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제5장 이십사 인의 대가(大家)들 - 이십 년 전, 노부는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을 이룩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으며… 지난 해 겨울,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나서, 후계자감을 널리 구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네가 선발이 된 것이다!- 이십사 인(人)의 노사(老師)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네게 모든 것 을 가르쳐 줄 것이다. 훗훗! 네가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든 상관없다. 너는 그것을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년(年)이면 된다. - 그 모든 것을 배운 이후, 노부의 기업은 네 것이 된다. 그리고 너는 네가 태어난 중원으 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너에게 노부가 백이십 년 간 이룩한 모든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너는 노부가 백이십 년 간 이룩한 모든 것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 하나, 좋아할 것은 없다. 거상(巨商)과 거부(巨富)는 다르다. 너는 거부가 되어 쾌락을 누 리는 것이 아니라… 거상이 되어 늘 고민하게 될 것이다. - 훗날, 고민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찡그릴 필요는 없다. 진정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잘 웃어야 한다. 아느냐? 웃음이란 진정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며, 신용(信 用)과 더불어 거상의 가장 거대한 재산이라는 것을!- 잠룡비전에서의 일은 모두 잊어라. 훗 날 기억해도 되니, 지금은 머리 속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 노부가 알기로는… 훗훗! 열 마 리 잠룡 가운데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모두 천재들이고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 정도 폭발 가운데 죽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처지였던 인물은 바로 네 녀석이 아니었더냐? 한데 네가 살아 있는데, 누가 쓰러지겠느냐?- 이제까지 그들은 친구 (親舊)였는지 모르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그들은 너의 강적(强敵)이 된 것이다. 그렇다. 그들 과같은 가장 강한 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강한 적은… 자신을 강하게 하니 까! 훗훗! 인간이란 자신의 친구에게 평가 되거니와, 자신의 적(敵)에 의해서도 평가가 되곤 하는 것이다!- 이 일은 백이십 년에 걸쳐 준비되었다. 너는 절대 거부할 수 없다!돌침상 위 였다. 능조운은 백치(白痴)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그의 피부는 화상(火傷)으로 인해 얼룩졌으며, 한 시진 전 끈끈한 약물이 발린 붕대가 칭칭 감기게 되었다. 그를 치료한 사람은 소의화타(素衣華陀)라는 거의(巨醫)였다. 그는 소수성자(素手聖者)와 더불어 천하쌍소(天下雙素), 강호쌍의(江湖雙醫)라 불리는 인물 이었다. 소수성자는 내공을 주로 하여 구명활술(救命活術)을 시전하되, 소의화타는 약물로서 모든 병 을 치료해 왔다. 능조운은 실로 뛰어난 열 가지 영약(靈藥)을 강제로 복용해야만 했고, 그로 인해 그의 내외 상(內外傷)은 서서히 아물어 가고 있었다. 천년화리지혈(千年火鯉之血),만년오풍초(萬年烏風草),구엽자지선란실(九葉紫枝仙蘭實),장백대 삼왕(長白大蔘王),칠채금붕단(七彩金鵬丹)……. 하나같이 인간에게 막대한 잠재력(潛在力)을 부여해 주는 개세의 신약들이다. 잠룡비전에도 무수한 신약(神藥)이 있었으나, 능조운이 복용한 대륙상가(大陸商家)의 영약만 은 하지 못했다. 사실, 능조운은 죽었어야만 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대가가 필요했으며, 대륙상가를 이끌고 있는 석대숭이 아니었다면 감히 그러한 대가를 치루지 못했을 것이다. 소의화타는 의원인 동시에, 제일노선생(第一老先生)이었다. 그는 능조운이 듣건 말건 가리지 않고, 그에게 의학경전(醫學經典)들을 모조리 알려 주었다. 채약(彩藥), 연단(煉丹), 그리고 침구지술(鍼灸之術). 능조운은 잠룡비전에서 십 년 수학하였으며, 그가 외우고 있는 경전만 하더라도 수레 스무 개를 채울 정도이다. 하나, 대륙상가에서 그에게 강요하는 학문은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쿨룩쿨룩……!" 