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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장비구의 성불과 극락정토의 장엄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成佛)하시어 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니면 아직 성불하지 못하였습니까?” 아니면 아직 성불하지 못하셨습니까? 혹은 성불하시어 현재 계시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서쪽에 계시는데, 그 나라는 여기에서 십만억의 나라를 지나서 있고 이름은 극락(極樂)이라 하며, 부처님의 명호는 ‘아마타불’ 또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이라 하느니라.”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그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지는 얼마나 되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이 성불하신 지 벌써 십겁(十劫)이 지났느니라. 그런데 그 불국토는 금 • 은 • 유리 • 산호 • 호박 • 자거 • 마노 등 칠보로 땅이 이루어지고, 그 넓이는 광대하여 끝이 없으며, 그곳의 온갖 보배들은 서로 빛나서 한량없이 찬란하고 미묘하고 청정하게 장엄되어 시방세계의 어느 세계보다도 뛰어나게 훌륭하니, 그것들은 모든 보배 중의 으뜸으로 마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보배와도 같으니라.
또한 그 국토에는 수미산과 금강철위산 등 모든 산들과 바다 • 강 • 시내 • 골짜기 • 우물 등도 없으나, 보고 싶어 할 때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바로 나타나느니라. 그리고 지옥 • 아귀 • 축생 등의 괴로운 경계도 없고,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사계절도 없으니,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항상 온화하고 상쾌하니라.”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그 불 국토에 수미산이 없다면 사왕천과 도리천은 어디에 의지하여 살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그러면 그대는 야마천(夜摩天)으로부터 색구경천(色究竟天)까지의 천상들은 모두 어디에 의지하여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난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각기 지은 업력(業力)의 불가사의한 과보의 힘에 의지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업력의 불가사의한 과보에 의지한다면, 모든 부처님 나라도 또한 불가사의한 힘에 의지하며, 거기에 있는 모든 중생들도 지은 공덕과 선업의 힘에 의하여 나타난 땅에 머물러 살 뿐이니, 모든 것은 다 그러한 도리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그것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아오나 다만 미래의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의 의혹을 풀어주고자 뜻을 여쭈어 보았나이다.”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아미타불의 위신력과 밝은 광명은 가장 높고 뛰어나서 모든 부처님 광명이 미치지 못하여, 백천만억의 불국토뿐만 아니라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를 두루 비추느니라.
그리고 때에 따라 부처님의 광명은 일곱 자를 비추기도 하고, 혹은 일, 이, 삼, 사, 오 유순을 비추기도하고, 이와 같이 점점 더하여 드디어는 한 부처님 나라를 비추느니라. 그러므로 아미타불을
무량한 광명을 지닌 부처님〔무량광불無量光佛〕•
끝없이 비추는 광명을 지닌 부처님〔무변광불無邊光佛〕•
장애받지 않는 광명을 지닌 부처님〔무애광불無碍光佛〕•
비교할 수 없는 광명을 지닌 부처님〔무대광불無對光佛〕•
활활 타오르는 빛을 지닌 부처님〔염왕광불燄王光佛〕•
맑고 깨끗함을 일으키는 빛을 지닌 부처님〔청정광불淸淨光佛〕•
환희를 일으키는 빛을 지닌 부처님〔환희광불歡喜光佛〕•
지혜를 일으키는 빛을 지닌 부처님〔지혜광불智慧光佛〕•
끊이지 않는 빛을 지닌 부처님〔불단광불不斷光佛〕•
불가사의한 빛을 지닌 부처님〔난사광불難思光佛〕•
이름 붙일 수 없는 빛을 지닌 부처님〔무칭광불無稱光佛〕•
해와 달보다 밝은 빛을 지닌 부처님〔초일월광불超日月光佛〕•
이라고도 하느니라.
만약 중생들이 이러한 광명을 만나게 되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기쁨이 넘치며, 진리를 구하는 착한 마음이 솟구쳐 일어나느니라.
