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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현자(小玄子)의 출현(出現) 신발 끄는 소리가 문 앞에서 멎더니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위소보는 탁자 밑으로 내 다 보았다. 신발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근 사람은 자기 또래의 남자 아이였다. 그는 즉시 마음을 놓으며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씹지 않은채 침을 뭍혀 물렁해진 이후 꿀꺽 삼켰다. 이때 음식 씹는 소리가 탁자에서 들려왔다. 그 사내 아이가 음식을 먹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 역시 훔쳐먹는 사람이겟지? 내가 큰 소리치며 나간다면 이 꼬마는 놀라 도망을 칠 것이고 나는 다시 얌얌 먹을 수 있겠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조금 전 나는 너무 바보처럼 행동했다. 몇 접시의 음식을 주머니 안에 속아넣고는 이곳 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이 곳이 여춘원이 아닌 이상 내가 가져갔다는 사실을 누가 안단 말이 냐?) 갑자기 펑!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애가 무엇을 치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호기심 이 일어 고개를 내밀고 바라 보았다. 그 남자애는 약 십 사오세 정도 되었으며 자기와 같은 옷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대들보에 매달아 놓은 부대를 후려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치더니 다시 벽가에 세워진 가죽인형을 쳤다. 그애는 한 주먹으로 그인형의 가슴을 내지르던니 곧이어 두팔을 뻗어 가죽인형의 허리를 껴안고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가 사용한 수법은 바로 어제 주점에서 시름을 한다는 만주인들이 하던 수법 그대로였다. 위소보는 껄걸 웃으며 탁자 밑에서 기어 나왔다. "가죽 사람은 죽은 것인데 무엇이 재미있냐? 내가 너를상대해 줄께" 그 남자애는 갑자기 그가 나타난 것을 보고 또 얼굴을 하얀 베로 칭칭 감고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기와 상대해서 놀아 주겠다는말에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말했다. "좋아, 덤벼들어!" 위소보는 달려가서 남자애의 두 팔을 비틀려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애는 옆으로 비키더니 오른발을 걸고서 잡아당겼다. 위소보는 그대로 서있을 수가 없어서 쓰러졌다. 남자애는 말했다. "쳇! 너는 씨름을 할 줄 모르는 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누가 그러던?" 그리고 몸을 일으켜 그 애의 왼쪽 다리를 잡았다. 그 남자애가 손을 내밀어 등을 잡으려 하 자 위소보는 재빨리 피했다. 그 남자애는 그만 허공을 치게 되었다. 위소보는 모십팔이 주점에 서 일곱명의 대한을 상대로 싸을 때 쓰던 수법을 기억해 내고 왼손으로 주먹을 들어 그 남자애의 아래 턱을 내질렀다. 그 남자는 얻어 맞게 되자 어리둥절해져 두 눈에 노기를 띠었다. 위소보 는 웃으며 말했다. "쳇! 너는 씨름을 할 줄 모르는구나!" 그 남자애는 아무 쏘리도 않고 왼손을 살짝 흔들어댔다. 위소보가 옆으로 몸을 피하려 하자. 그 남자애는 벼락같이 팔굽을 내밀어 허리를 내질렀다. 위소보는 크게 비명을 내지르며 몸 이 아파 움츠렸다. 그 남자애는 손을 뻗쳐 그의 뒤에서 겨드랑이로 집어넣더니 다시 올려서는 열 손가락을 서 로 끼우고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더니 그의 윗몸을 자꾸만 아래쪽으로 눌렀다. 위소보는 한발을 들어 뒤로 걷어차려고 했다. 그 남자애가 별안간 두 손으로 와락말자 위소보의 몸이 앞으로 나 가면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엎어지고 말았다. 위소보는 크게 화가 났다. 몸을 일으켜서 굴러가듯 다가가서는 그 남자애의 두 다리를 얼사안 고 힘주어 잡아 끌었다. 그러자 그 남자애는 더 서있지 못하고 위소보의 몸 위로 쓰러졌 다. 이 남자애는 위소보보다 키가 큰 편이었고 몸집도 컸다. 그는 팔굼으로 위소보의 덜미를 눌 렀다. 위소보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힘을 다해 팔을 뻗었다. 그리고 몇 번을 구른 끝에 그 어린애의 몸위에 오를 수 있었다. 힘껏 남자애를 누르고 있었으나 남자애가 다시 위로 올 라가게 되었다. 위소보는 지극히 민첩한 편이었다. 남자애의 두 다리를놓고는 등 뒤로 ㅉ아갔다. 그리고 힘 을 주어 남자애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 애는 손을 돌려 발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그러자 위소 보는 뒤로 벌렁 쓰러지게 되었다. 남자애는 달려들어 그의 몸을 조르며 호통을 쳤다. "그래도 항복하지 않을래?" 위소보는 왼발을 들어올려 남자애의 겨드랑이를 문질렀다. 남자애는 간지러운지 힘을 준 손 을 풀었다. 위소보는 이때다 싶어 일어나 그의 목을 얼싸 안았다. 그 남자애는 씨름의 수법을 펼쳐 위소보의 뒷덜미를 잡더니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위소보는 아찔해져서 꼼작할수가 없었다. "하하, 이제 항복하겠지?" 위소보는 벌떡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 상대방의 아랫배를 들이 받으려했다. 그 남자애는 흥 하더니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위소보가 닥시 달려들자 남자애는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하더 니 옆으로 다리를 걸엉 뒤로 슬쩍 걷어찼다. 위소보는 쓰러지게 되었으나 그의 다리를 붙잡고 와락 잡아당겼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쓰러지고 말았다. 일시 그 남자애가 위로 오르는가 하 면 곧이어 위소보가 위로 올라가곤 햇다. 이렇게 하기를 수십 차례 두 사람은 끝내 부둥켜 안 은 채 씩씩 거친 숨을 내쉬었다. 별안간 두 사람은 약속이난 한듯 소리내어 웃었다. 똑같이 치고 받고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둘은 손을 풀었다. 그 남자애는 손을 내밀어 위소보의 얼굴을 덮고있는 하얀 베를 벗겨 내며 말했다. "왜 머리를 감싸고 있니?" 위소보는 감짝 놀라 손을 뻗어 흰 베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미 자기의 모습을 보았는지라 감춘다 할지라도 소용이 어없는 것을 안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얼굴을 감싼 것은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먹게 되었을때 남에게 알아 볼수 없도록 한 것이 지." 남자애는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보니 너는 때때로 여기 와서 음식을 훔쳐 먹었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때때로 와서 훔친 것은 아니야." 그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애는 이목구비가 청수한 편이었다. 위소보는 그 에 게 친밀감을 느꼈다. 그 남자애가 물었다. "이름이 뭐지?" 위소보는 말했다. "소계자라고 한다. 너는?" 그 남자애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는.... 소현자라고 한다. 너는 어느 공공아래서 일을 하지?" 위소보는 말했다. "해로공 아래서 일하고 있어." 소현자는 고개를 끄덕엿다. 그리고 위소보의 얼굴을 감았던 하얀 베를 들어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한 조각의 음식을 들어 먹었다. 위소보는 지고 싶지 않았다. 네가 대담하게 음식을 집어 먹는데 나의 담이 너보다 적지 않다는 걸 보여주마 생각하고 즉시 한 조가그이 천충고를 집어들 어 거침없이 입 속에 넣었다. 소현자는 그를 보며 말했다. "너는 씨름을 배우지 못했지만 손발이 제법 민첩하더구나. 내가 너를 제압하지 못했지만 몇 번 더 싸우면 너를 제압 할 수 있을거야."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걸. 우리 다시 한번더 싸워 보자." 소현자는 말했다. "좋아." 두 사람은 다시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소현자는 씨름의 요령을 약간 알고 있는 것 같았 다. 나이와 힘에 있어서도 위소보 보다는 뛰어난 편 이었지만 위소보는 양주거리에서 무수한 싸움 을 치룬 경험이 있었다. 