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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극대도] 1권 제5장 녹산영웅문(綠山英雄門) ① 노군동석문(魯郡東石門). 이는 시선(詩仙) 이백(二伯)이 공소부(孔巢父) 등 죽계육일(竹溪 六逸)과 숨어 있던 곳으로 산동성 곡부현(曲阜縣) 동북방에 있는 석문산(石門山)을 지칭하는 말이다. 석문산 아래에는 사수(泗水) 라는 강물이 흐르고, 석문산을 끼고 도는 산은 조래산( 萊山)으로 이름이 말해주듯 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돌산이 대개 그렇듯이 많은 뱀이 서식하였다. 또한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일 년 전부터 마치 이리로 다니시오, 하는 것처럼 길이 잘 닦여져 있었다. 마차 세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남을 만큼 컸고,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던 뱀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 소문은 조래산을 넘은 어느 상인의 입에서부터 전해져 열 달 전부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다니기 시작했다. 조래산을 넘으면 바로 제남(濟南) 땅을 밟을 수 있기에 시간을 절 약해야 하는 상인이나 표물을 운송하는 표국( 局)에서 주로 애용 하였다. 그러다 또 근래에 발길이 뜸했다. 산적을 만나 금품을 털리는 사건이 가끔씩 발생하였기 때문이었 다. 가끔이라는 것은 주로 힘없는 상인들만 약탈을 당했다는 뜻이 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힘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쌍수(雙手) 를 들어 환영하고 있었다. 왜냐면 북적대지 않고 편히 지나갈 수 가 있었으니까. 서산으로 태양이 기웃기웃 넘어갈 때, 보무도 당당한 일단의 군마 가 조래산을 넘고 있었다. 백 가지 꽃으로 장식된 화차(花車)와 네 마리 말이 땀을 뻘뻘 흘 리며 끌고 있는 마차에는 산더미 같은 물건이 쌓여 있었다. 어느 대갓집 여인이 시집가는 행렬인 듯했다. 그리고 선두에는 눈과 같이 희고 유리같이 매끄럽다 하여 설리총 (雪璃 )이라 불리는 말 위에 이십대 중반의 수려한 용모를 가진 청의검수가 앉아 있었고, 두 대의 마차 옆으로는 녹의무사 아홉이 따르고 있었다. 한데 지금 거침없이 전진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커 다란 나무와 바위 뒤에 숨어 있는 눈들은 갈등에 심한 몸살을 앓 고 있었다. 자신들이 구렁이라면 구비를 돌아 다가오는 군마는 눈앞에서 알짱 거리는 두꺼비였다. 한입에 덥석 집어삼키자니 꼭 무슨 일을 당할 것 같고, 보고만 있자니 약도 오르고 배도 고프다. 특히, 쌍도끼를 잘 써 녹산영웅문(綠山英雄門)과 힘없는 상인들 사이에서만 공포의 대상인 쌍부무적(雙斧無敵) 서황이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어떡할래, 단호법?" 뒤에 숨어 있기에 아까운 훤칠한 체구에 호남형의 미남자는 망설 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해치우자, 부문주." 물어보나마나다. 서황은 한숨을 쉬었다. "단호법은 어째 상대를 안 가리고 먹으러 드나? 머리가 모자라는 거냐? 아니면 겁대가리가 이민(移民)을 간 거냐?" 원래 대개의 문파들은 호법(護法)이라는 직책이 부문주보다 한 수 위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러나 녹산영웅문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도 자신들이 지었듯이 문주(門主) 이외는 맞먹어도 되는 것이 다. 독심검 팽후가 산적두령에서 문주로 승격됐듯이 호법으로 승진한 단호삼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겁이 뭔데? 난 모르는 말이야." 이죽거리는 말에 서황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너, 일 년 사이에 정말 많이 컸다. 누가 널 보고 그 촌뜨기로 알 겠냐?" 단호삼은 텁수룩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연이 계절 따라 변하듯, 사람도 환경 따라 변해야 돼. 그런 관 점에서 볼 때 내게는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나 보지, 뭐." 말투며 행동이 이제 영락없이 산적이다. 그리고 자기망상증에 빠 진 환자이기도 했다. 