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별곡(06)-칠성판 들여라!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태 9,6).
순교자들이 당한 끔찍한 고문 중엔 살아서 죽을 날을 헤는 것이었다.
갖은 고문을 하고도 의도된 진술을 얻어내지 못하면 박해자는 형리에게 명령한다.
“칠성판[1] 들여라!”
옷을 벗기고 묶어서 칠성판에 얹고 이불보를 씌워 어둔 광에 이틀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감금한다.
그 이틀은 매장하기 전까지 애도하며 문상을 받는 시간이다.
살아서 칠성판에 누어 매장날을 기다릴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네 사람이 지붕을 뚫고 예수님 앞으로 내려 보내진 중풍병자(마르 2,3)는 오랫동안 평상에 누어지낸 것 같다.
그 병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 긴 시간을 지냈을까?
복자 김진후 비오는 해미옥에서 “오늘일까, 내일일까.” 헤며 죽을 날을 10년 동안 기다렸다.
자신의 죽음이 확정된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언제 어디서 죽을 것인지는 알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헤도록 하는 시간만큼 지독한 고문도 없다.
[1] 칠성판(七星板) : 사람이 죽으면 입관 전까지 얹어놓는 7개 구멍이 뚫린 널빤지.
첫댓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칠성판을 마음안에 들여놓고 사는 하루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