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2026. 3. 9)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수필창작반 동아리 모집을 한다는 톡을 받았다. 월요일 오후 2시면 지금의 내 일정으로 보아 참석하기 좋은 시간이다. ‘욕심 내지 말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것들에 좀 더 충실하는게 맞지 않을까? 지난날을 돌이켜 봐! 용두사미격 된 것이 한두번이야? 그만 접자.’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난 뒤부터 퇴근 후 시간 여유가 조금 생겼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초상화 그리기 배움터를 찾아 주1회 참석 등록을 했다. 보다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을 채우기엔 끈기가 역부족이었다. 열정이 식어가면서 핑계 거리를 찾아 그만두고 말았다. 하모니카 연주도 처음엔 열정에 떠밀려 기대를 듬뿍 가지고 시작했으나 코로나를 맞아 중지하고 말았다. 그 후부터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겨도 이 두 번의 기억을 떠올리며 망설이게 된다. 역시 나는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란걸 또 다시 확인하게 될까봐 아예 도전을 회피하려고 한다.
접수 기간이 끝난 다음 날 신청 못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40대에는 한비야 선생님의 지구촌 여행기를 읽으며 순례자의 길을 걸어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으로 자리 잡았던 적이 있다. 두 아들 녀석 뒷바라지 때문에 후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는 그 간절하던 마음이 그만 식어 버렸다. 생각도 바뀌어 버렸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이렇게 변하기 쉽구나! 그러므로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일단 저질러 보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밑져야 본전,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 생각되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용기를 내어 공단으로 전화를 걸었다.
가입하고 나니 또 감당하기 버거운 일을 벌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이 여유로움과 편안한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올라왔다. 두 갈래로 갈라진 마음 사이에서 이리저리 생각을 헤집고 정리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인다. 일단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도전의 용기를 낸 나에게 박수치며 응원을 해주자. 안내된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 중에서 수필 창작에 내가 단숨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책을 통해 나를 매료시킨 문장을 만날 때면 그 작가의 필력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가! 나는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그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에 여전히 감탄하고 감동하는 순간을 즐기는 독자다. 글쓰기는 이런 내게 창작자의 기쁨을 손톱 만큼이라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까? 나를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나의 개성을 발견해가는 기쁨이 따라올 수도 있다. 잘 써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다 보면 사두용미가 될 수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수업을 위해 나선 발걸음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수필 창작 첫 수업 시간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애써 태연한 척 앉아 있었다. 면면들을 살피며 잡다한 생각들이 올라오고 사라짐을 겪고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고 교수님의 말씀을 따라가던 중‘좋은 글을 쓰려는 마음 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글을 쓴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하시는 말씀이 내 귀에 닿아 꽂혔다. ‘ 그래, 좋은 글을 쓰려는 마음 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고 글을 써보자.’ 내가 수필 창작반을 지렛대 삼아 글쓰기를 시도해야 할 의미를 찾는 순간이었다.
이번 글쓰기의 여정에서 내가 잡아야 할 두 마리 토까는 ‘잘 쓰려는 욕심 내려놓기’, ‘좋은 글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글쓰기’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 중에서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의 어려움을 말씀하신 글이다. 글쓰기의 도상에서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차올라 깜박깜박 길을 잃어 버리는 순간도 맞닥뜨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나만의 종착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엉성하고 서투른 글을 쓰곤 자괴감에 마주치게 될때면‘ 좋은 글을 쓰려는 마음 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고 글을 쓴다’는 이 문장이 등대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첫댓글 이렇게 종은 글을 읽어서 제가 좋은 사람이 된것 같습니다. 가슴으로 쓴 글을 깜박 깜박 잊어버리는 사람이 훨씬 더 사람냄새가 나는 분일 것입니다. 너무 좋은 글을 써 주셔서 댓글 달기가 겁이 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 하나를 하려면 조금 집중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반드시 성취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필력의 중한 내공을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가슴으로 쓰는글 좋은 사람의 이미지가
새삼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면 언젠가 정상에 오르겠지요.그날을 위해 일로 매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