그는 무수한 건달들과 얼마나 많은 싸움을 벌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뒤잡 이질은 소현자보다 경험이 풍부했다. 그러나 그는 모십팔의 가르침을 상기하고 소현자와 싸울 때 손가락을 비튼다거나 땋은 머리를 잡아 당긴다거나 목을 죈다거나 눈을 파려고 한다던가 귀 를 잡아당긴다던가 아니면 고환을 움켜잡아 당기는 등의 졸렬한 행위는 젼혀 하지 았다. 위소보 는 정당하게 사우게 되자 이기기가 힘들었다. 몇 번 더 시합을 한 끝에 위소보는 끝내 소현자 밑 에 깔려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소현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항복 안 할래?" 위소보는 말했다. "죽어도 항복 할수 없다." 소현자는 껄껄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위소보가 다시 달려들어 싸울고 하자 소현자는 손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싸우지 않겠다. 내일 다시 오너라. 그러나 너는 나의 적수가 아니니 다시 싸워도 소 용이 없을 것이다." 위소보는 승복 할수 없어서 석 냥 가량 되는 은자를 꺼내며 말했다. "내일 다시 싸우자. 하지만 돈을 걸기로 하자. 너도 석 냥의 은자를 가져오도록 해라." 소현자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 말했다. "좋다. 내기를 걸어도 좋지. 내일 나도 은자를 갖고 올테니 내일 정오에 이곳에서 만나자." 위소보는 말했다. "죽음의 약속인 만큼 만나기 전에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장부의 일언은.... 무슨 말이 라고 하더라. 뒤쫓아 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 있지." 이 말은 사마난추(四馬難追)라는 숙어 였다. 그는 사마난추 네글자를 기억 할 수가 없어서 애매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소현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맞았다. 사나이로서 말을 한번하면 ..... 무슨 말이라도 뒤쫓아 잡을 수가 없지." 그리고 그는 방을 나섰다. 위소보는 한 웅큼의 음식을 집어서 주머니에 넣고 그 방에서 나 왔다. 그리고 모십팔이 남과 무공을 겨루기로 약속한 일후 옥에 갇힌 것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탈옥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모십팔은 몸에 중상을 입었으나 그 약속을 지킨 것이고 그리하여 득승산 아래에서 두 고수를 상대하지 않았던가? 그와 같은 기개는 정말 탄복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야기꾼들이 들려 주는 영웅들 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때때로 자기 역시 영웅호걸이란 환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 는 상대방과 무공을 겨루기로 한 이상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일 이곳으로 오려면 반드시 해로공이 있던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갔던 길을 따라서 천천 히 도박했던 곳으로 찾아갔다. 먼저번에는 오른쪽으로 나갔기 때문에 점점 멀어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왼쪽으로 꺽어 들어갔다. 두 개의 복도를 지나게 되자 정원의 꽃나무들이 보이고 그길 을 따라 걸어가니 해로공의 거처가 보였다. 그가 문앞에 이르자 해로공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물었다. "공공. 좀 나으세요?" 해로공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낫기는 뭐가 나으냐, 빨리 들어 오너라." 위소보가 방안에 들어가 보니 해로공은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무너졌던 탁자는 이미 다 른 것으로 바꿔져 있었다. 해로공이 물었다. "얼마나 이겼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십여 냥 정도 이겼어요. 하지만...." 해로공이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단 말이냐?" 위소보가 말했다. "오형에게 빌려 주었어요." 기실 그는 이십 냥을 넘게 이겼다. 오가에게 빌려준 것 외에도 팔 구냥 정도 남아 있었으 나 해로공이 내놓으라고 할 것 같아서 제대로말하지 않은 것 이었다. 해로공의 안색이 변하더니 말했다. "왜 오가 녀석에게 빌려 주지? 그는 서재를 책임진 사람도 아니잖아. 어쩨서 온씨 형제에게 빌려 주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어서 말했다. "온씨 형제는 저에게 빌려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너에게 빌려 달라는 말을 하진 않았어도 방법을 강구해서 그에게 꿔주면 될 것이 아니 냐? 혹시 내가 이야기 한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어제밤 그 애를 죽이고 나서 놀란 나머지 모두 다 잊어먹고 말았어요. 온씨 형제 에게 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맞았어요.맞았어요. 어르신이 확실히 분부한 적이 있어요." 해로공이 코웃음쳤다. "흥! 사람 하나쯤 죽인걸 가지고 뭐가 대단하다고 하느냐? 너는 나이가 어려서 사람을 죽 여 보지 못했으니 탓할 수도 없겠지. 그런데 그 책에 대해선 잊어 버리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더듬 거리며 말했다. "그 책.... 그책은.... 저는...." 해로공이 다시 코웃음을 쳤다. "정말 모든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공공. 전... 머리가 빠개질듯이.... 아픕니다. 거기다가 공공께선 이렇게 기침을 하시니 걱 정이 되고요. 온갖 것들이 모두 어리벙벙하기만 하네요." 해로공이 말했다. "좋다. 이리 오너라." 위소보가 대답을 하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해로공이 말했다. "다시 한번 더 이야기 하겠다. 그래도 네가 기억하지 못하면 나는 너를 죽이고 말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한번만 더 애기 해준다면 나는 백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 것이다.) 해로공이 말했다. "너는 온시 형제 두 사람의 은자를 따야한다. 그들이지게 된다면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라. 많이 빌려 주면 줄수록 좋다. 그리고 며칠후 너는 그들에게 서재로 데려가 달라고 해라. 그들 은 너에게 빛을 진 이상 그말을 ㅉ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러쿵 저러쿵 미루기만 한다면 내가 서재의 총관인 오노공(吳老公)에게 진 빛을 셈하겠다고 말해라. 온시 형제는 돈을 갚지못 하게 되면 황상께서 계시지 않을때....." 위소보는 놀라서 말했다. "황상이요?" 해로공이 말했다. "왜 그래?" 위소보는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해로공이 말했다. "그들이 너에게 서재는 무엇하러 가려고 하느냐고 하면 너는 사람이란 높은 곳을 처다보니 만큼 황상을 만나게 되어 서재에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면돼. 그러나 온씨 형제들은 네가 황상을 뵙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너를 데리고 갈때 황상께서는 반드시 서제에 계시지 않 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방법을 강구해서 한 권의 책을 훔쳐오도록 해야돼." 위소보 그가 황제를 들먹이자 마음 속으로 집히는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이 황궁이란 말인가? 북경성 안에 있는 기원이 아니란 말이지? 아 그렇다. 그렇지! 만약 황궁이 아니라면 이토록 웅장하고 화려할 턱이 없지. 이 사람들은 틀림없이 황제 를 모시는 태감들인가 보다.) 