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벌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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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기자의 와인덕질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연재코너글을 모은시리즈
와인 매너’ ‘와인 에티켓'이라고 불리는 이것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짜증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난 이런 점들 때문에 와인이 좋다. 최소한 꼰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건배를 안 해도 되고, 원샷을 안 해도 되니까. 그러면 자신의 속도대로 마셔도 되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와인은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부어라 마셔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모두가 만취할 때까지, 술이 술을 마실 때까지 마시는 일도 드물다.
특히 주량이 약한 사람에겐 와인만큼 좋은 술이 있을까 싶다. 그 어느 누구도 술을 적게 마신다고 뭐라 한다거나, 원샷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와인 매너'이자 '와인 에티켓’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상대방이 와인을 적게 마시면 고맙다. 내가 많이 마실 수 있잖아!
120만 원짜리 와인을 일회용 종이컵에 마시면 어떤 맛이 날까?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 마일즈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지만 와인을 마실 때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남자다. 그는 1961년산 보르도의 샤토 슈발 블랑을 무척 애지중지한다. 참고로 슈발 블랑은 2016년 빈티지 기준으로 따져도 12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와인이다. 마일즈는 이 와인을 10주년 결혼기념일에 마시려고 아껴뒀고, 이혼 뒤에도 전처와의 재결합을 기다리며 따지 않았다. 그러나 재혼한 전처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는 혼자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먹으며 일회용 컵에 슈발 블랑을 따라 마신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누구랑 함께 마시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겠지만 정작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슈발 블랑을 일회용 컵에 따라 마시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아니, 어떻게 슈발 블랑을 종이컵에 따라 먹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