파리한 얼굴이다. 가히 밀랍(蜜蠟)처럼 희다. 나이 열일곱 살 정도의 소년서생, 그는 자색 옷을 걸친 채 창가에 앉아 있었다. 가끔가다가 기침 소리를 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흐릿한 눈빛에 무표정하고 건조한 표정. 하나, 가끔가다가 번뜩거리는 눈빛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왔다. 백치미(白痴美)를 지닌 미소년. 그의 등 뒤에는 흰 옷을 걸친 노의원 하나가 머물러 있었다. 지난 일 개월(個月) 내내 그는 능조운과 더불어 숙식을 하며, 능조운에게 마차 하나를 가득 채울 영약을 복용시켰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능조운의 뇌리 가득히 이십팔책(二十八冊) 의학비서(醫學秘書)의 내용을 새겨 놓아 두 었다. 바로 소의화타(素衣華陀). 그는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능조운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부는 대만족하고 있네." "……." "자네는 역시 가공할 근골(筋骨)이었네. 헛헛! 일컬어 천광신홀지체(天光神笏之體). 헛헛! 오 백 년에 하나 태어날까 말까 한 체질이지.""……." 능조운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삶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듯한 표정을 유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문득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어떤 때에는 실로 정열적인 눈빛이 두 눈에서 폭출되어 나오기도 했다. 하여간 그는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소의화타는 손바닥으로 아래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자네의 체내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잠능(潛能)이 들어 있네. 그러나 그것은 기경팔맥(奇經八 脈)이 끊어졌기 때문에 내공으로 화할 수 없네.""……." "하여간… 운이 좋아." 그의 말이 거기에 이를 때였다. 능조운은 오랜만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소의화타를 바라봤다. "석노야(石老爺)는 어디에 계시오?" "떠나셨다고 하지 않았는가?" "불러 주시오. 할 말이 있소." "훗훗… 아네, 할 말이 무엇인지. 하나, 자네의 말은 그분 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네.""으 음……!" "그분은 대륙상가로 돌아가셨네. 자네에게 모든 것을 물려 주기 위해, 몇 가지 잔여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네. 그리고… 그분은… 며느리감을 찾고 계시네.""며느리감?" "훗훗… 이 년 후, 자네와 맺어질 여인이 바로 그분의 며느리가 아니겠는가? 자네는 이 년 후, 그분의 양자(養子)로 정식 입적될 것이니까!""바라지 않는 일이오." 능조운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소의화타는 빙그레 웃으며 입술을 떼었다. "하나, 그분은 바라신다네." 모든 것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 능조운은 전혀 자신의 의사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는 늘 한 장소에 머물러야만 하였으며, 이름 모를 노인들이 번갈아 가며 그를 찾아와서는 무사(武士)에게는 전혀 필요치 않은 잡학(雜學)을 쉬지 않고 전수해 주는 나날이 계속되었 다. 천뇌기선(千腦碁仙). 그는 두 번째 선생이었으며, 일생을 십구로(十九路) 바둑판 위에 건 사람이었다. 그가 아는 것은 기(碁)뿐이었다. 능조운은 반 강제적으로 그와 더불어 바둑을 두어야만 했 다. 사실 그도 상당한 기력(碁力)을 갖고 있었으되, 천뇌기선의 백 년 바둑을 상대할 수는 없었 다. 천뇌기선은 가히 바둑의 달인(達人)이었다. 바둑은 수담(手談)이라 하며, 인간의 호승심(好勝心)을 채워 주는 동시에 뇌성(腦性)을 활발 하게 해 준다. 능조운은 천뇌기선과 바둑을 두는 가운데 잃어버린 지혜를 차츰차츰 되찾을 수 있었다. 천뇌기선은 한 달 내내 바둑을 두다시피 하였으며, 결국에 가서는 능조운에게 백(白)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강(强)해, 자네의 바둑은! 자네 성격처럼." "훗훗……!" 능조운은 백치처럼 웃기만 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소년이 되었다. 가끔 기침을 하고, 가래를 토한다. 가래에는 피가 들어 있었으며, 그 때마다 그의 얼굴은 찡 그려진다. 하나, 그래도 그는 웃을 뿐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고, 그 가운데 실로 처절한 한(恨)이 스미어 있는 웃음을. "자네는 능히 천하쌍기(天下雙碁)에 들 수 있네." "……." "사실, 노부는 천하제일기가 아니야. 