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학기에 <위험사회와 미디어>를 가르쳐주고 계신 김용찬 교수님의 인터뷰입니다.
간단한 소개와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김용찬이고, 2009년부터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8년 동안 아이오와 대학(The University of Iowa) 등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왔다. 여러분들의 교수이기도 하지만 신문방송학과 선배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에는 안식 학기로 한 학기 동안 제주대학교 방문 교수로 가 있으면서 제주도 생활을 했다. 가서 책 집필을 목표로 했기에 아침마다 글을 썼다. 오후에는 제주대 근처의 숲을 거닐며 숲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걷는 것도 즐기게 되었다. 저녁에는 이것저것 새로 나온 책들을 읽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이번 학기 들어서는 여러분을 대면으로 뵐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또 비대면 상황이 되었다. '위험사회와 미디어' 과목을 포항공대, 광운대, 연세대 3개 대학의 공동강의로 개설했다. 강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첫 학기라서 시행착오를 걱정했으나, 아직까지는 흥미롭게 잘 진행되는 것 같다.
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연구하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미디어 사회 이론, 미디어 관련된 이론을 만드는 작업들을 한다. 미디어 현상과 관련해 어떤 분들은 미시적으로 법 정책, 예술 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런 식의 접근도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주로 사회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사회학과가 아니니 미디어 사회학자라고 하기보다는 미디어 사회 이론 연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도시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도시와 관련된 새로운 이론 연구를 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도시화되고 있고 디지털 미디어와 연결되며 새로운 방식의 도시 경험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도시, 스마트 도시, 자율주행차 등이 도시에서의 삶의 경험을 바꾸는 장치이다. 자율주행차가 다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탈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폰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기술이다. 이것이 확장된 것이 스마트 시티(smart city)이고, 다시 말해 도시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위험사회로, 코로나와 같은 보건재난뿐만 아니라 기술과 관련된 위험들, 자연재난 등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환경과, 특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언론인과 같은 타 직종이 아니라 특별히 교수가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
지금도 나름 언론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할 이야기가 있고, 말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도 하니. 신방과에 들어왔을 때에는 기자가 될 생각으로 들어오기는 했는데, 사실 우리 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에 잡다하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과에 들어오는 것 같다. 나도 다양한 분야를 좋아했고, 책 읽고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영화, 공연 예술, 영상 등에 두루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신방과를 택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계속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실 (신문방송학이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이) 잡다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한 것 같다. 뭔가를 연구를 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것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것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수업시간에 수업과 관련된 그림이나 소설 얘기도 많이 한다. 공부하는 것도 기자와 연결되는 측면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면 대학원에 오라!
페이스북에 글을 꾸준히 올리고 계신데, 그 이유나 활용 방향 등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유라고 하면 나름대로의 현장감을 느끼기 위함이다. 스스로 게임을 안 하면서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맞나 싶다. 게임 밖에서 관찰하는 것으로는 게임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읽어낸다든지 게임 안의 커뮤니티를 읽어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안에서의 현장감,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제페토 등을 통해 사람들과 인터랙션(interaction)을 하는 것이다. SNS를 통해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소통하기도 하지만, 연구와 관련된 이슈들을 공유하는 채널로 이용하기도 한다.
유학 생활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공유해주고 싶은 경험이나 생각이 있으시다면?
미국에서 학부 생활도 했고 대학 교수 생활도 했었다. 16-17년을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유학생활을 하고 미국 대학에서 교수를 하게 되면 나름대로 메인스트림(mainstream)에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아무리 거기서 주축의 역할을 하더라도 늘상 외부인이라는 시선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17년을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왔는데, 예전에 공부했던 연희관, 성암관 등은 변화가 없었다. '오랫동안 외국에 나갔다 온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같았다. 이렇듯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은 변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말투, 걸음걸이, 패션 등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도 경계선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종의 문화적 현기증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무엇에 몰두하다가 학생들의 한국말이 들리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운전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글 간판이 보이면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 것이 꽤 오래 갔다. 처음에는 불편한 경험이었지만, 경계선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도로서는 오히려 유리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 혹은 서울이라는 환경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내부에 있지만 외부인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학자로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인류학자는 대개 그 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거기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경계선에서 관찰을 해야 하지 않나. 너무 한 가운데에 있는 것보다도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과학도가 길러야 하는 소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교과서에는 사람들이 상징을 이용해 서로 의사를 주고받으며 공통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나와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공통의 의미를 만들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본래 있던 것들을 파괴하기도, 재구축하기도 한다. 기존의 전통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측면 등을 생각하면 된다.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한 마디로 말해 다름과 차이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흔히 합의, 연대, 유대 이런 개념들을 떠올릴 텐데, 사실 이런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요체가 아니다.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커뮤니케이션이 되게 하는 것은 차이와 다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고 서로 연대, 유대 되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진다. 커뮤니케이션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 세계관, 관점, 지향하는 삶의 목표, 목적, 문화적 지향 등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름이 소통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대개 그 차이를 없애 서로 같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 존중하고 다름과 차이를 잘 관리하는 것, 다르지만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의 강의 계획을 공유해주신다면?
이전에는 '미디어와 사회', '디지털 도시'라는 과목을 개설했는데 지난 학기에는 안식 학기라 개설하지 못했다. 이제 다음 학기에는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번에 처음 개설한 '위험사회와 미디어' 과목과 함께 이전에 개설했었던 두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여 함께 강의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알아서도 잘 하는데 말할 게 있나. 알아서들 잘 해라. 굳이 노파심에 말하자면, 신방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은데 그것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쓰고, 그런 식의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든 가장 필수적인 스킬이고,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또 깊이 있는 글을 읽길 바란다. 너무 유행에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메타버스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기사 검색을 해 보면 1년 전만 해도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 전에는 누구나 제4차 산업혁명 얘기를 했는데 요즘에는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유행이나 언론에서 떠드는 것을 좇기보다는 깊이 있는 글을 많이 읽고 더 긴 안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