위소보는 사람들로부터 황제, 황후,태자,공주, 궁녀 및 태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황제가 용포(龍袍)를 입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뿐 나머지 사람들이 어 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양주에서 연극을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나 무대의 태감 들은 손에 불진을 들고 흔들어댔고 음성이 몹시 여겨웠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는 해로공과 하루 를 지나게 되었고 오가와 온시 형제등과 반 나절 동안 노름을 했지만 그들이 태감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해로공의 말을 듣게 되자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잉?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만 나이 어린 태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해로공은 날카롭게 다그쳤다. " 알아들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예, 알았어요.황....황제의 서재로 가야 한다구요." 해로공은 말했다. "황제의 서재로 가서는 무엇을 해야지?" 위소보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을 훔쳐내는 것이죠." 해로공이 물었다. "무슨 책을 훔쳐내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건.... 무슨 책이라더라? 잘.... 생각이 안나네요." 해로공은 말했다. "다시 한번 더 이야기 하겠다. 잘 기억해라. 그것은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이라는 한권 의 불경(佛經)이다. 이 불경은 퍽이나 오래 되었으며 모두 몇 권인가로 되어있는즉 너는 모조리 나에게 갖다 주어야 한다. 알겠느냐? 뭐라고 한다고?" 위소보는 말했다. "사십이장경이라고 합니다." 해로공은 그의 말속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물었다. "뭐가 그리 좋으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억이 잘되네요. 그래서 기쁜거에요." 원래 그는 해로공에게서 서재로 가서 책을 훔쳐야 한다는 말을 듣고 훔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책을 알아보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 그는 글자를 몇자 알지 못했다. 그러니 어떤 책이라고 분간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그런데 책 이름을 들으니 사십이장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는 기뻤다. 장경이라는 자는 몰랐지만 사십이라는 숫잔 알수 있엇던 것이다. 다섯자 가운데 석자를 알고 있는 자기 자신이 크게 대견스러웠기에 의기 양양하게 말한 것이다. 해로공이 다시 말했다. "서재에서 책을 훔치되 민첩하게 해야한다. 만약에 발견된다면 너의 목숨이 몇백게가 있 다한들 보존할 수 없을 것이다. " 위소보는 말했다. "그건 알고 있어요. 물건을 훔치다가 남에게 잡혔는데 무슨 좋은 결과가 있겠어요?" 그러자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말했다. "비록 잡힌다고 해도 저는 결코 공공이 시켰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요." 해로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기침을 한참 하더니 말했다. "오늘 너는 잘했다. 뜻밖에 돈을 땄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의심하지 않더냐?"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헤헤헤, 아뇨, 어째서 의심을 하겠어요?" 그리고 그는 자화자찬을 한바탕 벌여 놓으려고 하다 끝내 참고 말았다. 해로공이 말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연습을 해라." 위소보가 내실로 가보니 탁자위에는 네 가지의 찬과 한 그릇의 국이 먹지 않은채 놓여 있 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공공, 아직 드시지 않았어요? 제가 밥을 먹여 드릴께요." 해로공이 말했다. "배고프지 않다. 너 혼자 먹어라."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밥을 먹기 전에 한 조각의 홍소육(紅燒肉)을 집어 먹었다. 반찬은 이미 식었으나 배가 고팠던 참이라 매우 맛이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반찬은 누가 가져온 것인지 모르겠군, 이와 같은 작은 일은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 다. 천천히 알게 되겠지.) 그리고 나서 그는 다시 생각했다. (만약 이곳이 정말 황궁이라면 옥가와 온씨 형제 소현자등은 모두 태감이겠구나. 그런데 황제 늙은이와 황후마마는 어떻게 생긴 모양을 하고 있을까? 언젠가는 봐 두어야지. 그래야 양주에 돌아갔을때 헤헤헤.... 자랑할 것이 있지 않겠느냔 말이야. 모형은 황궁에서 도망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놀음을 할때 그들이 사람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으니 십중팔구 도 망을친 모양이로군!) 그는 해로공이 의심할까봐 여섯알의 주사의를 그릇에 넣어 연습하는 척 달가닥거렸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어젯밤 한숨도 못잤으니 피로할 대로 피로해졌던 것이다. 그는 얼마후 잠 이 들고 말았다. 그는 해질 무렵까지 잠을 자게 되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한 명의 잡일을 하는 태감이 저녁을 갖고 들어왔다. 위소보는 해로공의 저녁식사 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침대 위로 부축하여 잠을 자도록 시중 을 들고 자기의 조그만 침대위에 누워서 생각했다. (내일 가장 중요한 것은 소현자와 무공을 겨루는 것이다. 그를 이겨야 되는데.) 그는 눈을 감고 모십팔이 주점에서 만주의 무사들과 싸우던 수법을 더듬어 보았다. 애매한 것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약간 후회하는 마음이 일었다. (모형은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나는 배우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 배웠다면 소현자의 힘이 나보다 세지만 나의 적수는 아니 었을 것이다.내일 다시 말타듯 나의 등 뒤에 올라타고 내가 꼼짝할 수 없게 된다면 은자를 잃는 것은 상관없지 만 체면이 말이아니겠지. 그렇게 된다면 위소보는 강호에서 굴러먹을 수가없게 될것이 아니냔 말이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느끼는 것이 있었다. (만주 무사들은 모형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모형은 늙은 폐병장이의 적수가 못ㄷ지. 그 러니 늙은이로 하여금 나에게 무공을 가르치게 하면 어떨까?) 생각과 함께 그는 입을 열었다. "공공, 서재에 가서 몇 권의 책을 가져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한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뭐가 어려운 점이냐?" 위소보가 말했다. "오늘 제가 놀음을 하고 돌아올 때 소.... 나이 어린 태감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는 나의 앞길을 막고 돈을 나누어 달라고 했어요. 나가 싫다고 하자 그는 나와 무공을 겨루자고 했 어요. 제가 그를 이긴다면 저를 놔 주겠대요. 그래서 저는 그와 반나절 동안 시합을 벌였어요. 그 러느라고.... 그래서 밥먹을 시간에 제대로 달려오지 못한 거예요." 해로공은 말했다. "네가 졌구나? 그렇지?" 위소보가 대답했다. "그는 키가 크고 건장해요. 힘도 저보다 쎄구요. 그는 내일 다시 저와 겨루겠대요. 내가 그 를 이겨야만 그가 나를 귀찮게 굴지 않을 거예요." 해로공이 말했다. "그 꼬마녀석의 이름은 무라고 하던? 어느 부서에 속해 있다고 하더냐?" "소현자라고 하는데 어느 방에 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틀림없이 네가 돈을 따고 거드름을 피우니까 미음을 샀겠지. 그렇지 않다면 왜 너를 잡고 시비를 걸었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승복할 수 없어요. 내일 다시 싸울때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해로공이 나직이 코웃음을 쳤다. "너는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냐?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 이상 가르치지 않 는다. 네가 말을 빙 둘러서 청을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늙은 폐병장이가 정말 총명하군. 