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온배수를 중심으로 분석하려는 이유는 열효율이 화력발전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과 화력발전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주범이라는 인식에 비해 원자력발전은 탄소를 단 1g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온배수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면 원전 전체 운전 주기에 걸친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대학 원자력연구소의 고이데 히로아키 박사는 ‘원전은 거대한 해수온난장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내가 원자력 공부를 시작했던 무렵 당시 도쿄대 조교수였던 미토 이와오 선생은 ‘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아.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 데우기 장치’라고 내게 가르쳐주셨다. (중략) 100만kW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1초에 바닷물 70t의 온도를 7℃ 상승시킨다. 유량이 1초에 70t이 넘는 하천은 일본 전체에서도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중략) 일본 원전에서 배출하는 온배수 총량은 연간 1000억t에 이른다. 일본의 모든 하천 유량으로 환산해보면 강물을 약 2℃씩 데우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19)
원전에서 사용되는 냉각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원자로에서 우라늄 핵분열로 만들어진 열에너지를 전달받는 1차 냉각수와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면서 증기로 변환돼 터빈을 돌리는 2차 냉각수, 터빈에서 배출되는 증기를 다시 물로 응축시키기 위한 3차 냉각수가 있다. 3차 냉각수의 경우 해안가 주변에 있는 원전은 바닷물을, 내륙은 강물이나 호수, 저수지 물을 사용한다. 3차 냉각수가 바로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다.
국내 100만kW급 원전 1기에서 사용하는 해수의 양은 초당 약 50∼60t으로 알려졌다. 온배수는 취수 전보다 수온이 높지만, 바다로 방출되면 주위 다른 바닷물과 혼합돼 수온이 떨어진다는 것이 원전업계 측 입장이다. 온배수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배수구 주변 극히 제한된 곳일 뿐만 아니라 온배수 영향만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 또 온배수 영향을 받는 해양생물은 극히 제한된 종에 국한되며 실태 조사를 통해 보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배수를 이용한 어류장 조성은 주변 어민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20) 그러나 높은 온도의 물은 수온약층과 잘 혼합되지 않으며 연안류를 따라 표층으로 확산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경우 20°C 이상의 온배수가 주변으로 방출되며, 여름에는 30°C 이상의 온배수가 방출되고 있다. 1983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배수로에서 관찰된 해조류 11종은 발전소 가동 관련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내열종이다.21)
과거 언론 보도에서도 원전 온배수 배출과 인근 해역의 수온과의 관계에 대해 다룬 내용이 간혹 발견된다. 1993년 11월 <매일경제> 등의 보도에 따르면 원전 온배수로 인해 고리와 울진(한울) 원전 인근 해역 바닷물 온도가 1.2~1.6℃ 상승해 해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수산진흥원 한상복 박사는 <핵발전소 연안 수온분포> 보고서를 통해 2기의 원전이 가동 중(1993년 11월 기준)인 울진 지역의 경우 발전소에서 5km ᄄᅠᆯ어진 지점에서 측정한 바닷물 평균온도가 가동 전 5년(1983~1987년) 동안 온도인 14.3℃ 대비 가동 후 5년(1988~1992년) 온도인 15.9℃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고리 지역의 경우 원자력발전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의 평균 수온이 15.27℃였는데 1호기가 가동 중이었던 1979년에는 16.18℃로, 4호기가 모두 가동 중인 1990년에는 16.52℃로 높아졌다. 한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특히 고리 원전의 경우 온배수가 연안 수온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곤란하지만, 발전소 주변 20km 이내의 연안 해역을 단위로 지난 10년간의 수온 변화를 살펴보면 온배수의 영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22)23)24)
2000년대에도 비슷한 보도가 이어졌다. 2004년과 2006년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벤처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원전 온배수와 인근 해역 수온 상승과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2004년 국감에서 이 의원은 “영광원전의 경우 온배수로 인해 반경 2~3㎞ 안의 바닷물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7℃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월성원전과 울진원전 부근도 각각 5℃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25)26)
또 2006년에는 “온배수 영향으로 동해안에 있는 고리, 울진, 월성원전 인근 10km 이내 해역의 수온이 지난 1996년에 비해 1.2℃에서 최대 4℃까지 상승했다”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재 각 원전이 바다로 배출하고 있는 온배수는 △고리가 초당 201㎥ △영광 337.2㎥ △월성 144㎥ △울진은 초당 318㎥로 나타났다. 이는 전 국민의 상수도 급수량인 초당 180㎥를 훨씬 웃도는 수치라며 온배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대해양> 보도에서 1993년 한 박사는 <고리 연안의 수온분포> 논문을 통해 “초당 200t의 온배수가 수온 상승에 영향을 준다. 발전소 인근 12km 지점에서 수온을 측정한 결과 발전 전보다 1.2℃의 수온 상승이 있었다”라며 발전 5년 전과 5년 후의 자료를 비교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배수 영향은 발전소 반경 30km까지 미친다. 특히 미역 등 겨울 양식업에는 큰 피해를 준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27)
온배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으로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고리 원전이 소재한 기장군 어민들은 지속해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기장군 어업피해대책위원회는 고리원전이 상업 가동을 시작한 뒤 인근 해역 수온이 상승하고 해조류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 제기해왔다. 어대위는 기장 지역 18개 어촌계 1600여 명의 어민으로 구성됐다.
