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10월 3일, 2022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파리 샤클레이대학교 겸 에콜 폴리테크니크 연구소 알랭 아스페(Alain Aspect, 75)교수와 미국 J. F. 클라우저 앤어소시이엔션사 대표 존 클라우저(John F. Clauser, 80)박사 그리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안톤 차일링거(Anton Zellinger, 77)교수가 선정되었음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양자 정보과학 분야의 공히 평가받는 물리학자들로서 세계의 언론 및 전문가들도 이들 연구는 이미 노벨상감이라고 예상한 바 있어 12년 전 ‘울프 물리학상 시상식’의 재연이 되었다. 아스페, 클라우저, 차일링거 등 세 연구자는 2010년 ‘양자얽힘 현상(quantum entanglement)’을 검증한 업적으로 울프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울프상은 이스라엘 발명가인 리카르도 울프가 설립한 울프재단에서 수학자와 과학자, 예술가에게 매년 수여하는 과학계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있는 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세 연구자가 울프상을 수상한 후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지난 12년 동안 이들은 벨 부등식이 위배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고, 양자역학과 고전적 세계관이 충돌한다는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물리학계는 양자컴퓨터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세 연구자의 연구결과는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경제·산업 경쟁력과 국가안보 체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 기술로 주목을 받고있는 양자컴퓨터의 이론적 단초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정보처리에 적용한 미래 컴퓨팅 기술을 통칭한다.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르다. 일반 컴퓨터는 0 아니면 1로만 계산하는 연산단위가 1비트(bit) 이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계산한다. 즉 0과 1이 분리되지 않아 많은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속도 향상은 양자역학 현상인 중첩, 얽힘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자역학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전자를 측정하는 행위가 전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전자가 측정되기 전에는 특정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양자역학에서는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2개의 입자가 있을 경우 하나의 입자를 측정하면 나머지 하나의 입자 상태가 자동으로 결정된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의 경우 두 입자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한 입자의 상태가 나머지 입자에게 빛보다 빨리 전달되어야만 한다는 EPR 역설((Einstein-Podolsky-Rosen Paradox,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이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EPR 이론’이다.
이번 수상에 대해서 안톤 차일링거 교수는 수년간 그와 함께 일한 100명이 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서 국가적 규모의 막대한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 국가적 투자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메달과 증서와 함께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 780만 원)를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며, 올해에는 COVID-19 팬데믹으로 시상식이 비대면, 축소되었던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편집위원 오성남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