쉽게 넘어가지 않는데) 그는 다시 말했다. "소현자는 무공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를 이기려고 한다면 애써 어떤 무공을 배울 필요 는 없어요. 그러니 공공께선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거지요. 오늘 분명히 나는 그의 머리에 올라 타게 되었는데 그의 힘이 세어 도리어 내가 아래 깔리게 되었어요. 그러나 내일은 내가 힘을 써 서 그를 꼭 붙잡는다면 그 녀석은 자라가 몸을 뒤집듯 쉽게 일어나지 못할거에요." 해로공은 말했다. "네가 그 위에 올라타게 되었을때 그가 뒤집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도 어렵다고 생각지 않아요. 내일 반드시 그의 어깨를 꼭 붙잡고 늘어지겠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흥. 어깨를 잡아서 뭘 하느냐. 뒤집고 뒤집지 못하는 것은 허리의 기운에 달려 있다. 네 가 무릎으로 그의 뒤 허리의 혈도를 꼭 누르면 되는 것이야. 이리 오너라, 내가 가르쳐 줄테 니." 위소보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해로공은 그의 뒤허리에 있는 어느 한 곳을 더듬더니 가볍게 눌렀다. 위소보는 즉시 전신이 시큰해 지면서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해로공이 말했다. "기억 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예. 내일 제가 시험해 보겠어요. 될지 않될지 모르지만." 해로공이 노해 말했다. "왜 안돼! 백발백중이고 만 번 시험해도 만번 다 효과를 거둘 것이다. " 그는 손을 뻗어 뒷덜미를 가볍게 눌렀다. 위소보는 아하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가슴 이 갑갑해지며 숨이 막혔다. 해로공이 말했다. "네가 힘을 써서 그의 뒤혈도를 짚게 된다면 그는 너와 싸울 힘이 없게 될 것이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됐어요. 내일은 반드시 제가 이길수 있을 거에요." 반드시 라는 말은 도박을 할 때 배운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침대위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내일 소백룡 위소보가 소현자로 하여금 큰 소리로 항복하고 소리치도록 만들게 되는 광경 을 그려보며 의기양양해서 잠이 들었다. 이튿날 오가가 다시 와서 그를 놀음판으로 데리고 갔다. 온씨 형제들 가운데서 한 사람은 온유도(溫有道)라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온유방(溫有方)이라고 했다. 그 온유 두형제가 전주가 되었을때 손을 써서 그들은 이십냥이나 되는 은자를 땃다. 그들 형제들은 운수가 나빠서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오십냥이나 되는 본전을 잃고 말았다. 위소보는 그들에게 이십 냥을 빌려 주었 다. 그러나 놀음판이 멈추게 되었을때 온씨 형제들은 그 이십냥 마저도 잃게 되고 말았다. 위소보의 나머지 일은 소현자와 무공을 겨루는 일이었다. 놀음판이 흩어지자 그는 그 방으 로 달려 갔다. 탁자 위에는 여전히 많은 접시에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몇 조각 집어 먹었 다. 그리고 문 밖에서 발소리가 나자 혹시 소현자가 아닐까봐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했 다. 이때 소현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계자야. 소계자야." 위소보는 문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죽음의 약속이니 만나지 않고는 헤어지지 않는 법이지." 소현자 역시 웃으며 말했다. "하하. 죽음의 약속이니 만나지 않고는 헤어지지 않는거다." 그리고 그는 방으로 들어 왔다. 위소보는 그의 옷이 새 옷이고 매우 화려한 것을 보자 시샘 이 나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찢어 놓지 않는지 두고 봐라.)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그는 소현자에게 달려 들었다. 소현자는 호통을 질렀다. "좋았어." 그리고 그의 두팔을 비틀어 잡고 왼발을 옆으로 걷어차왔다. 위소보는 그대로 서있을 수 없 어 중심을 잃고 소현자를 붙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위소보는 뒤로 굴러 소현자의 등을 타고 올 랐다. 그리고 해로공이 가르쳐 준대로 손을 뻗어 그의 뒷허리에 있는 혈도를 움켜 잡으려고 했 다. 그러나 그는 혈도를 누르는 재간을 배운 적이 없어 단번에 움켜 잡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가 잡으려고하는 부위가 약간 틀어져 있었다. 그 순간 소현자는 몸을 돌려 힘을 주어 뒤로 비틀 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이구, 인정 사정없이 비틀거야?" 소현자는 웃으며 말했다. "씨름이란 원래 팔을 비트는 것인데 뭐가?" 위소보는 그가 말을 할때 전신의 힘을 기울여 그의 뒷허리 쪽으로 뻗어 갔다. 등을 그의 머리쪽으로 갖다 대고 오른손으로 그의 겨드랑이 밑으로 뻗어서는 힘주어 위로 뿌리쳤다. 그러자 소현자의 몸이 그 위를 지나 쿵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소현자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너 역시 영양괘각(令羽/羊괘角)이라는 일초를 알고 있었구나!" 위소보는 영양괘각이라느느것이 어떤 수법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우연히 한 수 이긴데 지나지 않았다. 위소보는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이 영양괘각은 별 것이 아니야. 더욱더 무서운 수법이 있지만 아직 쓰지 않았어. "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너는 무공을 익히고 있었구나. 그러니 내가 너를 이길 수 없지. 그러나 네가 일 초 를 쓴다면 나는 일 초를 배우게 될 것이야. 기껏해야 너에게 몇번 더 잡혀서 쓰러질 뿐이지. 너 의 그 수법은 언젠가 내가 모조리 배울 것이다. ) 소현자가 다시 덤벼드는 것을 보고 그 역시 맹렬한 기세로 덮쳐갔다. 위소보가 달려 들려 고 했을때 이미 소현자는 자세를 가다듬고 몸을 옆으로 빙 돌렸고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오른 쪽으로 밀었다. 위소보는 앞에 가로 막는 것이 없자 그대로 몸이 앞으로 나가게 되었고 발을 멈출 수 없었다. 거기다가 그가 등을 밀자 '쿵'소리와 함께 자빠지고 말았다. 소현자는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등뒤로 올라타고 말했다. "항복할래?" 위소보는 말했다. "안 한다." 그러면서 허리를 일의켜 몸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 이때 별안간 허리가 시큰해지면서 마비 가 왔다. 뒷허리의 두 곳 혈도를 이미 소현자가 움켜 잡은 것이다. 이 것은 어제 해로공이 그에 게 가르쳐 준 수법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먼저 써먹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몇번 바둥거 렸으나 시종 상대방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좋다. 한번 졌다." 소현자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그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 순간 위소보가 갑자기 덮쳐서 상대방의 발을 걸고 당기자 소현자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 졌다. 위소보는 그 순간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의 허리를 격타했다. 소현자는 아픈듯 '억'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구부렸다. 소현자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그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 순간 위소보가 갑자기 덮쳐 소현자의 발을 걸고 당기자 소현자의 옆으로 기울어졌다. 위소보는 그 순간 주먹을 내질러 그의 허리를 격타했다. 위소보는 뒤에서 앞으로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의 목 양옆을 움켜 잡았다. 소현자는 어이쿠 소리를 내지르며 땅바닥에 꿇어 엎드렸다. 위소보는 두 손을 꼭 쥐고 말했다. "항복할래 안할래?" 