그리고 지옥 • 아귀 • 축생 등의 괴로운 삼악도에서도 이 광명을 만나게 되면 모두 휴식을 얻어 다시는 고뇌가 없으며, 수명이 다한 뒤에는 해탈을 얻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아미타불의 광명은 너무도 찬란하게 빛나서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를 비추어 미치지 않는 데가 없고, 그 명성이 떨치지 않는 곳이 없나니, 단지 나만이 그 광명을 찬탄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부처님과 성문 • 연각 • 보살들도 또한 다 한 결같이 찬탄하느니라.
만약 중생들이 그 광명의 위신력과 공덕을 듣고 밤낮으로 찬탄하는 지극한 마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소원대로 그 부처님의 나라에 태어나게 되어 모든 보살들과 성문들이 공덕을 찬양할 것이며, 또한 장차 불도를 성취했을 때에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지금과 같이 그의 광명을 찬탄하게 될 것이니라.”
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량수불의 광명과 위신력의 위대하고 미묘함은 내가 한 겁을 두고 밤낮으로 말한다 하더라도 다 하지 못하느니라.”
세존께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아무타불의 수명은 한량없이 길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나니, 어찌 그대가 알 수 있겠는가. 가령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이 다 사람의 몸을 얻어 성문이나 연각이 되어서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생각을 고요히 하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그들의 지혜를 다하여 백천만겁 동안 세어 본다 하더라도 능히 다 헤아릴 수가 없고 그 한계를 알 수 없느니라. 그리고 극락세계의 성문과 보살과 천신과 인간들의 수명도 이와 같이 산수와 비유로도 능히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한 그들 성문과 보살들의 수도 한량없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신통과 지혜를 통달하여 그 위력이 자재하고 능히 손바닥 위에 모든 세계를 올려놓을 수도 있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아미타불이 성불하시고 나서 처음 설법하신 법회에 모인 성문과 보살의 수도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나니, 지금 신통 제일의 목건련 같은 이가 백천억의 한량없이 많은 수가 모여서 아승지 나유타 겁(劫) 동안 내지 그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수를 알 수 없느니라.
비유하면 큰 바다가 깊고 넓어 한량이 없는데 어떤 사람이 가는 터럭 하나를 백으로 나누어 그 하나의 털끝으로 광대한 바닷물을 한 번 적신다면 그 털끝에 적신 물과 큰 바다의 물은 어느 것이 더 많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저 털끝에 적신 물과 큰 바닷물을 비교한다면 그 많고 적음을 어찌 산수나 말로써 능히 헤아릴 수 있겠나이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와 같이 목건련 같은 이들이 수없이 모여 백천만억 나유타의 오랜 세월을 두고 헤아릴 수 있는 수는 마치 털끝에 묻은 한방울의 물과 같고, 아미타불의 처음 법회에 모인 성문과 보살들의 수는 큰 바닷물과 같아서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한 아미타불의 나라인 극락세계에는 칠보로 된 가지가지 나무가 온 세계에 충만하여 있다. 금으로 된 나무 • 은으로 된 나무 • 유리나무 • 파려나무 • 산호나무 • 마노나무 • 자거나무 등이 있고, 또한 두 가지 보배나 세 가지 보배 내지 일곱 가지 보배가 합하여 이루어진 것도 있느니라. 그리고
금 나무에는 은으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열리기도 하고,
은 나무에는 금의 잎과 꽃과 열매가 열리고,
혹은 유리나무에는 파려의 잎과 꽃과 열매가,
수정나무에는 유리의 잎과 꽃과 열매가,
산호나무에는 마노의 잎과 꽃과 열매가,
마노나무에는 유리의 잎과 꽃과 열매가 열리기도 하고,
자거나무의 잎과 꽃과 열매는 다른 여러 보배가 합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였느니라.
그리고 어떤 보배나무는 자마금(紫磨金)³⁴⁾ 뿌리 • 백은(白銀) 줄기 • 유리 가지 • 수정 줄거리 • 산호 잎 • 마노 꽃 • 자거 열매로 되어 있고,
어떤 보배나무는 백은 뿌리 • 유리 줄기 • 수정 가지 • 산호 줄거리 • 마노 잎 • 자거 꽃 • 자마금 열매로 되어 있다.
