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가 아트스트
최경희
‘카톡 카톡’ 하는 소리에 오늘은 왠지 번개같이 손가락이 춤을 춘다. 의성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배롱나무독서회 11월 행사인 단촌역 은행나무 문학 광장 행사에 출연진 모집 안내가 떴다. 이때다 싶어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자유시를 하겠다고 올렸다. 꾸물거리다 지정 시를 맡게 되면 외우는 시간도 부족하고 행사 당일 실수할 것만 같아서다. 올리고 보니 카톡에 제일 먼저 이름이 올렸다. 이건 문명 좋을 징조, 시낭송 부분에 있어 1등으로 올렸으니 어떤 변경사항도 생기지 않겠지. 그러는 사이에 ‘카톡 카톡’ 또 조금 있으니 ‘카톡 카톡’ 참여하겠다는 회원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이젠 안심하며 거기에선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11월 행사에 낭송할 시는 문병란 시인의 인연서설이다. 시 공부를 하면서 외워 놓았던 시라서 새로 외울 필요가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의성읍에서 춘산면까지 출․ 퇴근하면서 외워본다. 유튜브를 통해 듣고 또 들어본다. 정확한 발음에 고저, 장단을 넣어가며 읊어 보지만 마음에 안 들어 녹음을 지우고 또 지운다. 몇 주를 그러다가 이젠 진짜 몇 일 남지 않았으니 한 줄 한 줄 들어가며 집중해야지 하는 사이 전체 연습이 시작되었다. 회원들 앞에서 혼자 나와 하려니 왜 이리 부끄러운가! 평소의 나를 내려놓고 새로운 내가 되어 보자. 아마추어지만 프로처럼 감정도 잡고 시선은 멀리, 그러나 회원들 앞에선 목소리가 마냥 작아진다. 목소리가 작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것, 다음 전체 연습때는 자신감 넘치게 즐겁게 해보자. 그땐 의상도 준비하라는데, 낭송도 제대로 안되는데 의상에 더 신경 쓰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낭송은 못할망정 무대의상이라도 예쁘게 입는다면 한점 따고 들어가지 않겠나. 다른 회원들은 주로 평상복을 입을 것 같고, 작년 행사때 입었던 철릭원피스로 어설픔을 감추어 보리라, 그리고 행사에 찾아온 관객들의 눈요기도 되고, 이 또한 행사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행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행사에 대한 나의 견해를 얘기하고자 한다. 내빈이든 관객이든 누군가를 불러 놓고 행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연출자의 할 일은 제쳐 두고라도, 무대에 올라 낭송이나 낭독 등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일 때에는 기본 예의는 갖추어야 된다는 것이다. 의상이나 분장은 기본이며, 테크닉까지 겸비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마추어는 모든 걸 갖추긴 쉽지 않다. 그래서 의상과 분장이라도 신경 쓰자 주의이다. 행사 당일 리허설에 앞서 분장실에서 눈썹을 붙이고 나니, 다른 회원들이 귀여운 토끼 눈 같다면서 자기들도 속눈썹 붙이고 싶다고 하는데 여분이 없어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던가. 마침 갖고 온 화장품이 몇 개 있어 앞에 앉으라 해놓고 아이샤도우, 화운데이션 등 이것저것 얼굴에다 찍어 발라 주었다. 마치 메이크업아티스트처럼 손등에 화장품을 바르고 솔로 문지르며 얼굴을 드시오, 내리시오, 눈을 아래로 감으시오, 위로 뜨시오, 얼굴을 좌로 돌리시오, 우로 돌리시오 하며 연신 찍어 바르고 톡톡 치고 하는데 그 순간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잠시나마 어릴 적 소꿉놀이하는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화장도 모자라 다른 회원이 가지고 온 헤어드라이기까지 빌려 회원 머리를 만져주었는데 그 순간 행복했고 즐거웠다. 나를 위한 분장을 할 때보다 누군가에게 해줄 때 그럼으로써 누군가가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더욱 빛날 수 있어 기쁨을 느꼈다. 그 무엇보다 준비과정에 서로 돕고 나누면서 행복하고 즐겁고 이 시간만큼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순간 한편으론, 이럴 때가 아닌데, 첫 번째로 무대에 올라가는데 실수 없이 하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낭송 연습 한 번 해야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어쪄라고’ 짜가 아티스트 놀이가 재미있는걸.
올해 무대에 올라서는 행사는 모두 끝인 것 같다. 뒤늦게 발견한 짜가 아티스트 놀이도 끝이네. 소꿉놀이의 즐거움을 위해 내년에는 진짜 메이크업아티스트처럼 놀려면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 솔과 무대 분장 화장품도 좀 장만해 볼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