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건물의 계급 - <전당합각 재헌루정>
우리가 흔히들 접하는 ‘전하’와 ‘각하’는 어디에서 유래한 호칭일까요. 이 호칭들 모두 궁궐에 있는 건물의 명칭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궁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실 겁니다.
‘전하(殿下)’는 ‘전(殿)’에 계신 분을, 마찬가지로 ‘각하(閣下)’는 ‘각(閣)’에 계신 분을 아래 위치에서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거든요.
궁궐의 건물에는 8단계의 계급이 있는데요,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齋), 헌(軒), 루(樓), 정(亭)이 바로 그것들이지요. 이렇게 보면 각하가 전하보다는 그 위계가 세 계단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규모가 큰 것으로부터 작은 것으로 가는 순서요, 공식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부터 일상 주거용으로, 다시 비일상적이며 특별한 용도로, 그리고 휴식공간으로 이어지는 순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전당합각 재헌루정’은 그 순서가 건물들의 품격 순이며, 위계질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질서는 비단 궁궐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예요. 사찰이나 성균관 및 향교, 또는 일반 민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사찰에서 부처님을 모신 건물들은 ‘전(殿)’자가 붙는 데 비해 조사당(祖師堂)처럼 사람을 모신 건물에는 대체로 ‘당(堂)’자가 붙어요.
성균관이나 향교에서도 공자의 위패를 모신 건물은 대성전(大成殿)이고, 유생들이 모여서 강학하는 건물은 명륜당(明倫堂)이라고 하지요. 민가에서는 절대로 건물 이름에 ‘전(殿)’자를 붙일 수가 없답니다. 아무리 높아도 ‘당(堂)’이 최고이지요.
이런 질서를 알면 건물의 지위가 보이게 마련입니다. 궁궐을 둘러보고자 할 때는 우선 이런 사실들을 알고 가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