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만들기는 우리 집에 1년 행사 중에 하나다.
가을이 되면 대봉감이 많이 나온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봉감을 10킬로, 20킬로 여러 차례 사다가 양이 일정량이 모이면 큰 독에다 차근차근 넣는다.
그 독은 다섯 말 짜리 독으로 간장 담그던 독인데, 이제는 아이들이 독립하고, 안 쓰는 독이다.
밑에는 푸른 감을, 점 점 노랗고 붉은빛이 드는 순서로 넣는다.
초기에는 짚을 사다가 중간중간 넣었다.
짚을 사러 멀리 가는 것이 힘들어, 어느 해 신문을 사이에 넣었더니 그래도 홍시가 잘 되었다.
남편이 잘 챙겨 먹으니, 덩달아 나도 먹는다.
우리 집은 그 외에도 연례행사가 많다.
먼저 음력설 쉬고, 9일 뒤에 장 담근다.
6일 뒤면 보름이다.
보틀에는 오곡밥과 여러 나물을 꼭 해 먹는다.
고추장도 직접 담고, 장아찌도 두릅 풋마늘 햇양파 등으로 담는다,
매실이 나오면 매실즙이나 매실주를 담는다.
간장 된장 뜨고
추석에는 제사 지내고 나면 야채 말리기에 돌입한다.
무를 굵은 채와 나박 썰기 해서 오그락지를 만든다.
고추랑 가지 토란등도 말린다.
가을이 깊어지면 동 김지를 시작으로 김장철이다.
김장은 배추가 많을 때는 40 포기에 설 전, 설 후로 먹을 것 구분해서 담고, 굴김치는 기본이다.
말려놓은 오그락지에 마른오징어 넣고 김장양념에 버무린 무말랭이김치다.
섞박지도 해서 배추김치 사이에 넣고, 무가 남으면 깍두기를 담는다.
양념이 남으면 보쌈김치로, 절인 배추가 남으면 백김치로 담는다.
무 배추에서 나온 부산물로 널어 잘 말리기만 하면 무시래기 배추시래기가 된다.
이제 남은 건 동지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는데, 몇 십 년째 팔 1되에 찹쌀 1 돼해서 큰 솥에 만들어 이웃에는 조금 주고 며칠을 먹는다.
이렇게 연례행사가 많다.
내 인생은 그렇게 흘렀다
제사도 일 년에 4대 봉사와 설 추석까지 15번 지내다가 이제는 2대만 지낸다. 줄어들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걸 실감한다
많이 나오는 제철과일, 채소를 저장하는 것도 좋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좋은데 시대가 바뀌는 것 같다.
짱이지만 해도 그렇다.
잘 안 먹는다.
그래서
전통방식에서 간장 소금양을 반 줄여서 넣고,
양도 반에 반을 줄여서 만들고, 그나마 변할까 봐 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장배추는 절임배추로 구매하고,
채소 말림도 그만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말린 채소가 잘 나온다.
변화에 적응하여 편리하게 살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