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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2일 월요일 , 오늘은 오스트리아- 독일 국경을 넘는 날이다. 티롤 알프스의 대표적 도시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거점이었던 인스부르크는 20세기에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시내 초입에서부터 스키 점프대,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링크 등, 동계 스포츠시설로 가득하다. 신호 대기 중, 신문가판 상인으로부터 마이클이 朝刊을 사 보는 모습을 보곤 알프스 지방의 소박한 인정세태를 접하는 것 같아 훈훈한 마음이다. 인스부르크의 "황금지붕"은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적이 실망스럽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를 따라 개선문, 안나의 기둥 등 名所를 구경하며 오랜만에 유럽의 도시 한 군데를 유유자적히 거니는 기분이 다시 새롭다. 도중에 자동지급기(ATM)가 있길래 소지하고 있던 카드로 100euro를 뽑았다. 유럽에선 첨 사용해 봤는데, 이상 없이 잘 지급되어 신기하다. 다시 우리의 버스는 티롤 알프스의 아기자기한 산록과 그림 같은 집들, 그리고 옥빛 호숫가들을 배경으로 끼고 독일 국경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간다. 드디어 독일 국경에 닿았다. 처음 우리가 진입한 독일의 도시는 퓌센,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심벌마크의 모태가 되었다는 아름다운 "노이쉬반쉬타인城"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조그마한 도시는 노이쉬반쉬타인성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먹고 사는 것 같다. 온통 시가는 이 城으로 향하는 승용차와 城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독일식 치킨요리로 점심을 먹고 우리도 城관광에 나섰다. 우리 버스가 선 대형주차장엔 유럽 각지에서 온 대형버스들로 가득하고 城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는 인파로 넘실댄다. 멀리 올려다 보이는 노이쉬반쉬타인城의 화려하고 고혹적인 자태가 꽤나 인상적이다. 주차장 바로 앞의 "호엔슈반가우"城과는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아래 위에서 마주보고 있는데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차장에 인접한 옥색 물빛의 아름다운 호수가 노이쉬반쉬타인城의 입지를 더욱 돋보이게 장식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유료화장실(30센트)에서 소변을 보고(독일,오스트리아 지역엔 유료화장실이 많다.) 城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성이 있는 골짝까지 등산을 해 보기로 했다. 2~3euro면 마차나 미니버스로 城까지 오를 수 있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운동도 할 겸 직접 등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늦게 결심을 한 지라. 앞서 출발해 속보로 등산하는 영신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 마음이 급해 초반에 너무 무리를 했더니 중반에 이르니 숨이 턱이 찬다. 2시까진 주차장에 집결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할 것 같다. 결국 성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중간 휴게소 매점에서 城의 봄 全景을 模寫한 대형 사진 1장을 4euro에 구입하곤 바삐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퓌센을 출발한 우리는 이제 대학도시로 명성이 높은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50%는 따고 들어간다."던가? 자기 고장에 들어선 마이클의 기세가 대단하다. 네카강이 흐르는 헤센 지방의 비경을 보여 주겠다며 국도로 들어선 마이클이 손짓으로 열심히 노변을 가리키며 설명을 한다. 강 옆으로 고풍스런 독일식 가옥이 나열된 사이로 강변도로가 나 있고 運河에는 굉장한 길이의 유조선과 수송선들이 서행하는 모습이 엽서에서 보던 그대로 환상적이다. 좀 전까지 독일어 자막의 [미스터 빈] 비디오를 틀어 주며 우리보다 더 열심히 시청하던(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쏜살같이 질주해 오는 맞은 편 차량을 눈 앞에 두고도 그는 태연히 머리를 쳐들고 비디오를 보면서 핸들을 조작하는 神技를 발휘했었다.) 마이클의 모습과는 달리 자기 지방의 자연과 풍물을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안달이다. 우리 관광종사자에게도 저러한 긍지와 애국적 자존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녁 늦게 다름쉬다트 부근의 로스도르프란 시골마을의 호텔에 묵게 되었다. 동네는 허름해도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가 여기저기 주차해 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유럽최고의 富國 독일이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호텔 시설은 외양에 비해 꽤 훌륭하고 깨끗하다. 유럽현지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잠이 쉬 오지 않는다. 7월23일 화요일,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마이클이 또 다른 한국 패키지 팀(우리와 비슷한 일정에 역시 300만원대의 요금을 지불한)을 맞기 위해 새벽에 일찍 뮌헨으로 가고 나이 듬직한 그의 보스가 새로운 버스를 몰고 우리 여행의 마지막 동반자가 되기 위해 호텔로 왔다. 