어떤 보배나무는 유리 뿌리 • 수정 줄기 • 산호 가지 • 마노 줄거리 • 자거 잎 • 자마금 꽃 • 백은 열매로 되어 있고,
어떤 보배나무는 수정 뿌리 • 산호 줄기 • 마노 가지 • 자거 줄거리 • 자마금 잎 • 백은 꽃 • 유리 열매로 되어 있다.
어떤 보배나무는 산호 뿌리 • 마노 줄기 • 자거 가지 • 자마금 줄거리 • 백은 잎 • 유리 꽃 • 수정 열매로 되어 있고.
어떤 보배나무는 마노 뿌리 • 자거 줄기 • 자마금 가지 • 백은 줄거리 •유리 잎 • 수정 꽃 • 산호 열매로 되어 있다.
어떤 보배나무는 자거 뿌리 • 자마금 줄기 • 백은 가지 • 유리 줄거리 • 수정 잎 • 산호 꽃 • 마노 열매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칠보가 서로 번갈아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된 보배나무들이 극락세계에 가득하느니라.
그리고 이러한 보배나무들은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데, 줄기는 줄기끼리 서로 바라보고, 가지와 가지가 고르고, 잎과 잎은 서로 마주 보고, 꽃과 꽃은 서로 따르고, 열매와 열매는 서로 균형이 잡혀 있어 그 찬란한 광채는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 없으며, 맑은 바람에 보배나무가 살랑거리면 다섯 가지 소리가 미묘하게 울려 자연히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느니라.
또한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있는 보리수는 그 높이가 사백만 리³⁵⁾이고 그 밑 둥의 둘레는 천오백리 이며 그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이십만리나 퍼졌는데, 이 보리수는 온갖 보배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더욱 모든 보배 가운데 으뜸인 월광마니(月光摩尼)³⁶⁾와 지해륜보(持海輪寶)³⁷⁾로 자연스럽게 꾸며져 있느니라.
그리고 이 보리수의 가지와 가지 사이에는 보배영락이 드리워져 있는데, 그 빛깔은 백천만 가지로 변화하여 그 광명은 한없이 비치어 다함이 없고, 나무 위에는 그지없이 귀하고 묘한 보배로 된 그물이 덮였나니, 이와 같은 모든 아름다운 장엄들이 바라는 대로 저절로 나타나느니라.
가벼운 산들바람에 보배나무 가지가 살랑거리면 한량없는 묘법(妙法)의 음악이 울려 모든 부처님 나라에 두루 퍼지느니라. 그 소리를 들으면 무생법인 을 얻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고, 마침내 불도를 이루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그 모습을 보거나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거나, 그 향기를 맡거나, 그 맛을 보거나, 그 광명이 몸에 비치거나, 마음으로 그러한 장엄들을 생각하는 중생들은 무생법인 을 얻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고, 성불할 때까지 육근이 청정하여 아예 번뇌와 시름이 있을 수 없느니라.
아난아, 극락세계에 있는 인간이나 천신들이 이 보리수나무를 보면 세가지법인〔三法忍〕을 얻게 되는데,
첫째는 가르침을 듣고 깨달아 마음이 편안한 음향인(音響忍)이요,
둘째는 진리에 순종하여 법대로 행하는 유순인(柔順忍)이며,
세재는 모든 법의 실상을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이니라.
이러한 것들은 아미타불의 위신력과 원만하고 분명하고 견고하고 끝까지 성취하고자 하는 본원력에 의한 공덕이니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극락세계에 있는 보배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 제왕들의 백천 가지 음악보다도,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음악보다도, 더 나아가서 육욕천상의 모든 재주를 다한 음악보다도 천억만 배나 더 훌륭하니라.
또한 자연히 울리는 천만 가지의 음악이 있는데, 그 음향은 모두가 진리를 아뢰는 소리로서 한량없이 맑고 애절하며 미묘하고 온화하여 시방세계의 모든 음악 가운데 가장 으뜸이니라.
아난아, 저 극락세계의 강당과 정사(精舍)와 궁전과 누각들은 모두 칠보도 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저절로 변화하여 이루어졌으며, 진주와 명월마니주로 엮은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느니라.