서황이 잠시 일 년 전과 후인 지금의 단호삼 모습을 비교하고 있 을 때, 커다란 철퇴로 상대의 머리를 까부수는 것만이 자신의 유 일한 취미 생활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못 한 파두자(破頭子) 이호(李淏)의 음성이 들렸다. "호법, 부문주. 빨리들 결정하시오. 손이 근질거려 죽겠는데 언제 까지 이러고만 있을 거요?" '이 자식이 근데 또!' 서황의 눈썹이 상큼 치솟았다. 불경한 말투 때문이 아니라 호법이 라는 말을 자신 앞에 붙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단호삼은 짐짓 낯빛을 굳혔다. "이러다 해지겠다. 빨리 결정해! 언제까지 돈 없고, 힘도 없는 사 람들만 털 거야? 이제 좀 대(大)녹산영웅문의 부문주답게 큰일을 도모할 때도 됐잖아." 한차례 빗발같이 몰아친 단호삼은 이어 귀엣말로 속삭였다. "저들은 표국의 표사들도 아니잖아. 보아하니 제남의 어느 갑부에 게 시집가는 행렬 같고, 또한 상대는 열밖에 되지 않으니. 치자, 응? 그러면 부문주의 입지도 더욱 높아지잖아? 그리고 맨 앞에 가 는 저놈 말인데……." 서황의 귀가 솔깃해졌다. 더 듣지도 않고 물었다. "호법이 맡을래?" 단호삼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맡지!" "저놈을 먼저 처치해야 돼. 만약 실패하면 우리는……." 단호삼은 말허리를 끊었다. "알았어. 내가 죽으면 토껴." 속마음을 들킨 서황은 조금 쑥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상황을 봐서……." 이어 몸을 일으키는 서황을 보던 단호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행렬은 분명 결혼식에 가는 신부의 행렬이다. 그런데 왜 저리 분위기가 무겁지? 결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꼭 장례 행렬 같 아.' ② 마상(馬上)에 앉아 있던 청의검수(靑衣劍手)는 너무 놀라 기절초 풍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쩌면 저렇게 한결같이 겁나게 생겼더란 말인가. "녹산영웅문의 영웅들이시라고?" 서황은 눈알을 있는 대로 부라렸다. "그렇다! 그러니 조용히 꺼지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청의검수의 눈이 둥그래졌다. "조용히 꺼지면 살려주시겠다고요?" 되묻는 말에 서황은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옆에서 웃는 듯 마는 듯한 녹의를 입은 아홉 명의 표정이 좀 걸렸 지만 문제의 청의검수가 저 모양이니 신경도 가지 않았다. 청의검 수의 표정이나 말에는 겁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은 고수처럼 생겼지만 맹탕이라는 것에 손가락을 걸고 도박을 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느긋해진 서황은 구겼던 인상을 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 다. "그래. 하지만 반항을 한다던가 딴 수작을 하지 않는다면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보내주겠다." 청의검수는 무척 기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영웅님들." 역시 멋진 생김새답게 예의도 밝았다. 서황은 영웅답게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으하하! 뭘, 감사씩이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서 가 봐." 허락을 받은 청의검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가자." 그러더니 말을 몰아 거침없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돌연한 행동 에 서황은 눈살을 찌푸리며 급히 물었다.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청의검수는 태연하게 되물었다. "대항을 안하면 그냥 보내주겠다면서요?" 무언가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 서 황의 눈썹이 치솟았다. "그래서?" 청의검수는 어깨를 으쓱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그래서라니오? 우리는 대항할 생각이 없으니, 그냥 지나가려 하 오. 그러니 길이나 좀 비켜 주시오." "이……!" 너무 황당한 일을 당하면 말을 잃는가 보다. 서황은 손을 들어 청 의검수를 가리키다가 잠시 후에야 겨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몸만 가라. 