다름쉬다트 시내를 지나는데 시가를 가로지르는 전차의 모습과 여유있게 거니는 시민들의 활기 찬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다름쉬다트는 신진작곡가를 발굴하는 음악제로 유명하다고 영신이 말한다. 내겐 그보다도 차범근이 독일에 진출하려던 70년대 후반,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기 전, 테스트 경기를 처음 뛴 곳으로 기억되어 있다. 당시 공군 소속이었던 그는 78년 방콕 아시언 게임 후, 귀국 길에 이곳에서 다름쉬다트 팀의 일원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독일 프로구단들의 집중 스카우트 대상이 되었었다.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서 오늘의 가이드 미세스 박과 접선에 성공했다. 이곳에 유학해 독일어를 전공했다는 그녀는 퍽 여유있고 고운 목소리로 해박한 지식을 우리 머리에 쏙쏙 심어주는 베테랑 가이드였다. 이 독일엔 뭐 이리 나쁜 도시(지명에 bad- 로 시작하는 도시가 많아 )가 많냐며 내가 무식한 질문을 했더니 그건 독일어 bad(bath)가 목욕을 의미하므로 대부분 온천도시라는 뜻이란다. 그러며 88서울올림픽이 결정되었던 Baden-Baden의 예를 든다. 영화 "황태자의 첫 사랑"의 배경이 되었던 독일 最古의 대학 하이델베르크大學은 그대로 하나의 마을이었다. 우리의 인공적 대학캠퍼스의 컨셉을 완전히 초월한 대학촌의 정감어린 구도가 가슴에 진하게 다가온다. "황태자의 첫 사랑"에서 "Drink, Drink"노래로 유명했던 不朽의 處所, [붉은 황소;Roten Ochsen]는 영화 속의 환상보다는 수수한 모습으로 대학 어귀에 버티고 있었다. 고딕,르네상스,바로크 등 諸樣式이 혼재한 하이델베르크城에서 바라다 본 하이델베르크 시가는 정말 낭만적이다. 네카강을 사이를 두고 고풍스런 가옥들이 열병을 하듯 줄지은 모습이 고딕식 교회의 돌출과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70대 노인 괴테의 18세 소녀에 대한 戀情을 상기하게 한다. 22만 L, 세계최대의 술통 앞에서 와인狂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 그토록 유명하다는 '아이스 와인'은 탄환 부족으로 사지 못하고 대신 기념으로 하이델베르크 城이 새겨진 화이트 와인을 7.7euro에 구입했다. 성을 내려와 네카강에서 성을 올려다 보며 새로운 구도로 하이델베르크의 낭만을 조감할 수 있는 "카를 테오도로"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점심식사가 예정된 중국식당으로 향했다. 유럽의 中國食이란 게 너무 느끼하고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었는데, 이곳 하이델베르크에서 오늘 맛본 중국식 뷔페는 종류도 다양하고 정말 너무 환상적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등려군의 "月亮代表我的心" 노래까지 흘러 나오니 錦上添花가 따로 없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똥집이 흐뭇하다. 자전거가 생활화된 낭만의 중세도시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우리는 독일이 자랑하는 "Autobahn(고속도로)"을 타고 지척의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다. 헤센州 의 주도로 독일 금융,교통,상업의 중심도시인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로 外國人들이 독일인들과 무리없이 섞여서 생활하는 곳이다. 독일아이가 중국인교사에게 독일어 수업을 듣고, 심지어 체코 이민 소년에게 매를 맞고 오기도 한다는 곳이다. 그만큼 世界化가 확실히 된 곳이라나! 2002 월드컵에서 전력에 비해 훌륭한 성적(준우승)을 거뒀던 독일축구팀이 수문장 올리버 칸을 필두로 군중들의 대대적 환호를 받았던 뢰머광장의 시청사 베란더를 올려다 보며 사진을 찍었다. 로마인의 광장이란 뜻의 뢰머광장은 생각보다 좁고 소박했다. 뢰머광장을 빠져나가니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이 시원스레 프랑크푸르트시가를 양분해 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찬다. 괴테생가와 케네디가 암살 직전 연설했다는 구 독일의회건물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쇼핑의 기회가 주어졌다. 나와 영신은 인근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구경에 나섰다. 유럽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프랑크푸르트 역(공항은 영국 히드로에 이어 유럽2위)은 유럽 각지에서 도착한 각종 열차들로 복마전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아래 층엔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공항으로 갈 시간이다. 우리의 대장정도 이제 아쉬운 대단원으로 치닫았다. 그야말로 9일 만에 유럽 6개국을 번개불에 콩 볶듯 해치웠다. 첨부터 무리인 걸 알긴 했지만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여건을 가진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차선의 선택인 셈이다. 다음에 식구들과 오기 전에 사전 답사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륙하는 우즈벡항공 HY234의 고물엔진 소리가 이젠 만성이 되어버린 우리의 귀엔 편안한 자장가로 들려온다. (P.S; 우리는 6시간 후 우즈벡의 타쉬켄트에 도착, 트랜지트홀에서 5시간 지겨운 대기 후, 서울행으로 갈아타고 다시 7시간여의 비행 끝에 무사히 귀국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타쉬켄트의 우즈벡 국립대 박사과정에 있는 장건선생과 미리 연락이 되지 않아 당일 임시비자로 타쉬켄트 반나절 관광의 기회를 놓친 점이다. 다음 여행엔 허둥대지 말고 만사를 차분히 준비해야겠다는 것을 쪼다는 뼈저리게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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