천하제일기는… 적룡왕야(赤龍王爺)라는 인물이지. 그는 적룡왕부(赤龍王府)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며, 인간은 싫어하되 바둑을 좋아하는 인물이지. 노부는 일생에 단 두 번 패했을 뿐인데, 첫번째 패배를 안겨 준 사람이 바로 적룡왕야이네. 그리고 두 번째 패배를 안겨 준 사람이 바로 자네이네.""……." "언제고 적룡왕야를 만난다면, 바둑으로 그를 꺾어 주기 바라네. 그렇게 한다면, 노부의 한 이 풀릴 것이네."천뇌기선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탁자 위에서 마시다 만 찻잔을 들었으며, 차게 식어 버린 찻물을 쭈욱 들이킨 다음 뒤 돌아섰다. 그가 방문을 나서려 할 때, 백치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능조운이 처음으로 입술을 떼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아주 작은 목소리이다. 천뇌기선은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방문을 나섰다. 그는 한 달 내내 능조운에게 신기에 달한 바둑을 가르쳤고, 능조운의 혼탁하던 머리는 그 가운데 유리알처럼 맑아진 것이다. 그렇다. 능조운은 육체가 무너졌으되, 과거 그 반짝거리던 천재성을 완전히 되찾게 된 것이 다. 비록 그가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되, 그는 과거의 능조운으로 회복이 된 것이다. 세 번째의 선생은 악사(樂士)의 여황(女皇)이라 불리는 천음파파(天音婆婆)였다. 음(音)에 목숨을 걸었던 인물. 그녀는 육십 년 전, 기루의 창녀(娼女)였었고… 십오 세의 목숨을 회하(淮河)에 빠뜨려 끝장 내고자 한 바 있었다. 당시 그녀를 기루에서 빼내 준 인물이 바로 석대숭이었다. 석대숭은 그녀에게 백 권의 약경(藥經)을 주었으며, 한 채의 장원을 주었다. 천음파파는 그 날부터 천음낭(千音娘)이 되어 음을 연구하며 살아나갈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파뿌리처럼 희게 된 지금, 그녀의 음률(音律)은 가히 신의 음률에 달할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이십사(二十四) 노사(老師)! 그들은 거의 다 그러한 내력을 갖고 있었다. 백이십 년에 걸쳐 석대숭은 천하의 이십사(二十四) 기재(奇才)들을 이십사 개 방면의 대가 (大家) 달인(達人)으로 길렀고,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 능조운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도록 안 배한 것이다. 비파(琵琶), 월금(月琴), 공후, 소(簫),경(磬), 종(鐘), 고(鼓), 옥적(玉笛) 대금(大琴)……. 능조운은 이십팔 종의 악기를 다루는 법을 한 달에 걸쳐 전수받아야만 했다. 음이란 무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것은 예(藝)의 하나이다. 한데, 능조운은 음률을 익히게 되면서 하나의 미묘한 발상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은 자신이 잠룡비전에서 터득한 내가무공과 음률 공부를 하나로 합한다면, 능히 살인음파(殺人 音波)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때마다 뇌를 텅 비게 만들고자 노력해야만 했다. '그들이 전수한 무공은 절대 쓰지 않는다. 절대로! 내가 기적을 만나 다시 무공을 쓰게 된다 하더라도…….'능조운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으며, 그 때마다 그의 눈빛은 새벽의 샛별처럼 차갑게 반짝거렸다. '악마동맹(惡魔同盟)… 천하를 철저히 조롱하고, 십대잠룡의 운명을 조롱한 자들! 내가 다시 무사가 된다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면, 내게 죽게 되리라.' 노선생들은 한 방면에 있어서는 대가들이었다. 능조운은 녹원에 접어든 지 반년째 되는 해, 선생들이 전수하는 것을 열과 성을 다해 익히 기 시작했다. 어쩌면 끈기 싸움에 있어 석대숭이 능조운을 패배시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폐병 환자같이 창백(蒼白)한 얼굴의 능조운. 그는 늘 웃었으며, 그의 웃음에는 한 점의 사악한 기운도 배어 있지 않았다. 그는 석대숭이 생각한 것보다 큰 그릇이었다. 그는 잠룡비전에서 무공 뿐만이 아니라, 방대한 분량의 지식도 습득한 바 있다. 그는 한 달 간 계획된 학문의 전수를 어떤 때에는 단 이틀에 끝마치기도 했다. 귀산옹(鬼算翁). 그는 수(數)의 천재이며, 대륙상가의 창업공신 가운데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산반(算盤)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를 능숙하게 계산해 내고 있었 다. 그는 산경십서(算經十書)를 능조운에게 하나하나 전수해 주었다. 