물건은 모두 내놓고." 무거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잠시 같이 놀아 주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노닥거릴 생각이 싹 가신 청의검수의 수려한 미간이 찌푸 려졌다. 그가 막 입을 열려 할 때였다. 뒤에서, 즉 호화로운 마차 안에서 은구슬이 구르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왠지 수심(愁心)에 찬 음성이라 느껴지는 것은 단호삼 혼 자만의 생각일까? "사형, 무슨 일인가요?" 사매의 목소리였다. 말고삐를 잡아당겨 우뚝 멈춰 선 청의검수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지만 별거 아니니 사매는 걱정 안해도 된다." "알았어요. 그럼 사형이 수고 좀 해주세요." 서슴없는 대답이 나오는 것을 보니 사매라는 여인은 청의검수를 단단히 믿는 모양이었다. "그래." 대답한 청의검수의 눈빛이 돌연 싸늘하게 변했다. 또한 입에서 나 오는 음성도 싸늘했다. "좋은 일로 가는 길에 피를 보고 싶지 않다. 좋게 말할 때 물러서 라. 그러면 내, 너희들의 과오를 눈감아 주겠다." 사람이 이렇게 돌변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머리로 열이 뻗치기 전에 서황은 가슴속의 울림을 들었다. '고수!' 귀여워해 주던 강아지에게 손가락을 물린 듯 화들짝 놀라 뒷걸음 칠 때,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을 봤나?" 손이 간지럽다던 파두자 이호였다. 그는 철퇴를 붕붕 돌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서황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처리할까, 부문주?" 혓바닥 끝이 조금 잘려 나갔는지, 아니면 서황이 뒷걸음치는 것을 보고 비웃는지 몰라도 말이 짧게 나왔다. 하나 토씨 하나 때문에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었다. "역시 너뿐이다. 부탁한다." 서황은 재빨리 등을 밀었다. 덕분에 자신은 두어 발짝 더 물러설 수가 있었다. "걱정 마!" 자신의 혓바닥을 뿌리째 뽑아버린 이호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갔 다. 그는 먼저 씨익 하고 웃음을 보여준 뒤에 인상을 팍 구겼다. 그리고는 큼직한 철퇴로 청의검수를 가리켰다. "너, 대갈통 이리 내밀어. 이것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마." 흉악한 이호의 말에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다. 청의검수는 머리를 내밀지도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띵해진 그 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멍청한 표정으로 이호를 쳐다보았다. 이때, "죽으려고 환장했어." 독백처럼 나직이 중얼거린 단호삼은 서황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 쩍 찔렀다. "보고만 있을 거야?" 서황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래. 저 자식은 따끔한 맛을 봐야 돼." "따끔할 정도가 아니라 죽을 텐데?" "상관없어. 그나저나 자신 있어? 없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단호삼은 피식 웃으며 짧게 대꾸했다. "한번 해보지, 뭐." "이런." 한번 해보겠단다. 순간 서황이 우거지상을 하며 도망치는 것이 아 니라 작전상 후퇴 명령을 내리려 할 때였다. ③ 한숨 섞인 청의검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가 쟤 좀 말려 줘." 그러자, "제가 맡겠습니다, 대공자님." 청의검수의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녹의무사 중에 한 사내가 말등에서 훌쩍 뛰어올라 휘리릭! 공중제비를 돈 후, 발끝 을 모으고 땅에 사뿐 착지했다. 만약 이호가 흉내를 낸다면 허리가 부러지고 말 멋진 녹의무사의 신법이었으나, 한참 과대망상증에 빠져 있는 그의 눈에 무엇이 보 이겠는가? 수박처럼 으깨질 머리통만 보일 뿐이었다. "꿩이면 어떻고, 닭이면 어때? 뽀개면 되는 거 아니겠어." 이호는 낭랑하게 소리치며 대뜸 철퇴를 휘둘렀다. 정식으로 철퇴 사용법을 배운 적이 없는 이호는 무식한 힘을 이용해 무지막지하 게 녹의무사의 머리를 후려쳐 갔다. 부― 웅! 그래도 제법 바람 소리는 내고 있었고, 녹의무사에게 검을 뽑을 시간도 주지 않은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무식한 놈." 