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작품 부끄러울뿐"
당선소감-배종팔씨
좋은 글을 쓸 땐 처음부터 팬 끝에 힘이 실린다. 얽힌 실타래가 술술 풀리듯 글이 저 혼자 알아서 길을 찾는다. ‘거미’는 가로실로 짜고 세로실로 엮어 동심원에 이르기까지 꽤 공들인 집이다. 발판실을 잘못 디뎌 옆길로 빠지는 거미를 다시 동심원 안으로 끌어들이기를 몇 번……. 내 능력의 부재를 흠씬 느끼게 했던 상처투성이의 집이다. 하지만 그런 거미를 통해 속내에 참았던 말들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장르를 불문하고 글이란 고통과 성취감이 맞물린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다 지친 끝에 목적지에 이르고서야 느끼는 쾌감. 그 완성의 성취감 덕분에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것에 더하여 당선은 내게 성취감의 극한치를 맛보게 한다.
퇴고를 끝내고 우체국을 나서면서, 후련함 끝에 글을 좀 더 갈무리 못한 아쉬움이 앙금처럼 남았다. 당선이 되었다 하여 그 아쉬움이 완전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리라. 앞으로 글쓰기란 이런 아쉬움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수행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용케도 부실한 꽁무니로 첫 실을 뽑았다. 이제 세로실과 가로실로 멋진 얼개의 집을 짓는 건 내 몫이리라. 내공을 튼실하게 쌓다 보면, 언젠가 비바람을 너끈히 견딜 집 하나쯤은 내 가슴에 지워져 있으리라.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전북도민일보와 심사위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