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단은 10월 7일 출발하는데, 내가 가기로 마음 먹은 건 9월 30일이었다. 일주일 전에 결정한 여행이라 준비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다. 환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평양에서는 유로(EURO)를 주로 쓰기에 유로로 바꾸어야 하지만, 환전하고 남은 유로를 쓸 기회는 앞으로 한참 뒤에나 올 것이다. 나의 계획대로라면 유럽은 10년 쯤 뒤에 예정되어 있다. 다행히 달러나 엔화도 통용된다고 하여 일단 엔으로 바꾸었다. 다음 여행지가 일본이기에 남은 돈은 일본에서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다녀본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여전히 달러를 좋아하고 있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02년 12월부터 대외결제 통화를 유로로 바꾼 것이다. 사실, 방북하기 전 유로를 주로 사용하는 북쪽에서 달러와 엔화에 대해 어떤 환율을 적용할 것인가 무척 궁금했다. 실제로 평양에서는 유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조건이 좋다. 가격 2 유로 물건은 3달러로 계산하곤 했다. 센트는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10.10) 환율을 보면 1 달러는 1,056.06원이고 1 유로는 1,284.76원, 100엔은 928.81원이다. 2 유로는 약 2,570원인데, 3 달러는 약 3,168원이다. 따라서 물건을 살 때 달러로 계산하면 500원 이상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이다. 유로로 변경한 의도는 북의 입장에서 주적인 미국 경제권에서 독립하여 유럽 경제권과 가까워지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엔을 사용하면 어떨까? 고려호텔에서 꽃병 하나 6 유로(약 7,709원)인데, 1,000엔을 주니 200엔을 거슬러주어 800엔(약 7,430원)으로 계산한다. 9.5 유로(12,205원)는 1,300엔(약 12,075원)으로 엔화를 사용할 때 가장 좋은 조건으로 쓸 수 있었다. 따라서 방북할 때는 달러 대신 유로로 바꾸어가는 것이 좋다. 유로가 없다면 엔화를 가지고 가도 된다. 정리하면 유로>엔>달러 순이다. 환전할 때도 그냥 은행에서 바꾸는 것보다는 외환은행 사이버 환전이나 신한은행 인터넷 환전을 이용하면 50%-70% 환율우대로 또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외환은행 사이버 환전(http://www.fxkeb.com)으로 4만 엔 환전하는데 55% 우대받아 100엔에 918.73 적용받았다.
누구나 어느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 궁금한 게 많기 마련이다. 미리 알고 떠나야 현지에서 좀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먼저 다녀온 사람에게 직접 들어보는 것이고, 또는 그들이 남긴 기록을 보는 방법이다. 전교조에서 2003년부터 대규모 교류행사를 진행하였기에 조합원만 몇 백 명 이상 방북한 경험이 있다. 내 주위에서도 방북 경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평양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이 그리 구체적이지 못하다. 방북기를 읽어보아도 대개 비슷하고 뭔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는 직접 방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외국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최자가 짠 일정대로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는 여행에서 생생한 경험담을 얻기 어렵다.
요즘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동호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DAUM 카페에서 찾아보았다. 키워드 ‘평양’으로 찾은 카페는 <북한가이드>(http://cafe.daum.net/love215312) 정도이고 몇 개의 ‘새터민’ 관련 카페만 있었지만 그나마 활동 수준은 미미하다. ‘북한’이나 ‘통일’이라는 키워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명애’나 ‘계순희’ 등에 대한 카페는 제법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대부분 죽어있는 모임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생각해보았다. 우선 정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양’ 또는 ‘평양에 사는 인민’들과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카페나 동호회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짝사랑이라고나 해야 할까? 우리 조직 안에도 통일위원회가 있고, 독립된 홈페이지가 있지만 그 안에서 기대만큼 많은 자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에 틈틈이 정보를 검색할 수밖에 없는 시간 한계로 인하여 더 좋은 사이트나 정보를 찾지 못한 내게도 책임은 있겠지만 말이다.
준비물 중에 ‘정면 사진’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용도가 궁금했는데, 비자에 해당하는 방북증명서에 인쇄하는데 쓰였다. 여권사진처럼 규격을 맞출 필요 없이 그냥 디지털 카메라로 얼굴을 찍어서 jpg 파일(크기는 가로 150픽셀 정도면 충분)로 만들어 제출하면 된다. 아마 여권이나 비자 만들려고 일부러 사진관에서 비싸게 찍은 사람은 없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