낮게 이 시린 음성을 토한 녹의무사는 슬쩍 허리를 뒤틀며 옆으로 한걸음을 옮겨 철퇴를 피했다. 이어 '엇! 이놈 봐라!' 하며 이호 가 철퇴를 옆으로 쓸어오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 빠직!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호는 부러진 이빨과 피를 토하며 허공을 비스듬히 날고, "놈!"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녹의무사는 이호를 따라가며 검을 찔러갔 다. 혼절한 것에 만족치 못하는 녹의무사의 심성이 참으로 잔인하 기 그지없었다. 청강검이 무방비로 열려 있는 이호의 가슴팍을 꿰뚫기 직전, "악독하다!" 묵직한 저음과 함께 하나의 그림자가 벼락같이 튀어나왔다. 그림 자는 단호삼이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이호의 옷자락을 잡으며 왼 손에 들린 검집으로 녹의무사의 손목을 내리침과 동시에 복부를 걷어찼다. 뚝! 퍽! 녹의무사는 검을 쥔 손목이 부러지는 고통이 대뇌(大腦)까지 전달 되기 전 복부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우욱!" 비명을 토하며 녹의무사가 퉁기듯 허공을 날아가자 청의검수가 앉 은 자세 그대로 몸을 날리며 두 손을 뻗으며 기합을 질렀다. "와랏!" 순간 녹의무사의 몸이 허공에서 움찔 하는가 싶더니 무엇에 이끌 리듯 손안으로 빨려들었다. 그는 기절한 녹의무사의 혈도 몇 군데 를 재빨리 점했다. 이 모든 일은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당사자인 단 호삼과 청의검수 이외에는 아무도 볼 수도 없었다. 청의검수는 뒤따라 내리는 다른 녹의무사에게 인계하며 단호삼을 쏘아보았다. "대단한 솜씨! 누군가, 그대는?" 이호를 땅에 뉘이고 몸을 일으킨 단호삼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물 었다. "단호삼. 당신 이름은?" 잠깐 청의검사의 눈빛이 흐려졌다. 기억을 더듬을 때 나타나는 버 릇 중의 하나이다. '모르는 이름이야.' 다시 별빛 같은 눈빛을 되찾은 청의검사는 나직한 음성으로 대답 했다. "금호(金虎)라 하네." 순간, "앗! 추상은린검(秋霜銀鱗劍)―!" "와룡이다!" 단호삼 뒤, 녹산영웅문의 패거리 속에서 경악과 탄성이 연이어 들 리고, 단호삼도 의외인 듯 흠칫 놀라 확인하듯 물었다. "당신이 정말 와운장(臥雲莊)의 대제자이며, 사룡삼봉(四龍三鳳) 중 와룡(臥龍)인 바로 금호란 말이오?" 금호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그 금호일세." "으음." 침음성을 흘리며, 단호삼은 잠시 상대와 자신을 비교했다. 사룡삼봉은 당금 강호무림의 후기지수(後起之秀) 가운데 가장 뛰 어난 칠 인이며, 와운장은 천년을 자랑하는 소림은 물론 수백 년 의 역사를 가진 칠파일방(七派一 )의 위세에 뒤지지 않은 무가(武 家)였다. 그리고 자신은 녹림계를 장악하고 있는 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 寨)의 호법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녹산영웅문의 호법 이며, 아직 단 한 번도 정식으로 대결해 보지 않은 신출내기였고. 금호의 첫 싸움 상대치고는 부담이 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이길 수 있을까?' 그때 서황이 머리를 긁적이며 끼여들었다. "저, 실례를 좀 해도 될까요?" 서황에게로 시선을 돌린 금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 봐." 그러자 서황은 열 살이나 어려 보이는 금호에게 굽실 허리를 굽히 고, 손바닥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없던 일로 하고… 가시던 길을 계속 가시면 안될까요?" '푸웃!' 뜻밖의 말에 금호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하였다. 애써 웃음 을 참는 그의 얼굴은 자연히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고, 눈치를 살 피던 서황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안되는군요." 말끝을 흐린 서황은 지그시 이를 깨물었다. '천상 팔 하나를 떼주어야 하나? 빌어먹을! 졸지에 팔자도 없는 병신이 되는군. 이게 다… 으이그, 내 팔자야! 일단 손가락 하나 로 흥정하자.' 단호삼을 힐끗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 서황은 왼손을 내밀었다. 