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출발
2010년 8월 3일(화)
저녁에 부산에서 재원이 가족이 흥해로 왔다. 짐을 점검하고 좀 기다렸다. 초등학교 5학년 재원이는 해외여행이 처음일 뿐 아니라 엄마 곁을 이렇게 오래 떠나는 게 처음이다. 원래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모집했으나 재원은 예외로 받아들여졌다.
밤 10시가 넘어 은후 고모집을 향해 나선다. 경주에서 학교에 다니던 은후가 기다리는 곳이다. 그곳에 우리 차를 세워두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한다. 재원이는 형들과 엄마와 헤어지는 게 좀 슬픈 모양이다. 승용차 뒷자리에 타서 배낭을 꽉 안는다.
은후는 몰라 보게 키가 커졌다. 은후는 2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에 참가했기에 서로 낯설지 않다. 재원이는 은후가 또래 친구가 아니라 약간 서운해 한다. 부산에 있는 친한 친구와 함께 오지 못해 섭섭한 모양이다. 태은과 은후는 금방 잘 어울린다. 재원은 형들이 함께 놀아주지 않아 더욱 외로워서 침실에 들어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다. 세오녀와 은후 고모가 한참을 달랬다. 은후 짐도 단촐하다. 하나씩 점검하면서 불필요한 것은 빼고 없는 건 채워 넣는다. 사실 아이들 짐은 그리 많지 않아도 된다.
8월 4일(수)
12시가 넘은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은 한산하다. 은후 고모부가 우리를 태워주었는데, 오는 길에 음주단속이 있었다. 휴가철 바닷가 쪽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단속이다.
1시에 출발하는 버스엔 사람이 별로 없다. 얼마 전 일어난 리무진 사고 여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기차로 올라갈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출발하기 전 기념 사진을 한 장 찍고 버스에 올라탔다.
리무진을 모는 기사는 비교적 젊은 사람인데 좀 퉁명스럽다. 은후가 앉은 의자가 뒤로 잘 제켜지지 않는다고 하니 '뒤로 넘어가지 않으면 고장이겠죠'라고 꼭 남의 일 보듯이 대답한다. 주인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경주에 서는 것도 모르고 잠에 빠져들었다. 온갖 꿈속을 헤매다 눈을 떠보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재원이는 옆으로 웅크리고 자고 있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새벽 네시쯤 휴게소에 선다. 인천공항엔 여섯 시 십분 전에 도착하였다. 포항에서 인천공항까지 4시간 50분 정도 걸린 셈이다.
* 제3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
2010년 8월 4일-22일까지 말레이시아(사바 코타키나발루, 라부안, 사라왁 미리)와 브루나이(반다르스리브가완)를 청소년 네 명과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함께 한 여행 기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다시봐도 새록새록 잼나네요
부산에서 경산에서 흥해에서 인천공항까지~~
캬~ 멀긴 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