그리고 그 안팎과 좌우 양편에는 여기저기에 목욕하는 맑은 연못이 있는데, 그 크기는 십 유순에서 혹은 이십 유순, 혹은 삼십 유순 나아가서는 백천 유순이나 되며, 그 연못들은 각기 가로 • 세로 • 깊이가 다 같고 여덟 가지 공덕수〔八功德水〕³⁸⁾가 맑고 잔잔하게 가득 차 있으며, 청정하고 향기로운 맛은 마치 감로수와 같으니라.
그리고 황금 연못에는 백은 모래가 깔리고,
백은 연못에는 황금 모래가 깔리고,
수정 연못에는 유리 모래가,
유리 연못에는 수정 모래가,
산호 연못에는 호박 모래가,
호박 연못에는 산호 모래가,
자거 연못에는 마노 모래가,
마노 연못에는 자거 모래가,
백옥 연못에는 자마금 모래가,
자마금 연못에는 백옥 모래가 깔려 있으며,
혹은 두 가지 보배, 혹은 세 가지 보배, 더러는 칠보로 합성하여 이루어진 것도 있느니라.
또한 그 못 기슭에는 전단향나무의 꽃과 잎이 무성하게 드리워져 있는데, 그 향기는 천지에 두루 풍기며, 물 위에는 아름다운 푸른 연꽃³⁹⁾, 붉은 연꽃⁴⁰⁾, 노란 연꽃⁴¹⁾, 하얀 연꽃⁴²⁾들이 서로 어울려 찬란하게 빛나며 물 위를 가득히 덮었느니라.
극락세계의 보살과 성문들이 보배 연못에 들어가서 마음으로 물이 발까지 잠기기를 원하면 물은 바로 발을 적시고, 물이 무릎까지 이르기를 원하면 곧 무릎까지 적시며, 허리까지 적시기를 원하면 물은 바로 허리까기 이르고, 목까지 적시기를 원하면 이내 물은 목까지 차오르며, 온 몸을 적시고자 하면 자연히 온 몸을 적셔주며, 물을 다시 물리고자 원하면 물은 바로 본 자리로 물러가느니라.
그 물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바라는 대로 자연히 조절되며 목욕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상쾌하여 마음의 때가 말끔히 씻겨 지느니라. 또한 그 물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연못 바닥의 보배 모래가 환히 드러나 아무리 깊은 데라도 보이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또 잔잔한 물결은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그지없이 아늑하게 출렁거리며 흘러가는데, 이 청정하게 굽이치는 잔물결은 한량이 없는 자연의 묘한 소리를 내며 그 바라는 바에 따라 부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고, 혹은 법문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스님들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다.
또한 고요한 열반의 소리, 일체만법이
본래 공(空)하여 실체가 없다〔無我〕는 소리,
대자대비의 소리, 육바라밀의 소리,
혹은 열 가지 뛰어난 지혜인 십력(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사무소외(四無所畏) 등
부처님만이 지니신 불공법(不共法)의 소리,
모든 신통 지혜의 소리,
조작이 없는 평등한 이치의 소리,
일어나고 없어지는 소리,
나고 멸함이 없는 진리에 안주하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소리,
또한 보살이 수행을 마칠 때 부처님이 정수리에 감로수를 뿌려주는 감로관정(甘露灌頂)의 소리 등 가지가지 미묘한 진리의 소리가 마음에 바라는 대로 들려와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은 한량이 없느니라.
그래서 이러한 소리를 듣는 이는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탐욕을 여의고, 생사를 초월한 참다운 적멸의 진리에 따르게 되며, 불 • 법 • 승 삼보(三寶)와 사무소외, 불공법을 따르게 되고, 모든 신통 지혜를 통달하여 보살과 성문들이 수행하는 진리의 대도(大道)를 따르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불국토에는 지옥 • 아귀 • 축생 등 삼악도의 이름마저도 들을 수 없으며, 다만 상쾌하고 즐거운 음악이 자연히 들리므로 나라의 이름을 ‘극락’⁴³⁾이라 부르느니라.