꼼 지락거리다 겨우 새끼손가락을 펴는 데에 성공한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빠르게 말했다. "부디 제 손가락 하나로 만족하시고 가시던 길을 가시기를……." 그때였다. "에라이, 배알도 없는 놈아!" 벼락같은 고함에 이어 서황의 얼굴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보다못 한 단호삼이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긴 것이다. ④ "악!" 비명을 지른 서황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별이 몇 개인지 세고 있을 때, "금호! 네가 지면 모든 물품을 내놓고 꺼지겠느냐?" 반말이야 상관없다. 생사(生死)를 건 결투에서 존대를 꼬박꼬박하 는 것도 우스운 일이 테니까. 방금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서 황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꺼지라니. 누가 있어 감히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한데 금호는 송충이 같은 짙은 눈썹만 꿈틀거릴 뿐 별반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단호삼이 잠깐 보여준 무위 (武威)가 자신 못지않은 고수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정략적이든 어떻든 간에 검문(劍門)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는 사 매, 삼봉 중 지혜의 여인이란 뜻으로 붙여진 지봉(智鳳) 추영화 (秋永花)의 결정이 있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녀의 혼례 품이었으니까. 이때 문득 금호는 백합에서나 맡을 수 있는 향내가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사매.' 그와 동시, "하세요, 사형." 약간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성이 들리자, 돌연 금호는 싸늘한 눈빛으로 단호삼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좋다! 약속하마. 한데 그대가 패배하면 어떡할 거지?" 키는 컸다. 또한 면사에 가려진 얼굴도 예쁠 것이다. 오죽하면 봉 황(鳳凰)과 비교를 할 것인가. 그러나 풍성한 예복을 입은 관계로 몸매가 어떤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마치 수만 개의 별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지듯 반 짝거렸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이 모든 것을 허공을 격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에 파악한 단호 삼은 적이 감탄하며 생각하고 있던 바를 거침없이 대답했다. "내 목을 걸지." "그야 당연하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금호는 음성에 힘을 주었다. "저들까지!" 어차피 일은 벌어진 것이니 사과를 해도 금호가 고이 보내줄 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비겁하게 살지 않으리라고 맹세한 바가 있지 않은가. 단호삼은 즉시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시원해서 좋군." 두 사람 주위로 작은 공터가 만들어졌다. 공터에는 노을이 잘게 부서져 내려앉았다. 금호는 노을을 먼저 가슴으로 품었다. 심장이 터질 만큼 노을이 모여지자, 비스듬히 중단을 가리키고 있는 검 끝으로 보내자 눈조 차 뜰 수 없는 광선(光線)이 줄기줄기 발산되었다. 광선은 곧 살기가 되어 화살처럼 쏘아졌다. 옷을 뚫고 들어온 살 기로 피부가 따끔거렸다. 그러나 단호삼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조래산을 가슴에 품고 있는 듯 검을 뽑지도 않고 그렇 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단호삼은 가슴께의 옥당혈(玉堂穴)이 후벼파이는 듯한 아픔을 느 꼈다. 마침내 금호가 움직인 것이다. 단호삼의 몸이 빙판에서 미끄러지듯 뒤로 주르르 밀렸다. 마치 자 신이 단호삼을 밀쳐버려 물러서게 만든 듯한 느낌에 금호는 움찔 했다. 그 짧은 찰나지간, 파앗―! 검이 닿기도 전에 금호는 천령개(天靈蓋)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경악했다. 자신이 움찔하는 순간에 단호삼은 이 장의 거리를 짓쳐들었고, 언 제 뽑았는지 손에 들린 검으로 자신의 머리를 쪼개들고 있지 않는 가. 