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찾아오는 초복, 중복, 말복이 모두 지나가고,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어느 덧 무덥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이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번 여름은 코로나, 전쟁, 질병,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찾아올 수 있는 모든 고난들이 한꺼번에 우리를 찾아온 역대급으로 힘든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벼를 익게 하기 위해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제 여름은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는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The end of the summer)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여름의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활짝 피우는 꽃, 즉 "백일홍"(Craple Myrtle/ Zinnia)입니다. 대부분의 꽃들은 시원한 봄과 가을에 피었다가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오면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백일홍은 여름이 시작할 때 피어서, 가장 무덥고 뜨거울 시기에 붉은 꽃을 활짝 피웁니다. 이런 점에서 백일홍은 여름 꽃의 대표인 동시에, 고난극복의 대명사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 설명) 그 여름에 백일홍은 열기와 폭풍에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거센 폭풍이 여러 차례 찾아왔지만, 이 꽃은 쓰러지지 않고 쏟아지는 우박같은 붉은 꽃들을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시인 역시 백일홍처럼 그 여름에 시련의 폭풍 한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백일홍처럼 그 절망들을 붉은 꽃잎들처럼 매달고, 여러 차례 그를 찾아온 거샌 폭풍들을 잘 견뎌냈습니다. 이러한 그의 절망은 백일홍 꽃이 그의 마당을 붉게 물들일 때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여름의 무더위와 폭풍을 이겨낸 백일홍과 시인처럼, 우리들도 우리에게 찾아온 극한 역경과 어려움들을 견뎌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주인공인 가을을 맞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합니다.
* 그 여름의 끝(이성복)/ 시낭송 이명화 (https://youtu.be/AqR7Zdz3fXs)
<그 여름의 끝> (by 이성복)
(The end of the summer)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