주비산경(周 算經)에서부터,구장산술(九章算術),철술(綴術), 해도산경(海島算經),오경산술(五經 算術),손자산경(孫子算經),대연구일술(大衍求一術), 천원술(天元術 : 일종의 대수학)……. 귀산옹은 한 달 내내 가르치기만 하였으며, 능조운은 한 달 내내 듣기만 했다. 그는 하루에 두 시진 정도 취침했고, 단약으로 허기를 메워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휴 식을 취하지 않았다. 과거, 처음 이 곳에 들어섰을 때에는 그의 눈빛에 실로 차가운 한기(寒氣)가 서려 있었으 나… 지금은 그것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눈빛은 지극히 맑은 편이었다. 이십사 인(人)의 대가들. 그들이 지닌 지식을 경전으로 꾸민다면, 가히 천 권(卷)의 고서가 이루어질 것이다. 능조운은 일 초 무공도 시전하지 못하는 폐인이 된 채, 천 권(卷)의 고서를 하나하나 습득해 나갔다. 무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지식들. 그것은 모두 살아 있는 학문이었으며, 거상(巨商)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알아야만 하 는 것들이었다. - 불사조(不死鳥)는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불살라 버리며, 그 뜨거운 불 길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대륙상가(大陸商家). 그들은 불사조를 가조(家鳥)로 여기고 있었다. 기실, 그들의 뿌리는 실로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대저 상인(商人)들의 집단이란 천하대세(天下大勢)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기 마련이 다. 그들은 권좌(權座)에 앉기보다는 강호(江湖)에 남기를 바란다. 왕조(王朝)가 바뀌는 전란(戰亂) 가운데에도 그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으며, 그들의 부(富)는 대(代)를 이어 가며 축적되기 마련이다. 대륙상가는 송조(宋朝)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석대숭은 당시 천하제일상(天下第一商)이라고 불리우던 무전옹(無錢翁)에 의해 대상인으로 선발되었다. 무전옹은 대륙상가의 터전을 이룩한 사람으로서, 죽을 당시 단 한 푼의 재산도 남기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가 남긴 것은 상술(商術)이었으며, 석대숭은 그것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거대한 기업을 이룩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대륙상가의 역사였다. 대륙상가는 상맥(商脈)으로 천하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기업은 해내해외(海內海外)에 고루고루 미쳐 있다. 천하의 은장(銀莊), 표행, 객잔(客棧) 가운데 대륙상가에 의해 장악된 곳은 부지기수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장, 표행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기업이 대륙상가에 의해 소유되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비밀이 철저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원(元)의 무사들로 부터 기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은 겹겹의 비밀 가운데 보존이 되었던 것이다. "대륙상가의 거점은 강남(江南)입니다. 회남(淮南)이 바로 대륙상가의 총거점이지요. 그 곳의 군검성(群劍城)이 바로 대륙상가의 중심지입니다. 하나, 진정한 힘은 그 곳에 있지 않고 천 하구대거상(天下九大巨商)이라 불리는 구대봉공(九大奉公)에 의해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들 은 천하구주(天下九州)에 독자적인 아성(牙城)을 이룩하고 있으며, 진정한 실체를 아는 사람 은 대상황(大商皇)뿐이십니다."왜소한 노인, 그는 대륙상가의 역사에 대해 능조운에게 일러 주는 선생이었다. 그는 율법교두(律法敎頭)로 불리었으며, 상도(商道)와 상계(商界)에 대해 속속들이 일러 주 고 있었다. "현재 군검성에는 영호자릉(令狐子陵)이라는 인물이 부성주(副城主)로 머물러 있습니다. 그 는 중원의 상권을 거머쥐고 있는 인물인데, 그라 하더라도 대륙상가의 진실된 모습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륙상가의 진정한 힘은 천하구대거상에게 있습니다.""……." "어찌 여긴다면, 소주(少主)가 물려 받을 것은 전부(全部)가 아니라… 전무(全無)일 수도 있 습니다."매우 묘한 말이다. 누가 석대숭의 부(富)를 모르겠는가? 그러나 석대숭의 후계자로 선택된 능조운이 물려 받는 것은, 황금(黃金)이 아니라 명분인 것 이다. 이미 겨울(冬)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겨울이 느끼어지지 않았다. 