지독하게 빨랐다. 하나 그는 곧 웃을 수가 있었다. 단호삼이 펼치는 검초(檢招)가 아득한 기억 저편에 있는 검법 같 지도 않은 검법임을 알아본 것이다. 한 발짝을 움직이는 것도 아깝다. 고수들의 대결이란 가장 적은 몸놀림으로, 즉 상대의 공격을 슬쩍 비켜가게 한 연후에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공격으로 상대의 숨통 을 끊는 것이 최선책이다.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금호는 어 이없어하며 몸을 좌측으로 반 보만 움직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리였다. 위에서 아래로 긋는 단순한 검식은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스칠 것이고, 그때를 이용해 비어 있는 옆구리에 검을 쑤셔 박으면 승 부는 끝난다. ⑤ 이 모든 것을 이미 그림 그리듯 머릿속에 그린 금호는 의외로 싱 겁게 끝날 승부에 약간 실망하며 텅 빈 단호삼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쑤셔 박았다. 아니 그렇게 하라는 소뇌(小腦)의 명령에 따라 손목을 꺾는 순간, "헉! 이럴 수가!" 당연히 비켜가리라 여겼던 단호삼의 칼은 여전히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지금에야 발견한 것이지만 단호삼은 육 합검법의 일도양단을 두 손이 아닌 한 손으로 펼쳤고, 검집을 잡 고 있는 왼손은 사혈(死穴) 중의 하나인 신궐혈(神闕穴)을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절대절명의 순간에는 두뇌의 명령 따위는 무시해도 좋은 모양이었 다. 금호는 본능적으로 칼을 들어올리며 내공의 반을 신궐혈로 보내 호신강기(護身 氣)를 펼칠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과연 강 호를 울리는 사룡 중의 와룡다운 임기응변이었다. 카앙―! 기어이 칼과 칼이 부딪히자 금호는 마치 이호가 들었던 철퇴로 내 려친 듯한 육중함에 손목이 끊어지는 것 같아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하였다. 이어 거궐혈에 '펑' 하는 충격과 함께 뒤로 비실거리며 밀려나던 금호는 기어코 한 움큼의 핏덩이를 토하고 말았다. 그 순간, 스팟!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단호삼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밑으로 쳐 진 백혼검을 사선(斜線)으로 쳐 올렸다. 단호삼의 검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본 금호의 눈빛이 크게 흔 들렸다. '이것이 과연 그 육합검법이란 말인가?' 믿든 안 믿든 자신의 목숨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위태했다. 하나 그는 추상은린검 금호였다. "차앗!" 우렁찬 기합을 터뜨린 그는 검을 떨었다. 마치 아무 격식 없는 마 구잡이식 같은 손놀림이었다. 그러나, 파츠츠츠! 구름 같은 은은한 광채가 불쑥 나타났다. 와운장의 비전검예인 광 운십이검(光雲十二劍) 중 공기조차 스며들지 못한다는 광운밀밀 (光雲密密)이었다. 원래 광운십이검은 처음에는 광운십일검이었다. 한데 와운장주 광 해검신(光海劍神) 추성후(秋星后)가 십여 년의 고심 끝에 비로소 창안한 검공이 바로 광운밀밀이었다. 광운밀밀을 만든 것은 불과 일 년 전으로 천하제일검이라고 불리는 무면탈혼검 사하립을 상대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사하립의 모습이 강호에서 사라져 광운밀밀은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아 사람들은 여전히 광운십일검으로 알고 있 는 터였다. 과연 광운밀밀은 대단했다. 오성(五成)밖에 성취를 이루지 못한 금호의 검세에 물실호기(勿失好機)의 기회를 잡은 단호삼의 얼굴 이 딱딱하게 굳어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굉… 장하다!' 크게 감탄사를 터뜨린 단호삼의 눈이 돌연 서늘한 광채를 뿌렸다. 마치 못 보던 학문을 접한 선비가 흥미진진해 하는 모습 같았다. 그러다 단호삼은 빛의 구름 속으로 불쑥 백혼검을 밀어 넣었다. 이는 그릇에 담긴 물이 너무 잔잔해 심술이 난 어린아이가 손가락 을 푹 쑤셔 휘젓는 거 같다고 할까? 차차차창―! 