라도 산을 깎고 물을 말리운다면
이 인간의 이별이 비로소 그치련만.....
沙汀立馬待廻舟 一带烟波萬古愁 사정립마대회주 일대연파만고수
直得山平兼水渴 人間離別始應休 직득산평겸수갈 인간리별시응휴
1) 沙汀(사정)-모레 강변. 2) 烟波(연파)-안개 같은 것이 끼어 부옇게 보이는 물결. 3)直得(직득) 곧... 할 수 있음.
가야산
題伽倻山
돌 사이 쏟는 물에 온 산이 부르짖어
곁의 사람 말소리도 알아듣기 어려워라.
시비 소리 귀에 들까 언제나 두려워해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메를 둘러쌌다.
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광분첩석후중만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상공시비성도이 고교류수진롱산
1) 伽倻山(가야산)-해인사(海印寺)가 있는 산. 2) 狂奔(광분)-미쳐 달림, 또 대단히 분주하게 돌아다님. 3) 壘石(첩석)-겹쳐진 둘. 4) 重巒(중만)-겹겹이 들어선 산봉우리. 5) 咫尺(지척)-여덟 치와 한 자. 곧 가까운 거리(距離), 6) 故敎(고교)-일부러 ...하게 함. 7)籠山(농산) 산을 쌈.
지광 상인에게
贈智光上人
구름 곁에 절을 짓고
4년 남짓 참선한다.
지팡이는 산 밖을 나간 적 없고
아키学小辛小学
붓은 서울에 보낸 편지 없었다.
대홈통에는 물소리가 급하고
소나무의 창에는 해 그림자 성기다.
높은 경계라 시 또한 끝이 없고
눈을 감고는 진여를 깨닫는다.
雲畔結精廬 安禪四紀餘 운반결정려 안선사기여
筇無出山步 筆絕入京書 공무출산보 필절입경서
竹架泉聲緊 松欞日影疎 죽가천성긴 송령일영소
境高吟不盡 瞑目悟真如 경고음불진 명목오진여
1)上人(상인)-지(智德)이 뛰어난 중, 중의 존칭. 2) 精廬(정려)-서재, 또는 절, 정사 (精舍).3)眞如(진여)-불법(佛法)의 본체, 불변(不變)ㆍ불역(不易)·평등 절대의 진리. 또는 절대적인 만유(萬有)의 실체(實體)。
밤에 악관에게
夜贈樂官
사람의 일은 성했다 쇠하나니
덧없는 생이 실로 슬프다.
그 누가 알리, 천상의 그 가락을
이 바닷가에 내려와 볼 줄이야.
물가의 전각에서 꽃 구경하고
바람 드는 창에서 달을 보는 때이다.
수염을 더위잡기 이제 다 틀렸거니
그대와 함께 두 줄 눈물 흘린다.
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 인사성환쇠 부생실가비
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 수지천상곡 래향해변취
水殿看花處 風欞對月時 수전간화처 풍령대월시
攀髯今已矣 與爾淚雙垂 반염금이의 여이루쌍수
1)攀髯 (반염)-수염을 더위잡는다는 뜻으로 천상(天上)으로 올라간다는 뜻.
윤주 자화사에 올라
登潤州慈和寺
산에 올라 잠깐 동안 세상 일 멀리하여
흥망을 생각하면 한이 더욱 새롭네.
화각 소리 속에는 아침 저녁 물결이요
청산 그림자 속에는 고금의 사람이네.
서리에 꺾인 옥수에는 꽃이 주인이 없고
바람이 따뜻한 금릉에는 풀이 절로 봄이네.
다행히 사령운의 남긴 경치가 있어
시인들의 마음을 항상 시원하게 하네.
登臨暫隔路岐塵 吟想興亡恨益新 등림잠격로기진 음상흥망한익신
畫角聲中朝暮浪 青山影裡古今人 화각성중조모랑 청산영리고금인
霜摧玉樹花無主 風暖金陵草自春 상최옥수화무주 풍난금릉초자춘
賴有謝家餘景在 長敎詩客爽精神 뢰유사가여경재 장교시객상정신
1) 畫角(화각)一뿔로 만든 아름다운 피리. 2) 玉樹(옥수)-재주가 뛰어난 사람의 비유. 또 홰나무의 이칭(異稱). 3) 金陵(금릉)-지명(地名), 4) 謝家(사가)-사명운(謝靈運)을 말함. 남조(南朝)송(宋)나라의 시인, 문제(文帝) 때 시중(侍中)이 되었으나 참소를 당해 사형을 당하였음. 그의 시풍(詩風)은 후대(後代)에 큰 영향을 주었음.
강남의 여자
江南女
강남의 풍속이 참으로 음탕하여
기르는 딸이 아양면고 예뻤다.
성품 되기는 바느질을 멀리하고
화장을 마치고는 악기 고른다.
그러나 배우는 것 아음 아니요
대개는 봄마음에 끄달리 나니.
스스로 일컫기를 꽃다운 얼굴이요
한참 나이를 늘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웃집 여자들의
종일 내내 베 짜는 것 비웃나니
베 짜기에 그 몸을 괴롭히지만
그 비단옷은 네 몫이 아니란다.
江南蕩風俗 養女嬌且憐 강남탕풍속 양녀교차련
性冶耻針線 粧成調管弦 성야치침선 장성조관현
所學非雅音 多被春心牽 소학비아음 다피춘심견
自謂芳華色 長占艷陽年 자위방화색 장점염양년
却笑隣家女 終朝弄機杼 각소린가녀 종조롱기저
機杼縱勞身 羅衣不到汝 기저종로신 라의불도여
1) 針線(침선)-바늘과 실. 곧 바느질. 2) 管絃(관현) 관악기와 현악기. 3) 雅音(아음)-고상한 노래. 4) 春心(춘심)-남녀의 정욕(情慾).5) 艷陽(염양)-늦봄. 6) 機杼(기서)-베틀의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