소현자는 나직이 흥하고 코 웃음을 치더니 별안간 두 팔굽을 뒤로 내뻗었다. 위소보는 그 순간 가슴의 늑골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크게 한소리를 지르고 뒤로 벌렁 쓰러지고 말았다. 이 번에도 그가 이긴 것이었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이제....승복했겠지?" 위소보는 말했다. "개방귀 같은 소리 하지마라. 승복은.....무슨 승복..... 백번 만 번이라도 승복 할 수 없다. 너는 우연히 이긴 것에 지나지 않아!" 소현자는 말했다. "승복할 수 없다면 다시....다시 일어나 싸우자." 위소보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는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가슴의 급소를 상대방에게 눌린 이상 아무 기운도 쓸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대치 하였으나 결국 항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 소현자는 두 팔이 시큰거리고 맥이 빠지는지 가쁜 숨 을 내 쉬었다. 위소보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으나 휘청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내일....내일 다시 싸우자. 반드시....네가 항복하도록 만들어 주겠다. " 소현자는 웃으며 말했다. "백번을 싸워도...너는...지고 말것이다. 용가가 있다면 내일 다시 싸우자. "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네가 용기가 없지 내가 왜 용기가 없겠냐? 죽음의 약속이다. 만나기 전엔 헤어지지 않는다." 소현자는 말했다. "좋다. 죽음의 약속이다. 만나기전엔 헤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시합을 하고 난 후 은자를 건데 대해서는 들먹이지 않았다. 소현자가 들먹이지 않자 위소보는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했다.만약 그가 이겼더라면 은자를 내놓으라고 했을 것이 다. 위소보는 거처로 들어갔다. 그리고 해로공에게 말했다. "공공,공공의 방법이 너무나 평범해 소용이 없었어요." 해로공이 살며시 코웃음쳤다. "흥, 못난 녀석. 또 졌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내 맘대로 했다면 이긴다곤 할 수 없어도 지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러나 공공의 방법 은 너무나 형편 없었어요. 상대방이 다알고 있던걸요" 해로공이 의아하여 물었다. "그도 그 방법을 알고있다고? 어디 네가 시험해 봐라."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눈이 먼 주제에 시험을 한다고 볼 수 있나?) 그러나 마음속으로 집히는 데가 있었다. (진짜로 눈이 먼 것인지 시험을 해 봐야지.) 그는 즉시 두 팔꿈치로 내지르며 말했다. "그가 이와 같이 내지르니 뼈마디가 모조리 아파오던걸요." 해로공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말로만 하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느냐?" 그리고 몸을 휘청거려 일어나더니 말했다. "자. 네가 그가 한대로 시험해 보아라." 위소보는 속으로 기뻐했다. (이 폐병장이가 정말로 눈이 멀었군.) 그후 그는 몸을 해로공에게 돌리고 팔굽을 천천히 뒤쪽으로 내질렀다. "그가 이렇게 팔굽으로 내질렀죠." 그의 팔굽이 해로공의 가슴에 닿자 더 힘을 쓰지 않았다. "이것은 액저추(腋底錐)라는 것인데 대단찮은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또 이런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해로공의 손을 잡아서는 자기의 어깨 위에 올리고 말했다. "그가 힘을주어 부딪차자 저의 몸뚱이가 머리위로 날아가 떨어졌어요." 그 법은 위소보가 소현자에게 한 수법인데 거꾸로 말한 것이었다. 해로공을 시험하자는 뜻도 있었다. 해로공이 말했다. "그것은 영양괘각 이라는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벌써 다 알고 계셨군요." 그는 손을 잡고 천천히 뒤로 비틀었다. 해로공이 말했다. "그것은 도절매(倒折梅)라는 수법이다. 또 어떤 것이 있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소현자의 수법은 모두 이름이 있었군요. 나는 그와 마구잡이로 했는데 나의 수법에도 듣 기 좋은 이름이 있어야겠어요. 내가 그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 녀석은 옆으로 피하면서 나의 등 을 그대로 밀었어요. 그러자 나는 그만 ....." 해로공이 말했다. "그가 너의 어느 곳을 밀었느냐?" 위소복가 말했다. "그가 한번 밀자 나는 어리벙벙해져서 나가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어디를 찔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해로공이 말했다. "어디 생각해 봐라. 이곳을 밀던?" 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어 왼쪽 어깨 뒤를 눌렀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요." "이곳이냐?" 이번에는 오른쪽 어깨 뒤를 눌렀다. 위소보는 여전히 말했다. "아니에요." 해로공은 잇달아 예닐곱 군데를 가리켰다. 위소보는 아니라고 했다. 해로공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허리 늑골 아래를 누르며 말했다. "이곳이냐?" 그리고 가볍게 밀었다. 위소보는 휘청하며 앞으로 몇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그래요. 틀림없이 그 곳이에요. 공공 어떻게 아셨어요?" 해로공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 "오늘 그는 내가 가르쳐준 두 가지 수법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지?" 위소보가 말했다. "물론 사실이죠. 절대 틀림 없어요. 그 녀석은 저의 뒷허리를 눌렀을 뿐아니라 저의 가슴 팍을 거머쥐자 저는 숨이 막혀서 한번 항복하지 을 수 없었어요. 이것은...." 해로공은 그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는 너의 가슴어디를 눌렀느냐?" 위소보는 그의 손을 잡아 끌어서 자기 가슴쪽에 갖다 댔다. 바로 조 금전 소현자가 그를 제압했던 곳이기도 했다."이곳이예요." 해로공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것은 자궁혈(紫宮穴)이다. 그 애의 사부는 놀랍게도 대단한 고수로구나." "그래도 별것 아니에요. 사내대장부는 움츠릴 수도 필 수도있는거에요. 이....위소.... 이 소계 자가 오늘은 졌지만 내일 다시 그와 싸워서 이기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해로공은 뒷걸음질 쳐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오른쪽 손가락을 폈다 오무렸다 하면서 깊 이 생각해 보더니 한참 후 말했다. "그가 소금나수(小擒拿手)를 알고 있다는 것은 대단치 않다. 그러나 그가 일장으로 너의 오 른쪽 허리께에 있는 의사혈(意舍穴)을 밀었다는 것은 바로 무당파의 면장(緬掌)수법이다. 그후 그가 너의 근축혈(筋縮穴)을 누르고 다시 자궁혈을 누른다는 것은 비밀리에 내려오는 무당파의 타혈 수법이다. 우리 궁에 무당고수 한명이 도사리고 있었구나. 좋다. 너는 소현자가 몇살 쯤 된 다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보다는 나이가 많았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몇 살 쯤 더 많아 보이더냐?" 위소보는 말했다. "여러 살 많아보였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여러살이 뭐냐? 많아야 한 두 살이겠지. 그가 너보다 팔구살 많으면 어떻게 네가 그를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 "좋아요. 그가 나보다 두살 위였다고 해두죠. 그러나 그는 나보다 더 컸어요. " 상대방이 나이가 많고 체구가 커서 지더라도 그렇게 창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해로공이 무공 가르쳐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시합을 해서 졌다는 사실을 결코 토로하지 않았 을 것이다. 만약 했다면 반드시 자기가 크게 이겼다고 했을 것이다. 해로공이 이상하게 보더니 말했다. "그 녀석은 열 너뎃살 정도 ㄷ겠구나. 너는 그와 얼마동안이나 싸우다 지게 되었지?" 위소보는 말했다. "적어도 두세 시진은 되었을 거에요." 