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래전부터 TV 를 제 친구로 삼았습니다.
제가 누릴 수 없는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소설을 읽듯이 TV 를 보며 간접체험의 기회를 갖는 것은 제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현실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상현실과 게임에 몰두하는 새세대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탓할 수만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회복된 삶이 자신이 느끼는 삶보다 상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위험에 조심하면서 지식과 기술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하곤 합니다.
어제 (2024년 5월 15일) 는 부처님 오신 날이자 스승의 날로 공휴일이었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을까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밤에 짠남자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워낙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터라 누군지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엄청나게 소비하는 한 남자를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만나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조언도 하며 스스로 자신의 소비생활을 돌아 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 장에 400만원에서 500만원 한다는 명품 T-shirt 들이 방바닥에 뒹굴고 쌓여있지만 그들의 수명은 한 번 입는 것으로 끝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진행자들 중 한 명은 이것들이 옷이냐 쓰레기냐 하는 질문을 하여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카드를 쓰면 돈을 헤프게 쓰게 된다는 조언에 돈을 보면서 쓰기로 약속하고 카드를 자른 그 남자는 스튜디오에 2천만원의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나와서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릴만큼 자기자신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와~ 저 T-shirt 한 장이면 내 핸폰 바꾸고 엄마 리프팅 기기도 사고..
만원 이만원을 아끼는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잘 쓰는 사람들을 탓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전혀 그 남자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부족함 없이 살아온 세월이 감사하기 때문일까요..
왜 그렇게 한 번 입을 옷들을 비싼 명품들로 사느냐는 질문에
브랜드를 좋아하고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대답을 하는 그 남자가
과연 과소비에 물든 사회악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죄가운데 태어나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이
선함을 실천하는 데는 큰 동력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선함의 크기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비례합니다.
기분이 좋아진다..
시청자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기분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든다면..
그래서 그 에너지로 자신이 하는 선한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면..
집 안의 쓰레기?만 처분해 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도 같습니다.
3500원짜리 해동김밥에 기분이 좋아지는 저나
500만원짜리 T-shirt 에 기분이 좋아지는 그 남자나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일합니다.
사람마다 이렇게 필요한 에너지의 양과 그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신앙인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삽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어떤 것일까요?
결코 방바닥에 널려있는 500만원자리 T-shirt보다 작지 않은 에너지입니다.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을만큼 큰 에너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돈으로 사는 자신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돈으로 사는 자신감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같은 이치입니다.
돈으로 사는 자신감이 아깝지 않은 엄마와
돈으로 사는 자신감이 필요하지 않은 저는
언제나 싸웠지만
결국 살림을 합체하게 되었고
서로가 모두 중요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있을 때는 있는대로
없을 때는 없는대로
그러다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없어도 있는 것처럼
살 수 있게 된다면 좋은..
결국 자신의 선함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함을 잃지 않도록 사는 것이 짠살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소금
그 소금은 세상에 숨어 있는 선함들을 지키는 소금일 것입니다.
자신안에 숨어 있는 작은 선함을 포함해서..
비록 죄는 용서 받았지만
자신의 소비는 상계를 받아야 하는 큰 빚에 놓일지라도
선하신 하나님이 붙들고 계시는
자신의 선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부족한 자신에 솔직한 모습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