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뎃생, 소묘는 다 같은 말
드로잉의 의미가 매우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사전과 서적에서 정의한 내용들 즉 '스케치', '형태를 묘사하는 행위', '소묘' 등의 의미로 많은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의미는 모두 어떤 작품제작에 필요한 수단 즉 '겉모습의 그림' 또는 '밑그림' 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로잉은 이들의 의미 뿐 아니라 소묘, 정밀묘사, 퀵스터디 (Quick Study) 또는 크로키 (Croquis), 에스키스 (Esquise) 그리고 실용미술의 기초학습과정으로서의 의미까지 포함하여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로잉은 구체성을 요하는 관찰적 드로잉과 퀵스케치, 개요성을 요하는 직관적 드로잉 그리고 그것들을 조합한 창의적 드로잉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하여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매체이지만 '어떤 모델의 생명력을 관찰하고 직관하여 기운생동(氣韻生動)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정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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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 소묘(素描)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밑그림’이다. 영어로는 드로잉(drawing), 프랑스어로는 데생(dessin)이다. 원래 소묘는 일본이 서구미술을 수용했던 근대기에 역관들이 잘못 번역한 용어가 그대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을 통해 서구적 조형어법을 체득해 온 우리는 이 소묘라는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해 왔던 것이다.
해방 이후에는 서구의 미술 용어인 데생·드로잉이 소묘와 함께 혼용되고 있다. 또 현대미술에서는 드로잉의 영역이 크게 넓어져 하나의 독자적 장르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아직 용어에서부터 개념에까지 많은 혼란을 빚고 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묘는 석고 데생이고, 드로잉은 무조건 현대적인 것이라는 식의 인식도 있다.
드로잉의 개념
드로잉(Drawing)의 Draw의 뜻은 몇 가지로 분석되지만(그리다, 쓸다, 끌다, 당기다, 뽑아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extract the essenced(-의 정수를 우려내다)라고 하는 의미가 가장 적합한 draw의 뜻일 것이다.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drawing이라는 해석은 선을 위주로 하여 그리는 행위로서 밑그림, 초벌그림의 의미를 지닌다. 단색선조를 중심으로 하는 물상의 표현을 말하는데, 세피아 등의 단색의 선에 의해서 극히 간소하게 그려낸 것으로서 음영이나 색채가 실시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체는 선묘이다.
1951년 Paul J. Sachs가 쓴 「위대한 드로잉」을 보면, 현대적 드로잉 개념의 확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선, 명암, 간략한 윤곽선 등을 통해 대상의 형태(form and shape)를 그려내고 표현하는 것으로 드로잉을 정의하였다. 위대한 그림을 제작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인 드로잉은 '선'이 기초가 되며, 글쓰기에 있어서 '문법'에 비견된다. 위대한 드로잉은 미술가의 감정과 사상이 담기는 창조의 순간을 담고 있으며, 이는 숙련을 통한 기술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Paul J. Sachs의 서술에는 고전적인 드로잉개념과 현대적인 드로잉개념이 혼재되어 있다. 위대한 그림의 준비요소, 선의 중시라는 점에서 고전적인 드로잉개념을 취하고 있으며, 드로잉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서술하고 작가의 창조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드로잉개념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드로잉(drawing)을 시작하면서
미술에 대한 본인의 이론적 접근은 감상자의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학창시절, 친구들에 비해 모자라는 생산물을 보면서 가졌던 부끄러움이나 열등감이 있었으며, 소극적으로 제작에 임했다. 그러나 이미지를 '보는 것'을 통해서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 매료된 나는 미술에의 이론적인 접근을 시작하였고, 지금 드로잉을 통해 제작의 길로 발을 내딛는다. 출발로써, 드로잉은 언제 어떤 개념으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그리고 현대 드로잉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1951년 Paul J. Sachs가 쓴 <위대한 드로잉>을 보면, 현대적 드로잉 개념의 확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선, 명암, 간략한 윤곽선 등을 통해 대상의 형태(form and shape)를 그려내고 표현하는 것으로 드로잉을 정의하였다. 위대한 그림을 제작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인 드로잉은 '선'이 기초가 되며, 글쓰기에 있어서 '문법'에 비견된다. 위대한 드로잉은 미술가의 감정과 사상이 담기는 창조의 순간을 담고 있으며, 이는 숙련을 통한 기술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Paul J. Sachs의 서술에는 고전적인 드로잉개념과 현대적인 드로잉개념이 혼재되어 있다. 위대한 그림의 준비요소, 선의 중시라는 점에서 고전적인 드로잉개념을 취하고 있으며, 드로잉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서술하고 작가의 창조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드로잉개념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 드로잉은 그 특성을 하나로 요약하기 어렵다. 선드로잉에서 디지털드로잉까지, 밑그림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까지가 모두 포괄된다. 매체나 기법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다양한 매체 연필에서 사진, 컴퓨터까지, 순간적 선에서 차분하고 완성도 높은 구성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조각의 영역이 모호하듯이 회화, 조각과 드로잉의 영역도 모호하다. 그럼에도 드로잉이 주는 어떤 뉘앙스가 있는데, 이미지 생산자로서 작가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과정, 작가가 무언가를 산출하는 과정에 초점이 가있다는 점이다. 구조주의에서 회자되는 작가의 죽음에 대한 반향인가? 무의식적이고 신체적인 이미지의 활력과 개념적인 창조를 긍정하는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드로잉은 근대회화가 걸었던 예술개념 확장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Paul J. Sachs, Great Drawings, USA, 1951
심상용 외,「또 하나의 완성, 드로잉의 세계」『월간미술 3월호』, 중앙일보사, 2001.3, p57-93
클라우디아 베티, 하영식 역, 『현대 드로잉 기법』, 미진사, 1987
권여현, 『드로잉의 세계』, 재원, 1999
『세계 미술용어 사전』, 중앙일보사. 1999
Herbert Read, The Thmes and Hudson Dictionary of Art and Artists, Thmes and Hudson Ltd.:london, 1994