아난아,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이는 누구나 그와 같은 청정한 몸과 여러 가지 미묘한 음성과 모든 신통력과 공덕을 갖추게 되며, 그들이 거처하는 궁전을 비롯하여 의복과 음식과 여러 가지의 묘한 꽃과 향이며 장식물들이 마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⁴⁴⁾에 자연히 갖추어 있는 것들과 같으니라.
만약 음식이 먹고 싶을 때에는 바로 금 • 은 • 유리 • 자거 • 마노 • 산호 • 호박 등 칠보나 명월주나 진주로 된 그릇들이 원하는 대로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가지가지 맛〔百味〕의 음식이 자연히 가득 담겨 저절로 앞에 와서 놓이게 되느니라.
그러나 이와 같은 풍족한 음식이 있더라도 실지로 먹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색깔을 보고 향기만을 맡으면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히 배부르게 되느니라. 그리고 몸도 마음도 부드럽고 상쾌하여 음식의 맛에 집착하지 않으며, 이러한 식사를 마치면 그릇과 음식은 자연히 사라지고, 바라는 때에 다시 나타나느니라.
또한 극락세계는 청정하고 평안하며 미묘하고 상쾌하여 안온한 열반〔無爲涅槃〕의 경계와 같으니라. 그리고 그곳에 있는 성문과 보살과 인간과 천신들은 지혜가 한량없이 밝고 신통이 자재하여 모두 한결같은 모양으로 달리 생긴 형상이 없으나, 다만 다른 세계의 인연에 수순(隨順)하여 인간과 천상의 이름이 있을 뿐이며, 그 얼굴과 모습은 단정하고 미묘하여 세상에서 뛰어나 천상과 인간에 비교할 수 없나니, 그들은 모두 하염없는 법신(法身)과 그지없는 즐거운 몸을 가지고 있느니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아난아, 가령 이 세상에서 지극히 가난한 거지가 임금 곁에 앉는다면 그 형상이 어떠하겠는냐?”
“세존이시여, 만약 그 거지가 왕 옆에 앉는다면 그 거지의 모양은 초췌하고 추악하여 도저히 비교할 수 없으니, 그 차이는 백천만억 배나 되어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빈궁한 거지는 지극히 천하여 의복은 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항상 굶주리며, 춥고 괴로워서 인정과 의리도 거의 끊어질 지경이오니, 이는 모두가 과거 전생에 공덕은 짓지 않고 재물을 모으기만 하고 베풀지 않았으며,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탐내고 구하여 조금도 선은 닦지 않고, 태산같은 악만 지은 데서 오는 과보이옵니다.
이와 같이 탐욕만 부리다가 수명이 다하자, 애써 고생하고 모아 놓은 재물은 도리어 근심과 괴로움의 근본이 되고, 자기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필경 남의 것이 되어 흩어지고 마옵니다. 그래서 자기가 믿고 의지할 만한 선도 닦지 않고 덕도 쌓지 않았으므로 죽은 뒤에는 지옥 • 아귀 • 축생 등의 악도에 떨어져 오랫동안 괴로움을 받으며, 지은 죄의 과보를 겨우 마치고 빠져 나와서는 다시 천하고 어리석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반면에 세상의 임금이 인간 중에서 존귀한 까닭은 모두가 과거 전생〔宿世〕에 많은 공덕을 쌓은 데서 온 과보이옵니다. 그들은 마음이 자비로워 남에게 널리 베풀고, 어진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제했으며, 항상 신의를 지키고 선을 행해서 남과 싸우는 일이 없었나이다.