해로공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허풍떠는 소리 말아라. 얼마만큼 시간이 걸리냐?" 위소보는 말했다. "설사 한 시진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 시진은 되었을 거에요." 해로공은 코웃음쳤다. "내가 묻는 대로 순순히 대답을 해라. 그 사람은 무공은 배운 적이 있지만 너는 무공을 배우지 않았으니 지더라도 창피 할 것은 없다. 상대방과 싸워서 열번 열 댓번 지는 건 상관이 없 다. 설사 백번 만번을 진대도 네 나이가 적으니 뭐가 두려우냐? 다만 최후에 승리를 하여 상대방 이 감히 너와 맞서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진짜 영웅호걸이라 할 수있다. " 위소보는 말했다. "맞아요. 옛날 한 고조는 백 번을 싸우고 백번 졌지만 한 번에 초패왕을 오강(烏江)에서 목 메달았죠...." 해로공이 말을 가로챘다. "목을 매단게 아니라 초패왕이 오강에서 자결을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목을 매나 자결을 하나 자살한 것은 마찬가지 아니에요" 해로공이 말했다. "너는 언제나 할 말이 있구나. 오늘 소현자와 싸워서 너는 모두 몇 번 졌느냐?" "불과 두번 아니면 세번 일거에요." "네 번 이구나. 그렇지?" "진짜 진 것은 두번에 지나지 않아요. 다른 두번은 그가 억지를 쓴 것이고 내가 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있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매번 얼마나 시간이 걸렸느냐?" "시간은 알 수가 없었어요. 어떤때는 대변을 보는 것 같았고 어떤 때는 소변을 보는 것 같았지요." 해로공이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뭐가 대변 볼 때고 뭐가 소변을 볼 때야?" 위소보는 말했다. "대변을 보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소변을 보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 없잖아요." 해로공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네 녀석의 비유는 거칠기는 하지만 분명하기는 분명하구나." 그리고 잠시 생각해 본후 입을 열었다. "너는 무공을 배우지 않았지만 소현자가 너와 더불어 한참을 엉켜 돌아가다가 너를 쓰 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도 소금나수를 배운지 얼마 않되서 그런것 같다. 내가 너에게 대금나수 (大擒拿手)를 가르쳐 줄테니 잘 익혀 내일 그와 다시 싸우도록 해라."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그가 배운 것은 소금나수고 내가 배울게 대금나수라면 틀림없이 내가 이길 거에요." 해로공이 말했다. "반드시 그렇다고 는 할수 없다. 대소금나수에는 각기 장점이 있다. 그 누가 훌륭히 연마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너보다 훌륭하게 연마했다면 소금나수라도 너의 대금나수를 이길 수 있다. 이 대금나수는 모두 십팔수(十八手)인데 매 한 초마다 여덟가지의 변화가 있다. 일시에 너는 모두 기억하지 못할테니 한두수 배운후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하자." 그리고 그는 즉시 몸을 일의켜 자세를 취하더니 시범을보였다. "이 일초는 선학소령(仙鶴疏翎)이다. 먼저 익숙해지도록 연마한 후 나와 대결해보자." 위소보는 한번 보여준 것을 보고 기억해 두고 칠팔번 연마한 후 그 자신은 매우 익숙해 졌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다 익혔어요." 해로공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서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으려했다. 위소보는 그를 막으려 고 했으나 그의 손에 어깨를 잡히고 말았다. 해로공이 말했다. "뭐가 익숙해졌어, 다시 해라." 위소보는 다시 몇 번 연마를 하고 해로공과 대련을 햇다. 해로공은 왼손을 뻗었는데 그 자세는 조금전 자세와 같았다. 위소보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일 그가 손을 움직이기만 하 면 손을 뻗어 막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해로공보다 조금씩 늦었다. 여전히 그에게 어깨를 잡힌 것이다.해로공은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못난 녀석!"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늙은 폐병장이." 그리고그 자세를 계속해서 연마했다. 세번째 대련을 하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그에게 잡히 고 말았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잡는 것은 네가 삼년을 두고 연마한대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내 말하지만 너는 피 할 수 없다고 느끼면 내가 너의 어깨를 잡으려고 할때 넌 나의 손목을 패듯이 후려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격으로서 수비를 하는 것이다. "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그랬군요. 그거야 쉽지요. 진작 말씀하셨더라면 벌써 알았을 거 아네요." 그리하여 그는 해로공이 왼손으로 잡으려 할 때 오른 손을 뻗어 해로공의 손목을 내리치려 고 했다. 그런데 해로공은 손을 움츠리지 않고 살짝 비틀더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섭게 그의 양뺨을 후려치는게 아닌가? 위소보는 대노했다. 그 역시 해로공의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 그러 나 해로공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자 그의 몸이 나아갔다. 해로공이 웃으며 말했다. "이 바보야 . 이제 기억하느냐?" 위소보는 어깨를 벽에 부딪히게 외어써으나 다행이 해로공의 손놀림이 무척 가벼웠기 때문 에 뼈가 망가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위소보는 크게 성이나서 늙은 폐병장이라는 말이 목까 지 넘어왔으나 간신히 참고 생각했다. (이 수법은 아주 좋은데. 내일 소현자와 싸움을 하게 될때 빌어먹을 한번 써먹어야지. 그러 면 소현자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몸을 일으켜 해로공의 두 수법을 생각하고 재차 연습을 했다. 약 십여 번을 연습하게 되 었을때 해로공의 신비하기만한 수법이 별로 신기해 보이지 않았다. 끝내 그는 어깨 잡히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대의 따귀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의기소침해져 물었다. "공공, 이 한수는 어떻게 할 수 있지요?" 해로공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때리려고 한다면 설사 네가 십 년을 더 연마한다 하더라도 피 할 수 없을 것이 다. 하지만 소현자는 너를 ㄸ리지 못할 것이다. 다시 제2초를 연마 하도록 하자." 그리고 숨을 일의켜 대금나수의 두번째 초식인원후적과(猿후적果)를 한번 해 보였다. 그리 고 앞초식 대로 그와 대련을 했다. 위소보는 천성이 게을렀다. 원래는 무공을 익힐 생각은 조금 도 없었지만 호승심은 센 편이어서 오직 소현자를 항복하고 부르짖게 하려고 초식을 배우는 것 이다. 해로공은 조금도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지도해 주었다. 이날 두 사람은 저녁 무렵까 지 상방어디서나 끊임없이 대련을 했다. 해로공은 의자 위에 앉아 자유자재로 손을 휘둘렀다. 아무렇게나 휘두르기만 하면 위소보는 얻어맞곤 했다. 그러나 가벼운 손짓이고 힘을 쓰지 않아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이 날 밤 위소보가 침대 위에 눕게 되었을땐 머리위에서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반 나절 동안 적어도 사오백대는 얻어맞은 것이었다.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폐병장이. 내일 소현자에게 이긴다면 늙은 폐병장이 네가 나에게삼백 번 절을 한다 하더라도 난 너의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 이튿날 오전엔는 놀음을 했다. 놀음을 마치자 소현자에게 달려갔다. 소현자는 다시 새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이 녀석은 매일 새옷만 입는 구나. 혹시 기원에 눈독을 들인 계집이라도 있는게 아닐까?)