능조운은 늘 기침을 하 며 지냈으며, 얼굴이 핼쓱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눈빛은 이전의 혜광(慧光)을 찾아가고 있었 다. 사실, 그의 체내에는 가공할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무수한 영약을 복용하였으며, 그로 인해 그의 체내에는 엄청난 내공이 스미어 들었다. 다만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뒤틀리었는지라 그 힘이 잠재력으로 머물 뿐, 표출되지 않는 것 이다. 만에 하나, 그 힘이 내공으로 폭출된다면… 능조운은 가히 고금에서 가장 강한 내공의 소유 자로 변시하게 될 것이다. 교두들은 한 달마다 바뀌었다. 능조운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한 달마다 한 명의 대가들이 능조운을 찾아왔으며… 그들은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능조운에게 전수해 주었다. 그 중에는 천하각지의 지리(地理)에 대해 말해 주는 교두도 있었으며, 대륙상가에는 소속되 지 않되 거대한 부를 이룩하고 있는 거상(巨商)들의 비밀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금은광맥(金銀鑛脈)에 대한 것을 말해 주는 사람도 있고, 갖가지 상술에 대해 말해 주는 교 두도 있었다. 능조운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의 뇌리에는 무한정한 지혜가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능조운은 열세 번째의 교두가 찾아오는 것을 보며 일 년이 지나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그는 늘 창가에 의자를 놓고 머물러 있었다. 창백(蒼白)하기 이를 데 없는 뺨, 헝클어져서 두 어깨를 뒤덮은 흑발(黑髮). 어딘지 모르게 신경질적인 표정이다. 그러나 한성(寒星)처럼 반짝거리는 두 개의 눈동자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용(龍)의 눈. 석대숭은 능조운의 눈을 그렇게 부른 바 있었다. 보통 사람은 눈을 통해 자신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드러낸다. 그러나 극소수의 인물은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던 간에 눈빛을 바꾸지 않는다. 능조운의 눈은 그러한 눈이 되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여린 목젖에 날카롭게 갈린 칼이 들이밀려진다 하더라도, 그의 눈빛은 달라지 지 않을 것이다. 열세 번째의 교두. 그는 이전의 교두들이 전수하던 학문과는 전혀 다른 것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 달에 걸쳐 능조운에게 말해 준 것은, 놀랍게도 남북무림계(南北武林界)의 기인이사 (奇人異士)들에 대한 비밀이었다. 구파일방의 장로(長老) 명숙(名宿)들, 하오도(下五道) 녹림(綠林)의 거두(巨頭)들, 독보천하 (獨步天下)하고 있는 천하패웅(天下覇雄)들의 숨은 이야기, 습성과 독문무공, 그리고 용모와 거처……. 만박옹(萬博翁)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거의 천(千)에 달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말해 주었다. "강호계에서 신(神)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육 인(人)이오. 그들은 일로(一路)에 있어 신에 가 까운 성취를 이룩했소이다."만박옹… 그는 마지막 날, 무림사 가운데 가장 깊은 비밀을 이야 기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첫째가는 인물이라면… 훗훗! 의당 상황(商皇)이라 불리는 천하거상 노야이실 것 이오. 그분은 일초무학(一招無學)이되,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이끌고 계시오."상황이 란 석대숭을 말한다. 그는 상도(商道)에 있어 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설사, 주홍무(朱洪武)라 하더라도 그를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의 마군들이 백 년에 걸쳐 석대숭을 제거하고자 하였으나, 석대숭은 거처를 노출당하지 않았었다. 그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자 하지 않았으며, 사익을 취하고자 하지 않았기에 두드러지지 않 았고… 그러하기에 수많은 무사들과 암살자들이 그를 찾아다녔으나, 그를 찾지 못한 것이다. "둘째 인물이라면, 세외(世外)의 초거인(超巨人) 초의선사(草衣禪師)일 것이오. 그분은 소림 (少林) 십사대제자(十四代弟子)이며, 무림백도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높은 배분(拜分)의 소 유자요. 