귀청을 찢는 금속성이 폭발하듯 터지며 시야를 가리고 있던 검광 이 사라지자,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두의 눈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라 긴장된 눈으로 쳐다보던 서황의 얼굴이 홀연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어찌 된 판국인지 단호삼의 백혼검은 검집에 꽂힌 그대로였고, 금호의 칼은 단호삼의 어깨에 박혀 있었 다. 서황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제기랄! 큰소리 땅땅 칠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칼을 뽑지도 못했어." ⑥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적어도 자신에게만은. 이름도 모르는 자에게……. 육합검법이라니! 온몸이 학질에 걸린 듯 덜덜 떨렸다. 머릿속은 텅 비고, 캄캄한 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절벽은 곧 아수라(阿修羅) 얼굴로 변했다.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는 아수라 가 아가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웃고 있다. "크흐흐흐, 육합검법조차 감당 못하는 놈이 뭐, 천하제일인이 되 겠다고? 아서라, 이놈아! 일찌감치 꿈 깨라." 아수라 얼굴 옆에 무수히 많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과거 속에 스 쳐 지나간……. 그 얼굴들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하고 있다.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우와와아!" 미친 듯이 자신의 머리칼을 뽑으며 몸부림치던 금호는 사라졌다. 금호는……. "호오!" 추영화는 탄식했다. 혼수품을 빼앗겨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박수를 치며 좋아할 일이었다. 마음 내키지 않은 정략적 결혼이었으니까. 결혼은 이제 파기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추영화는 조용히 앉아 금호가 남긴 칼을 들었다. 반으로 깨끗하게 잘려나간 칼에는 그의 체취가 듬뿍 묻어 있었다. 그리고 뿌리째 뽑힌 머리칼은 보기에도 섬뜩한 피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 "사형……." 부러진 칼을 가슴에 품으며 그녀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금호는 대사형이기 이전에 친 오라비와 같은 사람이었다. 십칠 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 살아온, 어린 시절 푸른 풀밭에 나란 히 누워 인생을 논하고, 시(詩)를 들려주었던……. 부친보다 더 다정했던 금호였기에 누구보다 이번 결혼을 반대했 던, 그러나 부친의 야심(野心)에 결국 고개를 숙여야만 했었다. 이제 그는 가고 없다. 어딜 가서 무얼 할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녀 는 이것만은 믿었다. 지금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돌아올 것 이라는 것을. '그래,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도 몰라. 평온한 길만 걸어온 사형 에게는 좋은 약이 될 거야. 하지만 그 자는……?' 단호삼을 생각하자 문득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광운밀밀을 화룡 점정이라는 보잘것없는 초식으로 깨뜨린 그 순간이 머리에 각인 (刻印)되듯, 순박한 눈망울에 호남풍의 미남자인 단호삼의 얼굴 또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단호삼……."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부친과 금호가 아닌 다른 사내의 이름을 부 르며 몸을 일으켰다. 남편이 오 년 전에 뱀에게 물려 죽어 과부가 된 여인이 마침내 한 사내와 만났다. 그 날부터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지 않아도 된 여인은 그 사내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하지만 사내는 여인을 피했다. 다른 것은 다 용서를 할 수는 있어도 못생긴 것만큼은 절대 용서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조를 허물 수가 없었기에. 그러나 여인은 사내의 신조보다 더 집요했기에 소원을 이룰 수가 있었다. 바로 오늘! 둥근 박을 가른 동산 같은 유방이 아니라 애호박처럼 생긴 유방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였다. 