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는 크게 질투심이 일어 손을 쓰자마자 그의 옷을 찢어내렸다. ' 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옷자락을 한뼘정도 찢은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새로 배운 수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소현자가 내지른 주먹에 매를 맞고 앞파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소현자는 그틈을 타 손가락을 뻗어 찔러 내었다. 바로 그의 왼쪽다리를 찌른 것이었다. 위소보는 왼쪽다리가 시큰 하고 마비가 되는 것을 느기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순간 소현자는 즉시 그의 등을 타고 다시 그의 의사혈을 제압했다. 위소보는 투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일어서서 정신을 가다듬고 소현자가 다시 달려들때 즉시 선학소령이라는 일초를 써서 상대방의 손목을 내리치려고 했다. 소현자는 급히 손을 거두고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이는 위소보가 이미 예측했던 일이다. 다시 손을 잡고 왼쪽 팔굽으로 그의 등을 급히 내질렀다. 소현자는 크게 한소리 부르짖더니 반항할 힘을 잃고 말았다. 이 일합에서는 위소보가 이긴 것이다. 두 사람이 시합을 한 이후 위소보가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 마음 속으로 느끼는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양주 득승산 아래에서 군관 한명을 죽인 일이 있었고 궁안에 선 소계자를 죽였지만 그것은 모두 상대방의 의표를 찔렀기 때문에 정당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 는 한평생 남과 무수히 싸웠지만 아홉살 짜리 어린애를 상대로 해서 이긴 것을 제외하고는 언제 나 졌었다. 간혹 이길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입으로 물거나 모래를 부리는 비열한 수단을 써서 이긴 것이었다.그리고 조그만 반점의 식탁 밑에서 칼로 상대방의 발등을 찍거나 발을 친 것은 영광스럽지 못한 일이어서 남에게 내세울 것이 못되었다. 진짜 실력으로 이기기는 이번이 처 음이었다. 그는 의기양양해지게 되었고 마음이 흩어지게 되어 세번째는 지고 말았다. 네번째 시합을 가지게 되었을 때 위소보는 주의를 했으며 원후적과라는 수법을 ㅆ다. 상 대방과 오랫동안 얽혀서 돌아가게 되었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두사람 모두 기운이 빠 져서는 얼싸안고 가쁜 숨만 몰아 쉬게 되었다. 무승부인 것이다. 소현자는 무척 기뻐하며 웃으며 말했다. "넌 오늘....제간이 늘었다. 너와 시합을 하니 재미있구나. 누가...너에게 가르쳐 줬지?" 위소보 역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 재간은 내가.....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제는 사용하지 않았지. 내일은 더 욱더....무서운 수법을 쓰겠다. 가르침 받을 용기가 있니?" 소현자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 물론 가르침을 받도록하지. 그러나 큰소리로 항복하고 부르짖는 수법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쳇! 내일은 반드시 항복이라고 큰소리치게 만들어 주겠다." 위소보는 거처로 돌아오자 의기양양해 말했다. "공공, 공공의 대금나수는 정말 쓸모가 있더군요. 내가 그 녀석의 손목을 비틀고 그의 등 을 이렇게 내지르자 그 녀석은 졌다고 시인 했어요." 해로공이 물었다. "오늘은 몇번이나 싸웠느냐?" "네 번을 싸워서 각기 두번을 이겼어요. 저는 세번을 이길수 있었는데 세번짼 너무 조심을 하지 않았어요." 해로공은 말했다. "네가 말하는 소리는 에누리를 해서 들어야해. 만약 네번을싸웠다면 너는 기껏해야 한 번을 이겼을 것이다. "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첫번째는 내가 이기지 못했어요. 두번째는 정말 내가 이겼어요.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천 벌을 받을 거에요. 세번째에는 그가 졌다고 할 수 없고 네번째는 모두 힘이 없어 내일 다시 싸 우기로 했어요." 해로공은 말했다. "솔직이 얘기해라. 그리고 일초 일식을 어떻게 펼쳤는제 이야기 해봐." 위소보의 기억력은 좋은 편 이었으나 무심히 싸운지라 네 번 싸운 중에 어떻게 싸웠나 하 는 것은 완전하지 못했다. 그는 다만 세번째 이겼던 그 일초만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로 공은 하필 그가 어떻게 졌는가 하는 것을 자세히 물었다. 위소보는 애매하게 얼버무리려고 했으 나 끝내 그의 다그침에 사실대로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소현자가 이기게 된 초식을 해로공은 일일이 예를 들어 보였다.그리고 마치 본듯이 이야기 했다. 위소복가 애기 한것 보다 십배나 더 자세했다. 그가 애기를 하면 위소보는 과연 그렇구나 하고 되새길수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공공. 공공은 천리안이 있는 모양이죠? 그렇지 않으면 소현자의 수법을 어떻게 아세요?" 해로공은 고개를 숙인 채 깊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정말 무당파의 고수로 구나. 정말 무당파의 고수야."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에 말했다. "소현자 그녀석이 무당파에 속한 거예요? 제가 무당파 제자와 싸워서 승부를 내지 못했단 말이죠?" 해로공은 쳇!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잘난척 하지마라. 누가 그렇다고 했느냐? 나는 그에게 권각법(券脚法)을 가르친 사부를 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은 어느 문파죠? 우리 무파의 무공은 천하무적이니 무당파보다 무섭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그는 해로공이 어느 문파에 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먼저큰소리를 쳤다. 해로공이 말했다. "난 소림파(小林派)출신이다. "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참 잘ㄷ군요 무당파의 무공이 우리 소림파의 손에 걸렸다하면 낙화유수처럼 나가 떨어지게 되고 개꼬리 감추듯 도망치게 될거에요." 해로공은 나직이 코웃음을 쳤다. "흥! 내가 너를 제자로 거두어들이지도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소림파의 사람이 될 수 있느 냐?" 위소보는 겸연쩍어서 말했다. "내가 소림파의 사람이라는게 아니라 제가 배운 것이 소림파의 무공이라는 것이죠." 해로공은 말했다. "소현자가 사용한 것잉 무당파의 정통 금나수라 한다면 우린 반드시 소림파의 정통 금나수 법으로 상대해야 된다. 그렇지 않을 때는 그에게 지는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요. 제가 지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우리 소림파의 명예에 누를 끼치게 된다면 그건 정 말 안 되는 일이지요." 위소보는 소림의 위명이 도대체 어느정도 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소림파와 조금이라도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해로공은 말했다. "어제 내가 너에게 이 초의 대금나수를 가르쳐 준 것은 그 녀석이 다시는 너를 귀찮게 굴 지 않도록 하여 네가 서재에 가서 책을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졌어. 그 녀석이 정말 무당파의 직계라면 이 십팔초의 대금나수법을 처음부터 일초씩 배워야 해. 너는 궁전보(弓箭步)를 할 줄 아느냐?" 위소보가 말했다. "궁전보라면 활을 쏠때의 자세겠죠?" 해로공은 안색을 굳히더니 말했다. "무공을 익히고자 한다면 허심탄회하게 나와야한다. 절대 쓸데없이 아는척 말고 모르는 것 은 모른다고 해라. 무공을 익히는 사람가운데 먼저 버려야 하는 것은 잘난 척하는 것이다. 앞 발 무릎을 꿇어 활대처럼 자세를 갖는 것이 궁족(弓足)이다. 그리고 뒷다리를 비스듬히 빚대어 그 모습을 화살과 같이 취할 때는 전족(箭足)이라고 한다. 이 두가지를 합해서 궁전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궁전보의 자세를 취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이 해보이며 말했다. "이게 뭐가 어려워요. 전 하루에 오십번 백번이라도 해 보일수 있어요." 해로공은 말했다. "난 너에게 오십 번이고 백번 그 자세를 취하라고 하지 않아. 다만 한 번만 그 자세를 취 하라는 것이다. 