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때때로 커피농장에서 커피열매를 수확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열매를 하나씩 따 자루에 넣는다. 대개 여성이다. 개중에는 아기를 업은 엄마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와 돌보며 일을 하는 여인도 있다.
'극한직업'이라고 한다. 왜 그 일이 극한의 일일까? 좋은 커피는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에서 나온다. 경사가 워낙 심해 장비없이 맨몸으로 오르내리기도 힘든 곳에서 일꾼들은 커다란 커피 자루를 안고, 지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열매를 딴다. 저녁에 일을 마치면 각자 채집한 열매의 무게를 달고 그에 해당하는 품삯을 받는다. 몇 천원이다. 극한이라는 그 일의 하루 노동 대가가 우리의 커피 한잔 가격에 불과하다. 커피를 수확한 후에도 일은 남아있다. 열매를 트럭에 실어 빨리 가공공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비포장의 산길은 좁고 험하다. 열대지방의 잦은 비로 길은 여기저기 패어 있고 진흙탕인 경우도 많다. 일꾼들은 패인 길을 돌과 흙으로 메우고 진흙탕에 빠진 트럭을 밀며 산길을 내려온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등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대부분 가난하다. 만일 그들이 잘 살고 있다면, 한국처럼 최저임금이 시간당 만원을 넘는다면 우리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루 종일 극한의 일을 하고 그들이 받는 품삯은 뉴욕과 런던 선물시장에서의 커피거래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처럼 커피 값이 좋으면 하루에 몇 천원을 벌 수 있지만 만일 거래가격이 지금의 1/2이나 1/4로, 심지어 1/8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농장주는 일꾼의 품삯을 낮출 수 밖에 없다. 품삯을 낮추고, 허리를 졸라매도 농장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 커피나무는 방치되고 가공시설은 망가져 간다. 농장주, 농가, 품을 파는 지역민들 모두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일어났다.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이 있다. 소규모 농가가 커피 농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이 공정무역을 이끌고 있는 두 조직이 있다. FLO는 커피, 바나나 등 다양한 농산물의 공정무역 거래에 직접 관여하는데 스타벅스와 엔젤리너스 커피에서 팔고 있는 몇 종류의 원두는 바로 이 인증을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조직인 WFTO는 공정무역 거래를 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인증해 주는데 한국의 ‘아름다운 커피’가 바로 이 인증을 받았다. 2025년 새해를 맞아 한국 땅에 공정무역 커피가 많이 수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www.chungnam.go.kr/cnportal/media/article/view.do?articleNo=MD0003081168&menuNo=500169&articleSectNo2=500169&page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