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인사의 대형건축불사 계획에 대한 환경활동가 공동 결의문
- 해인사는 민족문화유산과 국립공원의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대형건축불사 계획을 재고해야 합니다. -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자랑하는 해인사는 현재 대형건축불사 계획 추진으로 인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해인사 본 사찰 인근에 내원암 및 신행문화도량을 신축하기로 하고 공사 착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지는 국립공원 구역이며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입니다. 우리는 대형건축불사 계획이 해인사가 지켜온 문화적, 역사적, 생태적 가치에 심각한 훼손을 끼치게 될 것을 심히 우려합니다.
국립공원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는 절대적으로 보존되어야 합니다. 해인사가 자리 잡은 가야산은 자연공원법에 의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립공원의 생태적 가치는 우리세대만이 향유할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곳입니다. 지난 시기 해인사는 가야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59번 국도 확장을 반대하고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등, 환경을 보전하고자 노력했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해인사의 대형건축불사 추진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자 노력해온 해인사의 업적에 치명적인 오류를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민족문화유산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500m 이내 지역에서는 어떠한 형태 변경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은 건물 자체가 국보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그러나 종정 스님의 처소인 내원암 건립터는 장경각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환경부에 공사 승인을 요청한 바,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금속재료에 의한 동판 대장경 제작은 현존 목판 대장경의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문화적․예술적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안치할 신행문화도량은 (최첨단 현대식 철골 시멘트 건축물, 주차장 등 10여동) 신도들의 참선수행공간보다는 대규모 관광시설로 변질될 우려가 농후합니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사찰로 유서와 전통적 가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불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과 문화재보호구역 안에서의 전통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대형화, 물량주의로 외형적 가치만을 추구한다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입니다. 최근 해인사가 산중총회를 통해 대형건축불사와 관련하여 광범위한 의견 수렴 및 재검토를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간 불교는 정부와 개발업자의 자연환경, 문화환경을 훼손하는 사업과 정책에 반대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역사적 전통이 이어지기를 숙원하며 2004전국환경활동가워크샵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 세계적인 민족문화유산과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합니다. . 해인사 내원암 및 신행문화도량 공사 등 대형건축불사 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 훼손되고 있는 현존 팔만대장경의 구체적인 보호계획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 해인사는 전통과 자연을 보존하는 불교계의 역사적 임무를 계승해야 합니다.
2004. 7. 3. 전국환경활동가워크샵 참가자 최열 외 250명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