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필문학회와 함께하는 인생 후반전
손 원
은퇴 후 나는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수필작가다. 늘 수필 소재를 찾아 글을 써야 하는 부담감도 없지 않다. 그것이 작가의 길이기에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다. 등단 3년 차로 습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품 조회수를 보면 독자가 수십 명은 됨직하다. 상록수필문학회의 카페인 "상록수필창작 교실"에 습작을 올린다. 오픈 카페로 회원은 물론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상록수필문학회와의 인연은 2019년부터다. 공직을 은퇴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고민하던 중 공직자 출신 취미 교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보내온 이메일로 다양한 취미 교실을 소개하며 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중 수필 반이 마음을 끌었다. 평소 수필에 조예는 없었지만, 도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수필 지식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이양하의 "신록 예찬",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피천득의 "인연" 정도의 줄거리가 머리에 스치는 정도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다. 적어도 수필 문외한은 아니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학창 시절 일기 쓰기, 글짓기도 수필의 밑거름이 될 수가 있고, 오랜 공직 생활을 하면서 생산한 각종 문서도 글쓰기 창작품인 샘이다. "그래, 도전해 보는 거야. 가는 길에 많은 장벽이 있다면 해쳐나가는 방법도 있을 거야."
2019년 3월부터 수필창작반에 나갔다. 23명의 수강생이 있었고 그해 신입생은 나 혼자였다. 수필창작반이 개설된 지 5년이 지났고, 그간 졸업 없이 계속 수강해 오고 있었다. 굳이 말하면 학년제가 아닌 동호회에 가깝고, 강의도 인문학 강의로 평생학습 차원이었다. 가끔 사회 봉사활동도 있었다. 다시 말해 공무원연금공단의 지원을 받는 사회 봉사활동을 겸한 수필창작반이었다. 매주 이틀 수업이기에 부담도 적어 지속할 수 있었다. 그보다 문우들은 인품 있는 지긋한 연령이어서 마음이 편했다. 모두가 적게는 일 년 많게는 5년 선배였지만 연차를 따지지 않았고 동호회원으로 받아 주었기에 금방 친밀해졌다.
매주 숙제로 수필 한 편 이상을 동호회 카페인 상록수필창작교실에 올려야만 했다. 교수님이 내준 글제와 자유주제였다. 일 년간 한결같은 초심으로 매주 2편씩 꾸준히 습작을 카페에 게시했다. 게시한 수필은 강의 때 교수님이 소개해 주어 서로의 수필을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갓 입문한 막내로서 비교적 많은 습작을 써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배님들은 나의 열의를 높이 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10개월의 수강기간 중 50여 편의 습작을 공유했다. 이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강의가 중단되었다. 대신 인터넷 카페 글 올리기는 영향을 받지 않아 계속할 수 있었다. 2021년 말 상록수필 창작 교실에 올린 습작이 100여 편에 달했을 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계간지 "수필춘추"에 응모했는데 신인상 수상과 함께 작가로 등단했다.
다작의 열기는 계속되었고, 수필창작교실 카페에 올리다 보니 160편에 이르렀다. 이를 본 등단 지 "수필춘추" 발행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많은 작품을 쓴 것이 놀랍네요. 출판 의향이 있으신지요?" "저는 작품집을 내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정진하여 좋은 작품이 나올 때 해야겠지요?"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용기가 나네요. 습작을 잘 교정하여 진행해 주시면 합니다." "원고 60편 정도를 파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후 작품을 선별하여 보냈다. 작품을 퇴고를 해가며 종종 연락이 왔다. 틈틈이 살펴보니 손 볼 곳이 많아 출판이 지연된다고 했다. 약 3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에 나의 처녀작품 "마음이 머무는 곳"이 출간되었고 출판사로부터 "수필춘추 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상록수필문학회는 SNS로 수필창작교실, 단톡방으로 활발한 교류를 해 오고 있다. 금년을 맞아 수필집 10호 발간을 앞두고 있다. 명실공히 지역 문학단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문학 동호인으로서 서로를 배려하는 인성이 남다르다. 회원께 좋은 일이 있으면 앞다투어 축하와 격려가 빗발친다. 2021년 등단 때와 이듬해 수필춘추 문학상 수상 때 축하 모임을 열어 주었다. 딸아이 혼사 때는 전원으로부터 과분한 축하를 받기도 했다.
문학회 가입으로 인생 후반기에 활력을 얻고 있다. 격월로 개최되는 월례회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평소에는 짬짬이 쓴 수필을 SNS로 공유하고, 단톡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한다. 내 생각과 글, 일상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우정의 돈독함은 형제애를 넘을 듯하다. 이러한 문우애는 죽는 날까지 이어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문학회에 적극 참여함과 아울러 회원에 대한 배려인 것 같다. 유익한 정보를 나누고 창작품을 공유하여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우 간의 참된 우정이다.
sonwon00@hanmail.net
ㅇ 2021년 "수필춘추 " 등단 / 상록수필문학회원, 달구벌수필문학회원 / "수필춘추 문학상" / 수필집 "마음이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