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①
영국 슈마허대학과 토트네스 전환마을
슈마허대학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거대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자기 파괴로 나아가는 것이다.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철학에 깊이 공감한 생태사상가 사티쉬 쿠마르는 동료들과 함께 1991년 슈마허대학(Schumacher College)을 설립했습니다. 이곳은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바탕으로 삶과 학습을 통합하는 대안학습공동체의 모델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슈마허대학 전경. 공동참가자들과의 한때 ⓒ 장미정,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지금 절박한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전환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생애전환이 없다면 시대의 거대한 전환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는 할 수 있다고 상상하고 꿈꾸는 것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장미정 환경교육가는 슈마허대학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 안에서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을 찾아가는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죠.
소도시의 작은 마을에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스무 명의 사람들이, 매일 아침 모여서 동그란 원을 그리며 마주봅니다. 소소한 하루에 감사하고, 자연과 교감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기성찰을 공유하죠. 슈마허대학의 모든 프로그램은 큰 범주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지혜,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보는 것과 자기성찰로 귀결됩니다.
사람들은 ‘보다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해서’ 이곳에 옵니다. 사람들은 매년, 혹은 종종 이곳을 찾아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채식을 하고, 화학물질 없이 하루를 보내며, 소박한 방에서 단순한 삶을 체험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세상에 나가는 거죠. 영혼이 맑아지는 시간을 보내며 경험한 생활방식과 시공간은 이후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곳 슈마허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생태적이고 총체적인 세계관에 기반을 둡니다. 그리고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생활을 꿈꾸거나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토트네스 전환마을
슈마허대학이 위치한 지역에는 최초의 전환마을으로 알려진 토트네스(Transition Town Totnes)가 있습니다. 전환마을은 기후위기, 에너지위기, 경제위기에 대비하여 자체적인 회복력을 갖춘 마을로, 기후위기의 대안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찾아보자는 지역공동체 실천운동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전환을 준비하는 몇몇 가구가 모여서 에너지와 자원 절약, 주택단열 등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지붕 위 태양광발전기 설치 등의 활동을 함께 하면서 일명 ‘전환거리’가 형성되었고, 전환거리가 늘어나면서 전환마을로 확대된 것이죠. 2009년에는 영국 정부가 ‘지역사회 주도 기후위기와 에너지 대안모색’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마을 조성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전환마을의 의의는 삶의 전환을 통해 작게는 한 가구가, 한 마을이, 나아가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한편으로, 전환마을을 통해서 에너지전환과 생태적 전환이 교감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학습공동체에서 출발한 사회적 경제실험들을 지역공동체에서 실현해볼 수 있었죠.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주요 요소는 3개의 R(Resilience, Relocalisation, Regenerative Development)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지역 시스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고, 재 지역화(Relocalisation)를 통해 석유 의존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가능한 지역 경제를 구축하고, 재생가능한 개발(Regenerative Development)을 확대하여 석유와 같은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래세대를 위해 자원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 Transition Town Totnes(https://www.transitiontowntotnes.org/)
현재 슈마허대학은 토트네스 전환마을과 마을 프로젝트를 같이 운영하고, 대학 참여자들은 지역민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설계자인 롭 홉킨스가 슈마허대학에서 전환 강의를 하기도 했죠.
토트네스 전환마을 카페 공용 메모판 ⓒ 장미정,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환경 친화적 노력의 일환으로, 2012년 토트네스 전환마을을 모티브로 한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일곱 곳을 선정해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이 사업은 점차 확대되어서, 2020년 현재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이르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 ⓒ 장미정,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에너지자립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효율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는 마을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2012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작년까지 133개소 조성을 마친데 이어, 올해 25개 전 자치구에 1~2개소씩 에너지자립마을을 선정해 지원한다고 합니다. ⓒ 서울시
※ 본 글은 저자의 허가를 받아 책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에 실린 에너지전환 사례를 일부 소개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 모두를 위한 세계환경교육 현장을 가다
장미정 , 변원정 , 정세연 , 임수정 지음 |
한울림 | 2020년 11월 16일 출간
생명과 생태, 공평과 정의, 나눔과 배려, 공감과 책임이라는 8가지 핵심가치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 중인 환경교육의 사례들을 담아냅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제기로 시작되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발전을 꾀하며, 시민의 힘으로 내일을 바꾸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소비생활을 실천하는 삶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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