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이재명정부의 아킬레스, '원전위험'을 제거하라
거수기 원안위로는 안돼, 교차감시체제를!
에너지전환이라는 대세속의 '원전위험'
이젠 글로벌 기준이 되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기존 원전의 단계적 관리를 병행하되,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한 안전 검증과 민주적 합의 위에 서야 한다는 것. 이재명 정부도 출범 초기 '실용적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꾀해왔다.
그러나 그 '실용'이라는 미명 아래 가려진 원전 정책의 난맥상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정권의 도덕성과 국가 안전을 뿌리째 뒤흔들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음을 직시하게 된다.
최근 벌어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파행과 무모한 SMR(소형모듈원자로) 강행, 그리고 체코 원전 수출을 둘러싼 불투명한 성과주의는 이 정부가 '원전 위험'이라는 시한폭탄을 얼마나 안일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7대 2'의 거수기로 전락한 원안위와 일부 의원들의 몰지각
원자력 안전의 최후 보루여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미 그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현재 원안위는 '7대 2 위원회'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린다. 합리적 토론과 안전 검증은 사라지고, 정부의 원전 진흥 기조에 발맞춘 다수결의 폭거만이 남았다는 뜻이다.
원안위는 독립적인 규제 기관으로서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철저히 감시해야 함에도, 최근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등 민감한 현안에서 소수 위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묵살하며 '속도전'의 조력자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야당 추천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후임 인선을 미루며 사실상 정부 측 인사들만으로 중대한 의결을 강행하는 행태는, 민주적 절차를 중시한다는 이 정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이는 원안위라는 기관의 구조적 문제이자, 이를 방치하는 행정부와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국회 모두의 책임이다.
감시자가 사라진 원전 현장은 언제든 재앙의 현장으로 변할 수 있으며, 이러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는 국민의 불신만을 키우고 있다.
SMR, '차세대 에너지원'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고위험 실험'
가장 심각한 대목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SMR에 대한 근거 없는 맹신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황정아 의원은 SMR의 방사능 누출 위험이나 기술적 한계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관련 특별법 상정을 강행했고, 최민희 위원장은 법안 공청회조차 생략하며 민주적 합의 절차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SMR의 '속도전'을 독려하는 것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와 입법부가 손을 잡고 국민을 거대한 기술적 실험장으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황 의원과 최 위원장의 결정이 문제의 단초라면, 이를 제도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원안위와 한수원의 침묵 역시 동일한 책임의 무게를 진다.
SMR은 결코 '안전한 원전'으로 확정된 기술이 아니다. 스탠퍼드·코넬 대학 공동연구팀(Krall et al., PNAS, 2022)에 따르면, SMR은 단위 전력 생산량 대비 기존 대형 경수로보다 최대 수십 배에 달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다. 소형 노심에서 방출되는 중성자가 주변 구조물을 더 넓은 비율로 방사화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체형 구조를 택한 SMR에서 증기발생기 세관을 나선형(Helical)으로 배치하는 설계는 정기 점검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내부 부식이나 균열을 탐지하는 와전류 탐상검사(ECT) 장비의 접근이 현행 기술로는 매우 제한적이며, 로봇·초음파 기반의 대체 검사 기술 역시 아직 상용화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기 점검의 실효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원자로를 도심 인근에 건설하겠다는 것은, '수리와 검증이 불완전한 시한폭탄'을 머리맡에 두겠다는 대국민 도박이다.
체코 원전 수출, 국익을 담보로 한 '밑지는 장사'
체코 원전 수출 역시 내실을 들여다보면 위험천만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이미 막대한 비용 지출을 선행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로 인해 기당 1조 원에 달하는 로열티 부담이 발생했고, 수출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국내 시공사들에 공사비 10% 감액이라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EU가 최종 승인을 거부하거나 조건부 승인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한다면, 이미 투입된 막대한 비용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성과'에 매몰되어 '리스크'를 방치하는 전형적인 성과주의 행정의 민낯이다.
이젠 '입법-시민 교차감시체제'를
이 모든 난맥상의 뿌리에는 '기술 관료의 독점'과 '정부 내부의 폐쇄적 감시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주민감시체제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선의와 모니터링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약점이 있다. 고도의 기술적 데이터 앞에서는 시민의 감시 역량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래 국민의사를 제대로 물어보고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할 존재가 원전이자 핵발전소다. 당대의 국민만이 아닌 후손들의 안위까지 책임지고 의사결정해야 하는 위험시설이다.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존재인 만큼 위험예방과 안전에 대해서는 권한과 책임의 구조를 제대로 구축해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은 이미 주권기관 간의 교차감시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원전대국 프랑스는 국회가 정부와 나란히 교차감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원전대국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하되 이를 넘어서는 주권자의 '교차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는 국회 내 과학기술평가위원회(OPECST)와 독립 기술 평가 기구가 협력하여 정부의 독주를 견제한다. 우리 역시 국회 내에 독립적인 '원전감시국'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감시국은 행정부(원안위·한수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독립적인 조사권을 행사하되, 그 운영의 핵심은 '(추첨형) 시민위원회'의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이 옳은 길이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전문적 훈련 없이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이 복잡한 원전 안전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의 핵심은 시민이 기술적 세부 사항을 독자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복수의 독립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상충하는 의견을 청취하고, 어느 수준의 위험을 사회가 수용할 것인지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고리56호기건설 때도 이러한 형태의 시민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 바 있다. 우리 국민은 수준이 높다.
아일랜드·프랑스의 '시민의회' 실험도 보여주듯, 충분한 정보와 숙의 과정이 보장된다면 일반 시민은 전문가 카르텔보다 훨씬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시민의 '상식적 통제'와 전문가 그룹의 '기술적 검증'이 결합된 이 체제야말로, 행정부 내부의 폐쇄적 카르텔을 깨는 현실적 해법이다.
아킬레스건을 끊어내고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라
원전의 위험성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과 이란의 부세르 원전에서 입증되고 있다. 원전 주변의 전력계통만 마비되어도 우리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반세기 동안 쌓아올린 산업경제의 토대는 물론이고 민족차원의 안위마저 위협받는다.
지난 정부의 원전정책을 계승하면서 부작용까지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 이재명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넘어 '독이 든 성배'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이러자고 윤석열을 탄핵시켰던가!
입법 절차를 생략한 특별법 강행, 원안위의 독립성 훼손, 검증 없는 SMR 속도전, 그리고 리스크를 가린 체코 수출 성과주의는 훗날 이 정부의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술은 만능이 아니며, 안전은 결코 정치적 성과와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원안위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충분한 기술 검증 없이 강행되는 SMR의 허상과 문제점을 직시하고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 정책의 최종 의결권을 주권자인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교차감시체제'를 도입하라. 그것만이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파놓은 '원전 위험'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출처: 한겨레온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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