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르네 지라르가 기독교로 개종한 까닭은 바로 예수의 독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희생양 문화를 추적하다가 성경에서 감명을 받았다죠. 대부분 희생양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일쑤이지만, 예수님만 희생양 편이 되어 옹호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본다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은 희생양에 대한 폭력으로 사회적 안정을 가져오고, 이 안정이 깨지면 다시 다른 희생양을 찾습니다. 이렇게 끝없는 폭력의 반복이 사회적 안정의 밑바닥에 숨겨져 있다고 지라르는 설명합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인 사례죠.
성경은 희생양에게 가해지는 집단폭력에 대해 곳곳에서 비판합니다. 가인에 의해 살해된 아벨의 피로부터 수많은 예언자를 거쳐 세례 요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양이 박해를 받아야만하였는가를증언합니다. 시편은 힘센 박해자들에게 둘러싸인 희생양에게 발언권을 부여함으로써 희생양이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를 토로할 수 있도록한 역사상 가장오래된 기록입니다. 일찍이 철학자 니체는 약자의 편에 서는성경의 이러한 입장을 '노예의 도덕'이라 비웃었지만, 지라르는 성경이야말로 집단폭력의 광기에 맞서 항거한 소수의 영웅적 기록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이 소수의 영웅적 저항은 마침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에 이르러 승리를 거둡니다.
이복규, 기독교 이해의 길잡이」(새물결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