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함께 일했던 영업팀장에게서 식사하자는 연락이 왔다. 10년 전에 지점장과 영업팀장으로 만난 분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는데 여전히 열정적인 모습이 필자를 압도한다. 현재 영업 20년차 베테랑 설계사이고 나이도 50대 중반이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젊은 힘이 느껴진다. 서로 오랜만이라 회포를 풀다 보니 식사가 끝났다. 차를 한 잔 나누며 필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팀장님에게 영업은 어떤 존재인가요?”
■영업은 저의 인생입니다.
필자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필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영업은 제 인생입니다”라는 답변을 명쾌하게 내놓는다. 너무 빠른 답변에 오히려 필자가 살짝 당황했다.
다시 팀장에게 질문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팀장은 다른 얘기부터 꺼낸다. 최근에 고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매우 주저하는 목소리로 ○○영업에 대해 아냐고 물어 보길래 안다고 했더니 본인이 그 영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 하냐고 되물었다. 팀장은 고객에게 “○○씨,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그 제품 좀 팔아달라는 얘기죠! 제가 얼마나 도와드리면 될까요? 말씀만 해 주세요! 제가 ○○씨 도와드릴께요!” 진심어린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니 오히려 고객이 왜 본인을 도와주려하냐고 물었다. “○○씨, 영업은 본인의 인생을 파는 것입니다. 근데 지난 몇 년간 ○○씨를 제가 고객으로 만나면서 보니 ○○씨는 인생을 잘 사신 분이었어요. 그러니까 ○○씨는 그 영업을 하셔도 잘 하실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씨 고객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마무리했다는 얘기를 먼저 꺼낸다. 그리고 팀장은 필자의 질문에 마저 답변을 했다.
“저는 영업을 통해서 사람을 배웠고 제 인생도 배웠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영업은 저의 인생이죠.”
■후진양성의 가치
대화가 마무리 될 즈음에 필자가 최근에 발간한 ‘리크루팅’ 책을 팀장에게 선물했다. 책을 받아 본 팀장은 기뻐하면서 본인이 요즘 리크루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리크루팅 목표가 매월 1명씩 총 12명을 하는 것인데 지난달까지 3명이 코드 부여 받았고 틈틈이 신인들 챙기는데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한다. 필자는 웃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아니! 반칙 아닙니까? 저랑 같이 일할 때는 1년에 1명 리크루팅 하는 것도 힘들어 했었는데 올해에만 벌써 3명을 코드 부여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변하셨나요?”
팀장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그 때는 제가 아직 영업을 제대로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은 영업을 조금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제 노하우 전수해 줄 후배를 찾는 것이란 생각으로 실천하는 중이고요.”
필자는 미소를 지으며 건네 준 책에 나온 인용문을 펼쳐서 보여줬다.
지증대사는 홀로 깨치기를 좋아하고 남을 가르치기를 마음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나무꾼이 나타나 “먼저 깨우친 자가 나중에 깨칠 사람을 위해 가르치는 데 소홀히 하면 안 된다”라고 꾸짖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 글을 읽은 팀장은 무릎을 치며 “바로 제 심정이네요”라면서 공감을 해 준다. 팀장과 유쾌하게 웃으며 헤어진 후 필자도 마음이 따뜻해 졌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 중 3단계가 ‘소속감과 애정욕구’이다. 지점장이 설계사에게 리크루팅을 요청할 때 소속감과 감성에 호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3단계가 충족된 설계사에게 같은 방식의 요청은 한계가 있다. 그 다음 4단계 ‘존경의 욕구’ 또는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에 주목해야한다. 정년 없는 설계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더불어 고경력, 고소득의 베테랑 설계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영업으로 달관한 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달관의 인생관은 본인의 일을 사랑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다. 지점장도 업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응대가 가능하다.
민병성 대표 (주)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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