2006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어대위와 온배수 배출로 인한 어업인 피해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한수원과 어대위는 조사기관으로 부경대와 해양대를 각각 추천했고, 두 기관이 공동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원전 온배수 확산범위는 5.7km, 어업 피해는 7.8km까지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어대위 측은 부실 조사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한수원은 어대위가 추천한 전남대와 경상대 중 전남대를 선정했고, 전남대는 보완조사에 나섰다.28)
그러나 이번에는 한수원 측에서 용역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남대 보고서에서는 온배수 확산범위가 8.45㎞, 어업 피해는 11.5㎞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한수원은 어대위가 아닌 기장수협과 협상을 시작했고, 전남대 용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용역비 청구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어대위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용역비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했고,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 판단을 두고 양측 입장이 또 갈렸다. 한수원은 여전히 전남대 용역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어대위가 아닌 기장수협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민-민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29)
2003년 6월 대법원은 원전의 온배수 배출이 환경오염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남겼다. 대법원은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제4호의 ‘환경오염이란 사업 활동 기타 사람의 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방사능오염, 소음·진동, 악취 등으로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전냉각수 순환 시 발생하는 온배수의 배출은 사람의 활동으로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는 수질오염 또는 해양오염으로서 환경오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배출구 인근 양식장의 어류가 집단 폐사한 것은 원전에서의 온배수 배출행위와 해수 온도 상승이라는 자연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손해 배상 범위 결정 시 자연력의 기여도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30)
원전 온배수 관련 최근 판례는 지난 4월 전북 고창군 어민들과 상인들이 영광원전 온배수로 피해를 봤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의 항소심 결과다. 이들은 2001년 대책위를 구성해 사업자와 협상에 나섰고 보상 여부는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광원전 가동으로 인한 온배수 배출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어업권자들에게 일반적인 한도를 넘는 정도로 이례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31)
온배수 배출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기관에 따라 온배수의 피해 범위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사업자와 어민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민-민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지역사회는 분열된다.
문제는 온배수 배출기준 등 별도의 규제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발전사들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일정 부분 보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배수를 활용한 양식장 조성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활용되는 온배수조차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개 발전사로부터 제출받은 ‘온배수 활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5개의 원전 중 2개 발전소에서만 온배수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8월까지 활용량은 전체 배출량(198.71억t)의 0.002% 수준에 불과했다.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서부발전도 2019년 배출한 온배수 65.6억t에 비해 활용량은 0.07%로 집계됐다.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온배수가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까. 온배수 배출행위는 인위적인 것으로, 해수 온도 상승은 자연력으로 구분하고 별도로 봐야 할까. 바다가 따뜻해지는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발전소 온배수가 바닷물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온배수를 기상변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전 주기의 정확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측정하기 위해 온배수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는 필수다. 과거부터 원전 온배수 문제를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는 이병환 영덕신규핵발전소반대범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이산화탄소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 바다인데 해역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에 녹아있던 것조차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면서 “주변 해역 온도가 1℃ 상승하면 육지 온도는 3.6℃ 상승한다. 탄소세보다는 온배수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각주>
19)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원자력 전문가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 97~99page, 110~111page 고이데 히로아키 2011
20) http://www.wiin.or.kr/Pages/ExhibitionHall/?Id=41
21)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0716049040454.pdf
<고리원전의 온배수 방출이 주변 해조군집에 미치는 영향> 충북대학교 2007
22) https://www.mk.co.kr/news/home/view/1993/11/49984/
23) https://m.hankookilbo.com/News/Read/199311100055425343
24)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1993/11/19/1993111972303.html
25)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92
26) https://news.v.daum.net/v/20041008124439848?f=o
27)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43
28) https://www.yna.co.kr/view/AKR20210325062100051
29)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17
30)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mode=0&evtNo=2001%EB%8B%A4734#yo
31) https://www.yna.co.kr/view/AKR20210416130300004?input=117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