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천국(겨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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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워지면 내가 꺼내어 덮는 이불 속 김해 농공단지 싱크공장 시다 시절 안전장치 하나 없이 맹렬히 돌아가는 선반날이 있고 그 끝에서 잘려나오는 합판을 받아 옆에 쌓아두었다가 전사하여 조립대로 옮기고, 청소하고, 경첩 달고, 운전하고, 배달하고, 시공 보조하고 돌아오면 코에서 하얀 톱밥 가루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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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은 알콜성 수전증 선반날에 손가락 깊이 베여도 밴드 하나 동여 매고 작업했지 사장은 그런 그를 추앙해 유사휘발류 넣은 에스페로 대포차 선물로 주었고 가끔 뉴스에서 달리다 불타는 차들이 나오고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공장장은 또 취한 채 핸들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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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이 말려들어가면 끝장이라고 한 겨울에도 맨손으로 선반 위를 위태로이 오가던 짤뚱한 손 두 사람이 힘겹게 드는 합판을 혼자 옮겨와 선반 위 걸쳐놓고 요란한 소리내며 돌아가는 선반날 높이를 조절하며 공장장은 합판을 밀리미터 단위 수십 개 부품으로 재단해 머릿속으로 싱크대 조립하고 해체했지 그가 사는 쪽방엔 싱크대도 없이 말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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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선생은 벌이도 시원찮고 남자가 하는 일로는 좀스럽지 않나, 일 가르쳐줄테니 본격적으로 해볼래? 글라스에 가득 따른 소주 두 컵 마시고 소금 털어넣으며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 소주 두 병 마시고 십만원 놓고 몰래 나왔다며 아무도 자기 이름을 모르더라며 공장장은 처음 자기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말이 나를 얼리지 않고 그 해 겨울을 지나게 했지 어쩌면 나를 인정한 유일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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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의 자존과 우월감은 육체노동자인 공장장으로터, 열패감은 싱크 사장이 후배 아버지여서 출근하면 퇴근을 기다리고 월요일이면 주말만 손꼽는 열번의 일주일 후 다시 대학생으로 위장했지 겨울이 올 때까지는 이불은 깊은 농 속에 처박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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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나던 12평 주공아파트 거실겸 부엌 900짜리 개수대 하부장 안 말라비틀어진 음식들이 차곡차곡 쌓인 옆으로 우글대며 쏟아져내리던 바퀴벌레 며칠전 죽은 혼자 살던 치매 노인 그 아사자의 지린내와 시취로 알게 된 건 가난의 냄새, 어쩌면 공장장과 나의 미래일지도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