또한 소림칠십이종절기(少林七十二種絶技)를 모조리 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림인 (少林人)이며, 무공 수위는 대달마(大達磨)를 능가하고 있소.""……." 능조운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무림(武林). 그가 들어가고 싶어했던 곳이 아니다. 그는 잠룡비전에서 초인수업을 받으며, 늘 무림을 떠 나는 꿈을 꾸었었다. 하나 지난해, 무공을 잃어버리고 나서부터 그는 무림계로 복귀하는 꿈 을 꾸곤 하는 것이다. '신승 초의, 그는 위대한 백도인이다. 악마무후는 그에게 잠룡비전의 비밀을 슬쩍 흘려, 그 가 실수를 하게 했다. 훗훗! 초의선사에 대한 것이라면, 잠룡비전 안에서도 익히 들은 바 있 다. 사실, 잠룡비전에서 초인수업을 모조리 마쳤더라면… 나는 초의선사를 죽이기 위해 소림 사를 향해 떠나갔을 것이다.'그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그는 정도(正道)도 아니고, 사도(邪道)도 아니다. 현재 그는 완전한 고독자(孤獨者)라 할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초의선사는 소림사를 떠난 상태요. 그는 자신이 천하의 죄인이라며, 술병을 든 채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했소.""흠……!" "그가 무림을 떠난 후, 백도는 붕괴되었소. 그러나… 초의선사의 뜻을 이어받은 무림삼성(武 林三聖)에 의해 하나의 집단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그들은 의화검맹(義和劍盟)이라 불리 기 시작했고… 악마십화세(惡魔十花勢)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소. 하나, 악마무후의 방해로 인해 그들은 아마도 옴짝달싹 하지 못할 것이오."의화검맹. 막 형성되고 있는 집단이다. 구파일방 가운데 아미(峨嵋), 곤륜(崑崙), 무산(巫山)이 주축이 되어 있다. 그 곳에는 세 명의 천재무사(天才武士)가 머물고 있고, 그들은 항차 백도의 영도자가 되도록 안배되어 있었다. 그러나 악마무후가 백도에 보낸 밀정들로 인해, 의화검맹의 창건은 지지부진 상태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냉소서생(冷笑書生),금강거협(金剛巨俠),천무낭낭(天舞娘娘). 이들은 백도제일의 후기지수(後起之秀)들로 소문나 있다. 대륙상가의 촉각은 실로 치밀한지라, 백도계 내부의 일에 대해서도 벌써 해박하게 알고 있 는 것이다. "세 번째의 인물이라면, 암흑황(暗黑皇)이라 불리우는 마접(魔蝶)일 것이오."악마의 나비. 그는 자객도(刺客道)에 있어 신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는 백 년에 걸쳐 살인 집단을 다섯 개 구축하였다. 일컬어 오대살루(五大殺樓). 그들 하나하나는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저력을 모두 합한다면 구파일방에 버 금가는 세력이 이루어진다. 그들 가운데에는 구파일방 출신의 의협(義俠)들이 부지기수인데, 이유는 그들이 죽이는 자들 이 원의 주구(走狗)들이기 때문이었다. 마검무영루(魔劍無影樓). 제일살루(第一殺樓)이며, 극고수 초자객(超刺客)으로 이루어진다. 철혈위령루(鐵血慰靈樓). 제이살루이며, 마검무영루에 비해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부풍은하루(扶風銀河樓),운중야화루(雲中夜花樓),창궁혈화루(蒼穹血花樓)……. 그들의 총인원은 칠천(七千) 정도. 마접은 그들을 휘하에 끌어들이는데 일생을 헌신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중원(中原)에는 마접(魔蝶)이 있고, 해외(海外)에는 신풍(神風)이 있다! 암흑무림(暗黑武林)에는 그러한 노래가 불리어지고 있다. 마접과 신풍! 그들은 천하쌍살로 불리우며, 그들을 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 어떠한 상대를 적으로 삼는 것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최근 들어온 소식에 의한다면, 오대살루는 거의 와해 상태이며… 마접은 제자에 의해 암습 당했다 하오.""암습?" 능조운이 반문하기도 오랜만이었다. "마접은 제자 하나를 구했는데, 그에게 배반당했다는 것이오. 하나, 그는 웃으며 날아올랐는 데… 자세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소이다. 어쨌든 오대살루의 활약이 완전 중단되었다는 것만 은 분명한 사실이오. 그리고 그들을 늘 조심해야만 한다는 것도 명백한 진실이오."만박옹은 꽤나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강호계란 본시 부침(浮沈)이 심한 야망의 땅이다. 백도계라면 제자가 사부를 베는 일이 희귀하고, 그러한 일은 그 당사자를 천하공적(天下公 敵)으로 만들어 유협(遊俠)의 무리 가운데에서 추살(追殺)당하게 하는 패륜무도한 일일 것이 되, 암흑 도상에서는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오대살루가 악마무후 편에 선다면 피비가 뿌려질 것이니, 늘 그것을 조심하셔야 하오. 