네가 그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되 내가 몸을 일으키라고 할 때까지 꼼짝 말아 야 한다." 그리고 그는 두 다리를 더듬더니 그의 앞발을 더욱더 구부리게 하고 뒷다리를 더욱 꽃꽃하 게 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건 꽤 쉽군요." 그러나 그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움직이지 않자 한 개의 향을 피우기도 전에 두 두리가 시큰거리고 마비되어 왔다. 그는 급히물었다. "이제 되었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아직 멀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괴상한 모양을 연마해서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에요? 이런다고 소현자를 쓰러뜨릴 수 있나요?" "이 궁전보를 확실히 연마한다면 상대방이 너를 밀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꽤 쓸모가 많지." 위소보는 항의 했다. "설사 상대방이 나를 밀어 쓰러뜨린다 하더라도 내가 뒤집어서 일어나면 손해를 입지 않을 것 아 니에요?" 해로공은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 더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몸을 똑바로 세우고 두 다리를 톡톡쳤다. 해로공이 호통을 쳤다. "누가 너보고 서라고 했느냐? 빨리 궁전보 자세를 취해" 위소보는 말했다. "대변 좀 봐야겠어요." 해로공이 호통을 쳤다. "안돼." "전 봐야겠어요." "안된다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정말 나올려고 그래요." 해로공은 한숨을 쉬더니 그가 변소가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위소보는 위인은 총명했으나 그에게 차분히 무공을 연마하라고 한대서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해로공은 그에게 더 권하지 않고 몇수의 금나수법을 가르쳤다. 대련을 할 때는 반드시 허리를 구부리고 숨을 돌리는가 하면 몸을 움츠리고 엎드리는 자세도 취해야했다. 해로공은 소리를 내어 어떻게 하라는 지시만 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한번 만져보고 그의 자세와 수법이 옳은지를 가르쳐줄 뿐이었다. 이튿날 위소보는 소현자와 시합을 가졌다. 그는 어제 세번중 두번은 지고 한번은 이겼으니 오늘은 더욱 많이 이겨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손을 쓰자마자 어제 배운 수법을 썼지만 놀랍게도 먹혀들어가지 않았고 그의 특이한 수법에 패배하공했다. 첫째 둘째판을 내리 지고 놀람과 분노에 세번째에는 조심을 하여 겨우 한판을 따낼수 있었다. 위소보는 또 의기양양해지게 되었고 네번째는 또 지고 말았다. 소현자가 그의 목에 올라타고 두 다리로 그의 목을 조르는 바ㄹ에 질식할뻔 했다. 그는 투항한 이후 몸을 일으키고 욕을 했다. "제길할! 너는....." 소현자는 안색을 굳히더니 호통을 쳤다. "너 뭐라고 했지?" 그의 표정네는 한 가닥 늠름한 위엄이 서리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놀라서 생각했다. (안돼. 이곳은 황궁이니 거치른 말은 할 수 없다. 모형은 북경에 들어온 이상 빈틈을 드러 내지 않앙야 한다고 했다. 내가 '빌어먹을'이라는 말을 하면 빈 틈을 들어내는 꼴이 될 것이다.) 그는 재빨리 말했다. "나는 이일초 제길헐이라는 일식으로 너에게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투항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이 녀석은 온종일 황궁 안에만 있기떼문에 밖 에서 욕하는 말을 모르는 구나.) 그는 엉터리로 둘러댔다. "이 식은 단마제(단馬蹄)라는 것으로 말이 앞발을 꿇는 모양을 흉내내듯 움츠리는 것이다. 네가 방비하지 않았을때 나는 너의 등에 올라타는 거야. 너는 그와 같은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니 이 단마제가 쓸모 없게 되었어." 소현자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뭐가 단마제야. 설사 단상제(단象蹄)라 하더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어. 내일 또 다시 시 하할 용의가 있어?" "그야 물론 싸워야지. 이봐 소현자 너 솔직히 말해줄래?" "무슨 말?" "널 가르치는 사부는 무당파 고수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나는 너의 수법에서 알아본거야." "네가 나의 무공을 안다는 것이냐? 그러면 그이름이 뭐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걸 누가 모르냐? 무당파의 소금나수가 아닌가? 강호에서는 제일로 꼽히는 무공이기도 해. 그렇지만 우리 소림파의 직계이며 정통인 대금나수에 비하면 한 수 뒤떨어져." 소현자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큰소리 치는 구나. 오늘 네가 이겼니 내가 이겼니?" "지고 이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야. 이기고 지는 것으로 영웅을 논할 순 없지." "넌 문자를 쓸려고 하자만 잘 안되는 모양이구나. 승패로써 영웅을 논할 수는 없다고 해야 돼." "이기고 지는게 승패아니야?" 그는 이야기꾼에게 승패로써 영웅을 논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승패라는 말이 어려워 생각이 나지 낳았던 것인데 소현자의 말을 듣자 위축감을 느꼈다. (역시 넌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아는 것이 많구나.) 그는 거처로 돌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공공, 제가 무공을 익히고 있을때 상대방도 익히고 있나봐요. 상대방 사부는 재간이 많고 가르치는 방법이 좋은가 봐요." 그는 자기가 연습을 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해로공이 잘못 가르쳤다고 한 것이다. 해로공이 말했다. "오늘 너는 네번다 진 모양이구나. 바보 같은 녀석! 자기자신이 쓸모없다고는 생각 않고 남을 원망해?" "쳇! 네 번다 졌다구요? 적어도 두 세번은 이겨야죠. 오늘 제가물어 보니 그 사부는 무당파 의 직계라던데요." "그걸 인정하더냐?" 그 뒤에는 퍽이나 흥분되는 모습이 엿보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요. '너의 사부는 무당파 고수지?' 하고 물으니 '네가 어떻게 알았어' 하던데요. 그 러니 시인한거죠." "짐작이 틀리지 않았군. 정말 무당파의 고수야." 해로공은 멍하니 넋을 잃고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어려운 이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한 참후 해로공은 말했다. "우리 다시 몇 초 발거는 수법을 배우도록 하자. " 위소보는 매일같이 해로공에게 몇 초씩 배워서 소현자와 시합을 하곤했다. 초식을 배울 때 조금 자신이 없을 때는 얼버무리고 있었지만 해로공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기초를 다지는 재간은 덮어두고 그저 위소보에게 피하고 도망하는 요령과 덕을 볼 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쳤다. 그가 소현자와 시합을 하게 되면 소현자의 초식도 위소보와 같이 조금씩 진보하고 있었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운 결과 열번 가운데 일곱 여덟 번은 위소보가 지곤했다. 이와같은 나날을 보내는 동안 위소보는 매일 오가와 평위, 온씨 형제들과 놀음을 했다. 처 음 며칠 그는 하얀 베로 얼굴을 감쌌으나 후에 점차 감싼 부분을 드러내게 되었고 뭇 사람들은 그가 소계자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아도 놀음에 미쳐 있었고 소계자의 옛날 모습이 어떠 했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그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었기 때문에 상대방은 그와 친구로 사귀기를 원했다. 그 날의 도박이 끝나고 나면 그는 소현자와 무공시합을 했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무공을 익혔다. 금나수법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졌다. 위소보는 이제 게으럴져서 기억하기도 싫었고 익히기도 싫었다. 다행이 해로공은 그에게 다그치 거나 독촉을 하지 않고 그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