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에는 형제 감독이 몇 명 있다. 미국 코헨 형제,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가 영화사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고,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지금은 자매가 된 워쇼스키(원래는 형제였다가) 감독이 있다. 예술 영화계에서는 가장 유명한 감독이 다르덴 형제이다. 칸영화제에서 1999년 '로제타'와 2005년 '더 차일드'로 황감 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감독이다. 그래서 시네필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이다. 이번 전주 영화제 개막작으로 '로리와 로키타'를 들고 한국을 방문해서, 인터뷰와 관객들과 만남도 가졌다.
원래 다큐를 만드는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사람들이나 이민자, 그러니까 빈민층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감독이다. 2차대전 이후에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만들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늘 노동자의 삶,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가 다르덴 형제의 중요한 주제인 것 같다.
이번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 난민 이야기이다. 토리와 로키타는 토리는 나이 어린 소년이고, 로키타는 누나인 소년인데 실제 남매는 아니다. 남매로 위장하고 벨기에로 와서, 체류증을 받으려고 했지만 받지 못하게 된다. 그때부터 남매가 유럽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토리와 로키타'는 그리고 있다.
누나 로키타는 어떻게든 토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고국으로 돈을 좀 보냈으면 하는데 이민자의 삶이 녹록지 않다. 결국 이들은 마약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되는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이다. 친 남매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서 체류증을 받으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과정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절절하다.
다르덴 형제 이야기들이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절대 재미없지 않다. 형제 감독은 음악도 많이 넣지 않고 기교도 쓰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재미있는 걸로 유명하다. 89분짜리 영화가 굉장히 타이트하고 재미있고, 맛은 밍밍하지만 아주 깊이 있는 영화다.
영화 역사에는 영국의 '켄 로치'처럼 80년대 후반을 달리는데도 청년 시절에 문제의식을 잃지 않고 수 십 년 동안 계속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다면,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는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냥 멋 부리지 않고 본인들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 사회에 대해서 쉽게 타협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으면서, 늘 같이 작업을 하면서 별다른 수식을 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거리를 둔 채 멀리 바라본다든지, 미니멀리즘 적로 꾸밈이 없다 보니까 예상하지 못한 가공되지 않은 울림들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영화를 대충 찍는 사람들은 아니다. 예전에 프랑스 여배우 '마리앙 꼬띠에르'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찍을 때 일이다. 그녀가 약 먹고 취해서 혼자 침대에서 우는 장면 찍을 때 같은 테이크를 80번을 찍은 적도 있다. 복잡한 수식을 써지 않으면서도 테크닉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고수 감독이다. '마리앙 꼬띠에르'같은 톱스타를 찍으면서고 동시에 경험이 없는 비 직업 배우들에게 새로운 기화를 주는 감독이다. '켄 로치 감독'도 훈련받은 배우를 쓰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일반 사람을 쓰도 어색한 연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감독의 연출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가버나움'이나 '안티고네'가 생각난다. 이 작품은 이 두 작품을 합친 것 같다. 우리도 이제는 이민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이런 부분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이민자 영화를 보고 관심 갖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영화 용어 Take( 테이크): 카메라 위치를 한 번 작동해서 촬영한 화면을 테이크라고 한다. 특정 화면을 담아냈다고 이해하면 된다. 촬영을 하다 보면 NG가 나서 같은 화면을 반복해서 찍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몇 번을 촬영한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 테이크 1, 테이크 2, 테이크 뒤에 숫자를 붙여서 구분하기도 한다.
*영화 용어 Shot/쇼트: 영상을 만들 때 중간에 끊지 않고 촬영한 하나의 연속적인 화면이 바로 Shot, 쇼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