또한 신풍도(神風島)의 인자(忍者)들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늦추면 아니 되오."만박옹은 꽤나 엄숙 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강호계에서 신으로 불리우는 네 번째 인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소수성자(素手聖者) 사마풍(司馬風). 그는 의도(醫道)에 있어 신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선의라기보다 마의(魔醫)로, 인체 실험을 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독을 시험하기 위해 산 사람을 독의 제물로 만든 일도 허다하기에, 강호계에서 그의 평판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나 그는 백골(白骨)에 살을 붙여 되살리는 활혼술(活魂術)의 대가이기에, 천하의 모든 무 림세력에서는 그를 자파로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의 의술은 소수마공(素手魔功)으로 귀착되며, 그 자신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시전하지 못하 고 구결만 창안했다 할 정도로 대단한 마도의술이었다. - 소수마공을 시전하면 손이 흰빛으로 물들다가 투명(透明)해지며… 그 손은 생사(生死)를 자유롭게 나누는 신의 손, 악마의 손이 된다! 능조운은 소의화타에게서 그러한 말을 들은 바 있었다. - 소수성자는 인간이라면 하지 않아야 할 악마개정술(惡魔開頂術)을 연구하고 있네. 그것은 사자(死者)를 생자(生者)로 만드는 술법으로, 맥(脈)이 끊어진 지 일각(一刻)이 아니 되는 순 음지녀(純陰之女)가 그 대상이네. 하나 그의 비결은 매우 오묘한지라, 그 이상은 알지 못하 네!당시 소의화타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바 있었다. - 소수성자는 천재 의원이되, 괴벽한 인물로 의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가리 지 않는 사람이네. 만에 하나, 그의 심득(心得)이 마도에 들어간다면… 능히, 천하대란(天下 大亂)이 일어날 것이고, 마도가 승리할 것이네. 소수성자 사마풍. 그도 잠룡비전에 온 사람이었으며,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또 하나의 인물은 기병신장(奇兵神匠)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도 잠룡비전을 향해 왔던 기인 가운데 하나로, 그는 연검(鍊劍)에 있어 신으로 불리는 인 물이었다. 그는 강철을 물처럼 다루며, 녹슨 쇠붙이라 하더라도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보도(寶刀)로 화하게 된다. 그는 마도세력이 얻고자 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되, 장인 특유의 고집을 갖고 있는지라… 어떠한 대가를 준다 하더라도 자신이 바라지 않는 한은 연검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 인물. 그는 적룡왕야(赤龍王爺)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축융화신(祝融火神)이라고도 불리는데, 그의 화기술(火器術)은 가히 해외일절이었다. 잠룡비전에서 폭발한 화탄은 장천마교(藏天魔敎)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장천마교주는 바로 적룡왕부의 인물이었다. 적룡왕야는 정사 중간의 인물로 그가 좋아하는 것은 화기 제조술과 바둑(碁)뿐이었다. 만에 하나, 악마무후가 그를 얻는다면 잠룡비전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화탄보다 몇 배 강한 화기가 악마동맹에 의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만박옹의 뒤를 이어 온 사람은 흑의노사(黑衣老師). 그는 하오녹림도(下五綠林徒)를 비롯한 방문좌도(傍門左道)의 강호 계보에 대해 자신의 손 바닥을 보듯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능조운에게 전해 주는 것은 하오녹림도의 온갖 잡학(雜學)과 사이(邪異)한 술법이었다. 면구선신술(面俱仙身術)에서 변성술(變聲術),하오도의 은어(隱語)와 비밀 통신법,천하도처에 흩어진 하오무림계의 계보,미혼독술(迷魂毒術), 고술(蠱術), 최혼술(催魂術)……. 그 중에 태반은 능조운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잠룡비전에서 암흑무경(暗黑武經) 을 터득했으며, 그 안에서 칠십이 종 암흑무예를 익힌 바 있었다. 흑야노사가 말하는 사실 가운데에서 그를 흥분시킨 것은, 하오도의 술법이 아니라 하오도에 서부터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십대악마화세(十代惡魔花勢)에 대한 내막이었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