그러하옵기에 목숨을 마치자 닦은 공덕의 과보로 바로 천상에 태어나서 많은 복과 안락을 누리기도 하고, 인간이 되면 왕가에 태어나서 자연히 존엄하고 용모와 거동이 단정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경을 받으며, 좋은 의복과 귀한 음식을 마음대로 받아 쓸 수 있게 되었사오니, 그것은 모두 과거 전생에 지은 복덕의 인연으로 능히 그런 것입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대의 말이 옳으니라. 그러나 아무리 인간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용모가 단정한 임금이라 하더라도 전륜성왕(轉輪聖王)⁴⁵⁾에 비한다면 천하고 볼 폼 없음이, 마치 저 빈궁한 거지를 임금 곁에 앉혀 놓은 것과 같으니라. 또한 전륜성왕이 그 위엄이 늠름하고 빼어나서 천하에 제일이라고 하나 이를 도리천왕에 비교한다면 천하고 추하기가 만억 배나 차이가 나며, 나아가서 도리천왕을 타화자재천왕에 비한다면 또한 그 차이가 백천억 배나 되는데, 그 타화자재천왕을 저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있는 보살이나 성문들에게 견준다면, 그 빛나는 얼굴과 단정한 용모의 차이는 백천만억배나 되어 헤아릴 수도 없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극락세계의 모든 천신과 인간들이 의복과 음식과 꽃과 향과 영락과 비단 일산과 깃대와 미묘한 음악과 거처하는 저택 • 궁전 • 누각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은 천신과 인간들의 모양과 처지에 따라서 그 높고 낮고 크고 작음이 잘 어울리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한 가지 보배로 되기도 하고 혹은 두 가지 보배, 혹은 헤아릴 수 없는 여러 보배로 이루어져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타나느니라.
또한 가지각색의 보배로 수놓은 아름다운 비단이 두루 땅에 깔려 있어, 천신과 인간들이 사뿐히 밟고 거닐며, 한량없는 보배그물은 널리 온 불국토를 덮었는데, 그것은 금실과 진주와 백천 가지의 기묘하고 진귀한 보배로 장엄하게 꾸며졌으며, 사방에는 보배방울이 드리워져 있어 그 찬란하고 청정한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그리고 저절로 덕스럽게 온화한 미풍이 일고 있는데, 그 바람은 잘 조화되어 춥지 않고 덥지 않고 서늘하고 따스하며 세지도 약하지도 않느니라. 이러한 아늑한 바람에 보배그물과 보배나무가 살랑거리면 한량없이 미묘한 진리의 소리가 울리고, 천만 가지의 온화한 덕의 향기가 그윽히 풍기는데, 이러한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으면, 모든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바람이 몸에 닿으면 마치 수행자가 멸진삼매(滅盡三昧)⁴⁶⁾를 얻은 것처럼 그지없이 상쾌하니라.
또한 맑은 바람이 불어 미묘한 꽃잎을 두루 불국토에 뿌리는데, 꽃잎은 가지각색으로 어울리게 아롱지고 보드랍고 찬란하게 빛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꽃잎을 밟으면 네 치나 들어가고 발을 들면 다시 전과 같이 올라오느니라. 또한 꽃잎의 쓸모가 다하면 문득 땅이 저절로 갈라져 비로 쓴 듯이 땅속으로 사라져 한 송이의 흔적도 없으며, 꽃이 필요하게 되면 바람은 다시금 꽃잎을 불어오며, 이와 같이 밤낮 여섯 차례를 되풀이하느니라.
아난아, 또한 극락세계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연꽃이 온 불국토에 가득 피어 있는데, 보배 꽃송이마다 백천억의 꽃잎이 있고 꽃에서 나오는 광명은 한량없는 빛깔로 이루어졌느니라. 푸른 빛깔에는 푸른 광명이 빛나고, 하얀 빛깔에는 한얀 광명이 빛나는데, 이와 같이 검은빛 • 노란빛 • 붉은빛 • 자줏빛 등이 각기 광명을 내어 그 찬란함은 해와 달보다도 한결 빛나고 밝으니라.
그리고 하나의 꽃송이마다 삼십육백천억의 헤아릴 수 없는 광명을 내고, 그 하나하나의 광명 속에서는 또한 삼십육배천억의 부처님이 나투시는데, 몸은 자마금색(紫磨金色) 으로 ⁾⁾빛나고 그 상호는 뛰어나게 훌륭하시니라. 이 부처님들은 각기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광명을 비치시고, 두루 시방의 중생을 위하여 미묘한 법문을 설하시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부처님의 바른 진리에 편안히 머물게 하시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