엉덩이를 내릴 때는 위로 접히고, 올릴 때는 자신의 배를 철썩! 때렸다. 그러면 팽후는 눈앞에 별똥이 번쩍거렸다. 유방에 맞는 것은 여인 인데 왜 내게 별이 보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 래다. 하얗게 탈색된 뇌리에서 겨우 할말을 찾은 팽후는 가엽게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다희(多姬), 이번이 마… 지막인가? 그렇다면 내가 더… 잘해 볼 수도 있어." 정다희의 상체가 마구 뒤틀린다. 짜짜짝! 유방이 등과 가슴을 오갔다. 그럼에도 두 개의 유방은 단 한 번도 자기들끼리 마주치는 법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팽후는 따질 능력을 상실했기에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 다. "잘할 필요 없어. 그냥 누워만 있어. 내가 다 알아서… 아윽! 나 미쳐." 용케 이 말의 뜻을 알아들은 팽후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갑 자기 어디서 이런 힘이 났는지 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 번만 하기로 했잖아!!" "맞아! 하지만… 아아… 또 느껴져." 쾌락에 젖은 비음을 토하며 정다희는 두 팔을 침상에 짚고 상체를 뉘였다. 그리고 나서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간신히 하다만 말을 마무리하였다. "당신에게 한 번이 아니라, 아윽! 내게 한 번이야." 팽후는 눈이 흡떠졌다. "그런 말이 어딨어? 다희에게 한 번이라면……?" 말을 하던 팽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점심을 먹고 시작한 일이 밖이 어둑어둑해졌는데도 끝이 나지 않 아서가 아니었다. 다 허물어져 느낄 수 없으리라 여겼던 하초가 뿌듯해졌기 때문이 었다. "으으……." 신음인지, 비음인지 모를 괴이한 소리를 흘리던 상체를 스윽 일으 켜 정다희의 벌거벗은 몸을 끌어안은 팽후의 충혈된 눈에 보이는 것은 빡빡 얽은 곰보에 입술을 다물 수 없을 만치 툭 튀어나온 이 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듯이 뚫린 콧구멍을 가 진 추녀가 아니라 언젠가 보았던 나녀도(裸女圖) 속의 절세미인이 유혹의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팽후의 눈이 황홀한 빛으로 일렁거렸다. 그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 다. 으흥! 하고 소리친 그는 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자, 파파팍! 이를 기다린 애호박은 사정없이 팽후의 뒤통수를 가격하기 시작했 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 뒤통수가 얼얼하다는 사실을 느낄 때, 두 사 람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때였다. 꽈당탕! 빗장을 걸어 놓았던 문짝과 함께 한 사내가 엎어지며 부르짖었다. "단호법님이 큰 건수를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큰 건수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팽후의 몸이 부르르 떨리 는 순간, 마치 참고 참으며 그 먼 길을 엉거주춤 걸어 뒷간을 찾 아 안도한 찰나에 '응가'를 해버린 허탈감에 몸을 떨던 정다희는 독기가 시퍼런 음성을 토했다. "천가진, 이 새끼야! 네가 뭔데 남의 일을 망쳐 놓는 거야!!" 뜻밖의 욕설에 고개를 들던 천가진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귀… 귀신하고 어떻게 그 짓을……." "뭐야? 너 죽고 싶어?!" 고함을 치는 정다희의 눈에 시퍼런 불꽃이 뚝뚝 떨어졌다. 여차하 면 발가벗은 채로 뛰어올 기세였다. 앙칼진 음성에 정다희임을 알아본 천가진이 약간 멋쩍은 표정으로 사과하려 할 때였다. "코피가… 난다." 수하에게 부끄러운 장면을 들킨 팽후는 앞으로 저놈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드나 하는 걱정을 했다.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부 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너 코피가 나니까 어서 가서 씻어라." 천가진은 도리질을 하였다. "세상에 얼마나 그 짓을 했으면, 문주님 코에서 핏덩이가 다 쏟아 지지."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